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진화론 - 인간 행동에 숨겨진 도발적 진화 코드
로빈 던바 지음, 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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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은 생물학, 심리학, 경제학, 인류학 등 참 다양한 영역으로 발을 뻗는다. 이 책은 진화인류학과 교수가 썼다. 너무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보니 산만하지만 지적 자극을 주는 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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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바의 수

1950년대 이해로 사회학자들은 150명에서 200명 정도 크기의 집단에 중요한 경계가 있으며, 집단의 규모가 이보다 커지면 무단결근과 병가의 양이 불균형해져서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중소기업으로 꼽히는 고어텍스의 설립자 빌 고어는 사업이 성장하여 제품의 수요가 늘어났을 때 생산 공장의 규모를 키우기 보다 각각 150명 정도의 근로자로 구성된 하위 단위로 나누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것이 그가 사업에 성공한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공장 조직의 단위를 150명 이하로 유지한 덕분에 계층제와 관리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아도 되었다. 근로자와 관리자가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들기보다 상호 의무감이 뒷받침되어 서로 협력하는 사적인 관계로 공장을 운영한 것이다.

 

전통 사회의 마을 규모 역시 이와 비슷하다. 중동지역에서 발견된 기원적 약 6000년경의 신석기시대 촌락은 집의 수로 따져보았을 때 보통 120명에서 150명 정도를 수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1086년 월리엄 1세의 명령으로 작성된 토지대장의 기록으로 미루어 잉글랜드 마을의 규모 역시 150명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찬가지로 켄트를 제외한 18세기 잉글랜드 모든 마을을 주민 평균이 약 160명이었다.

 

공동생활과 재산의 공동소유를 강조하는 북아메리카의 종교적 근본주의자 집단 후터파와 아미시는 둘다 공동체 구성원의 수가 평균 약 110명이다. 이들은 한 공동체의 구성원이 150명을 넘으면 공동체를 둘로 나눈다. 이들은 한 집단 구성원이 150명을 넘으면 동료 집단의 압력만으로 개인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공동체를 하나로 유지시키는 힘은 상호 의무감과 호혜주의인데 150명이 넘으면 이 두가지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남자는 자기 얘기, 여자는 남 얘기

근처에 암컷이 나타나면 갑자기 꼬리를 활짝 펼치는 수컷 공작처럼 남자도 여자가 나타나면 자기 과시 모드로 태도를 바꾼다.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여자가 나타나면 그들의 대화가 어떻게 바뀌는지 잘 들어보라. 여자가 등장하면 남자들의 대화 방식은 극적으로 바뀐다. 이를테면 표현이 과장되고 여자의 웃음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대화 내용에 특정 분야에 관한 주제나 지식이 난무한다. 남자들의 대화는 경쟁이자 상대방에게 던지는 도전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는 승부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진화의 대가, 출산의 고통

인간을 제외한 모든 포유류 전반에 나타나는 기본 패턴을 따른다면 인간의 임신기간은 21개월이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실제 임신 기간은 9개월이다. 우리 조상은 커다란 뇌를 진화시키기에 앞서 먼저 직립보행에 적합한 신체 구조를 진화시켰다.

직립보행에 적합한 신체구조로 진화하고 나서 수백만년이 지난 뒤 그들의 후손이 뇌의 크기를 크게 진화시키려고 하자 사소한 문제가 불거졌다. 골반의 모양이 사발형으로 바뀌면서 산도가 극적으로 좁아졌던 것이다.

결국 우리 조상은 21개월의 임신기간을 9개월로 대폭 줄였다. 이는 아기가 상당히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난다는 걸 의미했다.

 

성 비율의 딜레마

14세기 말에 포르투갈 귀족은 상속에 관한 규정을 분할상속제(재산을 자식에게 똑같이 분배함)에서 장자상속(형제 중 가장 나이 많은 자식에게 전 재산을 물려줌)으로 바꾸었다. 추가로 취득할 토지가 바닥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제도를 시행한 지 단 몇 세대만에 문제가 생겼다. 재산이 없어서 신붓감을 구할 수 없는 아들들의 불만이 켜졌던 것이다. 게다가 포르투갈에서는 상류층이 하층민과 결혼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상류층 자식들이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기 시작했고, 결국 왕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왕은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 마젤란의 신대륙 탐험의 연장선으로 포르투갈에서 재산을 얻을 수 없는 젊은 터키인들을 외국으로 내보내 그곳에서 부를 쌓게 하는 해결책을 내 놓았다. 이것이 유럽의 대항해시대를 재촉했다. 15세기에서 16세기로 넘어갈 무렵에 장자를 제외한 나머지 아들들은 아프리카나 그보다 더 먼 지역에 묻혔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을

1960년대 옥스퍼드대학교에서는 학장이 면접을 보러 들어온 학생에게 공을 던져 뛰어난 학생들을 평가했다고 한다. 공을 놓치는 것은 안 좋은 징조고, 쓰레기통으로 드롭킥을 날리면 곧장 장학생이 되었다. 이런 방식이 거만한 대학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학업성취도 면에서 옥스퍼드대학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뽑은 학교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았다.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교육은 해당 분야의 신비한 지식을 기술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생각하고, 평가하고, 증거를 나열하고, 치우침 없는 객관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은행 매니저, 정치인, 기자, 공무원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일상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교육시키려면 먼저 사람들에게 지적인 호기심을 품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진학하는 동안 흥미와 질문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야 한다. 이를 간과하면 미래를 망치고 말 것이다.

 

다정한 키스?

키스의 목적은 장래 배우자의 유전적 구성을 시험하는 것이다. 인간의 면역시스템은 우리를 개별적으로 정의하며, 면역 시스템은 주로 주조직적합성복합체(MHC)라고 알려진 작은 유전자 집합으로 결정된다. MHC 유전자는 꽃가루에서부터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까지 우리 몸이 인지하고 퇴치할 수 있는 이물질의 범주를 결정한다. 특히 이 유전자 집합은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어서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며 우리 몸에 기생해 살면서 목숨을 위협하는 미시세계의 위협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은 상호 보완관계의 MHC 유전자를 가진 사람과 성행위를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신의 면역시스템을 보완해 줄 사람과 성행위를 하면 당신의 아이는 다양한 질병에 대항할 수 있는 광범위한 면역성을 갖고 태어난다.

침은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로 가득하다. 주요이뇨단백질(MUPs)로 알려진 단백질 집합도 포함되어 있다. 암컷 쥐가 MUPs의 차이로 수컷을 구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단백질은 몸에서 분비되는 모든 체액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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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읽어주는 여자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5
이은희 지음 / 명진출판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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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과학, 특히 생물을 재미있게 읽히는 사람이 있다면 최재천을 손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은희가 최재천 못지 않다.

 

소설(컨택트, 걸리버 여행기, , 인간동물원, 채소 마누라), 설화(이집트신화, 그리스신화, 중국설화, 연금술설화, 인도신화, 라푼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미녀와 야수, 당나귀 공주, 엄지 공주, 드라큘라), 영화(가타카, 타이타닉, 엘리펀트맨, 주니어, 미술관 옆 동물원, 니모를 찾아서, 에이리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일기까지 과학을 설명하는 재료로 사용한 점이 탁월하다.

 

특히 일반적인 적자생존의 진화론만 설명하지 않고 공생의 공진화론을 강조한 점도 따뜻한 과학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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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서로 이익을 위해서 시작한 공생이 결국에는 한쪽이 없으면 둘 다 존재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러한 공생이 진화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다. 바로 매사추세츠 대학의 유명한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다.

린 마굴리스는 아들 도리언 세이건과 함께 지은 생명이란 무엇인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진화의 원동력이 약육강식의 잔인한 피의 경합이 아닌, 서로서로 돕는 관계 속에서 발전한 공진화라고 주장했다.

마굴리스는 진화란 경쟁이 아니라 공존이라고 주장한다. 마굴리스의 이론에 따르면 이 세상 어떤 생명체도 하등하거나 열등하지 않다. 각 생물체는 각각 자신의 환경과 처지에 맞게 생존의 욕망을 실현시켰을 뿐, 더 나은 생명체로 발달하기 위한 중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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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더글러스 W. 모크 지음, 정성묵 옮김, 최재천 감수 / 산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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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자라면서 너무 싸운다. 한 아이는 엄마가 나머지 한 아이랑 한패가 되어 자신을 괴롭힌다고 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 의하면 일부 동물은 형제간에 싸워 죽이기도 하고 심지어 먹기도 한단다. 더구나 부모는 그걸 방관하거나 동조한단다. 심지어 어미가 자식을 죽이거나 먹기도 한단다.

 

그렇다면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에 형제간이나 부모자식간이나 죽음을 불사하고 싸울 수밖에 없단 말인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인간은 동물과 달리 피임을 하기 때문이다. 자식을 많이 낳아서 적자만 생존하게 하는 방식은 피임을 하지 않는 동물들에게나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피임을 통해 솎아내기(적자생존)의 자연법칙을 거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식을 하나만 낳아야 하는가? 왜 둘을 낳아서 싸우게 할까? 이 문제는 어떤 책을 읽어야 풀 수 있을까?


*원제는 햄릿의 첫 대사에서 따온 것 같다. more than kin, less than kind 그래서 해석이 어렵다. 과학은 문학만큼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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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상어 어미는 몸 속에 알을 낳는데, 알들이 부화하여 어미 몸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을 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어두운 자궁 속에서 새끼들이 서로를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아직 부화하지 못한 동생 알들을 찾아 먹어치우고, 몸집이 커진 배아들은 작은 배아들을 뜯어먹는데, 이 과정은 한 마리만 살아남을 때까지 계속된다.

 

수컷 가시고기는 보통 식음을 전폐하며 알을 지키고 관리하는데 온힘을 쏟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따금식 애지중지하던 알을 일부이긴 하지만 먹어치울 때가 있다.

 

마젤란펭귄은 두마리 새끼 중 눈에 띄게 한 마리만 편애하며, 로열펭귄은 아예 작은 알은 품지도 않고 둥지 밖으로 차버린다. 그런가 하면 재캐스펭귄은 새끼 두마리에게 달리기 경쟁을 시켜 빠른 놈에게만 먹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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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서재
최재천 지음 / 움직이는서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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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국민학교를 다녔다는 점, 수학을 못해서 희망했던 학과에 진학하지 못했던 점, 우울한 대학 생활을 농구를 하면서 달랬던 점 등에서 어찌 이렇게 나랑 닮았을까 싶었다. 그런데 우연히 미국 교수 부부의 한국 여행을 돕게 된 것을 계기로 유학을 꿈꾸고, 아버지는 아들의 유학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퇴직을 하는 등의 드라마틱한 사연은 참으로 달랐다. 서울대, 펜실베이아 주립대, 하버드대에선 학생으로 미시간대학, 서울대, 이화여대에선 교수로 화려한 이력이 펼쳐진다. 성공의 비결에는 평소 수업에 순종적이지 않고 독서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공부를 했다는 점에 중간중간 조력자의 도움이 결부된 듯하다. 아무튼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읽기엔 좋은 자서전? 제목이 서재인 건 잘못이다. 나중에 나온 통섭의 식탁과학자의 서재라고 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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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 큰아들이 유학을 가겠다고 하는데 사실 그놈하고 보낸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돌이켜보니 어렸을 때는 전방으로 주로 다녔고 또 나중에는 여기 포항제철에 근무하는 탓에 자식들과 늘 떨어져 살았지요. 이놈이 유학을 간다는데, 말로는 공부 끝내고 빨리 온다고 그러지만 그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녀석이 미국에 가기 전까지 얼마간이라도 살을 맞대고 살다가 보내고 싶습니다.”

어머니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는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큰 사랑에 가슴이 뭉클했다. (최재천, ‘과학자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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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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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의 과학으로 세상 읽기때문에 과학책을 많이 샀는데, ‘통섭의 식탁은 과학자가 읽으라고 하는 과학책이니 아니 사볼 수가 없었다. 결국 이 책 읽고 과학책 6권을 질렀다. 국민학교 때 발명반, 중학교 때 컴퓨터반, 그러나 고2때 이과로 배정되면서 어릴적 꿈인 과학기술자가 못되고 지금은 국어교사가 된 게 한동안 아쉬웠지만 통섭의 시대가 오면서 오히려 반전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자연과학만 과학이 아니라 사회과학, 인문과학도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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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인이 되겠다고 맘먹고 일찍이 문학을 가슴에 품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문과와 이과의 장벽을 사이에 두고 엉뚱하게 이과로 배정되어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분단의 아픔이 훗날 나로 하여금 과학자로 살면서도 끊임없이 인문학을 기웃거릴 수 있는 자유분방함을 선사할 줄은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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