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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심리학 - 세종마케팅총서 10
로버트 B. 세틀. 파멜라 L. 알렉 지음, 대홍기획 마케팅컨설팅그룹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보고 안 살 수가 없었습니다. 《소비의 심리학》, 원제는 Why They Buy.
도대체 왜? 어떤 이유로 그것이 팔릴까? 소비자는 왜 그것을 선택했을까? - 직·간접적으로 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 치고 한시라도 잊어본 적이 없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에 무언가 속시원한 대답을 줄 것 같았습니다.
역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20년 넘게 마케팅 일을 해온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소비자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전략 수립의 80%는 끝난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이 문장을 보고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무언가 답이 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소비자는 역시 어렵다,입니다. 책 내용이 좋지 않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 책은 대학에서 마케팅 전공자들이 배우는 '소비자 행동론'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실용적인 모델과 개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난해한 전문 용어 대신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참 많은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역시 어렵습니다.
첫 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진짜 니즈를 충족시키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소비자의 니즈를 분류하여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마케팅하라고 조언합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분류하고 접근하기 위해 소비자의 니즈를 수직적 니즈와 수평적 니즈로 구분하고 각각의 니즈에 따른 관련 상품들과 사례를들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직적 니즈로는 생리적 니즈, 안정에 대한 니즈, 사회적 니즈, 위신·자존·지위에 대한 니즈, 자아 실현에 대한 니즈 등 5개의 니즈를 계단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하위 단계의 니즈(생리적 니즈에 가까운)가 충족된 다음에야 비로소 상위 단계의 니즈를 충족시킨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성인들 대여섯 명 중 한 명은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데, 그것은 유당에 대한 내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락트에이드(Lactaid, Inc.)는 보통 우유를 마실 수 없는 성인들도 소화흡수시킬 수 있는 우유, 즉 유당의 함량을 줄인 저지방 우유에 락타아제 효소를 첨가한 제품을 개발하여 성공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듯 보이는 시장에서도 이처럼 틈새는 있게 마련이고, 이런 기회를 가리켜 '잠들어 있는 기회'라고 합니다. 독창적인 회사들은 이런 '잠들어 있는' 기회를 발견하여 이익을 거두는 반면, 자신에게 닥쳐온 기회를 간과했던 나머지 회사들은 스스로를 탓하면서 부지런히 그 독창적인 회사의 뒤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수평적으로 분류하면 성취, 독립, 과시, 인정, 지배, 소속, 양육/양성, 의존, 성욕, 자극, 기분전환, 새로움, 이해, 일관성, 보안 등 15가지가 있고 각각의 니즈와 관련된 상품들이 이떤 것이 있나 설명합니다.
<소비자 안에 잠자고 있는 동기를 깨워라>에서는, 시장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을 자신도 왜 하는지 정확하게 모른다는 가정 아래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는 이유를 진짜 모르는 경우와 말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마케터가 구매 동기를 알아내려면 직접적인 방법보다는 '간접적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 커피가 처음 나왔을 때 잘 팔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대개 원두 커피보다 맛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눈을 가리고 테스트해보면 대다수가 인스턴트 커피와 원두 커피의 맛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매이슨 해어(Mason Haire) 교수는 인스턴트 커피를 거부하는 심리적인 요인들을 분리시키는 방법을 고안해냅니다. 일명 '투사 연구'라는 것인데, 인스턴트 커피를 쇼핑 리스트에 포함할 것 같은 구매자와 그렇지 않은 구매자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측정해본 결과, 인스턴트 커피를 쇼핑 리스트에 포함할 것 같은 여자에는 늦잠 잘 것 같은 여자, 게으를 것 같은 여자, 아무렇게나 사는 여자들일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마케터는 게으르고 아무 생각없는 모습으로 비춰질까 두려워서 인스턴트 커피를 거부하는 계층을 위해 '편리함'에 대해 어필하는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활동적이고 계획성 있는 세심한 여자가 인스턴트 커피를 대접한다는 모습을 강조한 결과, 원두 커피 이용자는 '고루하게' 비춰진 반면 인스턴트 커피 이용자들은 '긍정적'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입니다.
앗! 이렇게 리뷰를 쓰면 끝이 없겠습니다. 내용이 좀 더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직접 사 보시구요^^ 이 책을 읽고 느낀 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자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끝나버립니다. 하나의 거대하고 동질적인 소비 대중인 매스 마켓이 존재했었다고 할지라도 그것도 이미 오래 전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시장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세그먼트로 보고, 그 중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세그먼트를 골라야 합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방대한 시장에서 쇠꼬리 노릇을 하기보다는 한두 개의 세그먼트에서 닭머리 노릇을 하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소비자의 심리와 구매 동기, 그리고 마케터의 활동이 구매 동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사례를 중심으로 상당히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책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전히 '소비자는 어렵다'고 말한 것은, 이미 경험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시장은 온통 함정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해한 것을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이용하는 데에 진정 그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 '온라인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이 책에서 어떤 것을 취할까를 고민하며 읽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지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역시 그것을 적용하여 실제 실행해서 그 결과를 눈으로 보기 전까지, 아직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책의 제목 - "WHY THEY BUY?" - 만 내 머리 속 '고정석'에 자리잡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참 의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