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국지 10 (보급판 문고본) - 천하통일, 완결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짬짬이 <장정일 삼국지>를 읽었습니다. 어느새 10권을 모두 읽었습니다. 삼국지를 여러 번 읽을 필요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자랑 삼아 삼국지를 열 번 읽었다는 사람도 있는 반면 삼국지는 두 번 읽을 가치조차 없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둘 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는 형편없는 영화라도 어떤 이는 대사를 욀 정도로 보고 또 본 영화가 있듯이 삼국지도 그러합니다.
제 목 : 장정일 삼국지 (2)~(1) <문고판(HAND IN HAND LIBRARY>
지은이 : 장정일
펴낸곳 : 김영사 / 2008.5.1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각권 ₩5,500
만약 삼국지를 다시 읽으려면 시차를 좀 길게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 몇 년의 간격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다시 읽을 때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줄거리를 기억하기조차 벅찹니다. 적어도 두 번 세 번 읽어야 줄거리에서 인물로 시선을 옮길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읽을 때는 유독 제갈량에게 관심이 쏠렸습니다. 삼국지를 처음 읽을 때 제갈량에 관심이 쏠렸다가 몇 번을 읽으니 조조에게 관심이 넘어갔다가 이번에 다시 제갈량으로 돌아왔습니다. 주군보다는 참모에 더 관심이 갑니다. 이상하게도 유비나 손권 따위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제갈량이 평생을 바친 유비와 그의 촉한에는 참 인재가 없었습니다. 흔히 오호대장군이라 불리는 관우와 장비, 조운과 황충, 마초와 제갈량 사후에 군권을 맡았던 강유 정도가 전부입니다. 게다가 황충은 조조 밑에서 그리 중하게 쓰인 인물이 아니었고, 강유도 위나라 변방의 한 장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이들이 촉에 가서는 아주 중하게 쓰입니다. 조조가 인재를 못 알아봤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위나라에는 인재가 넘치고 촉은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재가 귀하다보니 촉의 거의 모든 일은 제갈량에게 집중됩니다. 내치부터 군사를 부리는 일까지 도맡아 하게 됩니다. 전장에서조차 20대 이상의 태형에 해당되는 죄수를 직접 문책할 정도로 잡일이 많았습니다. 잡무로 인해 밤늦도록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끼니를 거를 때도 많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마의는 제갈량이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확신을 합니다.
제갈량의 마지막 북벌 때 사마의는 거의 죽을 뻔했습니다. 제갈량의 계책에 속아 사마의 3부자가 산속에서 모두 불에 타 죽을 뻔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그때 제갈량이 탄식하며 말합니다.
"일은 사람이 꾸미지만 성공 여부는 하늘에 달려 있으니 어쩔 수 없구나(某事在人 成事在天 不可强也)"
모사재인 성사재천(某事在人 成事在天)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되었습니다.
그 후 갑자기 지병이 깊어져 제갈량은 오장원에서 최후를 맞습니다. 제갈량의 사인을 흔히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폐결핵이라고 합니다. 얼굴은 희고 입술이 유난히 붉었으며, 이를 가리기 위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기력이 쇠해 전장에서도 말을 타지 않고 사륜거를 탔으며, 죽을 때 피를 토했다는 정황을 들어 폐결핵이라고들 합니다. 고우영의 삼국지에도 그런 식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과로사입니다. 인재가 부족한 나라에서 너무나 많은 일, 너무나 많은 고민을 짊어져야 했습니다. 젊은 시절 그와 함께 전장을 누볐던 모든 이들이 저세상으로 가고, 유비의 늦둥이 어린 황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 많은 일들을 홀로 처리해야 했으니 그 누군들 버틸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천자를 옆에 두어 명분을 얻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통일의 기반을 마련했던 조조에게 관심이 더 갔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주군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2세 황제를 위해서도 몸을 아끼지 않다가 천명을 다 못 누리고 간 제갈량에게 더 마음이 쏠리는 까닭은 왜일까요? 조조가 죽자 제갈량을 죽인 군벌 사마씨들이 실권을 잡아 결국 사마씨의 의해 삼국이 통일됩니다. 유비가 죽자 사마씨와 마찬가지로 제갈량이 실권을 장악하지만 그는 유씨를 위해 마지막까지 충성을 다합니다.
삼국의 역사는 비록 위-진의 통일로 마무리되지만 <삼국지연의>는 삼국 중 가장 먼저 패망한 촉한을 정통으로 삼아 씌어졌습니다. <삼국지연의>의 작자 역시 제갈량에게 끌리는 제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