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2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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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김훈의 글. 그간 읽으며 가슴을 저미게 한 소설도 있었고 또한 아름다운 문체에 깊이 빠져들어 작가의 사유에 감탄하며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자전거 여행을 읽었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가 2007년이었는데 소설보다 훨씬 풍부한 작가의 문체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역시 그의 문체는 소설보다 에세이로 만나야 제맛이며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오래도록 갖고 있다가 이제야 펴든「자전거 여행 2」는 이미 절판되어 다른 표지로 바뀌었다. 그런데 내게는 지금 이 책의 표지가 가장 마음에 든다. 책장에 오랜 시간 두어서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지만, 작가가 그의 애마인 자전거 옆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어찌하다 보니 올여름 휴가는 2주간 드문드문 다녀왔다. 일주일마다 책을 골라서 읽는데 피곤해서 얇은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눈은 이미 이 책에 박혀서 손도 거부할 수 없었다. 읽을 때가 왔나 보다. 난 자전거 여행 책을 항상 여름에 읽는다. 가을에 읽어야겠다고 벼르면서 내 뜻처럼 되지 않는다. 상관없다. 계절과 무관하게 활자들은 나를 반기니까.
 
 그의 유려한 문장을 좋아하는 나는 행복하게 책과 마주했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첫 권을 만났을 때의 황홀경에 비하면 조금은 차분해진 느낌이다. 아니면 그동안 내 책 읽는 취향이 변했거나 수준이 달라졌을지도. 처음은 무덤덤하던 내 심장이 후반으로 갈수록 과연 김훈이구나를 실감한다. 초반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작가의 사물을 보는 각도. 채움과 비움, 있음과 없음, 앞과 뒤, 시작과 처음 등의 모든 상반되면서도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관계적 느낌이었다. 그 반복은 줄기차게 이어져서 끝까지 유효하다.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나도 머문다. 활자로만 읽자면 단조로운 지겨움이 되겠지만,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손길을 따르자면 철학적이다. 이런 성찰력은 매력 있다. 아름다운 글로만 끝나지 않고 들여다보고 곱씹는 맛이 있으니까. 멀지 않은 광릉 수목원에 가서 한국의 재래종 연꽃이라는 노랑어리연꽃도 보고 싶어졌다. 가평 산골 마을의 역사와 남한산성 등의 이야기에서는 치열하게 역사에 관심을 보이고 소설을 내놓은 그의 애정어린 마음도 다시금 느껴진다. 소설「남한산성」이후로는 역사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그 말이 그렇게도 아쉬울 수가 없다.
 
 전편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도 난 전편에 더 열광할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이 책도 괜찮았다. 김훈의 최근 몇 년 작품은 읽지 않아서 모르나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 피곤한 여행 후에 차분하게 쉬며 사유하게 해준 책이었다.
 
얼굴은 내면의 풍경이고 외계로 향한 창구다.
얼굴의 언어는 말의 언어가 아니라 몸과 마음의 언어이다.
사람은 말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교신한다.
 
229쪽, 얼굴 그 안과 밖에 대한 명상中
 
+ 책좋사(http://cafe.naver.com/bookishman) 책읽기 프로젝트 50 8기, 6주에 만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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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비틀스 살림지식총서 255
고영탁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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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틀스보다 비틀즈에 귀가 익숙하다. 표기법이 무엇이든 정확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비틀즈의 팬으로써 그들의 노래를 듣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들을 사람이라 비틀즈에 대한 책은 늘 목마르다. 그러면서도 정작 찾아 읽지는 않는다. 이 책도 갖고 있었던 게 몇 년인데 가끔 들춰만 보았지 처음부터 쭉 읽은 적이 없었다.
 
 지난주에 읽은 책에서 보니 스티브 잡스도 비틀즈의 광팬이었다. 그때부터 다음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3박 4일 어디에 다녀오느라 시간도 부족해서 살림지식총서가 딱이었다. 얇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살림책. 비틀즈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독자에게 좋은 책이다. 그들의 음악사와 개인사를 대충이나마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멤버마다 가족사부터 만남 그리고 비틀즈의 활동까지 이어지는데 곡명이나 앨범명만 나와도 그들의 노래가 귓가를 맴돈다. 그래서 결국에는 책을 읽고 나서 비틀즈의 곡을 듣게 된다. 소설처럼 극적이거나 달콤하지 않아도 그들의 음악 여정은 드라마틱하다. 개성 있고 실력과 열정 또한 있는 이들이 만나 세계를 거대한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비틀즈! 존 레논, 폴 메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개인적으로 존 레논과 링고 스타의 팬이다~~
 
 그들의 곡은 단순하고 경쾌하지만 중독성이 강하다. 그리고 질리지가 않는다. 물론 초기에 비해 후기에는 각자의 음악세계를 구축해가며 다양성과 깊이가 달라진다. 이는 음악인이라면 필연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멤버 모두가 싱어송라이터라는 게 또한 멋지지 않은가.
 
 [러버 소울], [리볼버], [페퍼상사], [더 비틀즈] 등의 인상적인 앨범. 그리고 그 속의 곡들. 좋아하는 곡이 많아서 뭐라 한 곡만 찝어서 말할 수 없지만 책에는 앨범마다 그들의 상황을 간략하게 이야기 해준다. 물론 얇은 책이라 속 깊게는 들어가지 않지만 이 정도도 충분하다. 그래서 비틀즈 초기 입문서로 추천한다. 그리고 비틀즈는 유명한 곡이 많아서 책을 읽으면 많이들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만큼 친근한 밴드.
 
 서평을 끼적인다고 아이를 봐주던 옆지기가 잠깐 와서 보더니 이런 책이 있는 걸 왜 말 안했냐고 한다. 오래도록 책장에 있었는데라며 대답했지만 그 또한 비틀즈의 팬이다. 첫아이 임신 때 유독 비틀즈 음악을 많이 들었다. 그냥 무작정 생각이 났더랬다. 어떤 해에는 새해 첫 꿈으로 비틀즈의 링고 스타가 드럼 스틱이 아닌 기타를 치며 Yesterday를 무덤덤하게 불러주기도 했었다. In My Life는 지금도 아주 가끔씩 흥얼거리며 산다. 이 밖에도 계절마다, 기분마다 듣는 곡들이 꽤나 있다. 비틀즈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어느 누군가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비틀즈여, 영원하라!
 
 
 
+ 책좋사(http://cafe.naver.com/bookishman) 책읽기 프로젝트 50 8기, 5주에 만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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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세상을 바꾼 말 한마디
휴먼스토리 지음 / 미르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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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대중이 좋아하는 없어서는 안 될 전자제품들. 이 말속에는 그저 기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감성까지 더해졌다. 그렇다면 이런 신화를 만든 이는 누굴까. 질문이 우스우리만큼 답은 쉽다. 바로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은 정말이지 많다. 그중에서 이 책은 스티브 잡스를 전체적으로 간략하게 따라가며 그가 했던 말과 감명받은 말 등을 들려준다. 고집 세고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그리고 돈이 아닌 일 자체를 좋아서 했던 사람. 그야말로 원했던 일에 모든 것을 걸고 집중한 사람이다. 비범한 사람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감 가는 말이 많다. 무엇보다 그가 음악을 사랑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아이팟 등이 필연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게 확실했다.
 

이해하기 쉽고 명확해야 하는 것이 기업이다. 모든 것이 간단해야 한다. 집중과 단숨함, 이것이 나의 만트라다. 

 

  98쪽, ㅡ 1998년 5월 12일, 기업에 관한 철학 한마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

 우리는 잡스의 완벽주의 성격 덕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 그리고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하고 편리한 기능을 가진 전자제품을 만났다. 스크롤바 하나까지도 꼭 맞게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렸다니 아이폰만 보더라도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간략하고 예쁜지 아이폰 마니아들은 다음 나올 아이폰을 사고자 즐겁게 기꺼이 기다렸다. 현재 아이폰 4s를 사용하는 나는 별다른 불편함을 못 느낀다. 가끔 다른 제품으로 바꿀까도 하지만 아직까지 쓸만해서 오래 쓸 거 같다.
 

우리는 이 파티에서 첫 번째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최고가 될 것이다. 

 

 114쪽, ㅡ 2010년 4월 8일, 애플의 야심을 드러내며, <아이폰 OS 4.0 발표회>에서. 

 여러 가지 말을 짧게 이어서 읽다 보면 지겹기도 하지만(사실 썩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기억하고 싶거나 본받고 싶은 말이나 행동이 많다. 너무도 유명해진 말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가 추구한 방향을 잘 보여주는 말로 제품을 기획할 때 시장 트랜드를 쫓지도 않을뿐더러 시장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 애플을 떠나있다가 어려워진 애플로 다시 돌아와서 그가 내건 광고 캠페인 Think Different는 긍정의 전파였다. 누구나 길을 가다 보면 좌절을 겪는다. 그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일어서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스티브 잡스는 바로 이런 어려움을 겪을 때 절대 좌절하지 않는 능력이 있다. 불교를 접해서인지 명상을 경험해서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무의식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강한 마음이 있다. 본받고 싶은 부분이다. 
 
 물론 인간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 동거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인정하지 않았다거나 친아버지와의 만남을 단칼에 거절한다거나 하는 모습에서는 차갑게도 느껴진다. 또한, 직원을 쪼아가며 마음에 들 때까지를 외치고 강행군으로 일을 시키는 모습도 일반적으로는 따뜻한 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스티브 잡스는 혁신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의 열정도 가히 대단하다. 아이팟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는 음악광이며 특히 비틀즈 광팬이었다. 음악을 사랑했기 때문에 아이튠즈를 만들었고 그 당시를 잡스는 말했다. "그토록 열심히 일한 이유는 우리 모두가 제품 하나씩을 스스로 갖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내 말은, 수백 명의 첫 번째 고객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는 뜻이다.(2008년 2월. <포춘>에서.) 또한 콜드 플레이의 <Viva La Vida>는 나도 좋아하는 곡인데 애플이 이 곡을 광고에 삽입해서 세계적으로도 히트를 쳐서 크리스 마틴도 애플에 호의적이었다. 공연장이 아닌 제품 발표장에서 자신들의 신곡을 들려주기까지 했으니 서로의 음악적 열정이 통했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참 훈훈하다.
 
 끝으로 책의 마지막에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문도 인상적이었다. 원문까지 함께 실려있어서 더 좋았다. 다음에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 전반적으로 여기저기서 책이나 신문 등을 인용하고 정리해서 짧은 꼭지로 쭉 이어지는 내용이라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깊이는 없다. 그럼에도 공감 가는 부분과 열정을 닮고 싶어서 읽고 나서는 기분이 좋은 책이었다. 
 
여러분의 삶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사느라 낭비하지 마세요.
 
Your time is limited, so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
 
 
 248쪽,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문 200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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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
임종한 지음 / 예담Friend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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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자극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의 우리 생활을 돌아보니 전혀 자극적인게 아니었다. 이미 우리가 사는 지구는 나날이 오염되어 간다. 바로 옆나라에서 일어난 원전사고를 비롯하여 지구는 대기부터 해양까지 빠르게 변화되어간다. 게다가 산업화 때부터 시작된 환경오염과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의 역습에 인간은 무방비로 당하고 있다. 어른보다는 아이가 그리고 지금보다 후세대가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공기 좋은 깊은 산에서 모두 살 수는 없을 터이고 조금의 관심과 생활습관의 변화로 면역력을 키우고 오염된 것들로부터 아이를 지켜갈 수는 있다. 책을 통해 알고 있던 것부터 모르는 것까지 새롭게 알게 되면서 많이 신경 써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기업의 이윤추구 뒤에 가려진 진실을 마주하며 소비자가 목소리를 높여야 지금보다 나은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먹거리와 생활환경이 독성물질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때로는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아서, 때로는 유해성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아서, 때로는 유해성을 입증하기에는 시간이 짧아서, 달리 어쩌지 못하고 그것들의 영향 아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0쪽. 프롤로그 中 일부.

 환경의학 전문가라는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보이듯 이 책에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짚어가며 이야기해준다. 도입부와 차례까지 대충 읽고도 꼭 읽어야지 하고는 이제야 읽은 책.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혹은 먹거나 접한.) 무언가로부터 나중에 받을 타격에 대한 이야기. 역학조사로 추리해보니 몇십 년 전에 남용하던 무엇 때문이더라. 이런 무시무시한 결론. 사실 10년은 짧은 거 같고 저자의 말처럼 몇 세대를 걸쳐 검증해야 할 거 같다. 전자제품은 신제품이 좋다고 하지만 화장품 같은 것은 신제품이라며 새로운 추출물로 만든 것은 확실하게 안전이 검증된 이후에 사용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얼마 전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부작용 방송처럼 국가나 전문가가 권장하는 것만 믿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신경 쓰고 살아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될 것이다.
 
 첫 장 먹거리 편에서는 흔히 알고 있는 정크푸드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맥도날드, 네슬레, 켈로그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유럽, 미국 등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한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한국에서는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그럴만한게 한국은 GMO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점차로 확대시행 할거라지만 아직 인식이 부족하다. GMO-FREE와 NON-GMO 구별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아주 적다는 사실. GMO 콩 3% 미만은 NON-GMO로 표시한다. 
 
 그리고 역시 친근한 베스킨 라빈스 31의 먹음직스러워 위험한 색소에 대한 이야기, 편의점 삼각김밥 또한 충격적이었다. 그나마 난 31이나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역시 집밥이 최고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면서 피곤할 때는 외식이나 배달을 시킬 때가 생긴다. 요즘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많이 먹는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로 풀리는 피로회복은 가짜라는 사실을 읽으며 많이들 먹던데 말려야겠다. 다행인 것인지 나는 민감한 체질이라 카페인 음료는 거의 먹지 않는다. 먹을 수가 없어서인데 이 밖에도 바깥 공기가 안 좋으면 몸에서 바로 안다. 한국은 현재 미세먼지 발령을 알리는 기계가 없어서 못 알린다지만 중국에서 자꾸 날아오는 미세먼지는 서울의 아파트에 사는 내게는 몸이 알아서 말해준다. 사실 환경 쪽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부분인데 이 책을 읽으며 환경,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따로 정리하고도 싶으나 시간도 없고 해서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2장 집에 대한 부분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방향제, 섬유탈취제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역시나 민감해서 안 쓰는 것들이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음을 이해했다. 편리하하게 한 것들이 독을 뿜는다. 친환경 세재인 베이킹소다, 소금, 식초 등으로 사용하는게 안전한 이유이다.  3장 질병 부분에서는 아이들의 생식기관에 악영향을 미치는 플라스틱(PVC) 장난감을 조금씩 처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물과 여기저기서 들어온 게 너무도 많다. 아직 구강기가 끝나지 않은 둘째가 있어서 더 신경 쓰인다.
 
 4장에서 세대전달독성 10가지는 예방을 위해 특히 조심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공색소, 발색제 아질산나트륨, 방부제 파라벤 등이다. 요즘은 햄에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가지 않는 것도 나왔던데 그나마 대체할게 생기는 추세라 다행이긴하다. 그리고 많이들 궁금할 아이 몸에서 독소 빼는 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본 생활습관과 마음가짐 또 음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습관은 희망의 다른 말이다. 습관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222쪽.)
 난 저자의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그에 맞설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습관이 정말 중요하다. 이거저거 다 따지면 뭘 먹고 살으란 말이냐고 묻는다고 해도 난 따지고 먹으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서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엄마들은 크게 공감할 것이다. 아예 안 먹고 키울 수는 없더라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려고 고심하는 데부터 시작이다. 그 시작이 모여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물려줄 테니까. 읽어볼 만한 책이었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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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기쁨
아베 피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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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르 신부는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여러 해 동안 1등을 차지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의미인데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라고 칭하는 이유를 이 책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존경받는 여러 종교인이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피에르 신부처럼 휴머니스트이며 더불어 사는 기쁨을 이미 알며 실천하는 분들이다.
 
 앙리(피에르 신부)는 프랑스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19세에 모든 유산을 포기하고 수도회에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레지스탕스,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으며 그가 가장 주목받을 만한 이유인 빈민구호 단체 '엠마우스'를 만들어 삶이 힘겨운 이들을 위로하며 보냈다.
 
 이 책을 쓴 동기는 자살 생각에 사로잡힌 힘겨운 사람에게 편지를 받았고 편지의 물음이 삶의 의미 즉 삶의 기쁨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피에르 신부는 스스로 질문을 하며 생을 돌아본다. 그리고 내린 명확한 결론이 바로 책의 주제이다. '타인과 더불어 사는 기쁨 그 단순한 기쁨을 위하여.'
 

 삶에 대해 몽상하지 말자, 삶을 만들어가자. 공허한 말에 만족하지 말고 사랑하다. 그리하여 시간의 어둠에서 빠져나갈 때, 모든 사랑의 원천에 다가서는 우리의 마음은 타는 듯 뜨거우리라. 

 

                                           228쪽. 애타게 기다리던 만남 中 일부. 

 책의 구성은 1장 상처입은 독수리들, 2장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확신, 3장 만남을 향하여로 짧지만, 공감과 생각을 이끌어 낸다. 첫 장에서 '엠마우스' 단체에 대한 이야기 등을 따라가며 피에르 신부에 대해 바로 파악하게 되며 2장과 3장은 종교적이지만 비종교인이 읽기에도 부담이 크지 않다.

 

희망이란 삶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54쪽. 희망 中 일부.

  이 한 문장을 접하자 지난주에 만났던 김영하의『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떠오른다. 유디트와 미미로 대표되는 이들 또한 이 문장을 접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그러나 타인의 삶을 누구든 단순하게 정의하고 분석할 순 없다. 소통의 부재는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란 언제나 어렵고도 쉬운 일이다. 피에르 신부의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우선이 바로 사랑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의 폭을 넓혀본다. 나조차도 한때는 사랑 운운, 사랑 따위라며 냉소적으로 살아가던 때가 있지 않았던가.

 

  사랑은 타인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 존중을 전제로 한다. 사랑하도록 강요받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거기에 내 믿음의 세번째 확신이 있다. 인간에게는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수십억 개의 은하계로 구성된 거대한 이 우주에서 우리가 알기로 인간만이 자유를 부여받은 유일한 피조물이다. 거대한 우주에 비춰볼 때 너무도 미미한 존재일지라도 인간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인간이 자유를 가진 존재이며, 이 자유가 그로 하여금 사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바로 거기에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

 

                           105~106쪽. 세 가지 확신 中 일부. 

 종교에서는 주님이 곧 사랑이라고 말한다. 피에르 신부는 '교회 밖에서의 구원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은 편협한 사고라고 한다. 물론 이 의견에 공감한다. 사람들이 교회에 거부감을 갖게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나는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경계 혹은 그 근처 어딘가에 서 있는듯하다. 교회를 다니며 기도를 하지만 사랑을 실천하고 사는 게 어렵다. 그러나 조금씩 나아지는 나와 만날 때마다 마음이 벅차오른다. 책의 내용에서 2장이 많이 와 닿았다.

 

 그리고 3장에서 자유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다시 한 번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피에르 신부는 결코 연설적이지 않고 포용력이 있으며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여러 부분에서 공감하며 그간 잊고 지낸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했다.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내 생각과 누군가의 생각이 맞아들어가는 한 지점을 발견하면 어찌나 기쁜지 말이다. 명상자에 대한 생각 또한 일치했다. (자세한 내용은 책 200~201쪽 참고.)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했던 부분을 피에르 신부가 친절하게 내게 속삭이는듯했다. 사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이 타인을 위하는 종교인의 온화한 삶에 대한거려니 했는데 읽으며 공감대도 크고 울림도 있어서 신부의 다른 책을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신교와 가톨릭은 확실히 다르지만 그런 구분조차 할 필요가 없다. 그게 피에르 신부식의 세상을 감싸 안는 포용력이 아닐까. 닮고 싶은 부분이다.

 

 단순한 기쁨이라는 제목과는 역설적이게 단순함을 넘은 오묘한 기쁨이 함께하는 책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복잡함이 아닌 단순함 속에서 빛나고 있었던 거 같다. 참 단순한 진리를 새삼 느낀다. 독자 누구나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피에르 신부의 개인적인 철학을 더 알고 싶어서 다음에는 그런 책을 찾아 만나봐야겠다. 

 

 (사족이지만 그런데 가끔 문장이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 건 번역의 한계일까. 아니면 내 사고의 한계일까. 프랑스어 공부해서 직접 읽고 싶어라~~)

 

 

 

 

+ 책좋사(http://cafe.naver.com/bookishman) 책읽기 프로젝트 50 8기, 2주에 만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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