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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
정유리 지음 / 부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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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66 사이즈가 통통을 넘어 뚱뚱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름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하지만 이제는 말랐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기아 수준으로 

몸을 바짝 구워야 한다.

마치 마른 오징어가 되기 위해 해풍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그 들처럼

마름이 되기 위해 많은 이들은 굶주림과 고통이란 해풍을 맞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

국민학교 시절 마른 친구들은 놀림의 대상이었다.

가시, 젓가락, 빼빼로 이런 표현으로 말랐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름이 찬양의 표현으로 변했다.

마름은 여성성의 상징이고 예쁘다는 다른 표현처럼 사용된 것이다.

연예뉴스는 여자 연예인이 살쪘다 빠졌다는 내용을 기사로 쓰며 

살이 찐 연예인의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이라며 부정적인 이야기를 내뱉고

살을 잔뜩 빼 가시처럼 몸이 바스러질 것 같은 사람에게는 자기관리를 잘 했다며 칭찬하는 글을 쓴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분명 아파 보이고 건강해 보지 이 도 않는 몸이 정말로 좋아 보이는 것인지 그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이 책은 마르기 위해 음식 섭취를 하지 않는 문제를 갖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무려 13면 동안 섭식 장애를 앓아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거식증과 폭식증을 섭식 장애라고 한다.

살이 찌는 것이 두려워 먹는 행동을 아예 하지 않거나, 마음껏 먹고 난 뒤 토를 하는 행위 

모두 살에 대한 두려움으로 비롯되는 행동으로 점차 일상생활까지 하지 못하게 할 정도의 위험한 정신 문제이다.


 

거짓말로 자신의 섭식장애를 숨겨 온 저자는 먹토와, 폭토를 반복하며 36kg을 유지한다.

성인 여성의 몸무게가 36kg그램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대부분 마른 몸으로 살았던 내가 가장 적게 나갔던 몸무게는 43kg였다.

그땐 보는 사람마다 해골이라며 제발 살 좀 찌라고 잔소리를 했었다.

크지도 않는 키에 43kg 몸무게는 볼품없고 힘도 없고 진짜 별로였었다. 그러나 그때 당시에는 몰랐다.

지금이야 제발 살 좀 빠져야 하는 몸이 되었지만 (이 놈의 몸이 어찌나 극단적인지 정상 체중으로 돌아가기가 너무나 힘들다) 말랐던 당시에 내가 말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저자는 스스로 자신의 병을 밝히며 지긋지긋한 몸무게 싸움에서 이겨보려 한다.

자신이 왜 섭식장애를 겪게 되었는지, 그 이면에 숨어있는 저자의 고통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고 아프고 아리다.

이 책은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섭식 장애라는 병을 숨어서 앓고 있는 사람들과 그 들의

지켜보는 이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세상을 방관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세상에는 먹방으로 수 억 원을 버는 사람들이 있고, 맛집 프로그램과 요리경연 프로그램이 

단연 시청률을 이끌어가는 세상이다.

SNS에는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맛집 인증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도 맛집 관련 콘텐츠가

가장 많이 업로드된다.

그러다 다른 한편에는 먹지 못하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 있다.

한 숟가락의 밥이 살이 찔까 봐

한 조각의 쿠키가 몸무게를 늘게 할까 봐 먹는 것을 거부하는 이들.

저자 또한 살에 대한 두려움을 13년을 살았다.

살에 대해 스스럼없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

요즘 한국인의 첫인사는 "잘 지냈니?" 가 아니라 "너 살쪘다. 살 빠졌다"라는 말인 것 같다.

살에 대해 모두 중독된 상태처럼.

다이어트 관련 정보가 넘쳐나고 운동과 식이요법이 당연해진 사람들 속에서 

그런 세상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는지 책을 읽으며 의심이 싹 튼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저자 자신의 섭식 장애와 어린 시절의 고백과 극복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 시절 학대와 방임, 가난 속에서 불우했던 환경을 스스로 벗어나야 했던 저자는

외로웠고 관심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말라서 관심을 받는 것

이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었던 저자의 어린 시절이 애처롭게 안 스러웠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드러내며 이제 섭식장애와의 긴 인연을 끊기로 결심한 저자의

극복기는 해피엔딩으로 완전히 끝이 아니다.

현재 진행형 언젠가 조금만 방심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상태인 섭식장애는

매일 자신의 의지와 싸우는 긴 전쟁 같은 것이다.

너무 잘 살고 싶어서 죽으려고 했으나

결국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말하는 저자.

단순히 먹지 못하는 병이라고 그건 배불러서 하는 투정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의 문제라고 마음만 바꾸면 된다고 하는 이들에게

마음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며, 마음을 바꾸는 것은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지구는 둥글다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처럼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모두는 잘 살고 싶어 한다.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는 문제들과 평생을 함께 하며 앞으로 나아가려 애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 행동인 섭식.

섭식을 금지하는 이유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 때문이라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어느 나라에서 저체중 연예인 방송을 금지한 것처럼

말라야 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그들을 멈출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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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의 맛 - 유튜버 자취남이 300명의 집을 가보고 느낀 것들
자취남(정성권)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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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시작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혼자 독립을 외치고 호기롭게 집을 구하다 보면 부딪치게 되는 현실의 벽. 수중에 갖은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나 혼자 눕기도 좁은 반지하 혹은 옥탑방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혼자 사는 삶을 꿈꾼다. 내 취향이 반영된 집, 청소를 하지 않아도 씻지 않아도 잔소리할 사람이 없는 나만의 공간.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가 있어 옛 생각을 나게 했다. 내 십여 년의 자취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든 책, 자취의 맛은 자유! 자유! 자유가 아닐까?




독립을 선언하고 꿈꾸며 그리던 방이 있다.

넓지 않아도 해가 잘 들어왔으면, 창을 열면 바로 나무나 공원이 보였으면.

집 안의 화이트와 우드가 잘 어우리는 인테리어였으면 하는 그런 꿈

그러나 현실은 곰팡이 공격에도 울면서 락스로 벽을 닦아내야 하는 방에 살게 된다.

그나마 내가 살던 지역은 전셋값이 저렴한 편이라 나중에는 돈을 모아 해가 잘 드는 넓은 원룸을 구해

꽤 편하게 살았다.

문제는 서울에 올라오면서, 내가 가진 전셋값으로 서울에 오래된 방 한 칸 마련한 기도 어려워졌다.

구하다 구하다 우이동까지 가게 되고 오래된 주택의 옥탑방에서 서울 살이를 시작하였다.

물도 잘 나오지 않고 좁고, 더운 집 

그래도 내 공간이 있다는 것, 지친 하루의 끝을 혼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힘이 된다.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넘고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야 유학 혹은 취업으로 혼자 사는 것을 선택했지만 요즘은 비혼과 각자의 선택으로

혼자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과연 그런 이들을 '자취생'으로 부르는 것이 맞을까?

1인 가정이란 표현이 더욱 적절할 듯

자취생이란 단어가 가진 빈곤해 보이는 느낌보다 1인 가정이라는 완전한 주거 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유튜브가 쓴 책이 '자취의 맛'이다.

저자가 300곳이 넘는 자취 집을 찾아가 삶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은 32만 명이 넘을 만큼 인기 채널이다.

누군가의 집을, 자취의 집을 방문하는 콘셉트의 동영상들

우리가 타인의 삶을 얼마나 궁금해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사람들이 1인 삶을 그려내고 있다.

애주가의 집, 정리를 병적으로 하는 사람, 고급 오피스텔부터 손수 만들어낸 인테리어 작품까지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에 자신의 삶을 투영시킨다.

같은 공간이라도 누가 사느냐에 따라 집에서 풍기는 냄새와 분위기는 전혀 다르듯이.

공장처럼 찍어내는 아파트조차 자세히 보면 사는 사람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가끔 전세나 월세로 사는 집에 굳이 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냐고 묻는 이들이 있었다.

나 또한 전에 살던 집 벽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스스로 도배를 새로 하였다. (집 주인 허락 후)

잠시 살던 곳이라도 그 시간만큼은 잘 살고 싶은 마음.

내 것이 아니지만, 사는 순간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니 행복하고 아늑한 시간을 사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고 할까.

집을 고를 때 가장 난감한 것은 어떤 주거 형태를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이다.

대부분 원룸촌에 있는 빌라에서 거주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간혹 비싼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주거의 선택은 경제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꽤 일찍 깨달았다.

드라마에서 가난한 여주인공이 옥탑방에서 지지리 궁상맞게 살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그곳에 살아본 사람은 알 수 있겠지.



 

독립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혼자 사는 이유, 자취, 독립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시각을 담아낸 책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사회의 단면을 알 수 있게 된다.

혼자가 편해진 세상

누군 과의 속박 같은 관계가 어려운 세대

외롭지 않은 것이 당연해진 문화

사람이 아니더라도 공허한 시간을 채워 줄 것들이 너무나 많은 요즘

1인의 삶이란 책임감을 멋지게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는 이야기.

그럼에도 어디선가는 곱지 못한 시선으로 혼자 사는 이들을 흉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결혼과 출산이 인생의 목표와 상장이 되는 사람들의 잔소리는 그냥 흘려보내자.

정말로 나는 1인의 삶을 응원한다. 

혼자 살아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자유로움은 꼭 붙어살아야 한다고 믿는 우리 민족에게는

흔하지 않는 행복이기 때문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 나에게 자취의 삶은 과거로 남아있지만

간혹 모든 것이 귀찮아질 때 혼자 노을을 보며 마시던 맥주 한 잔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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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의 탄생 - 서양 문화로 읽는 매혹적인 꽃 이야기 일인칭 5
샐리 쿨타드 지음, 박민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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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고백할 때, 누군가를 축하할 때 혹은 마지막 길 인사를 할 때조차 꽃은 늘 함께 하고 있다. 꽃을 선물하는 마음처럼 고운 마음이 어디 있을까? 꽃마다 다른 꽃말은 숨은 마음을 고백할 때 대신 진심을 전해주기도 한다. 우리가 빨간 장미를 사랑을 대신 전하는 것도 꽃말의 힘. 최근 누군가에게 꽃은 선물해 준 적이 언제인가? 꽃말의 탄생을 읽고 사랑한 사람에게, 미안한 사람에게 꽃을 선물해 주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나이가 드는 증거 중 하나가 지나가다 예쁜 꽃이 있으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라는데

30 중반이 넘어서 길가를 가다 꽃 사진을 찍는 나를 발견한다.

화들짝 놀라지만,

엄마들이 카카오톡 프로필을 꽃 사진으로 하고, SNS에 꽃 사진을 올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예쁘고 귀해 보인다.

 

모든 꽃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 있다.

 

 

'꽃말의 탄생'은 익숙한 50여 종의 꽃들이 어떻게 각자의 꽃말을 갖게 되었는지 유래를 찾아보는 이야기이다. 신화, 역사, 미신 등 서양 문화를 통해 꽃말의 진짜 의미를 찾는 과정은 신기하다.

 

아름다운 꽃 일러스트가 책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 읽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갖게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셰익스피어 작품 등에 비유나 상징으로 등자 하는 꽃, 미신이 생기면서 본래 성격과는 전혀 다른 이미 티자 별명으로 불리는 꽃, 좋은 약초로 쓰이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독약으로 쓰이는 꽃에 대한 이야기는

 

꽃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알게 해준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 한마음을 표현하거나, 짝사랑을 대표하는 꽃이라고 생각했다.

 

또 반 고흐가 사랑하는 꽃으로도 유명하다는 것,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실제로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책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고대부터 약으로 쓰이고 씨앗은 간식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해바라기의 숨은 이야기

 

꽃 하나에도 많은 사연이 있고 역사가 숨어있는 것을 아는 즐거움이 있다.

 

 

꽃의 대표 격인 장미, 사랑을 노래할 때 장미를 왜 선택할까?

 

장미가 여성을 대표하고 장미가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상징성이 장미를 오랜 시간 사랑받은 이유일 것이다.

 

 

평소에 좋아하던 수국이란 꽃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일본 사람들이 사랑하는 꽃이라는 것과 아마 차로 널리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꽃을 아끼는 사람들

 

꽃은 사람을 향기롭게 만들어 주는 큰 힘이 있는 것 같다

 

꽃은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가장 가성비 있는 선물이다.

 

 

꽃을 사진을 찍는 나도 꽃이 주는 그 기쁨을 아는 나리가 되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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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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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배지였던 제주도, 책 제목을 보고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유배 생활이 떠올랐다.

탐라국이라 불리며 내륙과 다른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간직하고 있는 제주도

부모님에게는 신혼여행, 효도여행지이고

나의 세대에는 수학여행지였고

지금은 한 달 살기, 올레길, 가까운 여행지가 된 제주도.

6년 전 장마 때 제주도를 간 것을 마지막으로 가보지 못한 제주도가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

만난 책이 '불량주부 명랑 제주 유배기 '였다.

스스로를 불량주부라 부르고 오십이 나이에 훌쩍 제주도의 여행을 떠난 저자



 

감정지수는 우량하나 생활 지수는 불량하고, 대면 지수는 명랑하나 내면 지수는 황량하며

인성 지수는 선량하나 비관 지수는 치사량인 사람

불량주부 명량 제주 유배기.

사는 건 쪼이고 마음을 펴고 싶어서 떠나기로 한 여행기

한 달 저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며 나이 오십이 되어서야 겨우 얻어낸 쉼표이다

그 한 달의 쉼을 위해 여행 공모전 상금 백만 원을 여행경비로 아껴두었던 전형적인 엄마

그렇게 저자는 세탁기 하나 돌리 줄 모르는 남편에게 세탁기 사용법을 열심히 가르쳐주고

제주로 훌쩍 떠난다.

떠남에는 예약도 없고, 어떠한 목적도 없는 유배기

한 달 동안 그저 걷고, 보고, 쓰는 여행이라니! 순간 부러움 마음만 가득해진다.

내가 오십이 되어도 아직 아이가 어리니, 아이가 혼자서 인생을 살 수 있는 나이가 되려면 육십이 되어야 할 텐데

가끔은 어른들이 애는 일찍 낳아야 한다는 충고를 깔끔하게 무시한

과거가 조금은 후회될 때가 있다.

일찍 결혼하고 이제는 아이를 많이 키워낸 친구들도 부러워지고,



 

딸아이가 영국에서 입었던 초록 치마를 용기 입게 입으며 찍은 사진이 명랑한 저자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한 달 동안 생활하는 여행

도미토리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고 김밥 한 줄로 식사를 하면서도 꼭 마시는 막걸리 한 병

그 인간적인 여행의 이야기가 참 사람 맛이 나서 반갑웠다.

최고급 호텔에 비싼 음식 사진을 위한 여행이 아닌 온전히 삶을 쉼표를 주기 위한 여행.

6년 전 혼자 겨울 한라산 등반을 위해 도미토리 숙소에 머물려 씩씩하게 오르던 성판악이 길이 생각났다.

나의 제주, 혼자 훌쩍 떠나 다녀왔던 제주가 그리워졌다.

배낭 하나 가볍게 메고, 시내버스를 타며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했던 여행은

혼자여서 좋았고 혼자여서 외로웠었다.

 

저자의 재미있게 편하게 읽히는 것은 독특하고 재치 있는 문장 때문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책이란 유산을 물러준 아버지 덕분에 저자는

읽고 쓰는 생활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생활화했을 듯

저자의 문장을 보면 바로 글에 대한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 글은 글쓴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글을 보면 저자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어떠한 태도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저자의 떠남은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출발점이었다.

항상 함께 할 것 같았던 이의 부재, 그 부재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해 떠난 곳에서

채우는 것보다 비어내는 것을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잘 녹아낸 여행에서 이었다.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절대 죽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감정은 몰래 숨어있을지 모른다.

저자의 유배는, 여행은 숨어있는 감정을 마주치는 길이었고

담담한 토로와 고백을 통한 치료 과정이었다.

유배, 무엇으로부터 유배였을까?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삶으로부터 유배, 오십이란 나이로부터 유배, 나 자신과의 유배.

제목을 유배기로 지은 이유를 마지막에서야 조금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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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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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은 어떤 것일까 며칠을 생각해 보았다.

하루에 적게는 3시간 많게는 여섯 시간 이상 책을 읽고, 두세 시간 자판을 두드리면서

과연 내가 쓰는 글이 어떠한가를 고민하는 일이 많아진다.

아, 정말로 서평 쓰는 거에 진지하구나. 남들에게 취미에 불과한 것인데 왜 이토록 집념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 있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지만 요즘 고민은 더 잘 쓰고 싶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정말 잘 쓴 글을 보고 싶었다. 문장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어서 여러 번 읽어야 하는 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이런 감성은 어디서 파는 거지?

혹은 이런 사건을 통해 작가는 이러한 세계를 만들어 내는구나 하는 글을 만나야 했다.

그러다 읽은 책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호미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꾸준하게 읽었는데 산문집은 처음이었다.

한때 온 국민이 다 읽었을 거라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라는 두어 번 읽었을 정도로

선생님 작품을 좋아했었다.

어쩌면 내가 쓰는 문장도 그분의 것처럼 오랜 시간 생각해서 골라낸 빛나는 것들이면 좋겠다

싶었을 때도 있었다.

글을 쓰는 일이 좋은 원단을 골라 정성스러운 옷을 짓는 것이라면, 선생님 옷은 마치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지어낸 가장 귀한 옷, 그래서 입는 사람이 편안하고 핏이 살아나며 평생을 입어도 질리지 않는 명품 같은 것이다.

이에 반해, 요즘 공장에서 드르륵드르륵 미싱으로 박아 만들어 낸 옷 같은 책들이 볼 때가 있다.

읽다가 혹여 나 또한 그러한 편안함에 길들여 질까 봐, 아주 훗날에 내가 쓴 글도 그렇게 될까 봐 경계하게 된다.

 

#이치울 노란집의 생활을 담은 산문집

『호미』는 박완서 선생님이 2011년 80세로 삶을 마무리하기까지 마지막 13년을 보낸 ‘아치울 노란집’에서의 소박하고 정겨운 생활을 담은 산문집이다. 출간 15주년을 맞이하며 백일홍 에디션으로 재출간된 책은 표지만큼이나 참 어여쁜 글들이 가득 담겨 있다.

선생님의 전원생활을 담은 이야기부터 종교, 유년 시절과 전쟁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글들은

그 한편이 소설 같고 드라마 같았다.

#꽃과 나무에 말을 거는 작가 이야기

미안하다고, 너를 죽이려 한 것도, 너의 꽃을 싫어한 것도 사과할 테니 내년에는 꽃 좀 피우라고 자꾸자꾸 말을 시켰다. 그랬더니 그 이듬해는 시원치는 않지만 꽃이 몇 송이 피었고, 지난봄에는 더 많은 꽃이 피었다. 아마 오는 봄에는 더 장하게 꽃을 피울 모양이다. 벌써부터 여봐란듯이 자랑스럽게 준비하고 있는 솜털 보송보송한 수많은 꽃봉오리들을 보니. 그래서 나는 요새도 나의 목련나무에 말을 건다.

용서해 줘서 고맙고, 이 엄동설한에 찬란한 봄을 꿈꾸게 해줘서 고맙다고.

호미, p14

선생님은 베어버린 목련이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다시 자라나는 것에 미안함을 표현한다. 지는 모양이 흉물스럽다 싫어해 베어버린 목련 나무는 밑 둥만 남은 채로 긴 계절을 이겨내어 기필코 다시 자라났다. 가지를 뻗어 온전한 나무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죄책감을 안고 사과를 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사과하는 마음이 안쓰럽고 애잔해졌다.

아파트의 편안한 삶이 싫어서 텃밭을 가꾸기 위해 전원주택으로 이사 간 삶은

그녀가 백여 가지 꽃과 나무를 가꾸며 고단한 정원일을 하는 이야기 중심으로 그려진다.

봉숭아, 복수초, 매실, 살구, 자두, 목련 잔디와 각종 일년초들. 텃밭의 크기는 알 수 없지만 이른 새벽

흙을 고르고 더운 여름 목마른 꽃과 나무에 물을 주며 떨어진 잎을 쓰는 가을이 온전히 담겨 있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마치 선생님의 정원에 초대받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여행이야기도 종종 나오는데 중국 여행에서 불편한 다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게꾼을 이용했다는 일화와 산 위에 세워진 호텔을 미안한 마음에 이용하기 죄스러웠다는 마음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다.

예전 치앙마이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인력거를 한 번 이용한 적이 있는데, 여간 불편한 마음이 들어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전혀 이해하지 못해 난감한 적이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은 그게 직업인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도와주는 길이라며, 미안한 마음을 갖는 나를 꾸짖기도 했는데 선생님도 같은 경험을 했다니!

진솔하다는 말이 진솔하지 않아서 쓰이는 것 같아 대화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는 글은

입버릇처럼 "솔직하게 말해서"를 사용하는 나를 반성하게 하였다.

진짜로 솔직하게 말할 때는 저 문장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종로 서적, 개성 이야기 그리고 38선

책 안에는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다녔던 초등학교 일화와 고등학교 기억,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시어 미니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일제강점기와 남북전쟁을 겪고 마흔이 되어서야 소설가로 데뷔한 선생님의 일화를 산문을 통해 보게 되니

한국 근현대사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기도 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그 많은 일들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이젠 돌아가신 지 20년이 지난 나의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 또한 북한이 고향이었고 일사 후퇴 때 남한으로 내려왔으며 오 남매를 키운 사람이었다.

전쟁 이야기, 일제강점기 이야기를 하면 잡아갈까 무서워 많이 듣진 못했지만

가끔 일본어를 하는 할머니 모습과 금강산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일화가 떠올랐다.

우리의 할머니 세대는 정말로 어려운 시절을 견디어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시대와 호흡하는 문장들

각 문장들은 공간과 시대를 잘 표현해 준다. 유년 시절의 그리움이, 여행에 대한 고단함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문장들을 읽고 있을면 왜 작가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였는지 알 수 있다.

호미는 따뜻한 저자의 삶의 태도와 담백한 생각들, 자연을 사랑하고 아꼈던 마음들을 잘 알 수 있었던

이야기로 어떤 글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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