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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희생자 - 상 ㅣ 밀리언셀러 클럽 1
제임스 패터슨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드뎌 다 읽었습니다. 보노님이 증정해 주신 제임스 패터슨의 <첫 번째 희생자>를요...황금가지 밀리언 셀러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이더군요. 그런데 목록을 보면 의문점이..<분신사바>나 <쇠못 살인자>같은 작품이 과연 백만권이 팔렸을까요?? 밀리언 셀러가 아닐텐데 허위,과장 광고 아닙니까? 탈락시켜야 하는 거 아니예요? ㅋㅋㅋ
여튼 이 작품 대단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찌나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던지 팔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물론 큰 활자와 많은 여백도 빠른 독서에 한 몫 했지만요...ㅋㅋ) 특히 하권은 정확히 1시간만에 다 읽을 정도였습니다. 새로운 스릴러의 히트 작가로 부상한 제임스 패터슨의 재미있는 작품입니다.어찌어찌 하다 보니 국내 출간된 그의 작품은 모두 읽게 됐는데, 대중 소설가로 재미만큼은 보장해주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그는 캐릭터 창출에 공을 굉장히 많이 들입니다. 그의 대표적 히트 시리즈인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의 히트 요인은 알렉스 크로스 형사 본인의 매력이 꽤 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열혈 캐리어 우먼 4명이 모여 살인 클럽을 만드는데 4명 모두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냉철하지만 여성스러운 면이 있는 경위 린지, 모성애가 느껴지는 검시관 클레어, 생기발랄한 기자 신디, 야심만만하지만 아픔도 있는 검사 질...이렇게 독자들이 이들에 대해 더 알고 싶고, 더 지켜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4명의 주인공들이 이 책의 최대 강점입니다. 참고로 이 4명을 보면 <섹스 & 더 시티>의 네 여자가 생각납니다. 그들은 섹스와 사랑에 대해 수다를 떨고, 살인클럽의 여자 4명은 살인과 범죄에 대해 수다를 떠는 게 좀 다르군요..ㅋㅋ
범인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을 읽어 보면 연쇄 살인범이 주로 등장해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의 작품들이 그토록 사랑받는 데는 범죄의 잔혹성과 엽기성이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연쇄 살인범이 신혼 부부만 골라 잔인하게 살해한 후, 신부를 사후에 강간하는 등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아무래도 독이나 칼로 얌전히(?) 죽이는 책보다, 도끼로 30번씩 난자하고 시체를 토막내고 강간하는 내용이 나오는 책이 독자의 흥미를 더욱 잡아끌겠죠. 이는 점차 잔인해져가고 엽기적인 것에만 눈을 돌리는 독자들이 더욱 문제입니다. 이런 폭력적이고 잔인한 묘사들이 주류를 이루는 책을 보다 보면 마치 소금물로 갈증을 씻는 것과 같아요. 보면 볼수록 갈증이 더해지고, 소금물을 더 들이키게 되고, 더 기갈이 심해지고...악순환이죠. 앞으로 나오는 제임스 패터슨의 작품이 믹서기에 사람의 얼굴을 갈고, 시체를 오븐에 굽는 내용이 나와도 저는 놀라지 않겠습니다.
공들인 캐릭터와 신경써서(?) 만든 범죄장면, 로맨스와 경찰 수사가 어울려 돌아가 정신없이 몰입시키던 작품은 어느 덧 대단원을 맞이합니다. 그의 작품에 대해서 또 하나의 불만이라면 뭔가 정교한 맛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히트작 <키스 더 걸>에서는 여성들을 납치해 유린하던 카사노바의 은신처의 정체가 그야말로 우연히, 알렉스 크로스가 산을 헤메다 우연히 발견하는 상황이 나와 황당했습니다만...이 작품에서도 결말의 진실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단서가 도출되는 과정이 조금 치졸하고 우스웠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반전도 스릴러 영화에서 익숙한,이제는 질려 버린 그런 종류의 반전이었습니다.
분명히 재미만은 보장하는 책으로 짜릿한 3시간을 보장하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임스 패터슨의 능력은 딱 거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데, 겉멋만 잔뜩 든 책들이 활개치는 요즘같은 출판계에 재미라도 확실히 보장하는 그의 책은 분명 평가할 만한 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마지막 커리어에 그는 시드니 셀던같은 슈퍼 베스트셀러 작가로는 남을 수 있겠지만, 에드 맥베인같은 거장급의 찬사와 영광은 결코 누릴 수 없을 겁니다..장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