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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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당연한 것일까요? 외롭지 않기 위해, 모두들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합니다. 친구를 만나고 가족을 찾고 그것도 안되면 향락에 빠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결국 혼자서 살 수 없기에, 깊은 어둠에 들어가기 전에 누군가의 손을 잡으려 노력합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 시를 참 좋아합니다. 마음속에 있는 외로움은 언제나 삶을 공허하게 했고, 외롭지 않기 위해 사람을 찾았습니다. 어찌 보면 사람의 우물은 그 끝이 없어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외롭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임으로써 외롭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은 외롭고 어느 날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독하면서 자유로워진,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필 수 있게 된 공지역 작가의 신작, 그녀의 지리산 혼자 살이와 예수살렘 성지순례는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만약 가톨릭을 믿고 있다면 읽는 내내 기도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을 만나 본 적이 있습니까?

길거리에서 만나는 도선생님들 아닙니다

가톨릭 신자인 저는 가끔 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괴로움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왜 하느님이 계신다면 도와주시지 않을까? 하는 비난을 쏟습니다.

믿음이 깊었을 때는 신을 의심하지 않았고 하루하루 성령으로

충만했을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냉담 아닌 냉담 중인 저는

하느님을 믿지만 가끔 원망도 합니다.

세상이 어지럽고, 뉴스는 혼란스럽고 세상은 괴로워집니다.

매일 부르짖는 우리의 하느님은

어디에 계실까요?

공지영 작가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여성 작가

아마 제 시대의 사람들은 그녀의 소설과 영화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고등어

특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영화를 보며

강동원 연기에 다 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한 시간이었고요.

한동안 책으로 만나지 못했는데 작가는 서울 살이를 접고

지리산 산자락에서 혼자 삶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 고요한 산 어디쯤에서 시작합니다.


죽음과 마주하는 시간, 지리산 그 깊은 곳




 

3년 전 서울을 떠나 지리산 하동군 평사리에 서 삶을 시작한 공지영 작가는

책에서 번아웃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작가로서 번아웃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은 공포에 빠지게 됩니다.

평생 글을 써오며, 글을 쓰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 작가의 생의 앞에

다른 선택지에 놓이게 됩니다.

혼자 살아 본 적이 없던, 그리고 두려워했던 작가는

스스로 도시와 단절된 생활을 하며

시골의 삶에 평화와 행복을 찾아갑니다.

작가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고 이해하고 평온함을 느껴간다고 했습니다.

작가는 자신 자신을 소비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평생 무엇인가 쏟아내야 하는 삶

글로, 강연으로, 만남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들이 쌓이면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이스라엘 성지순례, 가까운 이의 죽음



 

“성장 안 해도 좋으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그렇게 기도해도 고통은 왔고 나는 선택해야 했다” 왜 예루살렘이야?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도 정확히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천천히 깨닫게 되겠지.

이건 나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요르단 암만을 시작으로 갈릴래아 호수, 베들레험, 예루살렘을 순례합니다.

예수가 태어난 곳, 시험 당한 곳, 배신 당한 곳

세계에서 가장 위험 한 곳

관광객을 원하지 않는 곳

철저하게 고립된 나라 이스라엘

공지영 작가는 예수의 탄생이 예고된 순간부터 부활하는 순간까지

흔적이 담긴 성소를 직접 방문해 묵상하고 기도합니다.

그 삶의 흔적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사실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작가가 걷는 길,

고난의 길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왜 가시밭길을 따라 걷는 것일까?

예루살렘에서 무엇을 찾는 것일까?

떠나는 작가 또한 알았을까요,

가까운 이의 죽음은 그녀가 십자가의 길을 걷게 하는 이유였습니다.

죽음은 우리 도처에 있지만,

안타깝게 망각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죽음은 무섭지만,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며 살아가는 저에게

공지영 작가의 순례 길은 신과 나

죽음과 삶

고독과 고통에 대해 몇 번이고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참 사랑은 강요하지 않는다

 

가벼운 성지순례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여행기도 아니었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그 마음에 공지영 작가의 생각과 고민들

신을 찾던 발자국들이 켜켜이 쌓여 제법 무거워질 것입니다.


 

작가는 지리산에 이사 와서 동백나무를 심었습니다. 동백나무가 새 잎을 피어 내기 위해 죽은 잎을 떨어뜨리듯, 자신 또한 죽어있던 시간들을 아프게 떨구어냅니다.

자신의 잎을 떼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입니다.

그 죽은 잎에 갇혀 글을 쓰지 못하는 자신의 바라보는 일,

달콤한 생에 갇혀, 나아가지 못했던 작가는

외로워서 자신을 찾았다고 합니다.

혼자 있었기 때문에 자유로워졌고

진짜 자신과 발견했다고요

독자들을 울리는 힘이 있는 작가,

이번에도 깊은 울림을 주며

역시 공지영 작가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글이었습니다.

작가가 흔들리며 다시 동백나무 꽃 잎을 피어냈 듯

흔들리는 우리 모다 붉디 붉은 꽃 잎 피워낼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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