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비둘기 - 김득수

길을 꺾으며

길고 높은

미 8군 철조망이 이어지는

일방통행로

남영동 부대찌개 골목

일본집 적산가옥을 개조한 부대고기집 앞에는

이른 새벽

밤새 얼어 발이 단풍잎처럼 빠알간 비둘기들이 몰려와

어젯밤 회사구조조정 송별회에서 이부장이 토해낸

꽁꽁 언 햄조각을 쫀다

알코올 섞인 소시지 조각을 뜯는

클랙슨을 눌러도 날아가지 않는 비둘기들

눈알이 빠알갛다

- <시평> 21호.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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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06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북동 비둘기가 떠오르네요. 이 시 너무 리얼해요. 슬프게시리...

달빛푸른고개 2006-09-07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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