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이 책을 두 번 읽었습니다. '은희경'이라는 작가를 몰랐을 때 한 번, 그 이름의 가치를 인정한 후에 한 번. 우습게도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이 180도 바뀌더군요. 작가를 모르고 읽었을 때는 대충대충 책장을 넘겼습니다. 주인공 여자가 왠지 잘난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니꼬운 심정이 들더군요. 그런데, 은희경의 작품을 여러 편 읽은 후에 다시 읽었을 때는 그 잘난체하던 여자가 얼마나 불쌍하고 심약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희가 마음에 든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꼽다'에서 '불쌍하다'로 감정이 바뀌었을 뿐. 그녀의 생활방식은 페미니즘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전한 쾌락 지상주의도 아닙니다. 저는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덩달아 다른사람까지 상처입히는 것에는 절대로 찬성할 수 없습니다. 진희는 차라리 윤선에게 삶을 배워야합니다. 허튼소리로 사랑의 부재를 읊을 필요가 없지요. 윤선은 부도덕하지만 적어도 건강한 욕구를 가진 사람입니다. 필요한 만큼 사랑에 빠지고, 그것이 거짓인 줄 뻔히 알면서도 즐기고, 눈물자국 없는 깨끗한 얼굴로 제자리에 돌아가는 윤선이야말로 '사랑은 없다'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에스프레소 커피처럼, 씁쓸하고도 긴 여운이 남는 소설입니다. 그런 진한 커피에 어떤 사람은 완전히 매료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입에 대지도 않지요. 이 책에 대한 감상도 그렇게 극과 극일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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