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선이다 - 조선의 태평성대를 이룩한 대왕 세종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어떻게 살까 고민하다 보면 간혹 흘려들었던 선인들의 말이 새삼스레 가슴에 와닿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말, 지겨우리만치 당연한 말에 담긴 뜻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당연하여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가 그 순간에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입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자신은 항상 낮은 곳에 둡니다. 결코 다투는 법이 없습니다. 다투지 않기 때문에 허물이 없습니다. 지극한 선은 마치 물과 같아, 노자는 일찌기 上善若水라 했습니다. 말은 쉽지만 알기 어렵고, 알기 쉬워도 저리 살기는 힘듭니다. 저리 살지 못하면서 알았다고 하는 것은 진정 알지 못한 것입니다. 올 한 해, 제 삶이 물과 같기를 바랍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사극의 인기는 줄 것 같지 않습니다. 사극이 인기를 끌다보니 과거에 다루지 않았던 시대를 다루게 됩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주제는 '세종대왕'과 '선덕여왕'입니다. 세종대왕은 <대왕세종>이라는 이름으로 1월5일 첫방송을 한다고 하고, 선덕여왕은 MBC에서 준비중이라는 데 언제쯤 볼 수 있을지는 미정입니다. 그 외에도 홍길동, 평강공주, 일지매, 허난설헌, 신사임당, 호동왕자와 관련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극이 준비중인 것은 어정쩡한 소재보다는 고정 팬이 많은 사극을 다뤄 시청률을 확보하겠다는 방송사의 계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책들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습니다. 역사 이야기는 이미 결론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전혀 모르는 것을 알게 될 때보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것,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제대로 알게 될 때의 지적 흥분이 더 크고 잘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모르는 것을 새로이 익히면 모든 것을 학습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반면, 어느 정도 줄거리를 알고 낯익은 인물들이 등장하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나 책이나 역사에서 많은 소재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은 새롭습니다. 너무나 많이 듣고 배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익숙하지만, 정작 그 면모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훈민정음 창제로 대표되는 여러 업적들의 일부를 알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 위대한 업적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여러 원인을 분석하여 배우는 것입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될 때 그 의미가 있으니까요.




   제   목 : 나는 조선이다
   지은이 : 이한
   펴낸곳 : 청아출판사 / 2007.12.10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12,000원)



세종대왕을 다룬 책은 대개가 어린이용입니다. 어른을 위한 책은 정말 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세종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작년말에 출간된 <나는 조선이다>가 돋보입니다. 세종에 대해 특정한 관점에서 분석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매우 대중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세종과 그 주위 사람, 세종 시대와 그 후의 명암에 대해 쉽게 풀어 쓰고 있습니다. 세종에 대한 입문서로 적당할 것 같습니다. 곧 방영될 드라마 <대왕세종>을 보기 전에 가볍게 읽어봄직합니다. 출판사에서도 이것을 염두에 둔 듯 띠지에 '2008년 1월 5일 KBS 1 TV <대왕세종> 방영!' 이라고 표시해두었습니다. <대왕세종>의 원작이 아니면서, 그래도 이 분위기에 묻어 가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 밉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상업적이라고 비판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중적으로 읽히길 목적으로 만든 책들은 그 속성상 원래 상업적입니다. 내게 필요한 책, 즐거움을 주는 책이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온라인서점에서 '세종' 또는 '세종대왕'이라고 검색해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목에 그런 단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검색이 안 된 것입니다. 세종대왕이라고 검색했을 때 제일 위에 노출되면 더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보면 제가 이 출판사 직원인 줄 알겠습니다^^ 그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한 마디 한 것 뿐입니다.

책 내용을 간단히 말씀 드리면, 앞부분에서는 인간 세종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아버지 태종 이방원이 왜 첫째인 양녕대군을 선택하지 않고 셋째인 충녕대군(세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버지 태종이 그렇게 공들인 양녕대군을 폐하고 "너는 할 일이 없으니 편하게 좋은 것만 마음껏 해라"고 했던 충녕을 세자로 책봉하게 된 사연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 전까지 세종대왕은 실록에 기록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수많은 왕자들 중 하나였을 뿐이니까요.

다음으로 세종과 함께 한 전문가들을 소개합니다. 명재상 황희, 소를 타고 다녔다는 맘씨 좋은 재상 맹사성, 제3이 정승이자 꼰대 허조, 바람과 같이 일처리를 했던 도승지 안숭선, 천민 출신으로 조선의 시간을 발견한 조선 유일무이한 과학자 장영실, 양반 출신의 공돌이 이천, 음악의 대가 박연 등.

나머지는 세종 시대와 세종 사후의 어두운 면을 조금 다루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세종이 죽고 아들 문종이 즉위 후 3년도 되지 않아 죽고, 그 아들 단종이 세종의 동생 수양대군에 의해 쫓겨나게 됩니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멧돼지 한 마리가 30년 동안 세종이 키워왔던 인재의 꽃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데 채 3년도 걸리지 않았다. (p.294)

물론 여기서 멧돼지는 수양대군, 즉 세조를 가리킵니다.

세종대왕에 대해 '가볍게' 훑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