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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돌
문영심 지음 / 가즈토이(God'sToy)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와 연극은 인생을 모방하는 거라고 했다. 그런데 스물한 살의 나는 문학을 모방하는 인생을 살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문학적인 사랑, 문학적인 삶이라는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나는 그런 삶을 원했던 게 틀림없다. 물론 그런 생각은 한참이나 세월이 흐른 뒤에 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때는 봄날이었고 피는 신선했으며 무슨 일인가 벌어지기를 기다리는 초조감으로 가슴은 터져나갈 것 같은 그런 날들이었다. 나는 연애라는 새로운 모험 속으로 뛰어들 날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 73쪽.
'한때나마 문학을 가슴에 품었던 이들에게 바치는 책'
문영심 작가는 방송작가였다가 현재는 강원도에서 조용하게 지내며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네이버에도 블로그가 있는데 글만 읽는 이웃이다. 작가인지도 모르고 이웃이었다가 나중에 알게 된 경우.
그저 남편 소로우와 자연을 품고 사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는데 역시 범상치 않은 분들이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마음에 문학을 품었던 적이 있거나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소설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 작가 지망생뿐 아니라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가진 이라면 좋아할 책.
게다가 나의 20살은 어떠했는지. 그때를 자꾸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품 앞부분에 빠져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내다가 다시 도스도예프스키의 돌로 돌아왔다.
우리 안에 숨은 욕망이 만들어낸 돌.
그리고 또 하나 잊고 있던 것! 장 그르니에의 「섬」이다.
알베르 카뮈 때문에 알게 되었는데 장 그르니에의 책을 읽으며 푹 빠졌던 작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이지만 문학을 사랑하고 게다가 여자라면 더 잘 이해할 수밖에 없는 책.
책에서 글을 쓰는 아내의 문서를 모두 삭제해버린 남편의 모습과 그런 행동 때문에 남편을 떠나 홀로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글을 쓰는 아내의 모습은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을 테니까.
난 작가도 아니고 지망생도 아니지만 공감한다.
+ 문영심 작가 개인 블로그 http://insomnia9.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