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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 - 지피지기 1
남영신 지음 / 리수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님 아버지 … 축복해 주시옵소서."
축복(祝福)은 '복을 비는 것'입니다. '축복하다'는 '복을 빌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위 말은 "하나님 아버지 … 복을 빌어 주시옵서서.'와 같은 뜻이 됩니다. 하나님 위에 더 힘센 절대자가 있어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도록 빌어 달라고 하는 것이니 참으로 불경스러운 기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뜨거운 감자'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호호 불어가면서 먹으면 참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한국인의 정서상 '뜨거운 감자'는 전혀 고약하여 피하고 싶은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뜨거운 것을 싫어하는 미국인의 식사 습성에서 만들어진 이 말을 우리는 아무런 여과 없이 쓰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뜨거운 감자'를 먹지 않게 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은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부끄러운 말글살이를 제대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높새울 남영신 선생은 머리말에서, 가을에 피는 꽃은 웬만하면 '들국화'이고, 그것도 자신이 없으면 '이름 모를 꽃'이라고 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냐고 한탄합니다. 마치 저더러 하는 말 같아서 부끄러웠습니다.
귀담아 들어야할 말들 중 몇 가지만 옮기겠습니다.
- 외래어는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을 위한 것이다. 외국물 먹었다고 외래어 표기법을 무시하고 괜히 혀를 굴리지 말아라. '게놈'을 굳이 '지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인데, 독일에서는 게놈이다.
- 일반인이 쓰는 말을 쓰면 전문가 체면이 깎이는가? 왜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음에도 한자, 나아가 요즘은 외래어로 대체하는가?
- '3연패' - 내리 졌다는 건지 내리 이겼다는 건지, '눈알'을 '안구'라고 하고 '입안'을 '구강'이라고 해야 기분이 좋아지는가? 이제 '안면(眼面)'을 뜯어고치자, 예쁜 '얼굴'로!
- 으악새가 슬피 우는 까닭은? 으악새는 '왁새'를 길게 발음한 것이고, '왁새'는 '왜가리'를 가리키는 평안도 지방 말이다. 왜가리는 여름철새이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남쪽으로 떠난다. 서글픈 울음소리를 남기면서 말이다.(전 최근까지도 으악새를 '억새'풀을 가리키는 줄 알았습니다.)
- 한자 열풍이다. 그러나 정말 쓸 데 없는 한자어를 가르치지 말라. 만약 가르치려면 먼저 그 용법을 손수 시범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축록(逐鹿)' '천자의 지위를 다툰다'는 중국 고사에 나오는 숙어다. 이걸 우리더러 어찌 쓰라는 것이냐? '축록하는 정치인'? 아니면 '축록하기 위한 싸움'? 이런 무책임한 글들이 신문에 연재되고 있다.
- 한자어 조합에는 관대하면서 왜 우리말 조합에는 그렇게 엄격한가? '먹거리'가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했다. '먹을 거리'가 정확한 표현이라는 국어학자들 때문이다. 그렇다면 '弟子'는 아우의 아들이고 '妹兄'은 누이의 언니인가? '立會'는 '서서 모임'이고 '步合'은 '걸어서 합침'인가? 우리말의 발전과 생성을 방해만 하지 말라.
- 한자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말을 제대로 쓸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한자어 사용과 생성을 제어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대신 우리말 어휘를 쉽게 사용하고 자유롭게 어휘를 생성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조어법에 얽매여 토박이말로 된 새로운 단어의 출현을 싹부터 자르려 하지 말라.
- 영어 공용화 - 말도 안된다! (저 역시 '영어 공용화'는 논쟁거리조차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매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