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아래 글, <아줌마 정체성>을 쓸 때까지만 해도 필경 주말 동안은 서재에 못 올 줄 알았다. 그래서 상큼한 척 하며 주말 잘 보내세요오~ 해 놓고는,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또 이러고 있다. -.- 의도한 바는 아니다. 오늘 신촌에서 남편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 있었다. 그리고는 서울 나온 김에 저녁에 한남동에서 서클 선배(남편에게는 후배)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잠시 떴다. 그래서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하고 시작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나는 이런 말로 남편을 꼬드겼다.
"오빠, 우리 같은 비문화권 인간들은 이런 비는 시간에는 꼭 영화를 봐줘야 해!"
사실이다. 애 딸린 맞벌이 부부가 주말에 나란히 영화 보는 일이 어디 쉬운가! 길 건너서 간판 보고는 <홍반장>을 보자고 합의하고 건너왔는데, 매표소 앞에서 보니 상영예정작인가 보다. 6개관 중 아직도 3개관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시간 맞는 건 <그녀를 믿지 마세요>뿐인데, 우리 둘 다 취향이 아니다. 보고 싶던 <빅 피쉬>가 4시.... 한 시간 기다려야 하긴 하지만.... 영화 끝나고 이동 시간을 합치면 다른 사람들이 좀 기다리겠지만.... 우겼다. 평소 후배들(내게는 선배^^;;)의 작태를 고려할 때, 영화 포기하고 미리 가봤자 만화방에서 비비적 거리며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될 것이 뻔하다.(사실, 난 그것도 좋지만.^^)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남편과 나의 딴판인 취향 중 몇 안 되는 공통취미 하나가 애니메이션인데, 남편은 빅피쉬를 애니메이션이라고 살짝 착각하고 있었다. ㅋㅋㅋ 뭐,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니지.^^;;; 그리하여 지금 담배냄새 풀풀 나는 피시방에서 요러고 있음.
아까 깡통로보또(가명놀이는 계속 된다. 쭈욱~)님 서재에서 삐리릿(당근 가명^^)님의 '블로그의 심리'라는 글을 읽었는데... 울 부부의 주말 행적을 생중계하고 있는 나의 심리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요즘은 설겆이 하면서도 서재 생각이니.... 그래도, 도박이나 주식이나 술이나 담배 중독 같은 것 보다는 서재 중독이 훨씬 유익한 중독이라는 생각에 일말 위안을 얻는다.
참, 이제는 운신의 폭이 약간 좁아졌다. 서방님 흉을 못 볼 것 같다. 서방님이 내 서재에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