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꿈 - 전예원세계문학선 307 셰익스피어 전집 7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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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비틀즈의 음악이 흘러나오듯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누군가가 읽거나 공연 혹은
탐구하고 있을 것이다. 비틀즈나 셰익스피어의 공통점은 유명하다는 것, 영국, 수많은 히트곡, 작품들
을 들 수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가만 보면 그렇게 이상한 조합만은 아니다. 특히나 그 유명세
때문에 오히려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듣거나 읽어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이들을 우울하게 하
지는 않을지...

셰익스피어 최고의 낭만희극이라 불리는 <한여름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을 나는 환
상희곡이라 부르고 싶다. 한여름 밤 달빛 아래서 펼쳐지는 몽환적인 느낌과 숲의 바람은 연인들과 요정
뿐 아니라 모두를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셰익스피어는 여기서도 여러 개의 플롯을
복잡과 단순의 반복으로 재치있게 풀어간다.

재미있는 4개의 이야기가 공존하는데 첫 번째는 테세우스와 히폴리타의 결혼식 준비과정이다. 시작과
끝이 아니고는 별로 드러나지 않지만 음악의 서곡과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라이샌
더와 허미아라는 사랑하는 연인, 이들과 엇갈린 사랑으로 엮인 연인의 드미트리어스와 헬레나 그리고
결혼식에서 축하할 극을 준비하는 보틈과 친구들 마지막으로 오베론과 티타니와라는 요정의 왕과 여왕
이 등장한다. 또 퍽이라는 귀여운 개구쟁이요정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부터 음악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사실 이 희극을 읽으면 들리지 않는 음악이 절로 떠오른다. 흥겨운
음악은 한여름 밤에 잘 어울린다. 그래서 한여름 밤의 음악회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것이 재즈이건 팝
이건 그 어떤 음악이라도 좋다. 네 가지 플롯이 꼬여있는 이 작품에서는 그들 각자가 만들어내는 자유
로운 하모니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깜박 졸고 난 후의 꿈을 떠올려 보면 그저 지나가는 한낮의 꿈일 뿐이다. 그러나 그 잠깐의 의미는 결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꿈.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면
서 기분 좋게 웃을지 아니면 꿈에서 깨지 않으려 발버둥 칠지는 그때가 와야 알겠지만. 여러 가지 생각
을 던진다. 또한, 그 생각이란 것 자체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힘이 있기에 어쩌면 꿈꿀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지도 모른다.

내가 만들어 내는 하모니는 들을 만 한지 어떨지 궁금해지는 가을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데니스 놀란이 그림을 그린 동화로 나온 <한 여름 밤의 꿈>
한 여름밤의 꿈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데니스 놀란 그림, 브루스 코빌 다시 씀, 구자명 옮김 / 미래M&B(미래엠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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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 전예원세계문학선 304, 셰익스피어전집 4 셰익스피어 전집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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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인상깊게 읽었던 베니스의 상인을 다시 읽었다. 너무도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이 책은 특히
나 법정에서 판결받을 때의 장면이 눈에 선한 듯하여 잊을 수 없다. 참으로 통쾌한 장면이었는데 학생
때의 느낌과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그때는 유태인 상인 샤일록이 그렇게나 얄밉더니 지금은 가련하다
는 생각도 든다. 대사를 읽다 보면 법정에서도 샤일록을 상인이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유대인이
라고 칭한다. 그것은 일종의 차별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을 보면 이해가 된다. 문학은 현실
의 반영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셰익스피어는 이 극을 통해 영국 시민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을 것이
다. 왜냐하면, 당시 스페인 국왕에게 매수된 유대인이 영국 여왕을 독살하려 한 암살미수사건이 있었기
에 유대인 배척사상이 널리 자행되었다. 그래서 유대인 샤일록은 간사하게 그려져 있고 결국 심판을 받
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 상황과 관계없이 탐욕쟁이에다 간사한 등장인물이 법정에서 지혜로운 심판
을 받는 모습은 독자에게도 시원함을 준다.

베니스의 상인 앤토니오는 친구를 위해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고 증서를 작성한다. 약속위반 시 1파운드
의 살점을 건 증서였다. 친구를 위해 이런 무시무시한 조건에도 응한 앤토니오와 반대로, 평소 샤일록
은 앤토니오의 사업방식을 못마땅해하던 차에 기회를 노린다. 그리고 결국 앤토니오의 배가 침몰하고
파산하자 기다렸다는 듯 증서에 쓴 내용을 들먹인다. 샤일록이란 인물은 <오셀로>의 이야고처럼 간교
한 동시에 또한 <오셀로>의 무어인처럼 차별받는 유색인종이다. 그의 외동딸은 앤토니오의 친구와 사
랑에 빠졌으니 셰익스피어의 여러 극처럼 곁가지 이야기로 맞물려 있다.

여주인공은 부유하고 돈 많은 포오셔로 극에서 지혜를 상징한다. 그녀가 바로 법정에서 판결했던 장본
인으로 남장을 했었다. 셰익스피어의 극에서 여주인공들은 대부분 일관성이 유지되진 않다. 아무리 당
당하고 재치있고 현명해도 결국 시대가 추구했던 당시의 이상형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늘 이것이 나
는 불만이지만. 아무튼, 법정에서 포오셔가 말했던 유명한 대사를 아래에 옮긴다.


이 증서엔 피는 단 한 방울도 적혀 있지 않소. 여기에 명기되어 있는 말은 '살 1파운드'요.
증서대로 살은 1파운드만 떼어 가시오. 단 살을 떼어내면서 기독교도의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린다면
그대의 토지와 재산은 베니스의 법률에 의하여 국가에 몰수당할 것이오.

ㅡ 121쪽, 4막.



통쾌한 답변이지만 역시 그 속에는 기독교도라는 말이 들어 있다. 유대인 샤일록이 예수쟁이라 비난하
는 기독교도. 그리고 반대로 기독교도들이 차별하는 유대인. 결국, 샤일록이 법정에서 패소했을 때는
측은하게 느껴졌다. 극에는 그의 퇴장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쓸쓸한 그의 퇴장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 생각해보건데 셰익스피어는 과연 재담꾼이다. 분명히 시대상을 반영하여 적랄하게
유대인을 꼬집어내어 시원하게 해주면서도 법정에서 느껴지는 샤일록의 모습은 또한 사람이었다. 자꾸
그 등장인물을 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가 의식적으로 만든 인물이건 아니건 간에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힘은 언어유희뿐 아니라 강렬한 등장인물도 한몫을 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등장인물에 역시 샤일록도 빠질 수 없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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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s 도쿄놀이
배두나 글.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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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생과 가끔 책을 바꿔서 읽는데 그래서 재미있는 책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딱 이 책처럼.
먼저 배두나를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배우, 모델로 꽤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고 이미지도
좋아한다. 그녀는 사진 3년차이며 이 책은 두 번째 사진집이다. 첫 번째 사진집인 런던놀이는 읽지 않아
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단 이 책의 제목은 제대로 붙인 거 같다. 도쿄 사진집이 아니라 "배두나의
도쿄놀이"인 것이다. 말 그대로. 어쩌면 두나의 감성사진집이라 붙여도 무방할 듯하다. 사진은 예술
이자 놀이이자 일상이지만 이 책의 사진에는 예술보다는 놀이와 일상으로 충전되어 있다. 그 점을 염두
에 두고 본다면 그녀의 매력을 만나는 시간이 빨리 지나갈 것이다. 물론 그녀의 예쁜 사진이 더 많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각종 촬영으로 10년을 일본에 다녀오면서 내 집처럼 편하게 도쿄를 활보하는 그녀의 모습은 유쾌하다.
들고간 라이카 카메라와 롤라이 플렉스, 캐논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주쿠의 중고 카메라 숍에서
희귀한 클래식 카메라, 특히 라이카를 탐내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나 또한 그 거리에 들어서면
그 상점 앞에서 침을 흘리고는 했기 때문이다. 보관상태도 훌륭한 상점들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있었으
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또 요도바시 카메라 신주쿠 니시구치 본점도 가고 싶어졌다.

시모키타자와나 요요기 공원 이야기도 내가 좋아하는 장소라 공감이 갔다. 물론 롯본기, 존 레넌 박물
관은 못 가본 곳이라 아쉬웠지만 딱 하나 부러운 것이 있었다. 바로 새벽 5시에 오픈하는 서점에 가는
일! 그녀의 추억은 가을, 겨울의 사진으로 채워졌는데 내 추억의 도쿄는 여름이었다. 그래서 비교해보
기도 했다. 도쿄에서 3개월을 지냈던 때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그러나 여행서로 치자면 이 책은 완전초보에게는 유용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쪽도 아닌 거 같다. 왜
냐햐면 요즘은 인터넷만 검색해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책을 활용해도 되기 때문이다. 입소문
나지 않은 특별한 곳을 원한다면 책에서 건질 정보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배두나의 팬이라면 이
책에서 그녀의 감성과 예쁜 사진을 만나는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초기 한정판 CD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들어 있는데 한 20분 정도였던 거 같다. 와플집에서 카메라의 각
도가 나올 때까지 시도하는 모습에서 살며시 웃었다. 나도 예전에 저런 기억이 있다. 그래서 옆 사람이
먹고 싶어도 사진 찍을 때까지 본의 아니게 기다리게 했던 순간들 말이다.

예전의 도쿄여행을 추억하면서 볼 수 있는 유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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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찍은 사진 한 장 - 윤광준의 사진 이야기
윤광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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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생일날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었다. 오래도록 고심할 필요도 없이 늘 관심을 두고 있던 로모
카메라였다. 그렇게 시작된 본격적인 사진찍기는 참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중학생 때부터 아빠의
수동 카메라를 사용했기에 전혀 낯설지 않았는데 필름 카메라의 매력 그리고 요즘의 디지털 카메라까
지 사진이 주는 매력은 찍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일회용 카메라 혹은 토이 카메라여도 찍는 사람에
따라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세상의 풍경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맘때였으리라. 이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했다. 로모와 처음 만나던 때처럼 그래서 이 책에도 그때의
기억이 포개져 있다. 아직도 과거 내 열정의 결과물들은 책상 서랍 하나 가득 채워져 있는데 필름과 사
진을 꺼내면 지나간 시간도 딸려나온다.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사진 수련법은 바로 "백문이불여일찍!"
즉, 백 가지 이론적 지식보다 한 번 찍어보는 것이 낫다(16쪽)는 말이다. 필름 한 통이 모두 잘 나오기를
고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프로 사진작가들도 수백 번 찍어서 그중에서 옥석을 가려내지 않던가. 이 책
은 전문가가 읽어도 편하겠지만 사진에 관심이 있거나 초보자가 만나면 좋을 책이다. 사진을 찍는 자세
등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가 그 어떤 촬영기술보다 와 닿았기 때문이다. 깊이 있게 파고들 책을 원한
다면 차라리 타임스페이스에서 나온 <사진학 강의>를 읽는 것이 나을 것이다.

작가가 생태 사진을 담기 위해 조언을 들으러 일본으로 가서 사토시 구리바야시를 만나고 그의 작업실
을 둘러볼 때는 나까지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지경이었다. 직접 필요한 장비를 만들어 사용하고 곤충의
특성상 자연에서는 촬영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몇 년이나 작업실에서 곤충을 키우는 모습. 그것
이야말로 진정으로 사진에 임하는 열정이었다. 그래서일까. 작은 곤충 사진을 별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이후로는 그렇게 지나칠 수 없었다.


책의 앞부분은 편하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들로 사진에 관한 추억, 사건 등인데 아내를 찍은 모
습이 인상적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대상을 담기에 거기에는 대상에
대한 감정도 깃들어 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실질적인 내용으로 사진술의 탄생부터 렌즈 이야기 등도
움이 되는 내용이 고루 담겨 있다. 특히 독일의 렌즈 이야기는 관심 있던 분야라 몇 번 읽었던 거 같다.
일본 신주쿠에서 중고 라이카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경하던 때가 절로 떠올랐다.

카메라라는 도구에 대한 집착을 버리데 자신의 용도에 맞는 카메라를 선택하여 끊임없이 담아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이다. 전문가보다 더 전문가적인 장비를 끙끙거리며 들고 다닌다고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카메라를 구입하려고 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것
을 선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할 것이다. 아니면 연습으로 장롱 카메라(집안 구석에서 쉬고 있는
녀석들)를 꺼내 담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하면 언젠가는 자신도 만족하는 잘 찍은 사진
한 장
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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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시집 범우문고 57
피천득 지음 / 범우사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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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 위에
던졌어요



<편지>라는 시의 일부분이 아닌 전부이다. 올해 타계한 피천득 시인의 시를 읽으면 운율을 살려 낭독
하고 싶어진다. 군더더기 없는 말끔함 그리고 아이처럼 맑은 순수함. 그래서 그의 시에는 불편함이 없
으며 자연스럽게 정감을 자아낸다.

시인보다 수필가(대표작, 인연)로 더 유명하지만 영문학자로도 활동했으며 샘터출판사에서 나온 <셰익
스피어 소네트 詩集>
도 그의 손길을 거쳤다. 금아라는 그의 호도 잊을 수 없으며 자그마한 체구와 옆집
할아버지 같던 얼굴도 생생하다. 물론 직접 뵌 적은 없이 글로써 마음으로만 만났지만 올해 5월 타계했
을 때 몹시도 마음이 저렸다.

새삼 그의 시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보다 직접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 계간지 <시와 시학>에서는
2007 가을호에 [피천득 특집]이 들어 있으니 그것도 참고하면 좋겠다. 끝으로 그의 시에 찬사를 보내며
<찬사>를 적어 본다.


그대의 詩는
온실이나 화원에서 자라나지 않았다
그대의 시는
거친 광야의 비애를 겪고
삭풍에 피어나는 강렬한 꽃

솔로몬의 영화보다 화려한
야생 백합
그대의 시는
펑펑 솟아 넘쳐흐르는 샘물
뛰며 떨어지는 걷잡을 수 없는 폭포
푸른 산 기슭으로 굽이치는 시내
때로는 바다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내 그대의 시를 읽고
무지개 쳐다보며 소리치는 아이와 같이
높이 이른 아침 긴 나팔을 들어
공주의 탄생을 알리는 늙은 전령과 같이
이 나라의 복음을 전달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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