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도 아는 함수 초딩도 아는 시리즈 2
장은성 지음 / 책과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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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들이 수학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선배 수포자로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한편에선 수학에 대한 오기가 생겨서 수학을 다시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수학의 정석은 펼치기도 싫다그래서 찾게 된 인문학적 수학공부법...

 

이 책도 그 과정의 한 부분으로 읽게 되었다. 제목은 초딩도 아는 함수인데, 다 읽고나도 함수 문제는 풀 수 없다. 다만, ‘함수란 단어 자체는 알게 되었다. 또한 그 단어와 연관된 역사도 재미있게 읽었다.

 

실수는 현재 존재하는 것, 허수는 미래 존재할 것이라는 비유가 좋았다. 나도 비유하고 싶은 게 떠 올랐다. 복소수를 자산이라고 본다면, 실수는 부동산이고 허수는 동산이다.

 

<밑줄>

슈펭글러는 각기 민족마다 독특한 수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서양은 주로 기하학을 중요시 한 반면, 동양은 대수학을 중시했다.

음수를 처음 발명한 사람들은 음양의 사상을 가진 중국인들이며, 0이란 수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우주는 본래 텅 비어 있다는 공()의 사상을 가진 인도인들이다.

중국 수학의 특징을 실용성이다. 즉 필요하면 수학을 만들고 필요 없어지면 잊혀진다. 그래서 처음 중국에서 만들어진 수학책들은 나중에는 상당수가 분실 소실되어 버린다.

반면 조선은 무조건 중국사대로 중국 수학책을 수입하고 철저히 보관하는 주의다. 조선은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중국 수학책을 무조건 암기해야 한다.

일본에서 수학은 단순한 오락의 용도 이외는 없었다. 머리 좋고 할 일 없는 유유자적한 사무라이들이 시간 때우기 용으로 수학 문제 풀이 시합을 하는 지경이 일본 수학의 성격이다. 그걸 와산이라고 부른다. 즉 일본 수학은 완전히 퍼즐화 되어버린다.

이런 수학문화가 오늘날 일본의 수학공부의 성격을 특징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 수학은 문제풀이 중심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해방 후에도 일본의 수학을 그대로 베껴서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1853년 중국 청나라 수학자 이선란은 상해에 있는 영국인 선교사 와일러의 도움을 받아 서양의 과학책, 수학책들을 중국어로 번역하였다.

이때 이선란은 함수, 상수, 변수, 대수, 계수, 지수, 단항식, 다항식, 미분, 적분 등의 중국 번역어를 만들어냈다.

이선란은 펑션(function)을 중국어의 발음과 비슷한 함수(函數 한쑤)라는 말로 번역했다고 한다.이선란이 처음에 함수를 공부하면서 아매도 상자 속에서 값이 변하는 것이 함수라고 이해한 모양이다.

이렇게 서양 수학에서 등장한 함수개념이 드디어 변화를 그렇게 싫어하는 동양에도 전해졌다. 하지만 변화를 싫어한 동양인들은 변화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함수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미분은 현재 위치에서 미래에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리고 적분은 과거의 행적이 얼마나 쌓였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용한다.

 

복소수의 실수부는 실수의 의미가 그렇듯이 현재의 가치를 나타내는 수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럼 허수부는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미래가치를 나타내는 수라고 해석해도 될 것이다.

 

오늘날은 수학교육이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되다보니 수학교육용 상품들이 마구 대량으로 생산되어 소비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대중의 입맛에 맞추어 돈을 벌기 위해 대량생산되는 상품은 결코 좋은 상품이 아니다. 겉만 화려하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엉터리 상품들뿐이다.

그리고 그 엉터리 상품들 겉만 핥는 것이 우리 수학교육의 참담한 모습이다. 경쟁이 엉터리 상품을 양산하고 엉터리 상품으로 엉터리 교육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선진국 기술이나 모방하며 살아오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창조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그렇게 앞자리에 서게 되면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 자신은 사실 무척 어리석고 무능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서 인간은 서로 돕고 협력해야 하는 동반자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의 교육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아는 인재를 가장 유능한 인재로 본다.

경쟁의 수학은 엉터리 수학을 그것도 수박 겉핥기로 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 세계적인 문제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협력의 수학으로 수학의 진정한 맛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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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특강 - 크리스천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 할
정소영 지음 / 미래사CROSS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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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와 콩보다는 빵을 나눠 먹자 - 정소영의 세계관 특강을 읽고

 

저자는 세계관을 성경적 세계관, 이슬람 세계관, 세속적 인본주의, 마르크스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뉴에이지 세계관으로 분류합니다. 그중에 세속적 인본주의, 마르크스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뉴에이지 세계관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인본주의 세계관으로 분류합니다. 그 인본주의 세계관이 진화론, 적자생존으로 많은 사람을 죽게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 인본주의 세계관은 좋지 않은 쪽으로 판단을 합니다. 또한 신의 존재를 믿는 이슬람 세계관조차 복종을 강요하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합니다. 결론은 성경적 세계관만이 옳다는 얘기죠.

 

세계관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객관적인 세계가 존재하는데, 그걸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주관적인 관점이 생기는 겁니다. 객관이 절대적인 진리(眞理)라면 주관은 상대적인 일리(一理)입니다. 일리 있는 말들이 모여서 진리에 가까워지는 겁니다. 따라서 세계관은 옳고 그름이 있지 않고 다름만 있을뿐이죠. 그런데 저자는 세계관들의 시비(是非), 우열(愚劣)을 가립니다. 위험한 판단입니다.

 

설령 세계관 사이에 시비나 우열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 책에서 성경적 세계관이 그러하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빈약합니다. 예를 들어, 동성애나 공산주의에 대한 서술이 그렇습니다

 

성경적 세계관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하나님이 인간더러 번성하라고 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이와 모순된 진술도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인들에게 보낸 편지(고린도전서 7)에는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과 과부들에게 말합니다. 나처럼 그냥 지내는 것이 그들에게 좋습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번성을 위한 이성애를 반대하고 있으니까요.

 

공산주의를 반대한다고 하는데, 성경에는 역시 이와 모순된 내용이 있습니다. 사도행전 2장에 믿는 사람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은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주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공산주의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반동성애, 반공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좀더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본 자료입니다.

 

http://www.kscoramdeo.com/news/articleView.html?idxno=16081

과거에는 신사참배가 그런 역할을 했다면 현대에는 동성애 이슈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 신앙의 진정성을 판별해 내실 것 같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이지 않고 도리도리합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기독교인이 얼마나 된다고 동성애자들을 욕할까요?

 

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93311

다만 지금 우리는 그가 설계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그가 우리에게 선물로 준 한미동맹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넘치는 자유와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며 살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의 꿈과 설계가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것이 김구가 아니라 이승만이 국부로 추앙받아야 할 이유이다.” 멸공의 이득은 경제적 풍요인가요? 풍요라면 분단이나 독재도 용서할 수 있을까요? 이승만을 국부로 여기는 것에는 논란이 많습니다.

 

설령 공산주의나 동성애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멸공과 멸동(?)을 성경적 세계관의 리트머스로 삼는 것은 아쉬움이 큽니다. 공산주의와 동성애를 미워하는 것에 노력하지 말고, 함께 지내며 나누는 삶을 살면 자연스럽게 기독교인들이 많아질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믿는 사람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은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날마다 한 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집집이 돌아가면서 빵을 떼며, 순전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사람에게서 호감을 샀다. 주님께서는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여 주셨다. (사도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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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인생 -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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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 블로그에 추리소설 서평을 써 올리는 분이 있었다. 우연히 타고 들어간 그의 블로그에서 재미있게 글을 읽어가던 중, 최근 글부터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추모의 글들이 읽혔다.

 

알고보니 그는 20대에 몸이 점점 굳어지는 병에 걸렸지만 40대에 별세할 때까지 끊임없이 읽고 써왔던 것이다.

 

이 책은 그의 일기를 엮어낸 것이다. 삶이 재미없거나 고통스럽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엄마, 아빠, 그리고 삼남매의 소소한 일상이 너무나 슬프도록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하느님은 왜 이 가정이 이런 슬픔을 주셨을까?

 

다음은 추모글 중 인상 깊었던 하나이다.

https://blog.aladin.co.kr/mulmandu/4416217


 

# 밑줄

아무 때나 스윽, 밖으로 나가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일상조차 없다는 것이 가끔 아쉬울 뿐이다. 누가 감히 앞날을 장담할 수 있으랴. 많이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걸 미루지 말고 하시길...

 

라일락... 아직 덜 폈다. 엄마가 아침부터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아파트 단지를 다니니까 경비아저씨가 뭐하시냐고 물으셨단다.

우리 딸 꽃구경 시켜 주려구요. 아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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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고 함께 살다 - 한국의 독서 공동체를 찾아서
장은수 지음 / 느티나무책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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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표지

낡은 듯한 표지를 보면 수십년전에 나온 책 같다. 그러나 수년전에 나온 책이다. 플라스틱을 입히지 않아 표면이 거친 책이 좋다. 새 걸 사도 헌 옷 같은 게 오래 입어도 새 옷 같은 느낌처럼 말이다.

 

# 목차가 있는 표지

보통 책들은 표지를 넘겨야 목차가 나온다. 그러나 이 책은 표지에 목차가 있다. 이처럼 표지에 목차가 있는 책들은 녹색평론, 오늘의 교육, 작은책, 함께 여는 국어교육 같은 정기간행물에선 종종 있다. 그러나 단행본이 이런 경우는 드물다. 말을 길게 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두괄식이 좋다. 그래서 이렇게 표지에 목차가 있는 책이 좋다.

 

# 독서

공식적으로 집계가 되는 독서 동아리가 전국에 4,356곳이 있다고 한다. 그 중 24곳을 저자가 찾아 가서 인터뷰한 책이다. 3년 이상 운영된 곳부터 30년 이상 운영된 곳도 있다. 독서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방방곡곡에서 실재하는 생생한 사례를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각 공동체에서 추천하는 책 목록도 아주 좋다.

 

# 공동체

같이읽고, ‘함께산다는 제목이 참 좋다. 게다가 독서 모임, 동아리가 아니라 공동체라 하니 더 좋다. 왜 같이 읽고 함께 살아야 할까? 혼자 읽기는 시작도 어렵고 지속도 어렵다. 혼자 사는 거도 그렇다.

 

# 밑줄

독서 동아리에는 다섯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모여 읽기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고, 그 감상을 나눕니다. 아주 쉽고 간단하지요. ‘모여 듣기는 같은 책을 함께 낭독하고, 듣는 감상을 나눕니다. 읽는 과정을 함께 하기에 웃고, 긴장하고, 놀라고, 감탄하고, 시원해 하는등의 반응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읽기 공동체를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죠. ‘감상 나누기말로 나누는 독후감비슷합니다. 책을 읽고 난 후 변화된 나에 대해 말하는 모임입니다. ‘토론하기는 회원들이 제기한 질문(논제)을 놓고 각자 주장과 의견을 나눕니다. 말로 하는 논술인 셈이죠. ‘통합적으로 읽고 활동하기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생각을 하고 창작 활동을 합니다. 한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다른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제3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가는 활동이 핵심이지요.

 

선진국일수록 국정이든, 검정이든 교과서가 있는 나라가 드물죠. 학교에서는 책을 읽고 학생이 그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수업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학급 자체가 일종의 독서 동아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생들의 독서 교육이 주로 사교육 시장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나마 대화나 놀이나 토론보다는 학교 수업과 유사한 형태로, 주로 학원 선생님들이 강의하고 학생들이 듣고 받아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두세 권 골라 와서 책 친구들 앞에서 설명한 후, 10~15분 정도 눈앞에서 읽은 시간을 준 후, 투표를 통해 고르는 게 가장 좋습니다. 결론이 너무 빤하지 않고 열려 있는 책, 즉 해석이 중충성이 있는 책일수록 같이 읽기에 효과적입니다. 고전같이 큰 질문을 던지는 책과 트렌드 서적 같이 작고 긴급한 질문을 던지는 책을 오가는 것이 의미 있는 토론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면 책과 책이 서로 질문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책을 같이 읽으면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가령, 유럽에는 엄마와 딸동아리가 흔합니다. 변화된 사회에서 새로운 고민을 하는 딸들과 다양한 사회 경험이 있는 엄마들 이야기가 서로 섞이면서, 서로의 인생 전반에서 감동적인 변화가 일어나곤 합니다. 공격적이지 않다면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사회적 장을 만나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깊은 경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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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여행 쫌 아는 10대 - 낯선 길 위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만나다 진로 쫌 아는 십대 2
서와(김예슬) 지음 / 풀빛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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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자연과 함께하고, 도시는 인간과 투쟁한다. 물론 시골도 자연과 투쟁하고, 도시도 인간과 함께할 때가 있지만 비교적 그렇다는 얘기다.

 

이 책은 시골서 농사짓고 사는 한 여성청년농부의 글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홈스쿨러로 살았던 이야기, 학교밖 청소년과 함께 했던 이야기, 국토 순례와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이야기, 농사 짓으며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러한 삶이 지속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본인의 의지뿐만이 아니라, 부모님, 홈스쿨링 친구들, 그리고 공동체 열매지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립은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는 것이다.

 

 

<밑줄>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부모님이 나에게 홈스쿨링을 소개해 주셨다.

 

부모님은 나에게 홈스쿨링을 하자가 아니라 홈스쿨링이라는 길도 있어라고 이야기하셨다. 선택은 내 몫이었다.

 

학교 밖 길을 선택한 뒤로 내 삶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답은 없었다. 선택 그리고 다음 선택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동네를 걸었다. 이른 아침에 나보다 늘 먼저 나와 있는 떡과 빵을 보면서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 이 많은 떡과 빵을 만드신 걸까?’ 생각도 하고

 

내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한결같이 하시던 말씀이 있다. ‘가장 너답게 살렴. 그거면 충분해

 

내가 친구들을 만나고 활동했던 곳은 탈학교 청소년 네트워크 학교너머라는 곳이었다.

 

나에게는 소외되어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보인다.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이다.

 

나는 느린 사람이다. 말과 행동도 느리고, 새로운 것을 충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걸음도 느려서 걷기 여행할 때 가장 뒤에서 걷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느린 만큼 길을 세심히 들여다보며 걷는 재미가 있다.

 

글을 걸으면서 나에게 믿는 구석이 생겼다. 남들보다 더디고 느릴지 몰라도 틀림없이 목적지에 도착해 있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언니, 내년에 고3이지? 대학 안 가?’

나는 학교 안 다니니까 고3은 아니고, 그냥 19살이지. 아직 대학 갈 생각은 없어. 필요해지면 그때 생각해 보려고.’

, 대학 나와도 취업하기 힘들다는데 어쩌려고? 요즘 계산대 보는 알바들도 완전 고스펙이래.’

꼭 취업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취업이 아닌데?’

대박. 그럼 뭐 먹고 살려고? 우리가 홈스쿨러긴 해도 대학은 가야 하지 않아?’

놀란 눈으로 나를 보는 친구 얼굴을 보니 홈스쿨러라고 모두 대학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구나싶었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바라는 삶과 꿈도 다르다. 세상에 그만큼 다양한 길이 있길 바란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내야할 소리를 내고 용감하게 살고 싶다, 혼자 말고 같이.

 

선생님은 아집을 버리라는 것이 논어의 중심 이야기라고 하셨다. 아집이 있는 사람은 잘 배우려 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을 가둔다면서, 생각을 가두지 않는 것이 진리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사람마다 가진 생각이 있고, 지키려고 하는 중심이 있다. 그 중심은 삶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심을 지키는 것과 아집은 어떻게 다른 걸까? 그 둘을 나누는 기준은 돌아 나올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순례를 떠나기 전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돈을 벌었지만, 계획했던 여행 경비보다 100만원이 모자랐다. 고민하는 나에게 부모님이 100만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 돈을 선뜻 받겠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이제 막 농촌에 들어와 농사로 생활비를 벌고 있는 우리 식구에게 100만원은 큰 돈이었다. 그런데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것을 다 혼자 힘으로 해내는 게 자립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건 자립이 아니라, 그냥 외로운 거야. 세상에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어. 때로는 도움을 주고, 때로는 받으면서 자기 삶에 담고 싶은 생각과 의미를 지켜가는 거지. 도움을 잘 받을 수 있어야 잘 나눌 수도 있어

 

나는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농부지만 농사 말고도 하고 있는 일들이 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나무를 깍아 무언가를 만들기도 한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마을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책을 읽고 독서 토론도 한다. 이웃들과 힘을 모아 달마다 인문학교를 열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음악회도 연다. 이따금씩 다른 지역에 초대 받아 노래 공연을 다녀오고, 농부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러 다닌다. 돈벌이가 되는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고, 내 삶을 채우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는 일이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보다

오늘 본 밤하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참고>

https://100in.tistory.com/3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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