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 수배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0
퍼트리샤 콘웰 지음, 김백리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공군: 나 왔다. 어라, 이 자식 보게나. 친구가 왔는데 계속 엎어져 자고 있네.
강군: 음..왔냐. 냉장고에서 암 거나 꺼내 먹어라. 난 졸려서 계속 자야겠다.
공군: 암 거나 마나 날계란 밖에 없는데.
강군: 깨 먹어. 그리고 조용히 있어라. 나 자야 된다.
공군: 이 자샤. 넌 취직도 안하냐. 젊은 놈이 이렇게 잠만 자고 있네.
강군: 시절이 하수상해서...
공군: ...계속 자라.

강군: 아직도 안 갔냐. 내가 몇 시간 잔 거야?
공군: 친구가 왔는데 꼬박 다섯 시간을 자다니 대단하다.
강군: 미안하다. 요즘 잠을 못 자서. 나 잘 동안 뭐 했냐?
공군: 책 읽었다. <흑색수배> 반쯤 읽었어.
강군: 오~ 그거 읽었냐.
공군: 볼 만 하더라.


강군: 그거 시리즈라 처음부터 봐야 재미 있을텐데.
공군: 그렇군.
강군: 퍼트리샤 콘웰이라는 미국 작가의 인기 시리즈란다. 법의학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지.
공군: 또 시작이구나. 넌 무슨 책 얘기만 하면 신들린 놈 같아. 테이프에 녹음해 놓은 거 쭉 돌리는 거 같어.
강군: 외로워서 그러지. 그나저나 <흑색수배>는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관 스카페타 시리즈 10번째 작품이다.
공군: 10권이나. 대단하네.
강군: 미국에선 14권까지 나왔어.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꽤 팔린다는 이야기지. 안 팔리면 그만큼 나왔겠냐.

공군: 왜 그렇게 인기가 좋은거야?
강군: 우선 소재가 독특하잖아. 지금이야 워낙 CSI: 과학수사대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지만 1990년에 시리즈 1권이 나왔을 때만 해도 법의학이라는 소재는 거의 다루는 작가가 없었거든. 더구나 작가가 실제 어느 정도 법의학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기도 하고. 솔직히 사람이 죽었는데 사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뼈를 솥에 넣어 끓인 다음 살을 발라내서, 그 뼈에 난 상처를 조사하는 내용을 어디서 또 보겠냐.
공군: 역시 사람은 새로운 걸 해야 성공해. 기존에 없던 거 말야.
강군: 그렇지. 그러니까 너도 허구헌날 맥주타령만 하지 말고 새로운 걸 해봐라. 아무튼 법의학이라는 소재 말고도 작가가 문장력이 좋다. 특히 주인공 케이 스카페타 박사와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마리노 경감, 냉철한 프로파일러이지만 사랑에는 열정적인 벤턴 웨슬리, 천재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스카페타의 조카 루시 같이 매력있는 인물이 다수 나오고, 또 그네들의 관계가 매 시리즈마다 달라지는 등 인물의 관계에 집중한 게 여성 독자들한테도 먹힌 것 같아.
공군: 아무래도 작가가 여자라서 섬세한 모양이구나.
강군: 섬세한데 좀 지나치게 섬세해서 가끔 답답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작가는 즐겨 죽음을 그리면서도 죽은 사람에 대한 존엄성을 잊지 않고, 죽은 이의 슬픔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케이 스카페타라는 캐릭터를 잘 그려낸 것 같아. 주인공의 인본주의적인 사상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더라구.  


공군: 시리즈 중에 뭐가 제일 재미있냐?
강군: <사형수의 지문> <시체농장> <카인의 아들> <카인의 딸>이 비교적 상품이고, <법의관> <소설가의 죽음> <죽음의 닥터>는 그저 중 정도, <하트잭> <악마의 경전>은 하에 불과한 것 같다.
공군: 너는 네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항상 그렇게 단정하는 게 문제야. 혼자만 잘났지.
강군: 오늘 무지 까칠하구나.
공군: 그럼 <흑색수배>는 어떤데.
강군: 개인적으로 아주 썩 좋지는 않았어. 10편 이상 나오면, 아무리 시리즈라도 피곤한 거라. 확실히 매너리즘의 위기가 있지. 그래도 전편에서는 중요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벤턴 웨슬리까지 장렬하게 죽여버리면서 위기를 탈출하는데, 확실히 이번 작품에서는 힘이 좀 떨어진 것 같더라.
공군: 그렇군.


강군: 이번 편에서는 사랑하는 애인이자 친구, 보호자인 벤턴 웨슬리를 잃은 스카페타 일행이 어떻게 상처를 극복해나가는가가 포인트라고 할 수 있지. 감동적인 대목도 분명 있지만 전체적으로 어디서 본 내용이 많다는 게 좀 그렇더라고. 스카페타는 또 해킹을 당하고, 권력자로부터 또 부당한 간섭 및 압박을 받고, 새로운 연쇄살인밤은 여전히 설치고, 엄청 자주 나오는 부검 장면도 여전하고. 뭐 이 시리즈의 특징이 그런 거지만 확실히 10번을 보니 개인적으로는 좀 질리는 부분이 있었어. 또 사건 해결되는 과정도 좀 느닷없고. 특별히 스카페타가 머리를 굴리는 장면도 없이 그냥 범인이 찾아오더라. 단순하게 말해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재미가 거의 없었어. 그런데 이건 지금 말할 부분은 아닐 수도 있어. 이 다음 편에서 내용이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끝나거든.
공군: 전편의 충격 효과가 정말 컸구나.
강군: 그렇지. 전편 <카인의 딸>은 방화와 연쇄살인범 캐리 그레센이라는 이중의 위험을 소름끼치게 그리면서도, 벤턴 웨슬리를 잃은 상실감을 정말 눈물나게 잘 조화시켰거든. 그런데 충격 효과도 한 번이지. 그렇다고 이번 편에서 마리노를 죽일 수는 없잖아. 퍼트리샤 콘웰은 이 장기화된 시리즈에서 확실히 위기에 봉착한 것 같아. 막바지에 몰렸을 때 절묘한 한 수로 위기를 타개해나가기 바랄 수 밖에 없는거지. 확실히 스카페타 시리즈는 연쇄살인범 템플 골트와 캐리 그레센 콤비가 나와야지 재미가 확 사는 것 같은데 둘 다 죽었으니 어쩔 수 있나.

공군: 다른 불만점은 없냐?
강군: 번역이 좀 안 좋았던 것 같다. 전문용어도 제대로 파악을 못 한 것 같아 그렇고, 인물들의 관계, 예컨대 범인과 의문의 피해자의 관계 같은 곳에서도 불분명하게 번역해 놓아 굉장히 헷갈리더라구.
공군: 그건 좀 그렇네.
강군: 시리즈 앞 부분을 번역했던 번역자가 실력이 더 나은 것 같다.


공군: 아무튼 이 시리즈 10편이면 여름 나겠네.
강군: 그럴수도. 아무래도 시리즈는 쭉 이어서 보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법이니까. 스카페타 시리즈가 꾸준하게 나와서 벌써 10권이나 이어졌다는 거는 나름 평가받을 일이지. 척박한 우리나라 추리소설 시장에서 10권이면 대단하지.
공군: 잘 알겠다. 나중에 한 번에 왕창 빌려 가련다.
강군: 그래. 이야기 끝났으니까 맥주나 하러 갈까?
공군: 웬 일이야? 맨날 빼더니.
강군: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맥주 한 잔으로 시름을 달래보련다.
공군: 오케이~ 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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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0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서도 뒤로 갈 수록 인기가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Apple 2006-06-0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한작품만 봤는데도 그다지 매력이 없었다는....-_-;

비연 2006-06-0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좀 쉬었다가 내는 것도 괜챦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전 벌써 중간작품부터 안 읽고 있다는...ㅠㅠ)

jedai2000 2006-06-1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판매는 변함없이 좋은데, 평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아요. 뭐 아마존 서평 같은 거에 너무 구애받을 필요는 없지만 신작은 두 개 내지 한 개 반 이렇더라구요. -_-;;

애플님...취향에 안 맞으셨나 봅니다. 적어도 시리즈 4~6권은 꽤 훌륭합니다. 쭉 이어서 보다보면 마리노나 스카페타가 좋아지기도 하구요. ^^

비연님...그렇죠. 그런데 내면 팔리는 작가니 쉴 수가 없겠죠. 잘 될 때 빠짝 벌어야 하잖아요. ^^ 취향에 안 맞으시면 안 읽으심 되지 눈물까지 흘리실 것 까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