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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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렐 다이아몬드, 유발 하리리, 그리고 오데드 갤로어. 인류의 발전의 원동력, 핵심을 유심히 관찰한 사람들이다. 2021년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된 오데드 갤로어가 그간 인류가 걸어온 길을 소개하고 왜 특정한 국가들만 부를 쌓고, 빈곤에서 빨리 벗어났으며, 왜 인류의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 파헤친다. 크게는 부의 흥망을 살피지만 문화, 역사를 폭넓게 아우르는 설명에 왜 역사 속에서 그러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가 있게 된다. 절대 수가 적은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왜 영국이 산업혁명의 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설명이었다. 인류만이 농사를 짓고, 달에 가고,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 수 있었던 역사가 궁금하지 않은가? 다채로운 개념들을 흡수하며 유럽의 흥망성쇠를 살펴보고 국제적인 시각에서 국가 간의 불평등은 왜 지속되는지 공부하고 싶지 않은가? 한 책으로 교양 있는 사람 되기 충분하다. 인류의 여정을 함께 밟고, 불평등의 수수께끼를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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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섭의 대한민국 학군지도 - 국내 최초 학군 투자서! 자식교육+노후대비 최고 해결사!
심정섭 지음 / 진서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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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내 책상 위에 벽돌만한 두께의 책이 있길래 궁금해서 슬쩍 훑어봤다. '대한민국 학군 지도'라... 투자와 재태크에 별 관심이 없고 아이도 대학에 이미 들어간 터라 크게 관심 가질 만한 주제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눈이 가고 손이 가서 한 장 두 장 읽다 보니, 정독은 아니어도 거의 전부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위 전국의 '뜨는' 지역을 단숨에 투어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을 진작에 알고 있었으면 나의 자산 상태가 지금보다는 더 풍요롭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학군'에 관한 것이지만 카테고리는 '투자/재태크/부동산' 쪽이다. 우리나라는 학군 지도가 곧 부동산 투자 지도다. 집값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에 교육 인프라보다 더 큰 요인은 없다. 예를 들어 강북 중산층의 자존심인 중계동의 가치는 교통이 아니라 학군이다. 대치동과 항상 비교하는 목동, 경기권에서 강남 부럽지 않은 분당의 결정적 가치도 인근 학교와 학원의 입시 실적에 있다. 지방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풍문으로만 듣고 피상적으로만 알던 학군과 입시 실적의 관계를 이 책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록으로 명문 중고등학교 졸업생 현황과 입시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학교를 서열화하고 사교육의 가치를 부각시킨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결코 좋은 책이라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집값을 결정짓는 최대 요인인 '학군'을 '투자' 관점에서 이처럼 깊고 넓게 파헤친 책은 이 책이 유일무이하다는 것! 그러니 교육과 재태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 중에 이 책의 존재를 모르면 몰라도, 알고서는 도저히 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최대 매력이다. 


교육에 관심이 큰 부모라면, 또는 수년 안에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이 책을 미리 찬찬히 읽어 보기를 바란다. 어떤 선택을 하든 최종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알고도 선택하지 않은 것과 몰라서 선택하지 못한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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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학교 -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을 배우는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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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노릇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처음에는 특별한 듯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제게는 매우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배우지 않고서 어떻게 제대로 부모 노릇을 할 수 있는지 오히려 반문합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책을 읽으며 부모 노릇이 결코 쉽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배우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자녀와 나, 가족,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의 매끄러운 소통을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그 관계를 깨쳐야 합니다. 나와 자녀 사이에 오가는 말이 진정한 소통을 위한 말인지 아닌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반사적으로 하는 말 대부분이 의사소통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면 말 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주눅이 들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에게도 겸손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자녀교육에 관한 모든 것을 마치 수학 공식 외듯 외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를 깨닫고 그것을 겸손하게 실천하면 됩니다. 그 원리는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식에 가깝습니다.

부모교육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이민정 선생님을 만나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배우는 부모'들이 많이 있고, 또 그런 실천을 통해 '실제로' 관계가 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매우 중요한 발견이자 깨달음이었습니다.

늘 곁에서 함께해왔던, 학습법과 입시지도를 전문으로 하는 박재원 소장님을 만나 중요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부모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자녀 공부의 성패도 그 출발은 결국 '부모와 자녀의 정서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교육운동가 김정명신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중요한 깨달음을 하나 얻은 게 있습니다. 부모가 '불안'해하는 순간 제대로 된 교육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토마스 고든의 책을 읽고 '부모역할훈련'의 근본적인 원리를 알았습니다. 하임 기너트와 존 가트맨의 책을 읽은 후 아이들의 '감정'은 받아 주고 '행동'은 고치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오랫동안 사교육을 지켜보거나 직업으로 대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교육은 결코 공교육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공부의 주체는 결국 '학생'이라는 것을.

지금 제 삶을 움직이는 화두는 자녀와 부모 사이의 '소통'과 '교육'입니다. 자녀를 둔 부모로서 최대의 관심사이자 제 생활을 유지해주는 업(業)이기도 합니다. 아주 운이 좋은 편입니다. 개인적인 관심사와 밥벌이 수단이 같으니 말입니다^^

부모/자녀교육서를 읽는 것은, 그래서 취미인지 업무의 연장인지 이미 그 경계가 없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 한 권을 추천합니다.

서형숙님의 <엄마학교>라는 책입니다. 원래는 한살림 공동체 운동을 하면서 농업과 먹거리에 대해 글을 쓰고 강의를 해 오던 분이었는데 잘 자란 아이들 덕에 교육 강사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참고로 딸은 고3 신분에 세계 잼버리 대회 운영 요원으로 20일 간 태국에 있으면서도 최고의 성적을 놓치지 않았고 연세대에 진학했습니다. 아들도 연세대에 입학했는데 전국 소년체전 육상 부문 금메달리스트이자 소년체전 신기록 보유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학력을 소개하니 좀 씁쓸합니다. 성공한 기준 중 여전히 중요한 것이 '학력'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말입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오해는 금방 풀릴 것입니다. 내심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이지만, 결코 그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 분야에서 성공하듯이, 공부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는 학생이 오히려 더 잘하는 법입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결코 공부를 강요하지도, 선행학습을 시키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교육은 아이가 가장 하고싶어 할 때가 제때다'는 생각으로, 너무 안 하려고만 하면 가끔 동기 유발을 시키기는 했지만 연연해하지는 않았습니다. 학원 수업보다는 다양한 경험이 우선이었고, 선행학습이 아니라 적기교육이 중요하다 믿어 실천했고, 공교육과 선생님을 믿었으되 부당한 체벌에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교사에게 그 뜻을 전했습니다.

저자는 아예 '엄마학교'를 만들었습니다. (홈페이지:http://www.momschool.org) 아이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엄마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서울 종로 계동 북촌 한옥 마을 한쪽에 '엄마학교'를 열었습니다. 그 학교의 10계명이 곧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옮겨 보겠습니다.

1. 삶의 목표를 정한다.
2. 서두르지 않는다.
3. 환한 웃음으로 대한다.
4. 아이를 믿는다.
5. 아이 스스로 하게 한다.
6. 아이가 선택하게 한다.
7.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게 한다.
8.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9. 내 아이도 남의 아이도 우리 아이로 여긴다.
10. 먹는 것에 신경 써서 아이의 건강을 돌본다.

여러 자녀교육서를 읽어보셨다면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 보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이 그리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결단과 실천을 요할 뿐입니다. 다만 이 책에서 좀 특별해 보이는 것은,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학교를 믿고 선생님을 믿어야 아이의 학교 생활이 즐겁다거나, 부적절한 체벌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라는 등. 정말 공감이 가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시고, 혹시 읽을 시간이 없으시다면 책 목차라도 꼭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목차보기☞클릭). 목차를 보시면 크게 '다정한' 엄마 되기, '영리한' 엄마 되기, '대범한' 엄마 되기, '행복한' 엄마 되기가 있는데, 제1장인 '다정한' 엄마 되기를 보다 보면 모든 육아 서적을 보면서 느끼시는 것이겠지만 "누가 모르나? 그게 얼마나 힘든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성공하고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결국은 이 단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하게 만들려면 결국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학원 수업에만 익숙해져서 스스로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공부를 포함해서 아이의 삶이 그렇게 수동적이길 바라는 부모는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사를 두루 겪은 성인이 만나 질기게 연애를 하고도 결혼 생활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 생명을 낳은 부모와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 그 초보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극복하고, 수십년의 시간적 정신적 차이를 극복하여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진통이 없을 수가 없겠지요.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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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 조선시대 명문가의 가훈과 유언
정민 외 옮김 / 김영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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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어린이날이었던 어제 오후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이승의 손을 놓으셨습니다. 작년에 폐암 선고를 받고도 담배를 끊지 않았고, 지난달 뇌종중으로 쓰러져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다 끝내 숨을 거두었다 합니다. 위 시는 월간 <현대문학> 4월호에 실린 그의 마지막 신작시 <옛날의 그 집>입니다.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는 말에서 그의 기구한 삶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삶을 버리고 가니 얼마나 홀가분했겠습니까.

그러나 모든 이가 이처럼 이승의 손을 홀가분하게 놓지는 않습니다.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인조를 호종했던 송애 김경여는 죽기 전에 이런 유언을 남겼습니다.


    평생 아버님의 얼굴을 알지 못한 채 홀로 어머니만을 모셨다. 효도로 봉양할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정성스러운 뜻이 얕고 얇아 하루도 편안히 즐겁게 모시지를 못했다. 이제 연세가 여든이신데 급히 내가 먼저 돌아가게 되니, 내 마음의 아픔이 어찌 끝이 있겠느냐. 너는 모름지기 내 지극한 뜻을 알아, 온갖 일에 받들어 봉양하여 마땅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라. (...) 할 말은 많은데 기운이 다해가는구나.
할 말을 미처 다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였을까요. 부모가 되어보니 그 마음 미루어 짐작할 만합니다.


    내가 불초하여 조정에 선 것이 거의 40년인데도 위로 임금께 미쁨을 얻지 못했고, 아래로 한 조정에서 믿음을 받지 못했다. 마침내 죽게 되었으니 누구를 탓하겠느냐. 너희는 나를 경계로 삼아 과거시험에 마음을 두지 마라. 오직 독서하고 몸가짐을 삼가는 데만 힘쓰도록 해라. 손자들 중에 혹 총명하여 애석하게 여길 만한 아이가 없지 않을 것이다. 밤낮으로 가르치고 다스려 충효로 이어온 집안의 오랜 가풍을 실추시키지 않도록 해라. 그리하면 내가 지하에서도 눈을 감을 수 있겠다. 나머지 일은 죽음이 임박한지라 다 말하지 않는다.
조선 후가 노론 4대신 중의 하나였던 한포재 이건명의 유언입니다. 간결하고 힘이 있지만 유배지에서 사사되면서 급히 써내려간 듯하여 읽는 이의 마음이 아픕니다.


   제   목 :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지은이 : 정민, 이홍식 엮고 옮김
   펴낸곳 : 김영사 / 2007.4.26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13,000

정민 선생과 그의 제자 이홍식 박사가 엮은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조선시대 명문가의 가훈과 유언을 모아 해설한 책입니다. 가훈 21편과 유언 10편이 담겨 있습니다. 책 제목인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말은 신숙주가 쓴 가훈에서 따온 말입니다.

"대저 재주가 높고 빼어난 인물이 되는 것, 호걸이 되는 일은 내가 실로 바라는 바가 아니다. 다만 너희가 삼가 이 가훈을 지켜서 날마다 삼가고 삼가 '삼가는 선비'로 불리며 선조에게 부끄러움을 끼치지 않게 되기를 원한다"고 하며 여섯 항목의 가훈을 남겼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아버지들은 대개 한 시대를 풍미하였습니다. 재상으로 살았고, 또 정쟁의 화를 입어 유배되거나 사사되었습니다. 그렇게 살았던 아비가 제 자식에게는 한결같이 삼가고, 겸손하라 말합니다. 호걸처럼 되기를 바라지 않고(신숙주), 과거시험에도 연연하지 말며(이건명), 그저 책을 벗하며(송규렴), 담박하게(안정복) 살라 합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누려 재앙을 입었으니 너희는 나를 경계 삼아 겸손하고 또 겸손하라(김수항) 합니다.

다들 글깨나 읽었던 선비였지만 유언이나 가훈에는 멋부림이 없습니다. 고답하고 싱겁습니다. 큰 가름침일수록 오히려 멋이 없나 봅니다. 쉬이 따르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결같이 절실합니다. 어렸을 때 읽었다면 누린내 풍기는 잔소리로 치부했겠지만 조금 나이 들어 읽으니 그런 마음 느껴집니다.

말 많아 좋은 일은 없습니다. 아비 된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압니다. 특히 높은 지위에까지 올랐으나 우러러 받들던 임금에게 사사되었던 사람에게야 오죽했겠습니까. 남은 시간이 짧아 말을 줄인다고 했지만, 그 말줄임 또한 큰 가르침이었을 것입니다. 서른 한 편의 가르침은, 그래서 비록 짧고 멋은 없지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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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돌핀 학습법 - 나도 할 수 있다 1
서활원 지음 / 양지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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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 중 다섯 명이 서울대를 졸업했습니다. 그 중 셋째 아이는 이미 중학교 3학년 때 대입 준비를 하던 형에게 수학 과외를 했습니다. 예전 일류 중고교에서는 수학 문제를 참 어렵게 냈습니다. 학교의 권위를 세우겠다고 전교 평균이 10점 이하인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셋째는 만점을 받았습니다.

셋째가 이렇게 공부에 가속도를 붙이게 된 건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중학 수학의 정석>을 겨울방학 때 천천히 독파했는데, 책 한 권을 오직 자신의 힘으로 정복했다는 뿌듯함이 자신감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가장 효과를 본 학습법은 '친구 가르치기'였습니다. 친구들에게 가르치는 동안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했습니다. 친구에게 가르치고, 대신 참고서와 문제집을 빌려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았습니다. 이렇게 고등학교를 보내고, 나중에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공부법을 학생들에게 적용시켜 보았습니다. 그는 이 방법을 '수석 학습비법'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셋째의 이름은 서활원이고, 그가 명명한 학습법을 담은 책이 <마이돌핀 학습법>입니다. 2004년에 초판이 나왔습니다.


   제   목 : 마이돌핀 학습법
   지은이 : 서활원
   펴낸곳 : 양지사 / 2004.11.10 초판 발행, 2006.8.31일刊 초판 4쇄를 읽음  ₩10,000

그가 제시하는 수석 학습비법은 모두 10가지입니다. 간단하게 나열하겠습니다만, 미리 말씀 드리자면 우리가 전에 몰랐던 '새로운(?)' 사실은 없습니다.

1. 집중 : 공부하는 동안 순간적으로 몰입하라는 것인데, 집중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수업 시간 중의 집중을 매우 강조합니다. 학교 수업의 집중을 위해서는 예습복습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2. 망각곡선개선(=예습복습) : 공부 후 8시간이 지나면 85%를 잊어버립니다. 하루가 지나기 전에 93%를 잊어버립니다. 이것이 망각곡선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부 후 10분 내에 복습을 하여 기억을 회복시킵니다. 24시간 후에 28%까지 기억하게 됩니다. 복습하지 않으면 겨우 7%를 기억합니다. 수업 직후 쉬는 시간에 복습을 하고, 다시 집에 와 한 번 더 복습을 하면 24시간이 지나도 기억량이 55%에 이릅니다.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듣고 복습하는 것만으로도 시험에 필요한 모든 공부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예습을 하면 수업 집중도도 높아지고, 예습 없이 복습한 것에 비해 2~3배 효과가 더 있습니다. 예복습을 전혀 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면 최소 13배 이상의 차이를 보입니다. 이래도 예습 복습을 하지 않으시렵니까? ^^

3. 동영상 기억 학습법 : 오랫동안 공부와 담을 쌓았던 학생에게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수업 시간에 벌어진 일을 마치 동영상 찍듯이 머릿속에 넣고 방과 후 집에서 설명하는 겁니다. 어머니가 계시면 더 좋겠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내용을 설명하는 동안에 눈으로 빠르게 반복하여 읽습니다. 그러면서 수업 시간에 벌어진 일들을 눈에 다 집어 넣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노트를 보는 대신 눈을 감고 수업시간의 모습을 영상으로 그려봅니다. 집에 와서 어머니께 또 설명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상적으로 복습을 합니다. 당연히 학습 효과가 뛰어나겠죠?

4. 40% 연독법 : 공부를 시작했으면 무조건 책 한 권을 끝내야 합니다. 책 한 권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면 공부 효과는 제로입니다. 1년이 걸리더라도 책 한 권을 끝냅니다. 그런 다음 다시 읽으면 처음 읽었을 때의 40%인 5개월에 끝낼 수 있습니다. 또 한 번 더 보면 2개월, 네번째는 24일, 다섯번째는 10일, 여섯번째는 4일, 일곱번째는 2일, 여덟번째는 하루, 아홉번째는 두 시간, 열번째는 한시간이면 독파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최소 7독을 하라고 합니다.

5. 목표 설정법 : 목표와 확신이 없으면 스트레스만 받게 됩니다. 공부의 효율이 떨어집니다. 목표와 확신이 없다면 성공 확률은 0%입니다.

6. 목차 암기법 : 7독할 계획을 세운 후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목차를 암기하는 것입니다. 목차를 암기하면, 실제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왠지 그 책이 금방 정복될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머릿속에 책 전체의 윤곽을 넣고 공부를 하니, 공부 효율이 지극히 높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7. 공부량 점증 학습법 : 매번 공부할 때마다 처음부터 하는 것입니다. 어제 공부한 다음부터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처음부터 다시 하면, 40% 연독법에서 설명했듯이, 매우 빠르게 앞부분을 훑어나갈 수 있습니다.

8. 3독 3분할 학습법 : 시험 보기 전까지 7독이 안 되면, 최소 3독은 해야 합니다. 매번 공부할 때마다 공부시간을 세 부분으로 나누는데, 첫 부분에서는 공부 내용을 대충 파악하고, 두 번 째는 본격적인 공부를 하고, 마지막으로 복습합니다. 이것이 3분할입니다.

9. 시간표 공부법 : 시간표 짜 놓지 않고는 아예 공부를 시작도 하지 말랍니다.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에 뇌세포가 미리 준비할 수 없었고, 또 오히려 공부에 저항합니다.

10. 책사모 공부법 : 공부하기 싫을 때는 아주 쉽고 재미있는 책을 여러권 읽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책 읽기를 습관처럼 하여 많은 양의 책을 읽으라는 것입니다. 특히 어린 아이에게는 이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두 말할 나위가 없겠죠?

이렇게 10가지를 실천하면 반드시 공부를 잘하게 됩니다. 저자는 아니지만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사실은 없지만, 위 방법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위의 공부법을 실천하려면 밤에 학원 다니는 것은 포기해야 합니다. 전날 가볍게 예습하고,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쉬는 시간에 잠깐 복습하고, 집에 와서 복습하고, 그리고 충분히 자야 합니다. 그래야 저자가 말하는 '마이돌핀'이 생성되어 공부 효과가 커지는 것입니다. '마이돌핀'의 정체에 대해서는 저자가 뚜렷하게 밝히고 있진 않지만, '기억세포'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미 말씀 드렸듯이 '새로운' 방법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담 위주의 학습법에 비하여 나름대로 체계화하여 공부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두뇌 과학 (결국은 그 중 '기억'에 관한 이론이지만)에 근거하여 체계적인 학습법을 제시한 것은 <기적의 두뇌 학습법>과 더불어 이 책이 거의 유일한 것 같습니다.

저게 무슨 학습법이야, 저렇게 하면 누가 못해? 라고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저에게 만약 '학습법' 책을 추천하라면, <기적의 두뇌 학습법>과 지금 이 책 <마이돌핀 학습법>을 추천하겠습니다. 참고로 전 이 저자와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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