[디지털컬처] 귀로 듣는 책 `오디오북`
딱딱한 책, 음악처럼 부드럽게
성우들의 생동감있는 목소리에 배경음악까지…

이동 쉽고 전자책보다 저렴
대본ㆍ편집… '한편의 드라마'
출판업계 새 시장으로 부상
 





지식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독서에 갈증을 느끼지만 책을 구입하기 위해 시간에 쫓겨 서점을 방문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구입한 책조차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렇듯 마음은 있지만 따로 시간을 내 독서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출퇴근시 전철, 버스 등에서 MP3로 음악을 듣듯이 편리하게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이 주목받고 있다.

오디오북은 언제 어디서나 이동 중에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디오북 한 편당 가격이 약 600∼1000원으로 종이책은 물론이고 전자책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책 읽을 시간조차 없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손쉽고 편하게 책의 내용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귀로 듣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오디오북은 그동안 어떻게 변모해 왔을까.

과거의 오디오북은 한 명의 북텔러나 성우가 단순히 글자 그대로 읽어주는 낭독형태였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지 못했고, 지루하다는 단점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오디오북 포털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재미있는 드라마 형식으로 오디오북이 진화하고 있다. MP3, PC, 휴대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이용해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어디서나 다양한 정보에 접속해 즐기는 `코드리스(Cordless)―이동족'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오디오북 제작은 우선 제작 PD가 다양한 장르의 도서 중 재미와 실용성을 갖춘 책들을 선정하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대본 작업은 최대한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딱딱했던 문어체를 듣기 편한 구어체로 바꾸는 각색 작업이 이뤄진다. 완성된 대본이 나오면 사운드 디자이너와 PD의 제작회의를 통해 음향효과와 배경음악에 대해 의논한다.

다음 단계는 녹음. 보통 한 작품 당 10명 정도의 성우가 투입 돼 녹음과 편집에 들어간다. 모든 소리를 함께 녹음했던 기존 라디오 드라마 제작 방식과는 다르게, 첨단 디지털 편집 시스템을 구축해 각자 따로 녹음한 음원을 믹스해 편집하므로 원하는 효과를 마음대로 줄 수 있다. 이용자들은 보다 생동감 있는 오디오북에 빠져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편집시 제일 중점을 두는 부분은 300페이지 단행본을 1∼2시간 내에 모두 전달하는 데 있다. 최종 편집이 완료된 후에는 불법 복제 및 공유 방지를 위해 DRM 방식을 적용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출판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의 경우 전체 출판시장의 약 12%가 오디오북 시장이다. 미국 오디오북 시장은 디지털 오디오 포털인 `오더블닷컴'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9월 오디오북 포털 서비스 `오디언(대표 김용수)'이 오디오북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디언은 기존 오디오북 사이트와 달리 단순 낭독형 오디오북과 오디오 드라마 형태로 제작돼 재미를 더 했다.

오디언 이외에 전자책 전문서점인 `북토피아'에도 오디오북 코너가 마련돼 있다. 교보문고 전자책서점 `제노마드'는 지난 3월부터 오디오북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연내 2000여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오디오북의 콘텐츠는 문학, 경제경영, 자기계발, 고전명작, 한국문학, 강연, 영어 등 다양하다. 이밖에 로맨스, 멜로, 감동, 동화, 추리, 공포, 무협, 판타지, SF, 느와르, 코미디, 시대극, 성인으로 나뉘는 다양한 오디오 드라마도 제작되고 있다.

"당신과 같이 살아 있는 인간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따스함과는 바꿀 수 없죠." 이 말은 프랑스작가 레몽 장의 저서 `책 읽어주는 여자'에 등장하는 인물이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다. 누군가가 읽어주는 `책'을 듣고 여러 가지 삶의 모습과 여러 유형의 인간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면, 현대인들은 오디오북을 통해 책 읽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화영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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