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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널리의 행운
로렌스 샌더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10월
평점 :
절판
로렌스 샌더스의 사립 탐정 맥널리 시리즈의 한 작품입니다. 저는 이 작품밖에 못 구했지만 알아 보니 <맥널리의 덫>, <맥널리의 비밀>, <맥널리의 모험> 이렇게 더 있더군요. 상당히 아쉽습니다. 대단히 재미있었거든요. 나머지 책들도 더 구해봐야죠.
시대 배경은 90년대인데 부유층만 살고 있는 플로리다의 해변가에 변호사 아버지를 둔 날나리 사립 탐정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아치 맥널리...버젓이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그 여자 친구가 사랑스럽기까지 한데도 바람을 죄책감없이 피우고, 비싼 옷에 고급 음식만 고집하는 부르주아적 허영기까지 겸비한 인물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면 독자들이 좋아할 요소가 전혀 없는 매력없는 인물로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귀엽고 쿨한 인물입니다. 입만 열면 재미있는 농담을 쏟아내는데, 시도 때도 없이 농담을 뱉어대지만 그닥 재미는 없는 다른 작가들의 탐정과 비교해 볼 때, 확실히 유머 감각이 뛰어납니다. 비싼 옷을 고집하지만 패션 센스는 별로 없어서 항상 사람들로부터 핀잔을 듣는 점도 귀엽습니다. 최근에 만나본 탐정 중 가장 매력적인 탐정입니다.
작품의 시작은 맥널리 옆 집에 사는 부호의 고양이가 실종되면서 벌어집니다. 시덥잖은 사건은 당연히ㅋㅋ 확대되면서 총 3명이 죽고 나서야 끝납니다. 현대물이지만 놀랍게도 본격물입니다. 물론 트릭은 정말 심하게 약하지만요. 전 작품에 쓰인 트릭을 정확히 맞췄지만 에이~ 설마..이게 맞겠어...이러면서 넘어갔죠. 근데 맞더라구요.
트릭은 약하지만 작품이 워낙에 유머러스하고 통통튀다 보니 시간가는 줄을 모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오랜만에 봅니다. 현대에 맞는 미끈하고 건들거리는 쿨한 탐정, 아치 맥널리...그를 만나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즐거운 독서를 장담드립니다.
작품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맥널리의 고결한 성품의 여자 이웃이 살해당하는 장면입니다.
[아버지는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황량한 얼굴로 나를 돌아다 보았다. " 리디아 길스워스가 죽었어. 살해되었다는구나."
나는 그리 자주 울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 밤에는 울었다.]
간단한 서술이지만 가슴이 아려오는 장면입니다. 늘상 농담을 입에 달고 사는 맥널리기에 그 담담한 서술이 더 슬프게 다가오는 거죠. 얼마나 슬픈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거 보다 훨씬 슬프지 않나요?
그리고 가장 재미있었던 농담은 작품에 등장하는 두 자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언니는 늘씬하고 동생은 풍만한 편이죠...
[그 두 사람이 자매지간이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었다. 얼굴은 두 사람이 약간 비슷한 데가 있는 듯 했지만 그들의 몸매는 완전히 달랐다. 만약 맥을 왼쪽으로 해서 두 사람을 나란히 세워 둔다면 그들은 아라비아 숫자 18같이 보일 것이다...ㅋㅋㅋㅋㅋㅋ]
또 하나의 농담...총에 맞아 죽어 있는 시체를 보고 맥널리의 친구 경찰이 묻습니다.
["어떻게 된거야?"
맥널리 왈 " 납중독이야..ㅋㅋㅋㅋㅋ]
아! 이거 정말 너무 재미있는 책 아닙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