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너무도 사랑하게 되어버리면, 어느순간부터 그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의 소유물이 되어버린다. 요즘의 서재가 그렇다. 언젠가부터 서재가 나의 것이 아니라, 내가 서재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무엇엔가 빠진다는 것은 참 즐거운 경험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이 도를 지나쳐서 괴로와지기 시작한다면? 요즘 나는 부쩍 '코멘트가 너무 줄었어....내 페이퍼들이 공감대를 잃어가고 있나봐...'고민했다. 그런데, 아까 오랜만에 메일함을 비우다가 깨달았다. 코멘트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자주 서재에 들락거리는 바람에 모일틈도 없이, 야금야금 감질나게 먹어버린(?) 것이다. 또한 나는 '일일 방문객 카운트가 줄어가고 있어....날 사랑해주던 서재지인들은 다 어디로 간거야.TT' 슬퍼하곤 했다. 아까 애마태우스님의 4000 hit를 축하해주다가 깨달았다. 내 일일 방문객은 별 변동이 없는데, 급격히 증가하는 애마태우스님의 방문객 카운트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것이다. ^^;;;

그리고 결정적인 사실을, 한 가지 더 깨달았다. 내 서재가 나의 공간, 나의 즐거움이 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저 숫자놀음에 놀아나지 않아야한다는 사실. 코멘트 숫자에 연연하고, 방문객 카운트에 연연하게 되면, 내 속에서 우러나는 페이퍼를 쓸 수가 없다.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화려하게 꾸미게 되고, 그것이 쌓이면 내 서재는 나만의 색깔을 잃어버리게 된다.

남들은 일찌감치 잘도 깨닫는 저 사실을, 난 왜 오늘에야 깨달은거지. -.- 자, 다시 한 번, 어깨에 힘을 빼고, 좀 더 주체적으로! 서재, 너, 너무 자만하지 마. 난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냐.^___^

ps. 결심한 참에, 리뷰도 좀 더 열심히 써야겠다. 왠지, 아주 잘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서 리뷰를 제대로 못 썼다. 리뷰와 독후감의 차이점이 뭔데. 내가 왜 리뷰 쓰기를 즐겨했는데. 이제와서 새삼 '독후감'을 쓰려 했다니....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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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3-2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트수 세는 것의 희열..보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첨 인터넷에 발 들여놓은뒤 알게된 숨기고 싶은 그 심리..결코 다시 느끼고 싶지 않기에....요즘은 의식적으로 외면합니다. ^^;; 맘 편하다..싶었는데, 가만 보니..음, 저는 셀 정도가 안되기 때문에, 외면한게 아닐까 싶기두 하네요..ㅋㅋㅋ

ceylontea 2004-03-23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요즘은 혼자 서재에서 놀기(머 별로 들어올 시간도 없지만서요...)를 합니다..
숫자는 안 본지 오래 되었구... 다른 님의 서재에 놀러가도 말없이 읽고 오는 경우가 더 많네요.. 서재에 페이퍼 쓰기.. 그냥 모아 놓은 페이퍼들이 혼자 읽더라도 자기 만족이랍니다.. ^^
그리고.. 가끔 들러서 읽어주시고 코멘트 남겨주신 분들이 고맙구... ^^
"그럼 됐지 머." 하고 생각하고 있지요.

연우주 2004-03-23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너무 신경쓰면 맘만 상해요...^^; 저 역시 그랬던 것 같아요. 괜시리 신경쓰고 맘 상해하고. 초월해야 하는데...^^

비로그인 2004-03-2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두 제가 서재에 먹혀버릴꺼 같은 생각이 들어서, 좀 거리를 두고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 처음에 그랬듯이, 서재를 '즐기도록'해야되는데 말이죠. 호호~

책읽는나무 2004-03-24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멘트수가 줄었다는건 있잖습니까??....인기서재에는 여러명이....것도 타인이 보기엔 다른 친해보이는 분들끼리의 대화같다는 생각에 감히 끼어드는듯한 쭈뼛함이 일어 가끔씩 그사이에 코멘트 남긴다는 그기분이 저어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저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그리고 토탈수의 합계보다는 그날의 일일 방문자수에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싶네요...물론 토탈수도 중요하겠지만....일일 방문자수의 대소비율보다는 하루 평균치의 숫자라는게 있는데....그수를 넘었다면....단골손님들은 그러니까...꼭 올사람들은 왔다 갔다는 얘기가 되거든요....ㅎㅎㅎ....전 숫자에 연연해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은 뒤부터는 그하루 평균치를 본답니다....그러면서...'아~ 내손님들 다들 왔다,갔구나!!'뭐 그렇게 마음먹죠!!..ㅎㅎㅎ...(지금 이시각에 님의 하루방문자수가 거의 뭐 나의 하루방문자수군요...ㅋㅋ) 나를 정말 보고싶어하는 이들....그들이 더욱더 소중한 분들이 아닐까요??...이렇게 적고보니 나를 소중하게 보아달라고 응석부리는것 같군요...^^...그리고 저도 가끔씩 내페이퍼 내가 꺼내서 읽어보곤 하는데.....거 혼자 노는거 무지하게 재밌습니다요....내리뷰 꺼내서 읽어보기도 하구요...그러면 옛날에 쓴걸 보면 정말 웃음밖에 나오질 않습니다....좀 창피하기도 하구요....내서재에서 나혼자 놀기!!...것도 서재를 무지하게 사랑하는 방법 아닐까요??....전 실론티님의 혼자 서재에서 놀기에 한표 던지겠습니다...^^

진/우맘 2004-03-24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런데, 어제 이 글 쓰고 퇴근하는 길에 생각해보니까, 서재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지고들어가는 거 아닌가...싶더라구요. ^^;;;
여하간, 이 글 쓰고는 마음이 상당히 편안해진게 사실입니다.^^

sooninara 2004-03-2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하루 단골수...맞네요..저도 방문자가 10명이 되면 올사람은 대충 왔구나라고 생각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