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 - 지피지기 1
남영신 지음 / 리수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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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아버지  … 축복해 주시옵소서."
축복(祝福)은 '복을 비는 것'입니다. '축복하다'는 '복을 빌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위 말은 "하나님 아버지 … 복을 빌어 주시옵서서.'와 같은 뜻이 됩니다. 하나님 위에 더 힘센 절대자가 있어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도록 빌어 달라고 하는 것이니 참으로 불경스러운 기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뜨거운 감자'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호호 불어가면서 먹으면 참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한국인의 정서상 '뜨거운 감자'는 전혀 고약하여 피하고 싶은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뜨거운 것을 싫어하는 미국인의 식사 습성에서 만들어진 이 말을 우리는 아무런 여과 없이 쓰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뜨거운 감자'를 먹지 않게 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은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부끄러운 말글살이를 제대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높새울 남영신 선생은 머리말에서, 가을에 피는 꽃은 웬만하면 '들국화'이고, 그것도 자신이 없으면 '이름 모를 꽃'이라고 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냐고 한탄합니다. 마치 저더러 하는 말 같아서 부끄러웠습니다.

귀담아 들어야할 말들 중 몇 가지만 옮기겠습니다.

  1. 외래어는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을 위한 것이다. 외국물 먹었다고 외래어 표기법을 무시하고 괜히 혀를 굴리지 말아라. '게놈'을 굳이 '지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인데, 독일에서는 게놈이다.
  2. 일반인이 쓰는 말을 쓰면 전문가 체면이 깎이는가? 왜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음에도 한자, 나아가 요즘은 외래어로 대체하는가?
  3. '3연패' - 내리 졌다는 건지 내리 이겼다는 건지, '눈알'을 '안구'라고 하고 '입안'을 '구강'이라고 해야 기분이 좋아지는가? 이제 '안면(眼面)'을 뜯어고치자, 예쁜 '얼굴'로!
  4. 으악새가 슬피 우는 까닭은? 으악새는 '왁새'를 길게 발음한 것이고, '왁새'는 '왜가리'를 가리키는 평안도 지방 말이다. 왜가리는 여름철새이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남쪽으로 떠난다. 서글픈 울음소리를 남기면서 말이다.(전 최근까지도 으악새를 '억새'풀을 가리키는 줄 알았습니다.)
  5. 한자 열풍이다. 그러나 정말 쓸 데 없는 한자어를 가르치지 말라. 만약 가르치려면 먼저 그 용법을 손수 시범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축록(逐鹿)' '천자의 지위를 다툰다'는 중국 고사에 나오는 숙어다. 이걸 우리더러 어찌 쓰라는 것이냐? '축록하는 정치인'? 아니면 '축록하기 위한 싸움'? 이런 무책임한 글들이 신문에 연재되고 있다.
  6. 한자어 조합에는 관대하면서 왜 우리말 조합에는 그렇게 엄격한가? '먹거리'가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했다. '먹을 거리'가 정확한 표현이라는 국어학자들 때문이다. 그렇다면 '弟子'는 아우의 아들이고 '妹兄'은 누이의 언니인가? '立會'는 '서서 모임'이고 '步合'은 '걸어서 합침'인가? 우리말의 발전과 생성을 방해만 하지 말라.
  7. 한자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말을 제대로 쓸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한자어 사용과 생성을 제어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대신 우리말 어휘를 쉽게 사용하고 자유롭게 어휘를 생성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조어법에 얽매여 토박이말로 된 새로운 단어의 출현을 싹부터 자르려 하지 말라.
  8. 영어 공용화 - 말도 안된다! (저 역시 '영어 공용화'는 논쟁거리조차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매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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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심리학 - 세종마케팅총서 10
로버트 B. 세틀. 파멜라 L. 알렉 지음, 대홍기획 마케팅컨설팅그룹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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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안 살 수가 없었습니다. 《소비의 심리학》, 원제는 Why They Buy.
도대체 왜? 어떤 이유로 그것이 팔릴까? 소비자는 왜 그것을 선택했을까? - 직·간접적으로 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 치고 한시라도 잊어본 적이 없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에 무언가 속시원한 대답을 줄 것 같았습니다.
역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20년 넘게 마케팅 일을 해온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소비자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전략 수립의 80%는 끝난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이 문장을 보고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무언가 답이 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소비자는 역시 어렵다,입니다. 책 내용이 좋지 않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 책은 대학에서 마케팅 전공자들이 배우는 '소비자 행동론'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실용적인 모델과 개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난해한 전문 용어 대신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참 많은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역시 어렵습니다.

첫 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진짜 니즈를 충족시키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소비자의 니즈를 분류하여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마케팅하라고 조언합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분류하고 접근하기 위해 소비자의 니즈를 수직적 니즈와 수평적 니즈로 구분하고 각각의 니즈에 따른 관련 상품들과 사례를들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직적 니즈로는 생리적 니즈, 안정에 대한 니즈, 사회적 니즈, 위신·자존·지위에 대한 니즈, 자아 실현에 대한 니즈 등 5개의 니즈를 계단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하위 단계의 니즈(생리적 니즈에 가까운)가 충족된 다음에야 비로소 상위 단계의 니즈를 충족시킨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성인들 대여섯 명 중 한 명은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데, 그것은 유당에 대한 내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락트에이드(Lactaid, Inc.)는 보통 우유를 마실 수 없는 성인들도 소화흡수시킬 수 있는 우유, 즉 유당의 함량을 줄인 저지방 우유에 락타아제 효소를 첨가한 제품을 개발하여 성공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듯 보이는 시장에서도 이처럼 틈새는 있게 마련이고, 이런 기회를 가리켜 '잠들어 있는 기회'라고 합니다. 독창적인 회사들은 이런 '잠들어 있는' 기회를 발견하여 이익을 거두는 반면, 자신에게 닥쳐온 기회를 간과했던 나머지 회사들은 스스로를 탓하면서 부지런히 그 독창적인 회사의 뒤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수평적으로 분류하면 성취, 독립, 과시, 인정, 지배, 소속, 양육/양성, 의존, 성욕, 자극, 기분전환, 새로움, 이해, 일관성, 보안 등 15가지가 있고 각각의 니즈와 관련된 상품들이 이떤 것이 있나 설명합니다.

<소비자 안에 잠자고 있는 동기를 깨워라>에서는, 시장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을 자신도 왜 하는지 정확하게 모른다는 가정 아래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는 이유를 진짜 모르는 경우와 말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마케터가 구매 동기를 알아내려면 직접적인 방법보다는 '간접적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 커피가 처음 나왔을 때 잘 팔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대개 원두 커피보다 맛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눈을 가리고 테스트해보면 대다수가 인스턴트 커피와 원두 커피의 맛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매이슨 해어(Mason Haire) 교수는 인스턴트 커피를 거부하는 심리적인 요인들을 분리시키는 방법을 고안해냅니다. 일명 '투사 연구'라는 것인데, 인스턴트 커피를 쇼핑 리스트에 포함할 것 같은 구매자와 그렇지 않은 구매자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측정해본 결과, 인스턴트 커피를 쇼핑 리스트에 포함할 것 같은 여자에는 늦잠 잘 것 같은 여자, 게으를 것 같은 여자, 아무렇게나 사는 여자들일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마케터는 게으르고 아무 생각없는 모습으로 비춰질까 두려워서 인스턴트 커피를 거부하는 계층을 위해 '편리함'에 대해 어필하는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활동적이고 계획성 있는 세심한 여자가 인스턴트 커피를 대접한다는 모습을 강조한 결과, 원두 커피 이용자는 '고루하게' 비춰진 반면 인스턴트 커피 이용자들은 '긍정적'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입니다.

앗! 이렇게 리뷰를 쓰면 끝이 없겠습니다. 내용이 좀 더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직접 사 보시구요^^ 이 책을 읽고 느낀 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자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끝나버립니다. 하나의 거대하고 동질적인 소비 대중인 매스 마켓이 존재했었다고 할지라도 그것도 이미 오래 전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시장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세그먼트로 보고, 그 중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세그먼트를 골라야 합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방대한 시장에서 쇠꼬리 노릇을 하기보다는 한두 개의 세그먼트에서 닭머리 노릇을 하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소비자의 심리와 구매 동기, 그리고 마케터의 활동이 구매 동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사례를 중심으로 상당히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책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전히 '소비자는 어렵다'고 말한 것은, 이미 경험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시장은 온통 함정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해한 것을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이용하는 데에 진정 그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 '온라인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이 책에서 어떤 것을 취할까를 고민하며 읽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지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역시 그것을 적용하여 실제 실행해서 그 결과를 눈으로 보기 전까지, 아직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책의 제목 - "WHY THEY BUY?" - 만 내 머리 속 '고정석'에 자리잡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참 의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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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운명을 바꾸는 역발상 마케팅
여준상 지음 / 원앤원북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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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개 여러 마케팅 서적을 짜깁기하거나 사례만 나열한 잡지 수준의 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직접 제 돈 주고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러 사례를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정래해 놓아 한눈에 흐름을 읽거나, 출퇴근길 오며 가며 부담 없이 읽으면서 업무와 연관지으며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 역시 이런 시각을 의식해서인지 머리말에서 "마케팅 관점에서 역발상 관련 사례들을 정리하고 공통원칙을 발견하고자 했다. 그리고 가급적 현상에 대한 단순한 소개는 최소화하고 현상의 마케팅적 해석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저자의 의도가 어느 정도 실현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말은 그럴 듯하였으나 결국 사례 나열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역발상'이라는 말 또한 그러합니다. 저자는 역발상에 상응하는 단어로 영어의 'contrarian'을 지목하고 1995년 딤케 박사가 쓴 《Contrarian Pespectives(역발상 관점)》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책 전체를 읽고 나면, 이 <역발상>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차별화>의 다른 표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차별화를 통한 인식의 선점'이 저자가 말하는 역발상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어느 정도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 전체를 읽지 않고, 135 개의 소절 제목만 주욱 훑어도 충분히 그 뜻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여러 기사와 잡지를 스크랩해놓은 듯합니다. 그러나 비록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이렇게 정리해놓은 것을 다시 읽으며 자신의 사업 또는 업무와 연관시켜 생각하면 귀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런 류의 책을 읽는 재미 또는 목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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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세일즈 명인
김진형 외 지음 / 거름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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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머니투데이 기자가 쓴 한국의 세일즈 名人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험,자동차,화장품,전자제품,홈쇼핑,학습지교사,네트워크마케팅 부문에서 성공한 12명의 세일즈 맨 이야기입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즐겁습니다. 책 뒷표지에는 "그들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공개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이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노하우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거니와, 세일즈 달인들의 노하우는 결국은 한결같이 '집중적인 고민과 실천'으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책이 좋습니다. 어쩌면 예전에 TV에서 방연한 <성공시대>처럼 진부하고 뻔~한 얘기를 다루고 있지만, 저는 그런 진부하고 뻔~한 얘기가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 하나 -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집념과 의지, 그리고 지독하리만치 끈질긴 실천력 - 바로 이것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 외에 어느날 갑자기, 또는 환경이 좋은 탓에 부자가 되거나 쉽게 성공한 경우도 있겠지만, 아니 많겠지만, 그건 저와 같이 평범한 사람이 '따라하거나' '실천하기' 위한 역할 모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책을 읽는 목적은 '열정을 다시 지피기 위함'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제 삶의 주제는 '열정'입니다. 평생토록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는 뜻입니다. 노령화를 지나 노령 사회에서, 평생토록 배우고 일해야하는 시대에 '열정'이 없다면 삶은 매우 비참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열정이라는 것이 마음 먹는다고 해서 언제나 나와 함께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열정을 지필 수 있는 노력과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이런 류의 책을 읽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정말 부지런히, 열심히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생기는 힘 - 그것을 느끼고 싶어서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모두들 月 수천에서 年 수억 대의 연봉을 받습니다. 그러나 원래부터 가진 게 많아서, 또는 우연히 땅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끼는 '허탈감'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나는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살지 못했으며, 아직 그들과 같이 까무러칠 정도로 일해보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와 비슷한 일의 종류를 좋아하지도 않고, 아직 그런 일을 미치도록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러한 나는 그들이 받는 수 억원 대의 연봉을 부러워할 자격이 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서 열정과 땀 냄새를 맡습니다. 지독한 오기와 프로 의식을 배웁니다. 성공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배웁니다. 이는 로또가 주는 현실의 초라함이 아닙니다. 로또를 주머니에 넣고, 로또가 당첨되었을 때의 기대를 상상하면 문득 자신의 현실이 초라해집니다. 기대하고 희망할수록 현실이 초라해보이는 로또와는 달리 좀 더 열심히 부지런히 그리고 무엇보다 끈질긴 집념으로 현실과 부딪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입사 6개월만에 MDRT, 입사 1년 후에 TOT를 달성한 푸르덴셜생명의 권효곤(MDRT는 연간 거둬들이는 보험료가 100만 달러가 넘을 때, TOT는 MDRT보다 6배 정도 많아서 신규 계약 보험으로 받는 수당이 32만 달러 - 즉 3억 8천이 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나이 서른 여섯에 주부 판매사원으로 시작해 11년 동안 10번이나 판매왕을 차지한 LG전자의 김정애, 남편 회사가 부도나면서 나이 마흔이 넘어 시작한 KFG의 김희성 FA(Financial Advisor)도 월 급여 5,000~6,000만 원을 가져가는 잘 나가는 세일즈 퀸입니다. 아이 둘의 평범한 가정주부가 국내 첫 번째 상용차 영업사원이 되어 판매왕에 오른 대우자동차의 박은화 차장. 10억대 연봉을 받는 1급 장애인인 AIG의 이대균 세일즈 리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잠시 주춤한 나의 열정을 다시 지펴올립니다. '절박함'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진리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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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윤영무 지음 / 명진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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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장남과 지방 사람, 학창 시절에 공부 안하고 딴 짓 한 사람, 그리고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과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저와 결혼을 했습니다. 아직도 가끔씩 아내는 제게 왜 이런 남자랑 결혼했을까 반문하곤 합니다. 물론 제가 그 모든 단점을 뛰어넘을 만큼 완벽한 남자이기 때문이겠죠.^^
위에서 열거한 아내가 싫어하는 결혼 상대 남자의 종류는, 그 상세한 내용에서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장남'을 첫째 항목으로 꼽는 데에는 대개 비슷합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장남'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긍정보다는 부정의 의미가 강합니다.

이런 장남에 대한 얘기를, 장남의 입장에서 아주 사실적으로, 직설적으로 풀어놓은 책입니다. 49년차 장남인 MBC 기자 윤영무의 '장남 이야기'이자, 못난 장남이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바치는 '사부곡(思父曲)'입니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세상에 장남으로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책을 읽으며 한번쯤은 울먹거릴 그런 이야기입니다.
장남이 아닌 사람 또는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공감(共感)보다는 쓴 웃음을 지을만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넘겨도, 결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장남의 운명을 바꿀만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장남은 여전히 심적으로 힘들고 부담스러우며, 특히 그의 아내 입장에서는 여전히 장남인 남편과 살아야하는 힘든 운명을 벗어날 방법이 없습니다.
이 책은 '장남의 눈'으로 씌어 있으며, 장남이 가지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운명적 부담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사실 엄밀히 따져 보면 장남의 자리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장남으로서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장남이기 때문에 받았던 특혜가, 커갈수록 점점 힘겹게 느껴지는 것은, 장남만이 느끼는 부담감일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런 부담감이 사명감으로 바뀌는 과정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내가 부정적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 맨 마지막에 "못난 장남 곁에서 고생이 많았던 아내에게 미안하고도 고맙다는 말을 덧붙인다"고 적고는 있지만, 그러나 이 책은 장남의 이야기이지 장남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절대 아님을 미리 알고 읽으셔야겠습니다. 결혼 후 몇 번이나 편지 한장 달랑 남기고 집을 나가버리고, 고부 갈등으로 남편에게 뺨이나 후려맞는 그런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양념처럼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러나... 혹시 장남의 아내로서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실지라도, 중간에 책을 덮어버리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장남이든 아니든 이 땅의 모든 남편의 바람은 한결같습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인용한 다음의 시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인생의 낙은
    처자가 한 자리에 모여
    화목하게 머리를 맞대고
    음식을 먹을 때
                                        - 다치바나 아케미

추석 연휴 기간, 대구와 안동과 인천을 오가며 정신없이 보냈지만 틈틈히 이 책을 읽었습니다. 아버지의 거친 얼굴을 보면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큰 아들 성적표에 조금이라도 성적이 내려갔나 싶으면 이유 불문하고 몽둥이부터 들었던 어린 시절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자상하신 어머니와 대비되어 늘 생각 밖에 나 있던, 무섭기만 했던 아버지의 늙어가는 모습이 서글프게 다가왔습니다. "애 낳아서 다 기를 때까지 니는 정말 모른다"라고 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이 아주 조금씩 느껴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아내, 그리고 내 동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되돌아보며 가슴 뭉클한 수많은 이야기 중에, 책을 덮고 유독 생각나는 말은 전혀 엉뚱하게도 이런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마흔 몇 해의 아침이 가고, 그때의 아버지처럼 나도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다. 시절이 좋아 지금은 차가운 우물물 대신 따스한 수돗물로 세수를 하지만, 가족들 가운데 맨 먼저 일어나는 것은 역시 나다.
나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난다. (...)
방송기자 생활 22년, 결코 게으름을 피워 본 적이 없다."(p.24~25)

제가 생각하는 장남은 모든 일에 부지런하며, 마음 씀씀이가 넓어야 하며, 되도록이면 가족들을 위해 먼저 지갑을 열 줄 알아야 하며, 무엇보다 책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맏며느리인 아내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굳이 장남으로서라기보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들로서, 나보다 나이 어린 동생의 형으로서, 부담스러운 장남에게 시집 온 아내에 대한 도리를 지켜야하는 남편으로서 제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겠습니다. 이래 저래 고민할 것이 많은 장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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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09-2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