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척을 하자면, 올해 내 손을 거쳐가는 예산이 10억쯤 된다.
회계 관련 직종에 계신 분들이야 '에이~ 10억?'하시겠지만,
기껏해야 이삼백 단위 학급 예산이나 조물조물 하던 나에게는 이건...정말 3년 사이
어마어마 한 반전이다.
게다가 내가 누군가!(라고 해봤자 대부분 잘 모르시겠지만^^)
고교시절 내내 수학만 유독 양가를 오간 양갓집 규수인데다
(오홍...젊은 분들은 아실라나? 수우미양가...ㅋㅋ)
숫자 보기 싫다고 살림마저 남편에게 맡기고 용돈 타 쓰는 사람인데...
고로, 예산 작업을 할 때면 나는 평소보다 세 배쯤 각성을 하고
카페인의 다섯 배쯤 위력이 있을 법한 아드레날린이 분출한다.
또 고로...오늘 저녁엔 인천 시청의 엽기적인 적자 행태 때문에 어이 없는 예산 작업을 해야 했고,
마지막 고로...커피는 종일 두 잔 밖에 안 먹었음에도
베리베리 스트롱한 핸드드립 커피 리필까지 퍼마신 듯 과흥분 상태가 되어
새벽 2시 경, 잠드는 걸 포기하고 일어났다.
책도 떨어지고...그래서 은근슬쩍 기어들어온 알라딘.
결론은 밤샘 서재질이다...ㅎㅎ...
그리운 이름들 살랑 살랑 오가며 안부도 건네고,
옛 일기장 다시 보는 기분으로 오래된 페이퍼도 들추고...^^
자...이 대목에서 매우 고민은...이제 4시 55분...두 시간이라도 잘 것이냐...말 것이냐...
열 한시부터 종일 출장에, 저녁에는 전라도 광주까지 상가집 조문...
아주아주 길고 피곤한 하루가 될텐데. 안 그래도 길 하루를 새벽 두 시부터 죽 이어가는 건 좀 잔인하겠지?
들어가서 좀 누워야겠다. 아직 희석되지 않은 잔여 아드레날린이 숫자 대신 알라딘 그리운 이름들을 머리 속에 띄워주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