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

그러니까 그거이...그저께 밤의 일이었다. 컴을 켜 놓고 보통때와 같이 <똥 마려운 강아지 스타일>로 서재에 들락이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슬슬 아이들을 재워야 할 시간이 되었기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서재에 로그인했다. 여느때와 같이 진/우가 따라들어와 예진이는 내 다리 사이에 자리잡고 연우는 곁에서 CD드라이브를 열었다, 닫았다 장난을 한다. 좀 열악한 환경이지만....그래도 본격 방해는 않으니 얼른 페이퍼 하나만 읽고 나가자! 어, 그런데, 반갑게도 마기자의 뉴스레터 4호가 떠 있었다. 즐겁고도 숙연한 마음으로 기사를 읽고, 1등으로 코멘트를 달겠다는 일념 하에 자판을 두드린 후 <코멘트 저장>을 누르려는 순간....팟~ 소리와 함께 어두워지는 화면! 옆을 돌아보니, 연우가 반짝 반짝 빛나는 전원버튼의 유혹을 못이기고 꾸욱...누른 것이다. 보통 때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다리를 꼬고 왼발로 전원버튼을 커버하는데, 급한 마음에 잠시 잊었던 것. 으으으...순간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못이기고, 나는 그만......다리 사이에 앉아 놀고 있던 예진이에게 꿀밤을 한 대 날려버렸다. -.-;;;;

아뿔싸....내가 무슨 짓을...후회는 늦었다. 원망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 예진. "내가 안 그랬단 말야....우왕~"

-.-; 사실, 꿀밤 자체는 별로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꿀밤에 매우 부당한 사적인 감정이 편입되어 있다는 점이고....예진이가 평소 엄마의 사적 감정에 강한 의혹을 품고 있었으며, 방금 그 사실을 단적으로 확인해 버렸다는 것이다.

아이를 둔 서재지인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열 중 여덟아홉은 한결같이 둘째가 더 예쁘단다. 내세우는 이유도 다양하다. <큰 아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지만, 둘째는 아무래도 덜하기 때문에>, <한 번 키워봐서 부담 없이 사랑만 줄 수 있으니까>, <한창 말썽부릴 나이의 첫째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등등...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아픔의 정도는 조금씩 다른 것인가? ^^;  다 조금씩 맞는 소리인데, 우리 집의 경우 세번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세 살 터울. 연우가 태어났을 무렵 예진이는 한창 <미운 네 살>의 격랑을 맞이하고 있었고(혹자는 미운 세 살, 미친 네 살 이라고도 하더라...) 동생을 본 부작용(?)으로 더욱 고집쟁이 말썽쟁이가 되어갔다. 게다가 원래 애정에 대한 욕구가 큰 편인지, 다른 집보다 예진이에게 신경을 더 쓴다고 하는데도 별 효과가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예진이를 품에 안고 책을 읽어 주면서도, 발치에 어른거리는 연우에게 눈 웃음을 던지고 있었으니...^^;;;

그나저나, 큰 일이다. 저렇게 결정적인 실수를 해 버렸으니. 예진양 기억력이 보통이 아니다. 그 날만해도 저 사건을 두 번은 우려 먹었다. 지가 잘못해서 엉덩짝을 한 대 맞아놓고는 "흥! 엄마, 또 때려? 아까도 내가 잘못 안 하고 연우가 그랬는데 내 머리 이렇게 때려놓구선!" 한다. 야임마...또 때리냐니...요즘같이 흉흉한 때 상습 아동 학대로 달려들어갈라....TT

그 어떤 사랑보다, 어미가 아이에게 느끼는 사랑은 확실하다. 사실 편애라고 해봤자 그 사랑이 120%인가 121%인가 하는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진이에게는 그 1%가 무척이나 아쉽고 억울한가보다. ㅎㅎㅎ 어쩌냐. 엄마도 사람인걸! 연우가 미운 네 살이 되어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면...혹시 아냐? 전세 역전될지.^^ 그러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라. 네 의심과는 달리, 엄마는 지금 한창 이쁠 때인 연우를 요매~~~ㄴ큼 더 사랑하는 것이지,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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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5-1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큰일났소. 어쩌겠소. 님이 감당하셔야지. 그래서 꿀밤을 줄 때는 한번 돌이켜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것이오. 이 사건을 계기로 바르게 사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이쁜 강아지한테 똥침을 놓는다든지 하는 일도 한번 생각해 보시오. 어험...

진/우맘 2004-05-1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서재에라도 다녀 오신겝니까?
제 만행..벤지에게는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흠...마태님이 엉덩이 내밀고 있는 사진이 제겐 없더라, 이겁니다. ^^;;

달아이 2004-05-1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워본 결과 전세 역전되는 일, 별로 없습니다. 미운 네살은 미운 네살대로, 말 안듣는 일곱살은 말 안듣는 일곱살대로 둘째가 더 이쁩니다. 그리고 셋째는 더합니다. 무슨 짓을 해도 이뻐요...

아영엄마 2004-05-1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왜 안 억울하겠습니까! 전원 끈 건 자기가 아닌데, 옆에 있다가 덤태기썼군요.
저도 되도록이면 편애 안하려고 하지만 확실히 둘째가 눈치랑 행동이 빨라서 언니보다는 이쁨을 받는 타입입니다. 그래도 둘이 싸워 야단칠때는 둘이 똑같이 야단치려고 하죠..
울 때 작은 녀석은 안아서 달래주는데, 큰 애는 너무 커.서. 안아주기 힘들어서 그냥 토닥거리는 수준으로 끝내는데 아마 아영이가 이 점이 많이 서러운가봐요.. 이녀석은 울어도 소리도 못 내고 웁니다. 그게 더 속상해서 울 때는 도리어 제가 소리내서 울라고, 그래야 가슴이라도 시원해진다고 다그친다는 슬픈 이야기가 아영이네 집에 전해진다는군요.ㅠㅠ;

책읽는나무 2004-05-14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진이 불쌍해~~~ㅠ.ㅠ
나도 뭐 둘째가 없지만서도....조카둘 있는 경우를 봤을땐....첫째보다 둘째가 훨 이쁘더이다....그래서....나도 둘째가 생기면 둘째가 더 이쁠것 같단 생각 미리 하고 있죠!!..^^
특히나 남자는 첫째...여자는 둘째를 이뻐한다는 통계도 있더이다....^^
정말 님의 말처럼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그것을 자식된 입장에선 분명 편애로 보이니.....ㅠ.ㅠ......나도 어릴땐 울엄마가 나는 맨날 넌 누나니까!! 하고....막내만 이뻐한다고 생각하여...울엄마가 계모인줄 알았거든요!!....모두들 자신의 어릴때를 생각해서...한번더 아이입장에 서서....조심하는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부모마음은 그게 아니지만..작은것에 상처받는게 아이다운 생각이 아니겠습니까!!
연우가 분명 전원을 눌렀는데....꿀밤을 내가 맞았다면 진정 그것은 예진이가 억울하다고 하소연할만하죠...ㅎㅎㅎ...(갑자기 민이가 한참 코멘트적고 저장 누르려는 참에 전원버튼을 누르거나....전원코드를 뽑아버렸을때....전 "이 나쁜놈아~~~~"하고 소리쳤어요!!....차라리 저도 아프지 않게 꿀밤을 때릴껄 그랬습니다...ㅎㅎㅎ)

明卵 2004-05-1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릴 때 엄마에게 품었던 불만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엄마는 동생만 이뻐해!' 제 동생이 태어났을 때, 저도 딱 미운 네 살(혹은 미친 네 살)이었죠. 흑.. 예진아, 니 맘 다 안다!!ㅜㅜ 진/우맘님 너무하셨어요!! (아이고; 이러다 쫓겨날라~)
아영엄마님 코멘트를 읽으니 생각나는데... (좀 다르긴 하지만.) 전 엄마 분위기가 험악하면 무조건 울기부터 했거든요. 그러면 엄마는 막 혼내시면서 "시끄러워!! 뚝 그치고 손 내!" 뭐, 이런 식... 그래서 언젠가는 울음이 나오는 걸 꾹 참으면서 눈을 부릅뜨고 혼났는데... 그러니까 "요녀석이 엄마가 혼내는데 어디 눈 바락바락 뜨고 대들어! 잘못 했어 안 했어?" 서러워서 더 크게 울어버렸어요.

뎅구르르르~~ 2004-05-1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냐.. 언니는 잘 모르겠고, 형부는 연우를 더 이뻐하는것이 확실히 확실해.. ㅡㅡ++
그나저나 저 사진 너무 절묘하다. 크하하.. ^^

진/우맘 2004-05-1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아이님> 아니, 둘째보다 더 예쁘다구요!!! 셋째를 좀 고려해 볼까요?^^;
아영엄마님> 신기하게도, 자라고 나서도 대부분의 큰 아이는 속울음을 운다는군요. 고등학교 때인가 제가 발품 팔며 확인했습니다.
책나무님> 사실은......조금은 아프지 않았을까...-.-;;;
명란님> ㅎㅎㅎ 엄마와 아이는, 서로 다른 부분을 기억하지요. 님의 엄마는 아마 그 사건 기억도 못 할걸요?
뎅구르> 맞아....불쌍한 예진이. 나라도 이뻐해 줘야 하는데...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