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비둘기 - 김득수
길을 꺾으며
길고 높은
미 8군 철조망이 이어지는
일방통행로
남영동 부대찌개 골목
일본집 적산가옥을 개조한 부대고기집 앞에는
이른 새벽
밤새 얼어 발이 단풍잎처럼 빠알간 비둘기들이 몰려와
어젯밤 회사구조조정 송별회에서 이부장이 토해낸
꽁꽁 언 햄조각을 쫀다
알코올 섞인 소시지 조각을 뜯는
클랙슨을 눌러도 날아가지 않는 비둘기들
눈알이 빠알갛다
- <시평> 21호.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