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변에...위협을 느낀다. 이 페이퍼를 본 마태님에게 무슨 잔소리를 들을지...으윽..... 하지만, 제가 이렇게 연우를 물리치며 열심히 워드를 치는 것은, 소재 고갈 때문이 아니라 이 대목을 여러분과 꼭 나누고 싶어서임을 믿어주셔야 합니다!!!!(흑...느낌표를 남발하니 내가 봐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TT)
책에는 두 종류가 있다. 참조할 책들과 읽어야 할 책들이다. 참조할 책들(그 원형은 전화번호부이지만, 사전과 백과사전도 여기에 해당한다)은 집 안에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다루기 어려우며, 또한 값이 비싸다. 그것들은 멀티미디어 디스켓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집 안이나 공공도서관에 있어야 할 책들(<신곡>에서 최근에 나온 추리 소설에 이르기까지)을 위한 공간을 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읽어야 할 책들은 어떤 전자 장치에 의해서도 대체될 수 없을 것이다. 그것들은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책은 침대에서나, 배 안에서나, 또한 전기 콘센트도 없고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때에도 손으로 잡을 수 있고, 밑줄을 칠 수도 있고, 페이지 모퉁이를 접거나 책갈피를 끼워 둘 수 있고, 바닥에ㅎ 떨어뜨릴 수도 있고, 졸릴 때에는 가슴이나 무릎 위에 펼친 채 놔둘 수 있고, 호주머니 안에 집어넣을 수도 있고, 우리가 독서하는 규칙적인 습관과 집중도에 따라 마모되면서 개인적인 모습을 띠고, 만약 너무 깨끗하고 새것처럼 보일 때에는 우리가 아직 읽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우리가 원하는 자세로 머리를 들고 읽을 수 있으며, 컴퓨터 화면처럼 고정되고 긴장된 읽기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컴퓨터는 모든 것에서 아주 친절하지만 목뼈 부분에 대해서만은 그렇지 않다. 하루에 단 한 시간씩만 할애하여 컴퓨터에서 <신곡> 전체를 한 번 읽어 보시라. 그리고 나에게 알려 주기 바란다.
(중략)
책의 형식은 우리의 해부학적 구조에 의해 결정되었다. 아주 커다란 크기가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자료나 장식 기능을 가진 것들이다. 표준 책은 담뱃갑보다 작아서도 안 되고 <신문>보다 더 커서도 안 된다. 책의 크기는 우리 손의 크기에 달려 있으며, 그 크기는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변하지 않았다. 빌 게이츠는 안심해도 될 것이다.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컴퓨터를 통해 전 세계의 도서관들을 탐색하고, 관심 있는 텍스트들을 선택하고, 집 안에서 우리가 원하는 활자로 - 우리의 시력과 미학적 선호도에 따라 - 몇 초 안에 인쇄하고, 또한 복사기 자체가 종이들을 책으로 묶어 내어 각자가 개인적 작품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전통적인 식자공들과 인쇄업자들, 제본업자들은 사라지겠지만, 어쨌든 우리 손안에는 책이 들려 있을 것이다.
- 미네르바 성냥값 '참조할 책들과 읽어야 할 책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