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칼의 날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93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석인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일전에 주문했던 <백야행>을 비롯한 책들이 도착했습니다. 딕슨 카의 <연속 살인 사건>을 먼저 읽고 있는데 의외로 가볍고 말랑말랑한 분위기라 조금 놀랐습니다. 새로 산 책들도 빨리 읽고 가열차게 평을 올리겠나이다.
개인적으로 첩보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추리 소설 애호가로서60년대 냉전 시대의 부산물로 추리 소설계에 지울 수 없는 획을 남긴 첩보물의 걸작 정도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4편을 지목했더랬죠. <바늘구멍>,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자칼의 날>, <독수리는 내리다>가 그것들인데 앞의 두 편은 벌써 읽었고 자칼은 이번에 읽었으니 <독수리는 내리다>만 남았네요. 제가 읽었던 3편 모두 공히 뛰어난 걸작이었으니 첩보물도 무시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칼의 날>은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프로 킬러 자칼과 그걸 저지하려는 프랑스, 영국 경찰의 대결을 박진감 넘치게 묘사합니다.
제가 프랑스 현대사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문외한이라 처음에 60년대 혼란한 프랑스 정국의 설명이 나오는데 하나도 이해가 안되더군요. 당시 프랑스 영토였던 알제리를 반환하는 이유로 국론이 분열되어 드골파와 드골을 싫어하는 OAS라는 조직이 생기고 OAS에서는 눈에 가시같은 드골을 처치하려고 자칼을 고용한다는 이야기더군요.
여기서 잠깐 딴소린데 우리는 중,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우잖아요. 그런데 너무 고대나 중세에 치중되어 있는 거 같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나 20세기의 근, 현대사는 거의 비중이 없져...세계사를 좋아하는 저는 중세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니 태양왕 루이 14세, 30년 전쟁 등을 아직도 기억하고 잘 알고 있져. 그러나 불과 40년전의 프랑스 역사에 대해서는 완전 까막눈이라니 부끄럽습니다. 세계사 교육이 개정돼야 해요. 얼마 전 노벨 문학상 수상 명단을 보니 영국의 처칠 수상도 있더군요. 정치가뿐 아니라 문인이기도 했나봐여. 이런 꼭 필요한 세계사를 가르쳐 주는 근, 현대사 교육이 필요한 듯....
갑자기 심하게 딴 소리를...요즘 제 평을 읽어 보면 추리 소설에 대한 본연의 내용 소개보다는 잡담 및 방담, 정담, 심지어 만담화되고 있습니다.-_-;
조심해야겠어요..^^;
여튼 자칼은 세계 제일의 킬러로 프로 중의 프로입니다. 그는 세심하게 기계처럼 정교하게 작전을 세우며 드골에게 다가갑니다. 그런데 도입부에
OAS 대장이 청부를 의뢰하기 위해 자칼을 만납니다. 자칼은 워낙에 큰 일이다보니 이번 기회에 은퇴해 평생 놀고 먹을 만한 거액을 받겠다고 말합니다. OAS대장은 얼마를 원하냐고 묻죠...자칼은 뜸을 들입니다. 워낙에 거액이라...평생 숨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그에 상당한 거금을 받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합니다. 저도 침을 꿀떡 삼켰습니다. 도대체 얼마길래???
한 나라를 움직일 정도의 엄청난 돈이겠지???
자칼은 말합니다. <50만 달러는 주셔야겠습니다>
순간 저 웃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물론 그 당시 화폐 단위로는 엄청났을테니 그렇게 요구했겠지만 현재의 단위로는 결코 엄청난 거액이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이런 소박한 자칼같으니라구...그 돈으로는 평생 못 먹고 살아요. 지금 돈으로 7억쯤 될텐데 그걸로 어케 평생 도망다니면서 먹구 살라고..^^;;; (물론 그 당시 돈으로는 엄청 거액이였겠져...)
자칼은 변장의 명수이자 인간 심리에 능통하고 심지어 돌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임기 응변도 뛰어난 그야말로 살인을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그런 킬러가 드골을 노리니 프랑스 정부가 아연 긴장하죠. 마침내 프랑스 당국은 자칼의 숙적이 될 단 한 사람 르벨 총경을 부릅니다. 자칼이 카리스마 넘치는 프로페셔널이라면 르벨은 겉으로 봐서는 비범함이 없는 평범한 형사입니다. 결코 천재라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끈기와 집중력을 겸비한 프랑스 최고의 민완 형사랍니다. 결국 살인을 위해 태어난 자와 살인을 막기 위해 태어난 두 개의 창과 방패가 격돌하는 부분에서 이 소설의 참 재미가 드러나죠...
처음에는 역사적 사실이 다큐멘터리처럼 제시되고 설명이 많아 몰입이 힘들지만 사건이 본 궤도에 접어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재미가 있습니다. 저는 짬만 나면 읽었습니다. 술 먹고 들어와서 세상이 비틀비틀 돌때도 침대에 누워 읽기도 했구요. 결말이 궁금해 잠시도 독서를 쉬지 못했습니다. 놀랍도록 재미있는 책이었죠. 참고로 결말을 공개하자면 드골은 살아납니다. (스포일러 아닌 거 아시져? ^^;;)
두 사람의 프로페셔널의 전문가다운 행동들을 단지 제시하기만 하는 것으로써 우리는 이 사람들의 내면 깊숙한 자존심과 전문가 의식을 엿 볼 수 있습니다. 두 전문가의 전문가다운 솜씨를 솜씨좋게 제시한 프레드릭 포사이스의 비범함 역시 프로페셔널 작가답습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자칼과 르벨 총경, 포사이스 세 명의 전문가를 세상에 알린 걸작이라는 말입니다.
P.S/ <자칼의 날>은 프로페셔널 킬러를 전면에 내세워 훗날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닉스>같은 작품은 중학교 때 읽었는데
지금 보니 <자칼의 날>에 완전 모방에 가깝더군요. 오리지널에 경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