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알라딘 알콜대상

 

 

 

 

 

술을 마실 때, 난 늘 이런 말을 한다. "나라도 경제를 살려야 해!"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술을 마시는 진짜 이유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얘기를 하기 위해 꼭 술을 마셔야 할까?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남자끼리, 혹은 여자랑 있다해도, 차 한잔을 놓고 서너시간 씩 얘기를 하는 건 영 불편하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해서 서재 이름도 '참이슬이 있는 서재'지만, 내 주량은 그다지 세지 못하다. 소주 두병이면 기본은 하는 거지만, 결코 잘 마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건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술을 마신다는 거. 일년에 300번을 넘게 술을 마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거다. 그런 꾸준함이 있기에 내가 친구들로부터 존경받는 게 아니겠는가?

서재를 돌다보니 알라딘 분들 중에는 굉장한 주당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알고나니, 술일기를 쓰면서 소주 한두병 마신 것까지 일일이 카운트를 하는 게 좀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내가 술일기를 쓰는 건, 술읽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읽고자 함이지만...). 그 주당들 몇분을 소개하고, 왕중왕도 뽑아보도록 하겠다.

1. 검은비님(가명 아님)
검은비님은 예술가다. 예술과 술은 원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그래서인지 무지하게 술을 잘하신다. 검은비님이 최근 쓰신 글의 한 대목이다.
[저녁 먹으러 들어가서부터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셨다. 거의 10시간 가까이.....나도 한 술 하지만 그 인간도 장난 아니였다. 둘 다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술 마시고 하다보니 창이 훤해졌다. "너처럼 징하게 술 마시고도 멀쩡한 인간 첨 본다. 젊은게 좋긴 좋구나~~!!" 하더니...먼저 두 손 들고 잠자러 자기방으로 돌아갔다. 사실 나도 많이 취해있었지만 난 취하면 바보가 되는 기분이 들어 의식적으로 취기를 몰아내곤 한다. 그러다가 하다하다 막판까지 가면 그냥 기절한다. 하하하...왠만하면 기절전에 집으로 가지만]
새벽 다섯시까지 열시간이나 술을 마시다니! 정말이지 존경스러운 분이다. 자주 술을 안마셔서 그렇지, 한번 마시면 모든 사람을 맛가게 만드는 전설의 검객 검은비님. 왕중왕의 유력한 후보다.

2. 연보라빛우주님
젊음의 패기로 무장한 우주님의 글이다.
[간만에 맥주를 많이 마셨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던 고로 시종일관 웃었다. 술버릇 중, 하나는 웃는 거니까. 대부분 술을 많이 마시면, 목소리가 커지고 괜시리 더 웃음이 많아진다. 오늘은 이 첫번째 증세가 나타났다. 여타 다른 증세는 좀 추하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아니면 가끔 울기도 한다. 기분이 아주 다운되었을 때 그렇다. 대부분은 그냥 웃기만 한다]
글의 내용으로 보건대, 우주님의 주량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원래 술을 잘마시는 사람은 독한 술을 좋아하기 마련이다(물론 전 야구선수 김인식 같은 사람은 생맥주를 16,000cc를 마셨다고도 하지만). 아쉽게 탈락!

3. 플라시보님
호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플라시보님은 '한술' 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내가 꼭 넘어야 할 벽으로 생각하고 있다. 플라시보님의 글이다.
[우리 네명은 집 근처에 있는 횟집으로 가서 회를 하나 시키고 둘러앉아... 소주잔을 돌리기 시작했다. 소주가 한병에서 두병 다시 네병 다섯병 마구마구 늘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술이 알딸딸하게 된 류모양이 병돌리기를 하자며 발악을 했고 우리는 그때부터 병을 돌리고, 못 먹겠다고 버티고, 흑기사 없냐며 울부짖고, 이건 내쪽이 아니라 니쪽이라며 우기기의 향연을 시작했다. 10시에 시작한 술자리는 그렇게 새벽 2시까지 이어졌고 2시가 넘어서서야 일행들은 집에 가야한다며 슬슬 일어나기 시작했다]
글을 보니 친구분들도 다 한술 하는 것 같지 않는가? 진정한 강자는 조용히 술잔을 비우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울부짖으면서 마시는 사람이 더 강한 법이다. 플라시보님의 또다른 무용담이다.

[예전에는 그런걸 몰랐었다. 조금 허름한 집에서 소주를 먹는 맛을 말이다. 나는 언제나 깔끔하고 깨끗한 Bar들만 골라 다녔고 병째 마시는 술은 맥주 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양주를 병째 시켜놓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인간들이 무식해 보이듯 소주도 빈병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마시는건 역시 무식해 보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흰 와이셔츠에 조끼까지 챙겨입은 예쁜 언니가 아닌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서빙인지 손님 접대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막 말을 붙이고 먹는 법 까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가계에서 소주를 먹는것도 참 괜찮다는걸 말이다....셋이서 대게에 소주를 마셨다. 하도 간만이라서 초장에는 좀 주춤했지만 이내 몸이 소주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는 대게 한 접시를 비우면서 소주를 2병에서 3병 그리고 4병으로 이어갔다.  2차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4시였다. 요 근래의 내 생활에서는 드물게 오랫동안 술을 마신 날이었다]
내 약점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거다. 기껏해야 새벽 두시가 고작이다. 게다가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면-전문용어로 '소맥'이라 한다-십중팔구 필름이 끊긴다. 그런데 플라시보님은 셋이서 4병을 마시고 다시금 맥주를 마셨다니, 나보다 한수 위다. 몸을 만들기 전까지는 대결을 회피하는 게 좋겠다.

4. 진우맘님
진우맘님은 술을 그다지 잘 못마실 것 같다. 연약해 보이는 외모가 그런 착각을 더욱 부채질한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니다. 진우맘님이 쓰신 '음주공적'의 일부다.

[처음 떠난 MT...술이 떨어졌다. 한 학번 선배와 내가 매점으로 술심부름을 가게 되었다. 소주를 사들고 돌아서는데, 선배가 꼬신다. "야, 우리, 이거(소주병) 완샷 한 번 해볼까?" 흠...이 선배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가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개구리 같다고나할까...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나중 얘기로는, 설마 한다고 할 지 몰랐단다. 당시 나는 그것이 <매우 재미있을 것>같았다.(미쳤지... -.-) "넷!" 대답하고는 "하나, 둘, 셋!" 센 후 병채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선배는 반 병을 채 못 마시고는, 내가 금방 그만두겠거니...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멈출 기미가 안 보이고, 병이 점점 비어가자 갑자기 내가 죽을까봐 겁이 덜컥 났더란다. "야, 그만해, 그만!" 끌어말렸지만 그 땐 이미 텅 빈 소주병. 멀쩡한 나는 "헤, 내가 이겼죠?"하고는 돌아서 걸었다. 허어.... 하긴, 내가 그날 끝까지 멀쩡했던 것은 아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필름은 끊겼다. 다음 날 동기에게 들으니 호수에서 배 타고 싶다며 한밤중에 물가의 배를 미는 내 다리에 이 녀석, 30분이 넘게 매달려 있어야 했단다. ㅎ...ㅎ...ㅎ...]
소주 한병 가지고 맛이 가다니, 이런 말을 하시는 분이 있을지 몰라도, 한병을 원샷하는 건 밤새 소주 네병을 마시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은 없고,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아는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을 봤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진우맘님의 실력은 다음 글에 나온다.

[음주공적 2탄. 소주 네 병 반. ----- 이것은, 음주공적이 아니라 음주 기록에 가깝겠다. 네 병 반, 내가 마시고도 필름이 안 끊기고 말짱했던 최고 기록이다. 명지대 원어 연극을 구경갔던 뒤풀이, 친구와 나는 왠지 그 날 술이 잘 받았다. 빠른 속도로 신나게 먹고 있는데, 내가 얼추 추정한 것이 네 병 반. 더 먹을 수 있었지만 처음 가 본 동네에서 차 끊길까봐 그냥 일어나야 했고, 평소 주량을 한참 오바했는데도 말짱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심지어, 다음 날 새벽, 어설프게 술이 깨면서 잠까지 안 와서 5시 반에 일어나 목욕탕까지 갔다. <주량>의 정의는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평균 음주량일 것이다. 그러나, 혹여 주량이 마시고 취하지 않을 수 있는 최대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주량은 그 때 소주 네 병 반이었던 것이다. -.-]
집 근처였다면 아마도 다섯병을 넘게 마셨을 것이다. 고려대 농구감독이던 박한 씨는 셋이서 99병을 마시고 100병을 채우려고 가게를 헤매다 통금에 걸렸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보통 사람에게 다섯병은 거의 치사량이다. 그런데 그 갸냘퍼 보이는 진우맘님이 바로 그 전설의 다섯병을 마시는 분이였던 것이다. 하지만...다음 글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일찌감치 속이 가서 대학 2학년 무렵부터는 은퇴 선언을 해야했다. 내 음주 전성기는 짧고도 화려했던 것"
하지만 사자는 속이 가도 사자이고, 사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 법, 진우맘님이 다시 날라올라 커다란 날개로 세상을 어둡게 할 그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왕중왕의 강력한 후보로 등록.

5. 앤티크님
[나는 주량이 소주 반병 남짓 되는터라, 두사람이서 한병을 채 비우고 오지 못할 때가 많았다. 혈기왕성할 땐, '아까운 술을 이렇게 남길수야 없지!'라며 남은 술을 어떻게든 들이붓고 흩어졌지만, 한해 한해 지날수록, 몸도 따라주지 않고, 괜한 오기인 것만 같아, '음, 왠지 마음이 안좋은데'라며 술이 조금 남은 병을 뒤로 하고 돌아서곤 했었다]
앤티크님은 전형적으로 술을 못하시는 분이다. 반병이 한계고, 그나마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그만 두었으니 말이다. 탈락.

6. 파란여우님
낭만과 풍류를 아시는 파란여우님은....[의외로(?) 술을 잘 못한다. 소주는 2잔이상, 병맥주는 글라스로 2잔, 생맥주는 500cc, 양주는 스트레이트 잔으로 1/3 이상 마시면 치사량이다. 취하는 첫번째 증상, 어지럽다. 둘째, 다리가 공중에 붕 뜬것처럼 가벼워 진다. 셋째, 졸립다. 넷째, 실실 웃으며 횡설수설한다. 다섯째, 머리가 아파진다. 여섯째, 아무대나 기대어 자야 한다...]
사실 술을 못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밥을 많이 먹는 게 자랑이 아니듯, 술을 많이 먹는 것도 자랑은 아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술을 잘하는 사람 중엔 나쁜놈이 없다느니 하면서 술을 못마시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앤티크님, 우주님, 파란여우님, 세상은 술 말고도 많은 즐거움이 있답니다. 기죽지 마시고 즐겁게 사시길! (참고로 술 못마시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사람은 바로...나다!)

7. 마냐님
기자와 술을 연결시키는 사람이 많다. 현직 기자이신 마냐님은 과연 술을 얼마나 마실까? 마냐님의 말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술이 싫다. 대학시절 내 주량은 대충 소주 2병 정도인듯 하다. 하지만 그 시절 단 한번도 정신을 잃어본적도 없구 늘 동기, 후배 챙기는게 내 몫이었느니...뭐 따질 것두 없다..다만 그 시절 김치찌게에 소주..그 것만으로도 늘 즐겁게 술독에 퐁당 빠졌다]
아니 소주를 두병이나 마시고, 즐겁게 술독에 빠지셨던 분이 왜 술이 싫다고 하는 걸까? 다음 대목을 읽어보자.

[내가 술을 싫어하게 된 시발점. 당시 우리 캡(사회부 경찰기자 우두머리다)은 술을 무척이나 좋아했구..대략 주5회 정도 술을 마셨던 거 같다. 물론 거의 날마다 폭탄을 돌렸다. 더구나 울 캡의 특징은 '점호'. 대략 자정부터 사람을 챙겼다. 없는 놈, 즉 달아난 놈이 있으면 남아있는 모든 인간이 피곤한 밤을 보내야 했다. 정말 쪽팔리지만..캡의 랜드로바에 술을 돌리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고 끔찍하다...

이어 어찌저찌 돌다가 K부장을 모시고 경제부 기자 하던 시절. 그 전설적인 K부장은 폭탄주 기본이 10잔이었다.(99년이던가..K부장은 360일 폭탄을 마셨다고 했다) 나두 당근 10잔을 마셨구..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술 좀 한다 했지만 사실 10잔 마시면 죽는다. 난 대체로 3~4잔 마신뒤부터 슬쩍 빠져나가 목구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런 식으로 10잔 버틸때까지..2~3번은 오바이트 하면서 계속 마셨다. 뭐, 그 당시만해도 나 혼자 홍일점인데...못 마신다고 빼기도 뭐했구...어쨌거나 버티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럭저럭 기자 술자리 10년 경력 쌓고 나니..정말 술이 싫다]
그렇다. 아래 사람들을 술로 괴롭히는 상사들이 즐겁게 술을 즐기던 마냐님을 술에 대해 혐오감을 갖도록 만든 거다. 아니 그 아까운 술을 왜 억지로 먹인담? 술을 누가 쏟을까봐 소주 한잔을 따르고 난 다음에도 일일이 뚜껑을 덮는 나로서는 그렇게 술을 낭비하는 게 이해할 수 없다. 돈까스를 내가 두 개 먹었으니 너도 두 개 먹어라, 이렇게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은 있다...). 그런데 술은 왜 그러는 것일까? 타고난 저마다의 능력과 소질이 다른데. 난 정말 그런 사람이 싫다. 술을 잘 마시는 나도 그러는데, 술을 못마시는 사람은 회사 생활이 얼마나 싫을까? 마냐님, 거의 병영사회에 가까운 우리나라에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마냐님의 아드님은 그런 세상을 모르고 살 겁니다.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아 모든 분을 후보로 올리지 못한 것, 사과드린다. 자, 그러면 이분들 중 왕중왕을 뽑겠습니다. 횟수와 무관하게 주량만 가지고 선정을 하겠습니다. 그래서 다섯병을 마신 진우맘님과 10시간을 마신 검은비님이 최종 경합을 벌인 끝에...짜자잔!!!...짜자자자잔!.............진우맘님이 영광의 알라딘 알콜대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습니다. 짝짝짝!!

상패: 알라딘 알콜대상
내용: 귀하는 타고난 주량으로 소주를 마셔 왔으며, 그 어렵다는 원샷까지 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보여 주셨기에 이 상을 수여합니다.
-성실한 알콜중독 마태우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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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2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ㅏ ㅎ ㅏ ㅎ ㅏ....
뭐, 상이란 좋은 거 아닙니까? ^^;;;;

연우주 2004-03-26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푸하하하하.
 

저는, 벌써 하신 줄 알았지 뭡니까? ^^ 친근해진 상태에서 검사결과를 내려니, 뭐라할까....좀 어색하군요. 결과에 님에 대한 제 느낌도 개입될 것 같구요. 하지만, 어차피 심각한 정신분석도 아니니 쓰는 저도 읽는 님도 부담 없기. 어때요?^^

CP-16점. 비판적인 어버이로서의 자아 점수입니다. 혹시, 평소에 아영이랑 혜영이 자주 야단치시나요? 하긴, 저 '자주'는 참 모호한 기준이죠. 고 또래 아이들 키우면서 하루에 몇 번씩 소리 안 지르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CP 점수가 높은 분들은 이상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높은 이상을 반영하려 들어서, 독선적이고 완고하며 징벌적일 수 있지요. 적절히 관용적이다...하는 점수는 대략 8점인데. 16점이면, 따블이군요. -.- 흠...제가 생각하던 것 보다 훨씬 무써운 분이셨습니다 그려.^^ 아이들,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울 때 CP점수가 높으면 참 힘들지요. 자꾸 아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고, 그 요구에 따라오지 못하면 꾸중을 하게 되니까요. 자신의 기본 성향을 잘 컨트롤하고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평소에 내가 애들을 좀 다그친다' 생각 되시면, 혼내기 전에 한 번 참고 주문을 외우세요. '애들인데, 못하는 게 당연하지 뭐.'

NP-8점. 양육적인 어버이로서의 자아입니다. 이 점수가 높은 분들은 돌보기를 좋아하고 공감적이지요. 8점이라면, 아이를 기를 때 상당히 <방임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NP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아이를 과보호하게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지만, 낮은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영엄마님은 CP가 높았으므로, NP적인 측면을 좀 더 육성(?)해서 보완점을 찾는 것이 좋겠어요.

A-16점. 성인 자아입니다. 얼마나 정서적이거나 비판적이지 않고 사실과 실제에 바탕을 두는가를 알아보는 점수입니다. A가 두드러지는 분들은 두뇌가 명석하고 논리적, 합리적, 중립적이라는 장점이 있지요.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경우 자칫 차갑다는 느낌을 주거나 일 중독에 빠지기 쉽답니다.

FC-10-점. 자유로운 어린이 자아, 얼마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느냐를 알아보는 점수입니다. 10점이라면 이상적인 범주로, 너무 폐쇄적이지 않고 적절히 개방적이다...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AC-15점. 적응된 어린이로서의 자아입니다. 이 점수가 높은 분들은 어리광을 부리거나 의존적일 수 있고, 환경에 지나치게 순응하여 <자기>가 없는 성향이 있습니다. 자칫 <자기비하>에 빠져들 수 있구요.

혹시, 부모님이 엄하신 분이셨나요? 이 체크리스트는 성장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아를 살펴보는 것인데, 전반적으로 엄한 부모 밑에서 자란 분들의 패턴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셨어요. CP는 타인부정, NP는 타인긍정, FC는 자기긍정, AC는 자기부정을 대표하는 점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영엄마님의 점수 결과를 보면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너무 엄격하다고 나왔네요. 제가 아는 아영엄마님은 훨씬 부드럽고 따뜻하며 여유있는 분인데...님이 본인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자신을 적절히 컨트롤하고 계시나봐요.

아까 말했듯이 성장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아인지라, 이미 높은 영역을 고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그 대신 상반되는 낮은 영역을 육성하는 것은 노력여하에 따라 가능하기도 하구요. 아영엄마님은 지금 충분히 잘 하고 계시지만, 앞으로 더욱 NP와 FC 영역을 육성하려는 노력이 따르면 좋을 것 같아요. 주변의 사람에게 따뜻한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고, 노는 자리에서는 자신 있게 나서며, 언제나 즐겁게 지내도록 애쓰노라면...어느 순간 많이 느슨해진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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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3-2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맘의 심리테스트를 보고 저도 올립니다. 14..16..13..14..12
그런데 저도 진/우맘께 한소리 들을 것 같습니다.

아영엄마 2004-03-2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드디어 결과가 나왔군요.
결과 나오고 변명하는 것 같지만 세모를 많이 선택하면 왠지 우유부단한 쪽으로
나올 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그걸 적게 선택하려 했더니 조금은 극단적(^^)으로 나왔네요.
뭐, 제가 잔소리 많은 것은 울 친정식구들이나 남편도 인정하는 바이니까요..
특히 큰 아이에게 기대치가 높아서인지-그렇긴 해도제가 말한 거 잘 안 따라 주는 걸요-

어쨋든 야단을 많이 치고 잔소리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둘째 녀석은 그럴 때 눈치살펴서 지가 알아서 해버립니다. 참나~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굉장히 엄한 편(매를 든다거나..)은 아니구요~
애들 저 안 무서워해요. ㅠㅠ 주로 절 가지고 노는 편입니다.
말 안 들어서 버럭~ 고함칠 때만 기 죽어서 네~ 그러지,
평소에는 저를 깔아 뭉게는 것이 예사라고..흑흑~
남편도 제가 좋은 엄마(^^*)라고 생각해 준답니다.
-부부일심동체?? 마누라 욕은 곧 내 욕~^m^:어디 가서도 마누라 칭찬만 한다는 ㅎㅎㅎ-

그렇긴 해도 아이들이랑 많이 놀아주지 않는 것은 반성을 좀 해야겠군요.
애들이 좀 컸다고 둘이 놀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은 엄격이랑 거리가 먼 분들이셨습니다.
엄마가 직장을 다니셔서 오히려 방임쪽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긴 해도 자식을 남편보다 더 위하고, 해달라는 거 다 해줘서 애들
성격(거기에 저는 포함이 되지 않습니다마는..) 버려 놨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으셨죠.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심하다보니 되도록이면 주위 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제 자신을 많이 억제하는 편이라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대 때만해도 자기고립성이 강한 편이었는데,
애 둘 낳고 30대 후반으로 치닿고 있다보니 제가 생각해 봐도 많이 여유로워지고 유들유들해진 것 같습니다.
제 본 성격대로 남편이랑 애들 잡았으면 정말 삭막했을거예요.
자식부터 챙기는 것은 외가쪽 유전이구요, 그래서 남편이 불만이 많습니다.

진/우맘 2004-03-2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세모, 그것이 문제였군요.(헤헤, 마치 자신의 분석은 아무 결함이 없다는 듯 스리슬쩍 빠져나가려고 함.)
저 역시 아이들의 밥이고, 남편은 저에게 찬밥입니다. 불만이 많다구요? 그럼, 자식들만큼 이쁜짓을 많이 하던가. 안 그래요? ^^

아영엄마 2004-03-2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 맘님~~ 여기 계셨군요.
제가 세모 선택에 주저함을 보여서 그렇지, 님의 분석에 반기 든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울 남편은 이쁜 짓(가끔 술로 대형건수 터트려서 미운 짓도 하지만) 해도
저한테 사랑을 못 받으니 어쩌면 좋습니다.
아영이보다 저한테 뽀뽀도 더 많이 할려고 하는데 제가 안 받아줍니다.ㅋㅋ ^^*
(침 묻어~ 싫어 싫어~ 그러죠..헤~)
검사 결과 내시느라 수고하시는 것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제게 부족한 점을 고치도록 노력해 볼랍니다.
 




점심시간 동안 뚝딱뚝딱, 두 페이지 공사. 타냐는, 원본 색감은 참 좋은데....디카로 그 색감을 살리기가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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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성이 게을러서, 새로운 거 배우는 것을 되게 싫어한다. 특히, 그것이 기계나 컴퓨터에 관련되는 것일 경우....싫어한다는 정도를 넘어서 두려워한다. 이젠 어느정도 내공이 쌓여, 사실 해보면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MSN메신져만 해도 그렇다. 다들 한다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싫어서 버텼다. 그 쓸데없는 버팀질을 그만두게 된 계기가 서재였다. 모 서재지인(가명. 솔개너리스트. 이 가명을 알아들은 분들께서는, 평소 자신이 썰렁하고 질낮은 유머로 주변을 괴롭게 하고 있지는 않았나...진지하게 고민해 보세요.^^;)께서 H2 스캔본을 보내준다 하기에, 부다다다 계정을 등록한 것이다. 그리고 만화를 다운받아 신나게 보았다. (물리치자! 불법 스캔!!! -.-;;;;) 그러고는 또 조용... 제대로 쓰자면 직장 컴에도 다운을 받아야 하는데, 멕시코로 떠난 친구와 "그래, 우리 메신져로 대화하자!" 꼭꼭 약속해놓고는 한 달이 넘게 미루고만 있었다. 그런데, 2차 자극을 받은 것도 서재다.^^ 거무스레한 비님이 계정을 올리신 것을 보고, 냅다 들어가서는 열심히 다운받았다. 그리고 나도 떡하니 계정을 올리나니....

yejiny0122@empal.com

서재에서 못 다 이룬 실시간 채팅의 꿈이, 메신져로 이룩되기를... (그런데, 이러다가 서재폐인+메신져 중독이 되는 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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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3-2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갸우뚱하다 이제 알아들었습니다. 이제껏 만난 서재사람들 닉 바꿔쓰기 중 최강의 조어력이십니다. =)

진/우맘 2004-03-2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가슴에 빨리 손을 얹고 반성해 보세요. 유유상종이라고, 저 썰렁 유머를 알아들은 님도 심각한 지경일겁니다. ^^;;;

연우주 2004-03-25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도 메신저 하시는 대열에 합류하셨군요. ^^ 저도 메신저 열심히 하긴 하는데요, 아직 서재 지인님들과 하긴 쑥스러워서 나중으로 미룰려구요...^^

마태우스 2004-03-2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 그러시면 안됩니다. 빨리 합류하시길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연우주 2004-03-2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 마태우스님, 자주 안 하신다고 이미 공표하시지 않으셨남요? 전 마태우스님은 합류 안 하신 줄 알았는뎅? --;

진/우맘 2004-03-25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그렇게 실시간 코멘트 챗을 하실거면, 메신져를 하자구요. 메...신...져. -.-
그나저나, 다른 사람이 저를 대화상대로 지정하면, 전 가만히 있어도 제 창에 상대방이 뜨나요???

연우주 2004-03-2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 대화상대에게 메시지가 가게 하면 메신저 접속할 때 떠요. 누구님이 대화상대 추가했습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뭐 이런 멘트요..^^

sooninara 2004-03-2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이러다 서재폐인을 지나서 서재광인이 되시는거 아닙니까?
지금만해도 하루를 48시간으로 사시는 분이 이젠 어떻게 사실려구...^^
나중에 후기 올려주세요

아영엄마 2004-03-2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msn 메신저에 제 남편이랑 남동생것만 등록해 두었어요.
덕분에 남편이랑은 수시로 연락 주고 받죠~
오늘 밤에 일찍 들어 오냐?
깨끗이 씻고 기다리라문~ 이러면서요... ^^*

진/우맘 2004-03-2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알라딘 아줌마들의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네~ 매우 좋은 현상이지요. ^___,^
 

아바타와 실물의 비교 평가. 아까도 말했듯이, 아바타 눈이 더 크다는 것 빼고는 많이 닮은 것 같다. ㅋㅋㅋ
난 사진 찍기를 되게 싫어한다. 사진은, 언제나 나를 배신하니까...TT 이 사진은, '흠...이렇게 하면 얼짱 사진이 나온다 이거지...'하며 찍어본 셀프이다. 확실히 얼굴은 좀 갸름하게 나오는군. 뭐, 실물은 더 너부대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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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3-24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물이 더 나은 듯....

마냐 2004-03-2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께 동의...계란형, 미끈한 턱선인데, 왜 너부대대 하다 하십니까. ^^;;

진/우맘 2004-03-25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어제, 피곤해서 저녁 엄청나게 먹고 아홉시부터 뻗어 잤습니다.
호빵처럼 부풀어오른 이 얼굴을 보여드릴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