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4
존 버닝햄 글, 그림 |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고르는 기준엔 여러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특히 작가를 보고 책을 고를 경우,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서...]하는 이유도 있지만 가끔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기본은 하는 믿을만한 작가라서...]의 이유도 있지요. 굳이 영화에 비유하면, 성룡이 제작한 영화는 기본적인 재미는 항상 보장되잖아요.

사설이 긴 이유는? 요즘 존 버닝햄의 책에 대한 리뷰를 자주 쓰는데, 매번 [존 버닝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하기가 좀 민망해서 랍니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매번 아이에게 읽어주고 리뷰를 쓰느냐?고 자신을 질책하면서 얻은 답변이라고나 할까요. 존 버닝햄이 기본은 하는 작가, 믿을만한 작가인 것은 분명합니다.(그렇다고 그림책계의 성룡이라고 비유하는 건 아닙니다!^^)

시즌에 기막히게 찾아 온 <크리스마스 선물>도 기본이 튼실하고 존 버닝햄의 특성이 잘 살아있는 그림책입니다. 세상 아이들에게 선물을 다 전하고 집으로 돌아 온 산타 할아버지, 녹초가 된데다가 순록 한 마리는 배탈까지 났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쩌지요! 머나먼 롤리폴리 산에 사는 하비 슬럼펜버거(이거 발음하기 무지 힘들답니다)에게 선물을 주는 걸 깜박한겁니다. 그래서 썰매 없는 산타의 각종 교통기관 체험기가 시작되지요. 비행기-자동차-오토바이-스키-등산가의 밧줄까지... 버닝햄은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흥분하는지 정확히 알고 적절히 사용하는 작가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에도 같은 말의 반복, 여러 가지 교통기관의 순차 배열 같은 요인들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지요. 그래서 글의 분량이 꽤 되는데도 딸아이는 끝까지 잘 집중합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되풀이되는 대화글을 읽다보면 저 역시도 반복의 미학에 빠져 묘한 흥분과 재미를 느끼고는 한답니다.

산타와 크리스마스에 대한 책이 쏟아지는 요즘, 옥석을 고르는 것이 만만치는 않지요? 그럴 때는 [기본은 하는 믿을만한 작가, 존 버닝햄]의 책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혹여 아직도 [만화]라는 장르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파페포포와 만나기를 꼭 권해주고 싶네요. 만화 속에서도 사랑과 일상에 대한 가볍지 않은 상념들이 담길 수 있다는 걸 알게될테니까요. 영역분류를 초월해서 어떤 책이든 [예쁜 것]에는 미치는 저...최근에 만난 여러 종류의 책(내 책, 아이 그림책, 만화책 등등등) 중 [가장 예뻤던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그렸을까요? 컴 작업도 했을까요? 어쩜 그렇게 캐릭터와 색깔이 예쁠 수 있습니까...감탄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칭찬만 늘어놓으면서도 별 하나를 뺀 이유는 책이 아니라 책과 만난 시점에 있습니다. 원태연에 미치던 스무살즈음에 파페포포를 만났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이제 서른이 다 되어가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200% 공감하고 빠져들질 못하겠더라구요. '해리포터엔 푹 빠지면서, 파페포포는 왜?' 자문해봤지만 아직 답을 모르겠습니다. 혹여, 해리포터는 일상을 완전히 초월하는데 반해 파페포포는 지나가버린 시간...다시 붙잡기 힘든 사랑의 시간이기 때문은 아닐까...생각해 볼 뿐.

그냥 오랜만에 만난 예쁜책으로만 기억하렵니다. 그것만해도 파페포포와 함께 한 시간은 충분히 가치있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땅꼬마 산타클로스
헨리케 빌존 그림, 아누 슈토너 글, 이현정 옮김 / 달리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 들렀는데, 운 좋게도 새 책 무더기가 막 풀리고 있었다. 깨끗한 새 책을 처음으로 대출하는 그 기분은~^^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그림책이 여러 권 있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결국은 처음 보는 이 책을 들고 나오게 되었다. 그림도 포근하고 내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크기에 홀딱 넘어가버린 것이다.

커다란 그림책을 보면 무조건 끌린다. 책꽂이에 안 꽂아져서 눕혀 놓아야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가끔 아이가 올라타고 봐서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큰 책'은 유명작가나 예쁜 그림보다도 더 구매를 충동질한다.

집에 가서 딸아이에게 읽어주었는데, 얘가 시즌에 둔감한가? 반응은 그저 그렇다. 작다고 어린이들에게 찾아가지 못하는 땅꼬마 산타가 숲속 동물들의 산타가 되는 이야기. 교훈도 많고 정겹긴 한데, 아이들을 열광시키는 1%의 어떤 것...재미있는 표현이 조금은 부족해서 약간 심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림책이 꼭 읽어야만 맛인가. 누워서 펼쳐들고 그림만 봐도 좋다. 큼지막한 그림에는 차가운 눈 마저도 포근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긴...오래 보니 팔은 좀 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부영 Snow (Paperback + Tape) -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노부영]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362
유리 슐레비츠 지음 / JYbooks(제이와이북스)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스노우는 그림이 너무 아름다운 책입니다. 온통 회색이었던 도시가 눈과 소년으로 점점 생기를 띄는 모습이, 맑은 느낌의 수채화로 표현되어 있지요. 다양한 화면구성으로 적절하게 들어간 여백도 그 아름다움을 한결 돋보이게 합니다. 저는 책을 넘기며 그림만 봐도 행복해 진답니다.^^

내용도 아주 간단합니다. 페이지 당 기껏해야 한 줄이 채 안 되지요. (하지만 눈송이가 날리는 모습을 표현한 다양한 단어들이 낯설어서 읽어 주기 전에 제법 사전을 뒤져야 했답니다.) 그렇다고 그냥 쉽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날리는 눈송이를 보고 눈이 온다고 외치는 아이와, 그런 하찮은 것은 눈이 아니라고 무시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거든요. 유리 슐레비츠의 다른 책들처럼, 제법 철학적이지요.

함께 들어 있는 테잎에서는 잔잔한 음악과 더불어 이웃의 할아버지(혹은 아저씨)인 듯 한 다정한 목소리가 책을 읽어줍니다. 그림과 내용의 분위기에 꼭 알맞는 푸근하고 서정적인 구연이지요. 사그락, 책 넘기는 소리마져도 배경음악인 듯 정겹습니다. 하지만, 사실 아이의 반응은 담담하네요. 이전에 접한 구연들이 모두 노래나 챈트가 곁들여진 흥겨운 것이라, 거기에 길들여졌나봐요. 그래도 테잎을 틀어놓고 엄마가 동시통역(?)으로 읽어주면 그 분위기 자체를 제법 즐기는 모습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의 온갖 지저분함에 찌들었던 머리와 마음이 한결 정화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른 분들도 모두 저와 같은 느낌이라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 버닝햄, 너무도 유명한 이름이지만 전 개인적으로 그의 그림책 세계를 이해하기가 어렵더군요. 예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림도 그렇고, 쉽고 단순한 듯 하면서도 심오한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글도 그렇고... 그래서 <지각대장 존>도 유심히 살펴보질 않았습니다. 이번에 아이와 함께 보게 된 이유도, 사실은 도서관에서 대출할 것이 마땅치 않아서 였습니다.

그런데 왠걸, <지각대장 존>,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책이네요. 반복의 재미를 살리려고 일부러 길게 지은 듯한 존의 이름(몇 번이나 읽어줬는데 아직도 외우질 못해요^^)부터, 가볍지 않은 주제를 은근히 일깨우면서도 코믹한 상황 연출까지...아이와 엄마에게 각자 다른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독특한 책입니다.

천장에 고릴라와 매달린 선생님을 보고도 '우리 교실 천장에 고릴라 같은 건 살지 않아요, 선생님.'하는 존의 모습에서, 저는 통쾌함과 동시에 서늘한 한기마져 느껴지더군요. 상상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심결에 짓밟는 어른들 때문에 변해가는 존, 혹시 나도 은연중에 선생님 같은 말과 행동을 내뱉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였습니다

하지만, 엄마 머리속의 이런 복잡한 감상과는 상관 없이 딸아이는 까득거리며 좋아합니다. '천장에 고릴라가 진짜 있는데, 그지?' 상황 그대로의 반전과 유머만을 즐기고 있는 거죠.(아니, 그건 모르겠습니다. 이 꼬마 아가씨의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지 알게 뭐예요. 섣불리 넘겨짚지 말자!)

요즘 들어 질리지도 않는지 매일매일 책꽂이에서 뽑아 오는 책입니다. 대출기간이 끝나가는데, 어쩌면 사 주어야할 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유명한 데엔 이유가 있나봅니다. 이젠 존 버닝햄의 다른 작품들에도 조금은 더 애정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