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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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전국에 독서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 TV프로그램에서 공지영 작가가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소설을 많이 읽으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나요?(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대충 그런 요지였습니다.^^)

특별히 부유하게 자란 것은 아니지만, 굶주려 본 적 없이 남 하는 건 대개 하며 살아온 나에게는 '우동 한 그릇'이 그런 능력을 배양시켜주는 대표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하지만 누군가 3시간에 걸쳐 가난한 자들의 비애나 모성애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해도 미처 깨닫지 못했을 감정을 그 30분동안 한꺼번에 느꼈습니다.

아직도 나는 사람이 덜 되었는지, 타인의 생김새나 차림새로 사람됨을 단정짓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문득 우동 한 그릇이 떠오르면, 내가 방금 남몰래 무시했던 그 분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따뜻한 심성을 지녔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집니다. 우동 한 그릇,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이 더해지는 참 좋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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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하게 살고 싶다
김지룡 지음 / 명진출판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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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의 마지막장을 덮는 나의 솔직한 감상은 '실망'이었다. 작품성이나 작가의 의식에 대한 실망이 아닌, '기대보다 안 야하다'라는 실망.^^;; 애초에 불순한 의도로 책을 집어들었으니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를 내리는 것도 부끄럽다. 그저 내가 기대했던 '재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읽는 동안은 그럭저럭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장을 넘기면 앞 장의 이야기는 까맣게 잊혀질 정도로 인상 깊은 부분이 없었다.

일전에 전여옥씨가 쓴 '일본은 없다'의 경우 객관성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한 개인이 느낀 일본이라는 나라의 민족성이라는 확실한 주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일본의 성풍속도를 이야기하자는 건지, 자신을 까발림으로써 뭔가를 확실히 하고자 하는 건지... 소재는 파악이 되는데 끝까지 주제를 알 수가 없었다. 주제 파악에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나는 솔직하게 살고 싶다'라던 제목. 쩝. 하긴, 언제부터 내가 책의 주제를 따지면서 읽었던가. 그냥 세상엔 이런 종류의 책도 있거니...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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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정호승 글, 박항률 그림 / 열림원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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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를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정말 초보 도공의 손에서 태어나 이런저런 생활을 전전하는 전통 도기처럼 소박하고 담백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그래서 내내 세련되고 화려한 이야기들에 길들어 있던 저에게는 촌스럽고 심심하게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이야기들의 표면, 줄거리만을 훑어 읽었거든요. 별다른 반전도 없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런 첫 만남 이후로 일 년즈음 지났을 때, 시간 많고 지루한 내 손에 우연히 들린 '항아리'. 줄거리를 다 알고 있으니 다시 읽으면 재미없겠다...하면서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다보니 처음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더군요. 이야기 속에 감춰진 비유들을 나름대로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고, 그런 비유에 엇대어 지난 기억들을 떠올려보는 맛도 각별했구요. 재미를 기대하기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교훈'을 발견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고루한 방식이, 항아리의 참 맛을 읽는 방법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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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부일처제가 싫다
임혜숙 지음 / 서울문화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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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와 닿는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여다보고, 재미 없다 싶은 부분은 그냥 술렁술렁 넘기면서 즐겁게 읽어낸 책입니다. 결혼과 성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신선하고 충격적이기 보다는 담담하다고나 할까요... 여자와 남자의 편가르기가 아니라 정말 '인간'이라는 출발점에 잘 맞춰 출발하려는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게다가 자칫 심심해질 수 있는 부분에서는 아줌마다운 독설어린 입담을 발휘해서 통쾌함을 전해줍니다.

학문과 논리로 점철된 것보다, 이렇게 한 개인, 한 여성의 시각에 담긴 사실들이 어떻게 보면 '진짜 페미니즘'이 아닐까 싶네요. 책장을 덮고 나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통렬한 고민을 하기보다는, '그래...이런 생각도 있구나' 느끼고는 멋있는 부분은 살짝 내 것으로 다듬게 해주는 편안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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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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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생활을 잠깐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MP3를 갖고 싶어, 치마가 하나 더 필요한데, 이 책도 샀으면 좋겠다. 울 애기도 저런 큼직한 인형이 하나 있었으면... 수많은 '필요한 것'들. 그런데, 그게 정말로, 진실하게, 나의 삶에 필요한 것일까? 그런 물건들이 나의 삶을 풍요롭고 가치있게 해주는 것일까? 환경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자연을 해치는 인간의 무지에 분개하면서 설겆이 할 때는 거품이 듬뿍듬뿍 나야 좋은 나. 자연 속에 묻혀서 말 그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부부의 삶은 여러 각도에서 나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돌아보고는 그 뿐. 그들의 삶이 온당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 삶의 철학적인 의미를 고민하거나 본받아 따르기에는 내가 너무 지금의 생활에 푹 젖어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직도 나는 MP3가 치마가 책이 인형이 갖고 싶다고 느끼고 있는 걸요. 이 책을 읽고 세탁할 때 세제를 조금만 쓰고, 양치질할 때는 꼭 컵을 써야겠다는 소심한 결론을 내렸다면...니어링 부부는 어이 없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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