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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기쁨
아베 피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1년 5월
평점 :
피에르 신부는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여러 해 동안 1등을 차지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의미인데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라고 칭하는 이유를 이 책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존경받는 여러 종교인이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피에르 신부처럼 휴머니스트이며 더불어 사는 기쁨을 이미 알며 실천하는 분들이다.
앙리(피에르 신부)는 프랑스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19세에 모든 유산을 포기하고 수도회에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레지스탕스,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으며 그가 가장 주목받을 만한 이유인 빈민구호 단체 '엠마우스'를 만들어 삶이 힘겨운 이들을 위로하며 보냈다.
이 책을 쓴 동기는 자살 생각에 사로잡힌 힘겨운 사람에게 편지를 받았고 편지의 물음이 삶의 의미 즉 삶의 기쁨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피에르 신부는 스스로 질문을 하며 생을 돌아본다. 그리고 내린 명확한 결론이 바로 책의 주제이다. '타인과 더불어 사는 기쁨 그 단순한 기쁨을 위하여.'
삶에 대해 몽상하지 말자, 삶을 만들어가자. 공허한 말에 만족하지 말고 사랑하다. 그리하여 시간의 어둠에서 빠져나갈 때, 모든 사랑의 원천에 다가서는 우리의 마음은 타는 듯 뜨거우리라.
228쪽. 애타게 기다리던 만남 中 일부.
책의 구성은 1장 상처입은 독수리들, 2장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확신, 3장 만남을 향하여로 짧지만, 공감과 생각을 이끌어 낸다. 첫 장에서 '엠마우스' 단체에 대한 이야기 등을 따라가며 피에르 신부에 대해 바로 파악하게 되며 2장과 3장은 종교적이지만 비종교인이 읽기에도 부담이 크지 않다.
희망이란 삶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54쪽. 희망 中 일부.
이 한 문장을 접하자 지난주에 만났던 김영하의『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떠오른다. 유디트와 미미로 대표되는 이들 또한 이 문장을 접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그러나 타인의 삶을 누구든 단순하게 정의하고 분석할 순 없다. 소통의 부재는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란 언제나 어렵고도 쉬운 일이다. 피에르 신부의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우선이 바로 사랑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의 폭을 넓혀본다. 나조차도 한때는 사랑 운운, 사랑 따위라며 냉소적으로 살아가던 때가 있지 않았던가.
사랑은 타인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 존중을 전제로 한다. 사랑하도록 강요받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거기에 내 믿음의 세번째 확신이 있다. 인간에게는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수십억 개의 은하계로 구성된 거대한 이 우주에서 우리가 알기로 인간만이 자유를 부여받은 유일한 피조물이다. 거대한 우주에 비춰볼 때 너무도 미미한 존재일지라도 인간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인간이 자유를 가진 존재이며, 이 자유가 그로 하여금 사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바로 거기에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
105~106쪽. 세 가지 확신 中 일부.
종교에서는 주님이 곧 사랑이라고 말한다. 피에르 신부는 '교회 밖에서의 구원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은 편협한 사고라고 한다. 물론 이 의견에 공감한다. 사람들이 교회에 거부감을 갖게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나는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경계 혹은 그 근처 어딘가에 서 있는듯하다. 교회를 다니며 기도를 하지만 사랑을 실천하고 사는 게 어렵다. 그러나 조금씩 나아지는 나와 만날 때마다 마음이 벅차오른다. 책의 내용에서 2장이 많이 와 닿았다.
그리고 3장에서 자유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다시 한 번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피에르 신부는 결코 연설적이지 않고 포용력이 있으며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여러 부분에서 공감하며 그간 잊고 지낸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했다.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내 생각과 누군가의 생각이 맞아들어가는 한 지점을 발견하면 어찌나 기쁜지 말이다. 명상자에 대한 생각 또한 일치했다. (자세한 내용은 책 200~201쪽 참고.)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했던 부분을 피에르 신부가 친절하게 내게 속삭이는듯했다. 사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이 타인을 위하는 종교인의 온화한 삶에 대한거려니 했는데 읽으며 공감대도 크고 울림도 있어서 신부의 다른 책을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신교와 가톨릭은 확실히 다르지만 그런 구분조차 할 필요가 없다. 그게 피에르 신부식의 세상을 감싸 안는 포용력이 아닐까. 닮고 싶은 부분이다.
단순한 기쁨이라는 제목과는 역설적이게 단순함을 넘은 오묘한 기쁨이 함께하는 책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복잡함이 아닌 단순함 속에서 빛나고 있었던 거 같다. 참 단순한 진리를 새삼 느낀다. 독자 누구나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피에르 신부의 개인적인 철학을 더 알고 싶어서 다음에는 그런 책을 찾아 만나봐야겠다.
(사족이지만 그런데 가끔 문장이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 건 번역의 한계일까. 아니면 내 사고의 한계일까. 프랑스어 공부해서 직접 읽고 싶어라~~)
+ 책좋사(http://cafe.naver.com/bookishman) 책읽기 프로젝트 50 8기, 2주에 만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