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풍경 - 이시영

 점심 시간도 훨씬 지난 시간, 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하는 김씨 아줌마가 모자를 쓴 중학생 아들의 손목을 잡고 들어서며 큰소리로 "여기 냉면 둘이요!"를 외치고는 커다란 손을 들어 이마의 싱그러운 땀을 닦는다.

- <조용한 푸른 하늘>, 솔.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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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드무비 > [퍼온글] 한미 FTA반대 범국민서명운동

지금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반대하는 ‘12014277+1’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수많은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비민주적인 한미FTA 협상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언론과 국회를 통해서 수없이 밝혀진 바와 같이,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미FTA 협상은 수많은 거짓말과 조작극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의 주장처럼 양극화를 해소, 경쟁력을 강화해줄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소수의 가진 자들을 위해 수많은 노동자, 농민, 시민 등의 삶을
빈곤화하고 사회적 공공성을  파괴해  가는 과정입니다.
이에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의 이름으로
거만한 노무현 정부의 비상식적인 한미FTA 추진을 저지시키고자 합니다.

"12,014,277"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획득한 당선 특표수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이름과 선언을 통해 "12014277+1명"의 한미FTA 반대 서명운동을
성사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의 거짓말과 달리,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미FTA라는
폭력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는 진실을 알려낼 것입니다.

‘12014277+1’ 서명운동은 강요된 경쟁과 빈곤을 거부하고,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의 진실한 목소리가 되어
널리 퍼져나갈 것입니다.

어떠한 근거도 없는 “국가 경쟁력”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삶의 권리와 행복을 위해
서명해주십시오.

http://www.nofta.or.kr/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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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흔히들 이승이라고 말하는 인간세계를 바라보는 구도 가운데 제3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들이 있다. 예를 들어, 천사라든가(<베를린 천사의 시>) 저승사자(서양식 저승사자는 <구해줘>의 경우)라든가... 이 작품 역시 주인공은 '사신(死神)'이다. 소임이 대상자를 만나 '죽어도 되는 사람인가'에 대한 가부간의 조사직을 하는 경우인데, 그들에게도 매너리즘이 있어 업무에 그리 집착하지 않는다. 그러한 거리감을 통해 인간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인간세계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생을 반추하게 한다는 장치인 것이다. 재미있는 구도는 이 사신들의 업무 외 소일거리가 대부분 음악을 듣는 것이나, 주인공인 치바가 조사작업을 수행하는 기간에는 꼭 비가 온다는 등등의 설정이다. 아뭏든 '인간' 또는 '삶'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제3자의 시각에서 거리감을 두고 접근하는 설정은 꽤 재미있는 발상으로 읽힌다.

연작 형태의 여섯 편의 단편 중에서 인간세계에 대한 사신의 고찰이 나오는 대목들.

'나는 무심코 그의 옆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말았다. 기가 막힌다거나 놀랍다거나 하는 것과는 좀 다르지만, 어쨌든 위화감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인간의 대부분은 죄를 저지르면 무거운 돌덩이나 술통이라도 짊어진 듯한 괴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초조감이나 공포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한층 더 흉악해지기도 하고, 아무튼 평상심을 잃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모리오카는 어딘가 모르게 자연스럽다. 도망치고 있고 때로는 신경질적인 면도 보이지만, 라면 가게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주인장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223~224쪽)

' "이봐, 달아나." 모리오카가 손을 뻗자, 그때 천만 뜻밖에도 여자는 화난 표정을 보이며 발로 모리오카의 팔을 걷어찼다. "뭐하는 거야! 달아나다니 무슨 소리야?" 여자는 으르렁대며 잇몸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 "너 유괴당한 거 아니야?" 모리오카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듯했다. "뭐?" 여자는 눈썹을 확 찌푸렸다. "오빠들이랑 드라이브하러 나온 것뿐이라구.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마. 장난하니."(262쪽)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 대해, 또는 인간세계에 대해 사신이 갖고 있는 상식들이 깨지는 것은 아마도 현대문명의 흐름에 따라 인간사고의 변화를 새삼 깨닫게 하는 듯하다.

그러나,

' "무슨 말인가?" "하지만 암으로 죽는 것보다는 이렇게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죽는 편이 잘 된 거예요." 끊길 듯 말 듯, 그는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인간은 모두 죽어." "죽고 싶지는 않지만, 하지만 어차피 죽을 거라면." 그의 눈은 초점을 잃었다.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니야." '(208쪽)

좋아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한 젊은이의 의연한 죽음에 대해 감동하기도 한다. 결국 이 작품은 여섯 편의 단편을 통해 개별 인간이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예를 들어 죽음에 대한 야쿠자의 시선이나, 칠순 노인의 시선 등)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죽음,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해를 통한 보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비록 몇 편에 불과하지만 근래에 본 일본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비교적 수작이라고 생각된다.(단, 몇 개의 오자나 미진한 교정을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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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0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밌게 보았어요. 소재가 참신한데, 제 경우 글이 좀 더 섬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답니다. 그래도 전 별 다섯개 줬던 것 같아요^^
 

남영동 비둘기 - 김득수

길을 꺾으며

길고 높은

미 8군 철조망이 이어지는

일방통행로

남영동 부대찌개 골목

일본집 적산가옥을 개조한 부대고기집 앞에는

이른 새벽

밤새 얼어 발이 단풍잎처럼 빠알간 비둘기들이 몰려와

어젯밤 회사구조조정 송별회에서 이부장이 토해낸

꽁꽁 언 햄조각을 쫀다

알코올 섞인 소시지 조각을 뜯는

클랙슨을 눌러도 날아가지 않는 비둘기들

눈알이 빠알갛다

- <시평> 21호.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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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06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북동 비둘기가 떠오르네요. 이 시 너무 리얼해요. 슬프게시리...

달빛푸른고개 2006-09-07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_;
 

9월초 어느날의 비망록.

오후의 약속.

2시반에 찾아가 뵙기로 한 약속이 있어서 점심 후 차로 이동하고 있었다.

돌아와 7시에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6시 전에는 그곳에서 출발해야 했고...

운전하여 약속장소로 이동하고 있는데 울린 전화.

7시에 뵙기로 한 분께서 부고를 전해들어서 문상을 가야겠기에, 하루이틀 연기하기로 하였고...

또 다시 울린 전화.

2시반에 뵙기로 한 분께서 '장인어른이 편찮으셔서 급히 지방에 가야 한다'고...

약속에 맞춰 오전에 내부업무를 마쳐놓은 터라 갑자기 텅~ 비어버린 오후 일과.

가을 햇볕 가득한 한적한 숲길을 거닐다.

다람쥐와 벗하며 계곡물에 손도 담궈보고...

낚시꾼 뒤에 앉아 수면을 바라보기도 하고...

우연의 중복이었지만, 모처럼 한가한 반 나절의 휴가를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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