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율휴업일. 머리가 너무 길고 지저분해져서, 과감히 스타일 변신을 하러 미용실에 왔다. 미용실에 오면 언제나 책 한 권을 떼고(?) 간다. 지루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내게는 보배로운 것이다. 여성지는 너무 들고 있기 무거워서, 얼마 전 부터는 책을 꼭 챙겨온다. 게다가 요즘 하는 세팅 파마 같은 열파마는 느슨하게 진행할 경우 4시간이 넘게 걸리는 일도 있어서, 지난 번에는 들고 온 책을 다 읽고도 여성지를 몇 권 독파해야 했다.
지금 내가 펴들고 있는 책은 세 권. 방에는 자기 전에 틈을 내어 읽는다고 폴 오스터의 <환상의 책>이, 거실에는 가족 TV 시청 중에 읽는다고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학교에는 쉬는 시간이나 비는 시간에 읽는다고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가 있다. 제깐에는 시간과 공간의 특성을 배려한 세심한 배치를 한 것이지만...결과는....독서일기는 겨우 반에 다가갈락 말락, 나머지 두 권은 1/3 지점에서 요지부동이다. 재미있어야 할 책읽기가, 시간이 갈수록 밀린 숙제처럼 나를 옥죄어 오기 시작하던 요즘...오늘의 미용실 방문은 정말이지 주옥같지 않을 수 없어다. 그래서 욕심 많게 독서일기와 환상의 책을 모두 가방에 우겨넣고 왔다. 그...런...데............
창가에 위치한 컴의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다. TT 처음 얼마간은 잘 견뎠는데... 환청이 들려오는 것이다.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께 코멘트가 왔어요~> 결국 나는 책을 덮고 컴 앞으로 자리를 옮겼고, 미용실의 세심한 배려로 컴 앞에서 중화를 하고 있다. 안경도 못 쓰고, 미간에 주름을 만든 채 이 글을 쓰고 있는 것...TT
아, 정녕, 컴이 없는 장소는 없는 것이냐!!!! 나의 독서의 길은 왜이리 멀고 험하기만 한지.-.-
ps. 얼마 전 플라시보님도 미용실에서 페이퍼를 올렸는데. 님은 그 때 세팅파마를 하신다 했죠? 저는 오늘 세팅파마를 주욱 풀고 있습니다. 변신을 마치고 멋진 셀프 사진을 찍어서 올려보도록 하지요.^^(물론...셀프 사진이 제 마음에 안 들면 공개는 없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