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 불만족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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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머니가 크게 상심할까봐 오토다케를 보여주는 것을 최대한 미뤘다. 그리고 모자의 첫 대면에서, 모두들 어머니가 기절하거나 할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오토를 보고 웃으며 아이가 귀엽다고 했다...마을 사람들은 팔다리가 없는 그를 '곰인형처럼' 귀엽다고 아꼈다. 선생님들도 그가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어? 여기가 이지메와 원조교제, 음란비디오의 온상인 일본 맞나? 오토다케의 성장기를 읽으며 나는 일본의 또 다른 면을 봤다. 사진을 보면 팔다리가 없음에도 그는 전혀 왜소해보이지 않는다. 그의 쾌활한 표정에는 어깨를 쫙 편 당당한 젊은 청년의 자신감이 배어있다.

며칠 전,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연세대 재학시절 세계일주를 해서 화제를 모았던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 청년이 나왔었다.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하게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둘의 표정에는 어딘가 다른 점이 있다.오토다케의 얼굴엔 자연스러운 자신감이 비추는 반면, 그의 얼굴에는 세상에 대한 결의랄까, 오기 같은 것이 배어있었다. 그럴 수 밖에. 자라는 내내 그는 세상에 대항해서 '싸워야'했던 것이다. 장애인에게 세상이 투쟁의 대상이 아닌 '살만한 곳'이 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많은 사람들이 오체불만족을 읽고 무엇인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우선 나부터, 다시 읽고 더 많은 것을 깨달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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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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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는, 몇박 몇일로 여행을 하는 것보다 이 책을 읽는 편이 더 프랑스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도 읽지 못했고, 홍세화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에게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이방인'이 한 나라의 정수에 이렇게 명쾌하게 다가갈 수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네요.

건물의 지붕 밑이나 지하같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양봉을 하고 양어를 하는 사람의 예시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그런 기발하고도 실용적인 착상을 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물고기를 기르기 시작한 사람은 생길 지 몰라도 뒤이어 양봉을 하는 사람은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모두들 어장을 '따라 하기'에 바쁠 뿐, 다른 참신한 착상에는 머리를 쓰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정말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다른 나라를 따라잡기 위한 책도 많고, 요즘은 간간이 외국사람이 우리 나라를 비평하는 책도 나오고 있지요. 그런 책들은...정말로 객관적인 평가일지 모르지만 뒤끝은 좀 쓰지요. 하지만 '세느강은...'을 읽고 나면 할아버지께 회초리를 맞은 것 같이 뒤끝 없는 반성이 따릅니다. 그리고, 꼭! 한번쯤 파리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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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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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을 두 번 읽었습니다. '은희경'이라는 작가를 몰랐을 때 한 번, 그 이름의 가치를 인정한 후에 한 번. 우습게도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이 180도 바뀌더군요. 작가를 모르고 읽었을 때는 대충대충 책장을 넘겼습니다. 주인공 여자가 왠지 잘난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니꼬운 심정이 들더군요. 그런데, 은희경의 작품을 여러 편 읽은 후에 다시 읽었을 때는 그 잘난체하던 여자가 얼마나 불쌍하고 심약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희가 마음에 든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꼽다'에서 '불쌍하다'로 감정이 바뀌었을 뿐. 그녀의 생활방식은 페미니즘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전한 쾌락 지상주의도 아닙니다. 저는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덩달아 다른사람까지 상처입히는 것에는 절대로 찬성할 수 없습니다. 진희는 차라리 윤선에게 삶을 배워야합니다. 허튼소리로 사랑의 부재를 읊을 필요가 없지요. 윤선은 부도덕하지만 적어도 건강한 욕구를 가진 사람입니다. 필요한 만큼 사랑에 빠지고, 그것이 거짓인 줄 뻔히 알면서도 즐기고, 눈물자국 없는 깨끗한 얼굴로 제자리에 돌아가는 윤선이야말로 '사랑은 없다'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에스프레소 커피처럼, 씁쓸하고도 긴 여운이 남는 소설입니다. 그런 진한 커피에 어떤 사람은 완전히 매료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입에 대지도 않지요. 이 책에 대한 감상도 그렇게 극과 극일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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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동물 이야기
잭 캔필드 외 지음, 이상원 옮김 / 푸른숲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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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캔필드가 펴낸 책을 대부분 보고, 감동도 받았다. 하지만 어딘지 석연치 않고, 금방 잊혀지는 감동이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문화와 생활환경 자체가 다른데서 오는 이질감이 아닐까 싶었다. 같은 이유로 이 책이 주는 감동의 여운은 길었다. 동물이 주는 조건 없는 애정은 만국 공통이라고나 할까. 개에게서 배워야할 점 같은 글은 위트와 유머가 넘치면서도 정곡을 콕콕 찔러서, 한동안 책상 앞에 붙여놓았을 정도이다.

제일 감동적이었던 것은, 두 개의 영혼이 주인을 구해주는 이야기였다. 신화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이 단편은 실화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서 눈시울을 아주 뜨겁게 한다. 101가지 이야기와 닭고기 스프를 읽고 좋은 느낌을 받은 독자라면 꼭 읽어보아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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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의 네딸들 1
신일숙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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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A4를 처음 읽은 것이 92년이었는데, 이미 나온지 꽤 된 작품이었으니...야, 10년도 더 지난 옛날(?)에 시작된 작품이네요. 그 때는 정말 신일숙님의 손을 한 번 구경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그림을 예쁘게 잘 그리나 궁금해서요.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보니, 초반의 그림들은 조금 유치하다고나할까요...진짜 '순정'만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많은 작가들이 그의 그림을 교과서 삼아서, 어느새 '전형적인 순정만화'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아름다운 캐릭터들, 풍부한 상상력, 탄탄한 줄거리... 칭찬을 하자면 끝이 없네요. 하지만 A4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다양한 꽃미남들!!! 취향에 따라 골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무수한 꽃미남들이 나옵니다. 에일레스와 미카엘은 '흑발냉미남', '금발온미남'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내며 순정만화 캐릭터에 일대 획을 그었지요. 에~ 저는 누구를 좋아하냐면, '글라우커스'입니다. 앞에 나서지 않는 지극한 사랑과 따뜻한 보살핌... 진짜로 멋있어요.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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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구르르르~~ 2004-05-1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이 가물거린다.. ㅡㅡ;; 어쨌든 1권이랑 마지막 권 비교해보면 진짜 신일숙의 그림체 변천사를 한번에 알 수 있다지. 별빛속에와 더불어 내인생 최고의 작품!! (20세기 소년은 아직 안 끝나서 무효..) 너무너무 감동.. 흑..

진/우맘 2004-05-12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세기 소년...그거, 재밌나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