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어제 판다님이 책을 보내주셨다. 무려 스물 다섯 권이나!!! 아무리 책장 정리하던 틈을 잘 파고 들었다 하더라도, 이건 나에 대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숫자이다. 음화화화화!!! 그...런...데.... 스물 다섯 권 중, 스티븐 킹을 제외하고는 읽어본 책이 한/권/도 없었다. 헉...그래도, 주변 사람들 둘러보면 '책 좀 읽는다'는 평을 듣는 나인데....TT
둘. 금붕어님이 주문한 만화 리스트를 구경했다. 네/권/모/두 못 읽어본 것이다. 심지어 듣도 보도 못한 넘도 끼어 있다. 헉....내가 만화방에 쏟아 부은 돈이 얼만데...TT
셋, 진중권,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예전부터 궁금했다. 마태님이 격찬한 <미학 오디세이>를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돈 주고 사기는 좀 망설여졌다. 해서 어제 도서관 자료검색을 해 봤더니, 있다!! 하루 내 설레이다가 퇴근길에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런데....아뿔싸... 월요일은 휴관이라는 것을 깜박했다. TT
넷, 책이 밀린다. 알라딘에서 주문한 <신탁의 밤>도 아직 못 읽었고, 찌리릿님이 보내 주신 <SF 걸작선>도 틈틈이 읽는다는 것이 아직 반 밖에 못 읽었고, 차력당 독서토론 도서도 곧 선정될 것이고(어쩌면 이미 선정되었을지도...), 판다님이 주신 책 중 대여섯 권을 얼른 읽어보자고 추려 놓았으며, 스밀라님 책보따리도 곧 도착하겠고, 오늘은 기필코 미학 오디세이를 대출하려고 마음 먹은 이 순간에....학교 도서관에 갔다가, 유혹을 못 이기고, 흑...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들고 나왔다. 밀키웨이님 서재에서, 베로니카 극찬하신 분!!!(닉네임을 잊어버렸다 -.-) 도대체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안겨주시나요!!!!(덤탱이도...이런 덤탱이가 없네^^;;;)
다섯, 그렇다고 내가 요즘 책 읽기를 게을리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쩐일인지 요즘은 책욕심이 동해서 틈틈이 죽어라고(?) 읽은 결과, 독서일지에 며칠째 연두색 N이 매달려 있다. 그런데도 저 모양이니...하긴, 문제는 나의 독서 패턴이 아니고 책 욕심이겠지. 원래도 책 욕심은 많은 인종인데, 서재 마실이 그 욕심의 불에 풀무질을 해댄다. 예전에야 나도 장정일 못지 않았지. 하루에 두 세권을 읽어 삼킬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가끔, 한창 때 주량 생각하고 기분 내다가 실려 들어오는 울 서방님....내가 요즘 딱 그짝이다.
여섯, 세상은 넓고, 책은 너무도너무도너무도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출판사에서는 신간을 기획하고, 어느 인쇄소에서는 새 책이 찍혀나오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까지 누적된 책들까지 더하면....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겠다는 것은, 평생을 다 책에 바쳐도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어, 내가 그런 무지막지한 꿈을 품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곱, 그리고 장정일 가라사대(장정일에 너무 빠진거 아냐?) 질이 아닌 양으로만 승부하려는 울 독서문화가 문제라 했겠다. 반론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지만, 요즘의 내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 뒤에 밀리는 책들에 치여서 오직 <읽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씨름하는 내 모습. <책 읽기는 즐거워야 한다!>는 평소 신조에서 어느새 멀어지고 있다. 그러지 말아야겠다. 잘 씹어 먹어야지, 안 씹고 그냥 삼키다 체할라.^^
결론. 진/우맘.....심호흡하고....릴렉스......천천히 하자고,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