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정호승 글, 박항률 그림 / 열림원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항아리'를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정말 초보 도공의 손에서 태어나 이런저런 생활을 전전하는 전통 도기처럼 소박하고 담백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그래서 내내 세련되고 화려한 이야기들에 길들어 있던 저에게는 촌스럽고 심심하게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이야기들의 표면, 줄거리만을 훑어 읽었거든요. 별다른 반전도 없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런 첫 만남 이후로 일 년즈음 지났을 때, 시간 많고 지루한 내 손에 우연히 들린 '항아리'. 줄거리를 다 알고 있으니 다시 읽으면 재미없겠다...하면서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다보니 처음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더군요. 이야기 속에 감춰진 비유들을 나름대로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고, 그런 비유에 엇대어 지난 기억들을 떠올려보는 맛도 각별했구요. 재미를 기대하기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교훈'을 발견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고루한 방식이, 항아리의 참 맛을 읽는 방법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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