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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바 (일반판) ㅣ 문학동네 시인선 1
최승호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평점 :
예전에 문학동네시인선의 시작이 최승호 시인이어서 그때 사두고 이제야 제대로 읽어본 시집.
당시 두 번째가 허수경 시인의「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이어서 함께 샀었다. 허수경의 시집은 일반판으로 사서 그나마 바로 읽었지만 최승호의 시집은 특별판만 샀던지라 더 늦게 읽게 되었다. 특별판이라는 시도는 신선하고 좋았지만 부피가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지독하게 눈부신 여백을 보며 여유도 느꼈으나 좀 아깝다는 현실적인 생각도 동시에 했다. 그럼에도 어찌 되었건 문학동네시인선 그 첫 권이었으니 특별판을 산걸 후회하진 않는다.
최승호는 재치 있는 시인이다. 언어를 다룰 줄 아는 재간둥이랄까.
그래서인지 작곡가 방시혁과 엮어낸 동시집도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참 재미있었다.
"낱말이나 이미지를 먹고 자라나는 언어 생명체(…)
나는 그들을 아메바(amoeba)라고 불러본다."
-3쪽, 시인의 말에서.
"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붕괴된 벽에
누가 언어의 사다리를 걸어놓고 기어오를 것인가"
-41쪽, 14 붕괴에서.
"그동안 시는 나의 돛이자 덫이었다. 시가 부풀어 나를 설레게 했고 사해(死海)를 항해하게 했으며 닻 내릴 곳은 없다는 것을, 그리하여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글쓰기가 가능하도록 일깨워주었다."
-48쪽, 17 그동안에서.
"절망의 닻을 끌어올리는 익살스런 농담들
유머가 돛이다"
-49쪽, 17-4 전문.
"내 눈물의 연중강우량은
1mm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안구건조증의 사막에
북어 같은 눈물이 있다"
-91쪽, 36-3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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