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뭐꼬 - 마음에 새겨듣는 성철 큰스님의 말씀
성철 스님 지음 / 김영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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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깨닫는 데는 긴 말이 필요치 않습니다. 절절한 시 한 수의 감동이 대하소설의 감동을 능가하기도 합니다.

성철 스님의 짧은 가르침은, 새벽에 마음을 깨끗이 하고 보면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이요 죽비 소리입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보지 말고, 맑게 비우고 한번 보세요. 오랜만에 욕실을 청소한 듯 개운합니다. 깨끗합니다.


   제   목 : 이뭐꼬
   지은이 : 退翁 성철 / 원택 엮음
   펴낸곳 : 김영사 / 2002.10.4 초판 발행, 2007.8.11일刊 1판18쇄를 읽음 (8,500원)

이 책 전체를 한 글자로 표현하면 마음 심(心) 하나에 담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깨끗해지는 큰스님의 가르침 몇 마디를 그대로 옮깁니다.

    마음을 알게 되면 부처를 알게 된다. 시작과 끝이 자기로부터 비롯되니 모든 것이 마음에서 시작하여 마음에서 끝난다. 그래서 나는 항상 마음의 눈을 뜨자고 하는 것이다.

    팔만대장경 전체를 똘똘 뭉치면 마음 심心자 한 자 위에 놓이게 된다. 즉 마음의 문제만 옳게 해결하면 일체의 불교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일체 만법을 다 통찰할 수 있고, 삼세제불三世諸佛을 한눈에 다 볼 수 있는 것이다.

    대저 천당과 지옥은 어리석은 생각으로 일어나는 환상이니, 마음의 눈을 떠서 바른 지혜를 가지면 이 환상은 저절로 없어진다. 그때에는 전체가 부처이며 전체가 태평하여 천당과 지옥이라는 이름도 찾아볼 수 없다.

    병 가운데 제일 큰 병은 게으름병이다. 모든 죄악과 타락과 실패는 게으름에서 온다.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一日不食, 오직 영원한 대자유를 위해 모든 힘든 일을 참고 이겨야 한다.

    불립문자不立文字는 가장 마지막 순간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것을 문자도 필요 없고, 부처님 법문도 필요 없고 조사의 법문도 필요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큰일이다. 약이 필요 없다는 것은 병이 없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병자에게는 약이 꼭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본래의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약을 곁에 두고 먹어야 한다.
참, 이런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분들은 KBS 다큐멘터리 6부작 <마음>을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과학적'으로 마음을 알게 됩니다. 내 마음이 곧 나의 주인임을 알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페이지를 참조하세요. DVD를 구매하셔서 제대로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좀 비쌉니다. 그만한 값어치는 있습니다.

KBS 스페셜 <마음>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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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 (양장)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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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일년 내내 바쁠 것 같습니다. 아침에 기분이 좋으면 하루가 즐겁고, 주초에 일이 잘 되면 그 주의 일이 잘 풀립니다. 마찬가지로 연초에 일이 많으니 일년 내내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일이 많다는 건, 경험으로 볼 때 즐거운 일입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삿된 마음이 들 여유조차 없이 바쁠 때가, 훗날 돌아보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때였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책 읽는 것만큼은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어쩌면 바쁠 때일수록 더더욱 책에서 손을 떼지 말아야 합니다. 일이 많다는 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에너지를 소진하는 과정입니다. 육체의 에너지야 밥을 먹어 보충한다지만 정신적 에너지는 책이 아니면 달리 보충할 방법이 없습니다. 바쁜데 무슨 책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경험으로 볼 때 한가하든 바쁘든 책은 그 소임을 충분히 합니다. 대신 다소 여유가 있을 때 보는 책과 바쁠 때 보는 책의 종류는 조금 다릅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어떤 책을 보든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바쁠 때 읽는 책은 딱 두 종류입니다. 재미가 있거나 지금 일에 도움이 될만하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재미있는 책은 정신의 윤활유 역할을 하며, 일에 도움이 되는 책은 업무의 질을 높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읽는 책과 바쁠 때 읽는 책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에 도움이 되는 책이란 게, 사실 좀 모호합니다. 현재의 업무와 연관된 책은 당연히 직접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에서 스티븐 코비는, 오늘날 상품과 서비스에 부가되는 가치의 80%가 지식노동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지식노동은 그 속성상 창조적 업무인데, 창조의 영역에서 필요한 지식은 그 경계가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혜'입니다. 지혜의 '여유'가 많은 사람이 창조적 업무에 적합합니다.


   제   목 : 학문의 즐거움
   지은이 : 히로나카 헤이스케 / 방승양 옮김
   펴낸곳 : 김영사 / 1992.12.1 초판 발행, 2004.12.28일刊 개정2판 19쇄를 읽음 (7,900원)

지혜의 '여유'라는 말이 좀 생소한데, 이는 <학문의 즐거움>을 쓴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개념입니다. 그는 공부하는 이유를 지혜를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기억한 것의 극히 일부분밖에 끄집어 내지 못합니다. 그러나 뇌에 수많은 정보가 축적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사람은 배우고 공부한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뇌에 축적한 후에 끄집어 내지 못할 뿐'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히로나카는 인간만이 가진 '여유'라고 말합니다. 수학적 의미의 '여유'입니다. 즉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정보는 얼마 되지 않지만 방대한 양의 정보가 '바로 꺼내 쓸 수 없는 형태'로 뇌에 축적되었을 때, 전자에 대한 후자의 비율의 크기를 '여유'라고 정의합니다. 바로 꺼내 쓸 수는 없지만 약간의 수고와 기회를 제공하면 얼마든지 꺼내 쓸 수 있으므로, '지혜의 넓이'라고도 하고, 이것이야말로 지식노동자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인간의 두뇌는 불연속적인 것을 연속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이런 관용성 중의 하나가 연상(聯想)입니다. 연상은 여러 개의 다른 것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역할도 하는데, 이것은 실생활에서도 업무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이런 능력은, 사물 간 관계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을 히로나카는 '지혜의 깊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함께 일하는 동료 후배들에게 항상 책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특히 그 업무가 창조적 기획의 업무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깊이도 깊이지만 폭넓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깊고 넓은 지식은 발효되어 '지혜'가 됩니다. 그 지혜의 질이 지식노동자의 능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책에서 손을 떼면 안 됩니다.

저는 제가 창조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창조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 해결책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창조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창조적 능력을 곧 발효된 지혜라 한다면, 먼저 지식을 쌓고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야 합니다. 부단히 익히고 생각하는 것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주 평범한 수학자, 그러나 끈기 하나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드상까지 받은 지독한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지독할지 몰라도 그는 스스로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즐겁게 공부하다 인생마저 도가 통한,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자전적 에세이가 <학문의 즐거움>입니다. 어떻게 해야 창조적 능력을 키울 수 있는지, 창조란 과연 무엇인지, 왜 매번 잊어버리면서도 또 배워야 하는지를 이 책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배운 것은 곧잘 잊어버려도 계속 배워야 하는 이유, 시행착오가 성공보다 값진 이유,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체념하고 스스로 바보임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 그래서 궁극적으로 삶 자체가 즐거운 창조과정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알려면 <학문의 즐거움>을 읽어 보세요. 인생이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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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의 주당천리
허시명 지음 / 예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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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심수신(正心修身) 장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心不在焉이면 視而不見하며 聽而不聞하며 食而不知其味니라
심부재언이면 시이불견하며 청이불문하며 식이부지기미니라

마음에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지난 주에 술로 인해 큰 홍역을 치르고 나니 술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늘상 밥 때면 밥과 술 생각이 동시에 들곤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퇴근길에 시야를 방해하던 술집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술 생각이 나지 않으니 저녁에 일을 할 때 생각이 일을 방해하지 않아 좋고, 퇴근길에 술 생각이 나지 않으니 몸이 가볍습니다.

사실 술을 좀 줄이긴 줄여야 합니다.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이 정도 마셨으면 됐습니다. 대학 때 술에 맛을 들인 건, 술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술맛을 제대로 모릅니다. 대학 공부를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지만 서울에는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일가친척도 하나 없었습니다. 부모를 떠나 홀로 되고 싶어 기어이 서울로 올라왔지만, 지독한 외로움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날은 벽을 보고 한참을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하늘 아래 나만 홀로 덩그러니 있다는 그런 느낌을 참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느낌이 싫어 매일같이 사람을 만났습니다. 단 하루도 집에 그냥 들어가지 않았으며 늘상 누군가와 밤 늦도록 얘기하다 들어갔습니다. 대개가 술자리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니 나중에는 사람이 좋은 건지 술이 좋은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목이 마르면 물 대신 시원한 맥주가 먼저 떠오르고, 용돈의 최우선 용처는 술값이었습니다. 저녁 식사 무렵이면 밥 생각과 술 생각이 동시에 납니다. 밥을 먼저 먹으면 술 생각이 사라지고, 술을 먼저 마시면 밥 생각이 사라집니다.

저에게 밥이 그러하듯 술도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술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경험상 술이 사람을 가깝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긴장을 늦추고 경계를 허물어 속마음이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듭니다. 반대로 술이 사람을 지극히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술은 사람 간의 경계도 허물지만 마땅히 가져야 할 자제력도 무너뜨립니다. 쉬이 뱉어 버린 말은 곧 칼이 되어 상대를 공격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는 대개 자제력이 바닥났을 때 벌어집니다. 젊은 날에 술을 좋아하다가 노년에 강경한 금주론자로 바뀐 실학자 이익의 마음도 이해할 만합니다. <성호사설>을 쓴 이익은 죽으면서도 자기 제사상에 술을 올리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러갔습니다만, 요지는, 술을 좀 줄여야겠다는 것입니다. 술을 끊는다는 말은 곧 관계를 끊는다는 말과도 같아 아직은 쉽게 실천하기 힘듭니다. 대신 마음을 다스려 술을 적게 마시고도 많이 마신 듯 술자리의 흥취를 돋울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   목 : 허시명의 주당천리
   지은이 : 허시명
   펴낸곳 : 예담 / 2007.9.14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14,000원)

<허시명의 주당천리>를 쓴 허시명은 주당이 아닙니다. 그가 비록 술에 대한 책만 몇 권째 내고 있지만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합니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술을 좋아하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첫 책을 낼 때는 책에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고 썼다가, 술을 찾아다닌 지 8년이 되니 이제 서문에 술을 조금 마실 줄 안다고 적고 있습니다. 하기야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길 좋아하는 사람이 술에 대한 책을 쓸 수는 없을 겁니다. 술 마시고 시 한 자락 읊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말입니다.

이 책에는 여러 지방의 술이 등장합니다. 경기도의 장수막걸리, 부자, 화요, 강원도의 단오 신주, 충북의 청명주, 문경의 호산춘, 상주 곡자, 영양 막걸리, 대구의 금복주, 경주법주와 화랑, 여산 호산춘, 무주 머루주, 전주 이강주, 보성 강하주, 흑산도 보리술, 진도 홍주, 진주 곡자, 경남 무학소주, 제주도 감귤주와 오합주 등.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주의 맥이 끊긴 사연, 박정희 시절 경주법주가 유일하게 전통주를 만들게 된 사연, 청주가 일본 술이 된 사연, 우리나라 소주 도수의 역사 등 술에 대한 상식을 많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술 이야기보다는 술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술 향기보다는 사람 내음이 더 납니다. 묵묵히 술을 빚는 사람들과 술을 벗 삼아 산 옛사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어디도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대신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술이 '덕(德)'이 되도록 마시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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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 대학강의
김석진 지음 / 한길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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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에 지나치게 과음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마시기도 오랜만입니다. 그날은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길 바랄 정도로 힘이 들었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겨우 몸을 가눌 수 있었습니다.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 갔습니다.

바깥 출입이 불가하여 집에서 책을 보며 주말을 보냈습니다. 지난 주에 여러 권의 책을 사놓은 게 있지만, 몸이 아프고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을 때엔 오히려 고전을 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해가 되면 다행이고 안 되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아주 편하게 보면 됩니다. 책장을 살피다가 《대학(大學)》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학》에 대한 책도 몇 권 있길래 그 중 대산 김석진 선생이 쓰신 《대산 대학 강의(한길사)》를 골랐습니다. 관옥 이현주 목사가 쓴 《대학·중용 읽기(다산글방)》는 기독교적 생각이 많이 묻어 있었고, 윤홍식의 《大學, 인간의 길을 열다(봉황동래)》는 대종교(단군을 교조로 하는 종교)적 생각이 짙어 원전의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할 것 같아 나중에 읽으려 미뤄두었습니다. 홍승직이 역해한 《대학·중용(고려원북스)》와 이가원 감수의 《大學·中庸(홍신문화사)》도 있었지만 대산 선생의 해설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大學》은 사서삼경 중 가장 기초가 되는 책입니다. 사서삼경을 배우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대학》→ 《중용》→ 《맹자》→ 《논어》→ 《시경》→ 《서경》→ 《역경》 순입니다. 《역경》 은 주역입니다. 앞의 네 책이 사서이고 뒤의 세 책이 삼경입니다.

성경현전(聖經賢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인이 쓴 것을 '경(經)'이라 하고, 현인이 쓴 것을 '전(傳)'이라 합니다. 삼경에 속하는 《시경》,《서경》,《역경》은 공자가 직접 손을 대었으므로 '경'이라고 합니다. 사서는 공자의 제자들이 지은 글로서 '전'에 해당되는 것인데, 그저 '서(書)'라고도 합니다.

《大學》은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가 지은 글입니다. 증자가 손수 지은 부분을 '경'이라 하고, 증자의 뜻을 그 제자들이 기록한 것을 '전'이라 하여, 《大學》 안에도 '경'과 '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후대의 주자가 설명과 주를 달아 내용을 풍부하게 했습니다. 따라서 그 핵심 내용은 증자가 직접 쓴 '경'에 모두 담겨 있는데, 본문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아래에 그 전문을 모두 옮깁니다. (한자에 울렁증이 있으신 분들은 SKIP~^^)



생각보다 길지 않지요? 짧은 이 문장을 후학들이 덧붙이고 덧붙여 길어진 것이 현재의 《大學》입니다. 제가 따로 밑줄을 그어 표시한 곳은 《大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3강령(三綱領)과 8조목(八條目)입니다.  

3강령은 명명덕, 재친민, 재지어지선이고,
8조목은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들 보셨죠? 격물치지라는 말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도 교과서에서 한번 들어봤음직합니다. 옛적에 교과서에서 배울 때는 그리도 고리탑탑하던 말이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그 뜻을 하나씩 새겨 가며 익히니 가슴에 절절히 와닿습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온갖 사물과 사건, 사람들과 관계하는데, 이들과 부딪치는 것이 격물(格物)입니다. 부딪쳐야지 알 수가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습니다. 부딪쳐야죠. 그런 다음에야 치지(致知) - 앎에 이르게 됩니다. 알았으면 뜻을 성실히 해야죠, 이게 성의(誠意)입니다. 뜻을 성실히 하면 마음을 바로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정심(正心)입니다. 마음을 바로하여 몸을 닦는 것, 이것이 수신(修身)이고, 자신의 몸을 닦은 다음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치하는 것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입니다. 이를 하나 하나 설명한 것이 《大學》입니다.




   제   목 : 대산 대학 강의
   지은이 : 대산 김석진
   펴낸곳 : 한길사 / 2000.6.25 초판 발행,  2006.3.20일刊 초판 2쇄를 읽음 (15,000원)



그러나 아무리 자세히 설명했다고 한들, 옛 현인들의 말인 만큼 지금 시대에 그대로 이해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해야 어리석은 우리들이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해석해버리면 원문의 그윽한 맛을 보기가 또 힘들어집니다. 골동품이 낡았다고 덧칠을 해버리면 그게 어디 골동품의 가치가 있을까요? 옛글을 그대로 공부한 다음에 현대적으로 응용해야 제대로 적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경계를 오가며 옛글의 맛과 뜻을 제대로 전달해 주는 해설본이 바로 대산 김석진 선생의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산 김석진 선생은 주역학자로 유명합니다. 한길사에서 펴낸 <대산 주역 강의 1,2,3>이 가장 대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80 평생 중 20년을 주역 강의를 하셨습니다. 지난 해 10월에는 팔순연과 회고록 출판 기념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80 평생을 회고하며 <대산석과>라는 책을 내셨다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팔순연에서는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께서도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는데, 저도 인터넷으로만 이런 소식을 알 뿐, 아직 한 번도 만나뵌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선생이 남기신 책이 있어 가끔 펼쳐보며 인생 공부를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大學》의 핵심이 삼강령과 팔조목을 설명한 부분이라 하지만, 제가 가장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다음 구절입니다. 팔조목 중 성의(誠意)를 설명한 구절입니다.


    所謂誠其意者는 毋自欺也ㅣ니
    如惡惡臭하며 如好好色이 此之謂自謙이니
    故로 君子는 必愼其獨也ㅣ니라

    이른바 뜻을 성실히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니, 악취를 싫어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해야 하니, 이를 '스스로 쾌족함'이라 한다. 따라서 군자는 홀로 있을 때라도 반드시 삼가야 할 것이다.
스스로를 속이지 말아야 하며, 그리하여 홀로 있을 때조차 삼가 부끄러움이 없도록 성실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홀로 있을 때조차 삼가야 한다는 '신독(愼獨)'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신독할 줄만 안다면 그것이 곧 군자요, 성인이 아니겠습니까. 평생을 두고 가슴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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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이다 - 조선의 태평성대를 이룩한 대왕 세종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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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어떻게 살까 고민하다 보면 간혹 흘려들었던 선인들의 말이 새삼스레 가슴에 와닿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말, 지겨우리만치 당연한 말에 담긴 뜻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당연하여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가 그 순간에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입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자신은 항상 낮은 곳에 둡니다. 결코 다투는 법이 없습니다. 다투지 않기 때문에 허물이 없습니다. 지극한 선은 마치 물과 같아, 노자는 일찌기 上善若水라 했습니다. 말은 쉽지만 알기 어렵고, 알기 쉬워도 저리 살기는 힘듭니다. 저리 살지 못하면서 알았다고 하는 것은 진정 알지 못한 것입니다. 올 한 해, 제 삶이 물과 같기를 바랍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사극의 인기는 줄 것 같지 않습니다. 사극이 인기를 끌다보니 과거에 다루지 않았던 시대를 다루게 됩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주제는 '세종대왕'과 '선덕여왕'입니다. 세종대왕은 <대왕세종>이라는 이름으로 1월5일 첫방송을 한다고 하고, 선덕여왕은 MBC에서 준비중이라는 데 언제쯤 볼 수 있을지는 미정입니다. 그 외에도 홍길동, 평강공주, 일지매, 허난설헌, 신사임당, 호동왕자와 관련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극이 준비중인 것은 어정쩡한 소재보다는 고정 팬이 많은 사극을 다뤄 시청률을 확보하겠다는 방송사의 계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책들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습니다. 역사 이야기는 이미 결론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전혀 모르는 것을 알게 될 때보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것,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제대로 알게 될 때의 지적 흥분이 더 크고 잘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모르는 것을 새로이 익히면 모든 것을 학습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반면, 어느 정도 줄거리를 알고 낯익은 인물들이 등장하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나 책이나 역사에서 많은 소재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은 새롭습니다. 너무나 많이 듣고 배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익숙하지만, 정작 그 면모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훈민정음 창제로 대표되는 여러 업적들의 일부를 알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 위대한 업적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여러 원인을 분석하여 배우는 것입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될 때 그 의미가 있으니까요.




   제   목 : 나는 조선이다
   지은이 : 이한
   펴낸곳 : 청아출판사 / 2007.12.10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12,000원)



세종대왕을 다룬 책은 대개가 어린이용입니다. 어른을 위한 책은 정말 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세종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작년말에 출간된 <나는 조선이다>가 돋보입니다. 세종에 대해 특정한 관점에서 분석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매우 대중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세종과 그 주위 사람, 세종 시대와 그 후의 명암에 대해 쉽게 풀어 쓰고 있습니다. 세종에 대한 입문서로 적당할 것 같습니다. 곧 방영될 드라마 <대왕세종>을 보기 전에 가볍게 읽어봄직합니다. 출판사에서도 이것을 염두에 둔 듯 띠지에 '2008년 1월 5일 KBS 1 TV <대왕세종> 방영!' 이라고 표시해두었습니다. <대왕세종>의 원작이 아니면서, 그래도 이 분위기에 묻어 가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 밉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상업적이라고 비판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중적으로 읽히길 목적으로 만든 책들은 그 속성상 원래 상업적입니다. 내게 필요한 책, 즐거움을 주는 책이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온라인서점에서 '세종' 또는 '세종대왕'이라고 검색해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목에 그런 단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검색이 안 된 것입니다. 세종대왕이라고 검색했을 때 제일 위에 노출되면 더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보면 제가 이 출판사 직원인 줄 알겠습니다^^ 그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한 마디 한 것 뿐입니다.

책 내용을 간단히 말씀 드리면, 앞부분에서는 인간 세종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아버지 태종 이방원이 왜 첫째인 양녕대군을 선택하지 않고 셋째인 충녕대군(세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버지 태종이 그렇게 공들인 양녕대군을 폐하고 "너는 할 일이 없으니 편하게 좋은 것만 마음껏 해라"고 했던 충녕을 세자로 책봉하게 된 사연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 전까지 세종대왕은 실록에 기록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수많은 왕자들 중 하나였을 뿐이니까요.

다음으로 세종과 함께 한 전문가들을 소개합니다. 명재상 황희, 소를 타고 다녔다는 맘씨 좋은 재상 맹사성, 제3이 정승이자 꼰대 허조, 바람과 같이 일처리를 했던 도승지 안숭선, 천민 출신으로 조선의 시간을 발견한 조선 유일무이한 과학자 장영실, 양반 출신의 공돌이 이천, 음악의 대가 박연 등.

나머지는 세종 시대와 세종 사후의 어두운 면을 조금 다루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세종이 죽고 아들 문종이 즉위 후 3년도 되지 않아 죽고, 그 아들 단종이 세종의 동생 수양대군에 의해 쫓겨나게 됩니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멧돼지 한 마리가 30년 동안 세종이 키워왔던 인재의 꽃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데 채 3년도 걸리지 않았다. (p.294)

물론 여기서 멧돼지는 수양대군, 즉 세조를 가리킵니다.

세종대왕에 대해 '가볍게' 훑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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