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널리의 행운
로렌스 샌더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10월
평점 :
절판


로렌스 샌더스의 사립 탐정 맥널리 시리즈의 한 작품입니다. 저는 이 작품밖에 못 구했지만 알아 보니 <맥널리의 덫>, <맥널리의 비밀>, <맥널리의 모험> 이렇게 더 있더군요. 상당히 아쉽습니다. 대단히 재미있었거든요. 나머지 책들도 더 구해봐야죠.

시대 배경은 90년대인데 부유층만 살고 있는 플로리다의 해변가에 변호사 아버지를 둔 날나리 사립 탐정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아치 맥널리...버젓이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그 여자 친구가 사랑스럽기까지 한데도 바람을 죄책감없이 피우고, 비싼 옷에 고급 음식만 고집하는 부르주아적 허영기까지 겸비한 인물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면 독자들이 좋아할 요소가 전혀 없는 매력없는 인물로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귀엽고 쿨한 인물입니다. 입만 열면 재미있는 농담을 쏟아내는데, 시도 때도 없이 농담을 뱉어대지만 그닥 재미는 없는 다른 작가들의 탐정과 비교해 볼 때, 확실히 유머 감각이 뛰어납니다. 비싼 옷을 고집하지만 패션 센스는 별로 없어서 항상 사람들로부터 핀잔을 듣는 점도 귀엽습니다. 최근에 만나본 탐정 중 가장 매력적인 탐정입니다.

작품의 시작은 맥널리 옆 집에 사는 부호의 고양이가 실종되면서 벌어집니다. 시덥잖은 사건은 당연히ㅋㅋ 확대되면서 총 3명이 죽고 나서야 끝납니다. 현대물이지만 놀랍게도 본격물입니다. 물론 트릭은 정말 심하게 약하지만요. 전 작품에 쓰인 트릭을 정확히 맞췄지만 에이~ 설마..이게 맞겠어...이러면서 넘어갔죠. 근데 맞더라구요.

트릭은 약하지만 작품이 워낙에 유머러스하고 통통튀다 보니 시간가는 줄을 모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오랜만에 봅니다. 현대에 맞는 미끈하고 건들거리는 쿨한 탐정, 아치 맥널리...그를 만나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즐거운 독서를 장담드립니다.

작품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맥널리의 고결한 성품의 여자 이웃이 살해당하는 장면입니다.  

[아버지는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황량한 얼굴로 나를 돌아다 보았다. " 리디아 길스워스가 죽었어. 살해되었다는구나."
나는 그리 자주 울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 밤에는 울었다.]

간단한 서술이지만 가슴이 아려오는 장면입니다. 늘상 농담을 입에 달고 사는 맥널리기에 그 담담한 서술이 더 슬프게 다가오는 거죠. 얼마나 슬픈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거 보다 훨씬 슬프지 않나요?

그리고 가장 재미있었던 농담은 작품에 등장하는 두 자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언니는 늘씬하고 동생은 풍만한 편이죠...

[그 두 사람이 자매지간이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었다. 얼굴은 두 사람이 약간 비슷한 데가 있는 듯 했지만 그들의 몸매는 완전히 달랐다. 만약 맥을 왼쪽으로 해서 두 사람을 나란히 세워 둔다면 그들은 아라비아 숫자 18같이 보일 것이다...ㅋㅋㅋㅋㅋㅋ]

또 하나의 농담...총에 맞아 죽어 있는 시체를 보고 맥널리의 친구 경찰이 묻습니다.

["어떻게 된거야?"
맥널리 왈 " 납중독이야..ㅋㅋㅋㅋㅋ]

아! 이거 정말 너무 재미있는 책 아닙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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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널리 시리즈 정말 좋아합니다. ^^
시리즈 전부 가지고 있는데, 다 구하고 나니 헌책방에서 자주 눈에 띄더라구요. ;

jedai2000 2005-10-2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쓸 때만 해도 이거 밖에 없었는데, 발품 팔아 현재는 다 구했습니다. 번역자 이창식 선생님께서도 번역 인생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두 작품 중 하나가 맥널리라고 하시더군요. 심심할 때 보면 이만한 작품이 없죠.

panda78 2005-10-2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창식님도 번역 무지 많이 하셨을 텐데... (나머지 하나는 뭔가요? @ㅂ@;;)

jedai2000 2005-10-27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머지 하나는 <어둠을 울리는 우울한 종소리>라는 고려원에서 나온 책이랍니다. 원제는 이래요. 아주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구해놓기는 했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panda78 2005-10-27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제는 이래요'라고 보여요.. 원제가 뭐에요? ^^;;
어둠을 울리는 우울한 종소리라....... 흑. 고려원에 전화해볼까요? ㅜ_ㅜ

jedai2000 2005-10-28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영어로 써서 안 나온 것 같습니다. 원제는 블루벨 Bluebell 이구요. 저도 읽어보지를 못해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panda78 2005-10-28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벨... 저 작자도 좀 알려주세요. ^^;; 혹시 원서라도 구할 수 있는지 보게요..;;

jedai2000 2005-10-2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드루 박스라고 하네요. 제가 읽어보고 말씀해 드릴게요. 원서로라도 보실만한 책인지 아닌지를요..^^;;
 
블랙 다알리아 1
제임스 엘로이 지음 / 시공사 / 1996년 5월
평점 :
절판


시공사에서 1996년에 나온 2권의 책으로 읽었다. 제임스 엘로이에 대해서 잘은 몰랐다. 다만 영화로 나온 <LA 컨피덴셜>의 저자로만 알고 있었다. 우연히 <블랙 다알리아>를 입수하고 읽게 됐는데, 읽는 내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다. 심지어 오늘 <에비에이터>를 보았는데, 영화 시작 전 광고하는 시간에 어두움을 무릅쓰고 읽을 정도로 몰입감이 강한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다루고 있는 사건이 대단히 엽기적이다. 차마 여기 옮겨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소설에서 본 가장 잔인한 살해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잔인하게 난자당한 '블랙 다알리아'라고 불리는 창녀의 죽음을 각각 'FIRE'와 'ICE'라고 불리는 두 전직 권투선수 출신의 경찰이 수사한다.



리 반장과 버키 형사는 권투 선수 출신으로 화끈하게 한번 붙은 다음 친해진다. 파트너가 된 두 사람은 리와 동거를 하고 있는 케이라는 여자와 함께 행복한 한 때를 보낸다. '블랙 다알리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1940년대 LA의 도덕적 타락과 병폐를 상징하는 '블랙 다알리아'사건으로 인해 리와 버키의 암울한 과거의 망령도 부활하고 만다. 정의로운 경찰인 리에게는 감추어야만 했던 비밀이 있었고, 경찰이 되기 전 버키 역시 밀고로 친구를 배신한 아픈 전력이 있다. 혼탁한 사회 속에서 결국 리, 버키, 케이의 조화롭던, 동화로까지 상징되던 세계는 무너지고 만다. 한 사람은 죽고, 남은 두 사람은 이별을 겪으므로...소설에서 묘사되는 이 장면은 너무 아프다.



모든 걸 잃은 버키는 편집증적으로 '블랙 다알리아' 사건에 몰두하게 되고 마침내 진상이 떠오르게 된다...



현대 경찰 소설, 느와르 소설의 걸작이다. 1930-40년대 유행했던 펄프 느와르의 요소(도시의 갱, 타락한 경찰, 혼란스런 사회상, 불법 권투 도박, 살해된 창녀 등)를 가지고 이토록 현대적으로, 창의적으로 변용해낸 작가의 실력이 놀랍다. 낡은 사진같이 빛바랜 40년대의 LA가 배경이지만 이 작품이 내뿜는 빛만큼은 전혀 낡지 않았다...



엽기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당대의 도덕적 타락상, 전후의 혼탁한 시대상을 정교하게 묘사해내는 작품이다. 놀라울 정도로 잘 쓰여진 작품이며 작품 말미까지 긴장감과 충격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올해 브라이언 드 팔마에 의해 영화화된다고 하는데, 소설에서 나오는 살해 방법을 쓴다면 절대 등급을 받지 못할 것이다. 분명 순화시킬텐데 작품이 그 맛을 유지할지 걱정된다.



어느 작품보다도 재미있고, 어느 작품보다도 문학성이 뛰어난 현대 범죄 소설의 명편으로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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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3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많이 보일 땐 관심없었는데.... 재미있고 좋다는 이야기 듣고 난 뒤 찾아보니 없더군요 ^^;;; 헌책방에서도 가끔 보였는데, 맘 먹고 찾으니 없어서 대략 난감.. ;

jedai2000 2005-11-0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정말 걸작입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정말 어쩌면 다시 나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
 
그래, 난 돈을 위해 산다 현대세계추리소설선집 5
자넷 에바노비치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2월
평점 :
절판


출근한지 한달이 딱 됐는데, 확실히 직장에 나가다 보니 책 볼 시간이 줄어 드네요. 헌책, 새책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데 읽을 시간이 별로 없어서 가슴이 아픕니다. 작년, 재작년 일년에 200여권씩은 읽었던 거 같은데 말예요. 지금은 그 재미있는 <맥널리의 비밀>을 읽다가도 쓰러지듯 잠든다니까요..^^;;



제가 근무하는 출판사에서는 전문적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스릴러가 주로 출판되기 때문에 원고 검토를 할 때도 집중하고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읽을 때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에 손이 가게 되더라구요.

<맥널리의 비밀>과 <터프 쿠키>등의 작품이 준비되어 있지요. 혹시 경쾌하고 웃기는 유머 스릴러, 미스터리 계열의 작품이 있음 소개 좀 해주세요...



오늘 소개드릴 책도 유머가 아주 풍부한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작가인 자넷 이바노비치는 처음 들어봤는데 아주 재미있게 쓰더군요. 원래는 로맨스 소설을 썼다고 하던데 유쾌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도 재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작품에도 로맨스 터치가 녹아들어가 있는데 아주 말랑말랑 읽기 좋더군요. 원제는 <One for the Money>더군요...두 번째 작품은 <Two for the Dough>구요. 숫자 시리즈로 계속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스테파니 플럼. 주인공의 처지부터가 웃깁니다. 실직을 하는 바람에 알거지 신세가 된 스테파니, 그녀는 집기,가구, 전자제품 등을 모두 팔며 근근히 버티지만 결국 키우던 햄스터 먹이만 남게 됩니다. 그녀의 사촌이 보석금을 떼먹고 도주한 범인들을 잡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걸 보고, 그녀는 그 회사에 도주한 범인 체포인으로 취직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자 속옷을 팔던 스테파니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그녀의 좌충우돌 탐정으로의 성장기가 펼쳐 지는데 쿡쿡거리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됩니다. 그녀가 잡아야 할 사람은 그녀의 처녀성을 훔쳐갔던 악연으로 얽혀 있는 조셉 모렐리.

그는 경찰인데 시민 1명을 사살했다는 죄목으로 추적을 당하고 있습니다. 스테파니는 과거의 복수를 위해,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상금 1만달러를 위해 그를 뒤쫓습니다. 하지만 조셉은 경찰이고 스테파니는 풋내기 탐정인데 상대가 될까요. 조셉에게 가볍게 농락당하는 스테파니의 모습이 또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지요.



조사중 스테파니는 뉴저지 주의 잠재되어 있는 악의 존재를 깨닫게 됩니다. 마약과 창녀, 새디스트인 권투선수 등 심각한 사회 병리에 속속 부딛치면서 점점 성장해 나가지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회 문제들은 거의 로렌스 블록의 작품을 방불케 하지요.

하지만 로렌스 블록의 작품이 스트레이트 강펀치라면, 자넷 이바노비치는 가볍게 잽을 툭툭 던지듯 이런 문제들을 건드립니다. 로렌스 블록처럼 한 방에 골이 띵하진 않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도시의 병폐들을 툭툭 건드리는 자넷의 작품도 그리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하여튼 스테파니는 바쁩니다. 푼돈 벌어서 시리얼이라도 사먹어 생계 유지도 해야 하고, 조셉 모렐리에게 매번 당하면서도 그를 뒤쫓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하고, 진정한 도시의 악과도 맞서 싸워야 합니다. 스테파니가 바빠질수록 독자는 즐거워집니다. 이 시리즈를 더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끝으로 본문 중에서 한 장면 소개해 보겠습니다..

<나는 용기를 내기 위해 립스틱을 새로 발랐다. 그것으로 별 효과가 없자이번에는 청색 라이너를 한번 더 그리고 마스카라를 칠했으며 볼에 분을 바르기까지 했다. 그런 다음 백미러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그것은 영락없이 슬픔에 잠긴 원더우먼의 모습이었다..ㅋㅋㅋ>





p.s/ 주의!!!!!!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이 책의 겉날개 등장 인물 소개는 절대로 읽으시면 안됩니다. 친절하게도 살인자의 정체와  범인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 하는 이유가 자세히 제시됩니다. 이렇게 어이없는 경우는 보다 보다 처음 봅니다. 다행히 전 읽지 않았지만요. 앞으로 읽으실 분은 명심! 또 명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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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7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5-10-2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오옷! 반가운 소식이네요- ^^

jedai2000 2005-10-2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위 답변은 지우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직 그곳에서도 정식으로 공표를 안 했어요..제 멋대로 공표할 수는 없는 일이죠..^^;;

coolcat75 2006-04-09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겉날개에 등장인물 소개를 저는 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긴장감이나 이미 범인을 알고 읽었으니 이 책이 그저 로맨틱 소설일 수밖에 없었어용...
 
두 동강이 난 남과 여 - 현대 일본추리 대표걸작선
노리즈키 린타로 외 10명 지음, 일본 추리작가 협회 엮음, 한국 추리작가 협회 옮김 / 봉성기획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현대 일본 작가들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입니다. 한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번역했고, 일본 추리 작가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답니다. 일본 협회 이사장의 추천사도 앞에 있고, 한국 협회 회장 이상우 선생님의 서문도 있네요. 양국 추리 작가들이 뭉쳐서 이런 좋은 시도를 했을 때도 있었군요. 지금은 협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모쪼록 양국 추리 문학 발전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해 주셨음 하네요...



여튼 수록작 면면을 살펴보겠습니다.



<두 동강이 난 남과 여 - 노리츠키 린타로>



아야츠지 유키히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모리 히로시 등과 더불어 신본격 작가군을 형성하고 있는 노리츠키 린타로의 작품입니다. 신본격하면 트릭이라 엄청 기대했는데, 실망이더군요. 호텔에서 절단된 여자 상반신에, 역시 절단된 남자 하반신이 붙여져 있는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나머지 여자 하반신, 남자 상반신은 어디 있을까가 문제의 핵심인데...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조잡한 트릭이 쓰였습니다. 읽으면서 이건 아니겠지...이거면 안돼...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해답이었습니다...-_-;;; 노리츠키 린타로의 <밀폐교실>,<눈밀실> 등을 봐야지 이 단편만 봐서는 그를 평가절하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살인 신혼여행 -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네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정 부분 이상의 완성도를 항상 담보하는 우수한 작가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단편은 조금 평범하네요. 신혼 여행지에서 아내를 살해하려는 남자. 남자는 이번에 결혼한 아내가  남자와 그의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을  가스 사고로 위장해 살해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요. 딸이 새엄마가 될 이 여자를 잘 따르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과연 새 아내가 딸을 살해했을까요? 진실이 밝혀집니다. 한 마디로 평범한 작품입니다.



<피바다의 웨딩드레스 - 노나미 아사>



한국에서는 단 한권도 출간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서스펜스의 여왕 대접을 받고 있는 노나미 아사의 흔치 않은 단편입니다. 시점을 바꿔가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가출한 두 남녀. 두 사람은 서로 가까워지지만 이 남자 뭔가 이상합니다. 잘생긴 자신의 얼굴에 조그만 흠집이라도 나는 걸 참지 못합니다. 어느날 남자와 한방을 쓰는 건달이 여자를 겁탈하려 합니다. 겁탈을 막으려고 발버둥치다 여자는 얼굴에 화상을 입고, 건달은 비명에 갑니다. 남자는 목숨같이 아끼던 자신의 얼굴을 지키죠...여기까지가 제 1장입니다. 제 2장에서는 느닷없이, 결혼식을 준비하는 요조숙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요조숙녀에게 하나둘씩 배달되는 불길한 선물...이 두 별개의 이야기가 만나는 3장의 충격은 굉장합니다. 아주 좋은 단편입니다.



<아메리카 마약 스쿨 - 바바 노부히로>



처음 듣는 작가입니다. 아주 하드보일드한 작품이죠. 미국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마약에 쩔어 있는 미국 아이들과 일본 아이가 대결한다는 내용입니다. 갈데까지 간 미국의 고등학교 이야기라 흥미롭습니다.



<결혼식 손님 - 고이케 마리코>



얼마전인가 단편집이 나온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입니다. 난봉꾼이었던 한 사내가 결혼식장에서 자신의 난봉질로 자살한 여자의 어머니인 노파를 만납니다. 노파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그저 사내를 바라볼 뿐이죠. 사내는 공포에 질리고, 점점 비이성적인 행동을 합니다. 결말은 무슨 꽁트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가볍게 보기 좋습니다.



<한 마디에 대한 벌 - 나츠키 시즈코>



이 단편집의 백미입니다. <w의 비극>으로 유명한 나츠키 시즈코의 작품입니다. 두 여성 동창이 한 마디 말 실수로 오해를 부르고,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인데, 작가의 여성 심리 묘사가 아주 섬세합니다. <올드 보이> 못지 않게 말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는 작품이죠. 구성이 탄탄하고, 자연스레 빨려 들어가는 전개가 좋습니다.



<좋은 사람이지만 - 사노 요>



엇갈린 치정을 다룬 작품입니다. 매우 평범하지요. 결말은 나쁘지 않은 듯 합니다만...



<이상한 인연 - 다카하시 카즈히코>



기발한 작품입니다. 교통 사고로 인연을 맺게 된 한 털털하고 사람좋은 사나이...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인간 심리에 바탕을 둔 상당히 공감가는 작품입니다.



<식인 상어 - 도모노 료>



너무도 예측가능한 작품입니다. 해안 마을, 상어가 나타나지 않는 마을에서 상어가 출몰합니다. 상어에게 남편을 잃은 아내...기자는 그녀에 주목합니다. 트릭이며, 내용이며, 모든 게 독자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작품입니다.



<붉은 강 - 고스키 겐지>



볼만한 작품입니다. 약간 사회파적인 냄새가 납니다. <피와 뼈>에 나오는 양준평처럼 평생을 개망나니같이 살아온 범죄자가 범죄를 저질러왔던 이유가 서서히 밝혀지는 작품입니다. 여운이 있는 괜찮은 단편입니다.



<예절의 문제 - 야마다 마사키>



기발한 단편입니다만 조금 더 갈고 닦았음 어땠을까 하는 작품입니다. 한 주부가 자신의 위층이 너무 시끄럽다고, 어제 밤에는 비명 소리 비슷한 것도 들렸다며 이웃간에 예절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투고를 합니다. 평범한 투고는 일파만파로 번져, 한 사람 한 사람 투고자가 늘어날수록 사건은 확대되어 마침내 밀실 살인 사건이 되어 버리죠. 결말이 상쾌합니다...





이렇게 11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쓰다 보니 지쳐서 뒤로 갈수록 내용 소개가 짧아지네요...ㅋㅋ 여튼 읽어볼만한 작품이 제법 있습니다. 절판됐지만 우연히라도 발견하게 되면 꼭 읽어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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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3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볼게요- 불끈! 표제작을 다른 책에서 읽어서 별 관심 없었는데..
설명을 읽으니 관심가는 단편이 꽤 되는군요. 제목만 달랐어도 바로 샀는데, 아쉬워라..

jedai2000 2005-11-0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는데, 안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도 책은 언제나 그렇듯이 본인이 판단하는 게 가장 정확한 법이죠..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 An Inspector Morse Mystery 1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한 2주간 정신없이 바빠서요. 일도 일이지만, 거의 매일 이어지는 술자리가 특히 피곤합니다. 출판 관련자들은 기본적으로 다들 애주가시더군요..-_-;; 이제는 낮술을 안 먹으면 손이 떨리는 증상까지 왔어요. 술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답니다...-_-;;;

이렇게 바쁘고 피곤할 때면 늘 생각나는 곳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늘 생각했던 곳이죠. 진짜 건강이 안 좋으신 분들이 들으면 욕하시겠지만 저는 꼭 한번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일년쯤 요양을 했으면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모든 신경쓰이고 피곤한 것들을 다 잊고 경치좋고 물맑은 곳에서 책만 읽고 틈틈이 글도 쓰고...그렇지만 나름대로 튼튼한 편이라 감기도 잘 안걸리더군요..-_-;;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의 주인공 모스 경감은 부럽게도(?) 병원 신세를 집니다. 연일 계속되는 음주, 흡연과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위에 큰 탈이 나버린거죠. (갑자기 저도 불안해집니다. -_-;;)
병원에서 할일도 없고 심심한 모스 경감, 동료이자 친구같은 루이스가 가져온 <블루 티켓>같은 빨간 책을 뒤적이며 시간을 죽입니다. 물론 다른 환자들에게 걸려 망신도 당하지요..^^;;

그러다 그는 병원에서 우연히 책 한권을 선물받습니다. 야한 책이면 좋겠지만 이번 책은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이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입니다. 이 책은 120년전 옥스퍼드 운하 근처에서 뱃사공 4명이 한 여자를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처형받았다는 내용을 다룬 논픽션입니다.

그런데 비범한 모스 경감,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뭔가 앞뒤가 안맞는 내용을 발견합니다. 웬지 수상쩍어진 그는 침대에 누워 번뜩이는 추리력과 논리력만으로 120년전 사건의 진상을 밝혀냅니다...

<우드스탁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와 <사라진 소녀>에 이어 세번째로 읽어보는 콜린 덱스터의 소설입니다. 한 사건에 대해 수가지의 가설들을 세우고 그것들을 수정하고 변형하기도 하는 등 그의 최고 재미는 역시 '가설의 향연'일 것입니다. 비록 그 가설들이 다 맞는 건 아니고, 오히려 틀릴 때가 많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논리로 이뤄진 가설들이 속속 등장할때마다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가설의 향연'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약했습니다. 페이지가 적고 소품에 가까워 사건의 진상에 대해 한 가지 가설로만 단선적으로 흘러갑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죠...

물론 모스 경감 특유의 유머는 여전합니다. 엄청 재미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특히 야한 책을 읽다 걸리는 장면 등은 웃지 않고는 못 배기죠. 여전히 충실한 루이스와의 우정도 흐뭇하고요. 밝혀진 사건의 진짜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언급한대로 '가설의 향연'이라는 면에서 조금 약한 게 아쉽습니다. 내용도, 형식도 작가가 소품을 의식하고 썼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아마 콜린 덱스터판 <진리는 시간의 딸>을 쓰려고 했는지도 모르죠.

조금 아쉬웠던 건 과거 사건에서의 미스터리들이 완벽하게 풀리지는 않는다는 거죠. 예를 들어 뱃사공들이 여자를 희롱할 때, 여자는 비명을 지릅니다. "내 구두를 어떻게 하려는 거야!"
독자들은 구두에 얽힌 비밀이 궁금할 수 밖에 없지만 모스 경감은 구두에 얽힌 진실을 풀지 못합니다.(풀지 않습니다.)

120년이라는 시간의 먼지를 뒤집어쓴 사건이 현대의 사건들처럼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낱낱이 풀릴
수는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의도한 효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저런 단점들도 있지만 저는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천사같은 피오나와 아일린 간호사들의 간호를 받으며 유유자적하는 모스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병원, 나쁜 곳만은 아니라니까요!

별점: *** 1/2

p.s/ 올 여름에 모스 경감 후속 시리즈가 더 나온다고 하더군요. 3권이 한꺼번에 비슷한 시기에 나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붉은 언더라인>이라는 작품이 보고 싶은데 보기 힘들더군요. 해문 목록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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