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1
이민정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든 어머니가 아들에게서 파워포인트를 배웁니다.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어머니는 자주 잊어버렸고 또 어떨 때는 작업한 문서를 홀랑 날려버려 아들에게 다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싫은 내색 한 번 안 하며 즐겁게 어머니를 위해 문서를 만듭니다. 그도 분명 바쁜 일이 있을 테고, 또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귀찮았을 텐데 말입니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고마워. 귀찮을 텐데도 이렇게 잘 가르쳐주니."

아들은 말했습니다.

"제가 어머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어머니는 아세요?"

어머니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만질 때마다 아들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컴퓨터를 할 때마다 행복해. 네 생각이 나서."

아들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모든 것을 어머니한테서 배웠습니다."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돕니다.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어머니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어머니는 다름아닌 이민정 선생님입니다.

어제 우연찮게 이민정 선생님을 만나뵈었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를 쓰신 분입니다. 제가 꼭 한 번 읽어 보시라고, 책에 담긴 사례 하나하나가 감동 그 자체라고 소개했던 그 책의 저자이십니다. 직접 만나뵙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어제 점심을 함께 하면서 몇 시간 얘기를 나눌 행운이 왔습니다.



아들이 돈을 벌었습니다. 월급을 타면 매번 어머니에게 50만원, 아버지에게 50만원, 집안 일을 돌봐주시는 아주머니께 30만원을 챙겨 드린답니다.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니니? 이렇게 주면 너는 어떻게...?"

아들은 말했습니다.

"어머니, 저는 이미 어머니에게서 넘치도록 받았습니다."

꿈나라 이야기 같죠? 역시 선생님과 아들이 이야기입니다. 선생님의 두 아들은 어머니로부터 한없는 사랑을 받았고, 받은 만큼 또 베풀고 있습니다. 아들의 소원은 엄마처럼 되는 것입니다.

부모의 성공과 아들의 성공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 중에서도 자녀 교육에 실패한 사례는 참 많습니다. 심지어 비폭력 평화의 상징 간디도 그러했고 교육학의 필독서 <에밀>을 쓴 루소마저 그러했습니다. 케네디, 헤밍웨이, 처칠, 에디슨, 고갱 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사례만 따로 모아놓은 책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일부러 그런 책을 찾아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례는 '나'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대신 지금의 내 모습, 지금의 나와 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주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로부터 배우고 그렇게 닮아가며 나와 자녀, 나와 내 가족,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만을 모아 놓은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1>을 소개합니다.


   제   목 :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1
   지은이 : 이민정
   펴낸곳 : 김영사 / 1997.8.11 초판 발행, 2006.12.26일刊 초판 15쇄를 읽음  ₩9,900

이 책은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1,2>의 후속편입니다. '부모'들의 이야기도 두 권이고 '사람'들의 이야기도 두 권입니다. 모두 이민정 선생님이 <월간 생활성서>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엮은 것입니다.

선생님께 여쭈어보니 선생님은 글을 쓰시는 것이 참 어렵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이곳저곳 원고 청탁이 있어도 수락하기가 힘이 들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의 모든 글은 소설이나 창작이 아닌 실제의 사례를 토대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글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도 잔잔한 감동들의 연속입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책장 속에 모셔둘 책이 아닙니다. 마르고 닳도록 보고 느껴야 합니다. 부모 스스로 완전히 변할 때까지 보고 또 봐야 합니다. 버럭 화가 날 때, 일단 화를 참고 이 책 아무 곳이나 펴서 읽어보면 마음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렇게 옆에 끼고 보고 또 봐야 할 책입니다. 최소한 내가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말입니다.

슬기 엄마, 이제부터 세뱃돈은 뺏어 가지 마세요.
어머니 언제 엄마가 네 돈 뺏었어, 네 이름으로 저금했지. 얘가 엄마를 아주 이상한 사람 만드네.
슬기 엄마가 맡아서 보관한다고 하고 은행에 다 넣어 버리니까 난 돈을 쓸 수 없잖아요.
어머니 엄마가 심부름값으로 주는 돈으로 네가 사고 싶은 것 다 사잖아.

얼마 전에 설날이었는데 혹시 이런 일이 없었나요? 만약 아이가 슬기처럼 말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버지 (더 얘기하려는 아내의 말을 막고) 슬기야, 그동안 네가 받은 세뱃돈을 엄마가 몽땅 저금해서 서운했구나.
슬기 그래요. 다른 애들은 인형도 사고, 학교에 돈도 갖고 와서 자랑하는데...
아버지 세뱃돈을 자기 마음대로 쓰는 친구가 부러웠구나.
슬기 예, 돈을 쓰지 않아도 그냥 갖고 있고 싶어요.
어머니 그러면 돈을 잃어버린단 말이야.
슬기 아냐,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아요.
아버지 그러니까 슬기는 돈을 쓰고 싶은 것보다 갖고 있고 싶구나. 그런데 엄마는 네가 돈을 함부로 쓸까 봐, 일어버릴까 봐 걱정하는 거야. 그러면 아빠가 제안해 볼까? 이번 명절에 돈이 생기면 슬기가 잘 관리하는 거야. 그러다가 힘이 들면 엄마에게 맡기고, 당신은 어때?
어머니 알았어요.
슬기 아빠, 좋아요. 그런데 제가 사고 싶은 거 사도 돼요?
아버지 그럼, 네게 맡겼으니까. 그런데 네가 산 것은 우리에게 보여 줬으면 해. 왜냐하면 슬기가 돈을 낭비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을 샀는지 아닌지 보고 싶거든.
슬기 알았어요. 아빠, 난 아빠가 좋아요. (아빠가 슬기에게 엄마 쪽을 향해 눈을 씽긋하자) 엄마도 좋아요.
아버지 슬기에게 그 말을 들으니까 아빠 기분이 굉장히 좋은데!

그런 일이 있은 후 슬기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슬기는 추석 때 친척들에게서 받은 돈 2만 7천원을 이틀간 가지고 있다가 지우개, 연필, 머리핀, 머리때 등 자질구레한 것을 사고는 학교에 가서도 돈이 걱정이 된다면서 제 엄마에게 맡기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아이에게 말을 할 때 아내가 끼어들어서 방해되는 말만 톡톡 하니까 아내에게 화나는 것을 참느라고 힘들었어요. 아내도 함께 배워야겠어요."

이 책에서 몇 안 되는 아빠 사례 중 하나입니다. 엄마의 역할이냐 아빠의 역할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먼저 알고 있는 사람이 먼저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그 실천의 대상도 반드시 자녀에 국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딸이나 아내나, 아들이나 남편이나 실은 똑 같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해하려 하고, 혹시 화가 난다면 일단 참고, 화로 표현되는 그 이면의 마음, 이를 테면 걱정이나 아쉬움, 안타까움 따위를 솔직히 말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지만, 몇 날 몇 년이 걸리더라도 꼭 터득해야 할 지혜입니다. 한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어디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가 슬기롭고 지혜롭게,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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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공부하다 죽어라", 1999년 세상을 떠난 혜암스님이 제자들에게 설파한 화두이자 이승에서의 마지막 열반송입니다.

<공부하다 죽어라> 이 책은 2003년 11월 9일부터 그 이듬해 9월 12일까지 대전 자광사에서 매달 둘째주 일요일에 행해진 외국인 출가 수행자 초청 영어 법회의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을 청아 스님과 류시화 시인이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이 법회는 이미 여러차례 불교TV를 통해 방송되었습니다.


   제   목 : 공부하다 죽어라
   지은이 : 현각·무량 외 / 청아·류시화 옮김
   펴낸곳 : 조화로운삶 / 2008.1.25 초판 발행, 2008.2.2일刊 초판 7쇄를 읽음  ₩14,000

불교 수행자의 말을 옮긴 것이니 불교 서적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불교는 구복(求福)의 불교가 아닙니다. 외부의 그 무엇에 의존하거나 바라지 말며, 내 안의 그 무엇, '참 나'를 발견하라는 근본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책 전체를 통해 단 한 번도 불교를 믿으라는 말이 없습니다. 진아(眞我,참나)를 발견하고, 변화를 막으려 하지 말고, 수행하고 용서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종교서적이라기보다는 내 안의 나를 찾아가는 명상과 수행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첫째날 현각스님으로부터 마지막날(열두째날) 청고스님의 말씀까지 열 두 스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하루에 한편씩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며 찬찬히 읽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저는 주로 출근길 차안에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마저 읽었습니다.

영화 <삼사라>가 생각났습니다. 숀쿠라는 낯선 배우와 낯익은 종려시가 출연하는 구도의 영화입니다. 주인공 타쉬가 동굴에서 3년 3개월 3주 3일간의 고된 수행을 마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는 갑작스런 성욕을 느끼게 되고, 또 마을에서 만난 페마라는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는 스승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부처님도 스물 아홉살 전까지 속세에서 사셨습니다.
저는 5살 때부터 속세를 떠나 부처님처럼 살았습니다. 왜죠?
부처님의 깨우침도 속세의 경험에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요?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하고 환속을 합니다.

"깨우치기 위해 몰라야 될 것도 있지만, 포기하기 위해 경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는 페마와 함께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습니다. 아들 '카르마'도 건강하게 잘 컸습니다.



그러나 비록 규모는 작지만 세속의 모든 것들이 축소되어 있는 듯한 마을에서 그는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내 몰래 통정도 합니다. 번뇌합니다. 이 즈음 스승의 입적 소식을 듣게 되고 스승이 남긴 편지를 받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재회하는 그 날,
수천 가지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과
한 가지 욕망을 정복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중요한지를 알게 되겠지.



그제서야 그는 그곳을 벗어나려 합니다. 속세를 떠나려 합니다.
그러나, 그 길은 과연 누구를 위한 길일까요?



그가 몰래 떠나자, 페마가 달려와 이렇게 말합니다. 야쇼다라에 대해서 아느냐고.
야쇼다라는 부처의 부인입니다. 싯다르타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만 정작 그가 버리고 간 싯다르타 왕자의 부인 야쇼다라에 대해서 아느냐고 묻습니다.

그는 절규합니다.



그리고 일어서서 걷습니다. 예전에 걸어다녔던 그 길, 그 길가에 이런 글귀가 적힌 돌을 발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한 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까?"



돌 뒷편에 답이 있습니다. 무얼까요?

다시 책 이야기입니다.

현각스님은 말합니다. 우리의 가장 큰 고통은 변화를 막으려고 시도하는 데서 나온다고. 돈과 권력, 명성, 명예, 가족, 집, 부모님께서 주신 이 몸까지 모두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그 대신 스스로 '나는 무엇인가?'하고 묻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가르칩니다.

이미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누구의 설법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맛보아야 한다고 현각스님은 말합니다. 머릿속 지식은 느끼기 전까지 결코 나의 것이 아닙니다. 마치 된장찌개를 설명하는 것과 실제로 맛보는 것이 다르듯이.

명행스님은 말합니다. 우리는 일생 중 대부분을 과거에 일어난 일들로 괴로워하며 오늘을 보낸다고.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을 방해한다고. 올바른 삶이란 어떻게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는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매 순간 완전하고 온전하게 사는가,하는 것이라고. 어느날엔가 우리가 우주로 돌아가게 될 날, 우리의 몸, 이 렌터카를 돌려줄 때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 '참 나'를 발견해야 한다고.

그래서 무심스님은 말합니다. 우리의 삶이 곧 수행이라고.

영화 <삼사라>의 '삼사라'는 '윤회'라는 뜻입니다. 작은 의미의 윤회가 아닌 아주 큰 의미의 윤회. 이것이 돌 뒷편의 해답을 위한 힌트입니다.

*
책 리뷰인지 영화 리뷰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이든, 제가 느낀 바가 비슷하여 함께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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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경영대가를 만나다 - CEO편
박종세 외 10인 지음 / 김영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CEO는 아닐 텐데 유독 CEO에 대한 책이 많습니다. 아마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들하니까 그런가 봅니다. 하기야 저도 궁금했으니 이 책을 봤겠죠.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사업적으로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즐겨 읽는 편입니다. 최근에 CEO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읽었는데, 오늘 소개 드릴 책은 8명의 글로벌 CEO 인터뷰 기사를 엮은 《21세기 경영대가를 만나다 - CEO편》입니다.


   제   목 : 21세기 경영대가를 만나다
   지은이 : 박종세 외 10인 지음
   펴낸곳 : 김영사 / 2008.1.29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13,500

이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사람은 일본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아키오(山田昭男)입니다. 전부터 들어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작년 7월경 MBC TV 스페셜에 소개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그의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야마다 아키오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궁금하시면 직접 보시기 바랍니다.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CEO도 아니면서, 또한 훗날 CEO가 꼭 되겠다는 생각이 없더라도, 이런 책은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런 류의 책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인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그러한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아마 속물적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이런 책을 꼬박꼬박 읽는 까닭은, 제가 현실에 아주 깊이 발을 담고 있는 속물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샐러리맨이라 말하는 현직 직장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샐러리맨이라는 말은 제가 지독하게 싫어하는 표현입니다. 우리말로 월급쟁이라는 말인데, 이는 '자기비하'의 의미가 너무 강하게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매달 손에 쥐는 그 얼마를 벌기 위해 쓸개라도 빼주면서 아둥바둥 사는 사람의 이미지만 남아 있습니다. 마지못해 산다는 듯이 이야기들 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니 제가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은 이후로 아직 한 번도 월급쟁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 일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나'의 일을 한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2000년 대 초반에 '1인 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하고서는 저 스스로를 '1인 기업가'라고 정의했습니다. '손병목'이라는 회사의 경영자로서 법적으로 나를 고용한 모기업과 사업을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회사를 다니면 회사 생활이 너무 각박하지 않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내 회사에 내가 출근하는데 그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듬직한 '나'를 고용한 회사의 최고경영자입니다. 그래봐야 월급쟁이이지 않느냐고 우긴다면 할 말 없습니다. 이래 저래 살아도 어차피 죽지 않느냐는 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월급쟁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 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이 책을 읽으면 재미가 쏠쏠합니다. 책 제목은 《21세기 경영대가를 만나다》이지만, '나'의 입장에서 제목을 다시 붙이면, 《21세기 경영대가를 만나, 나를 돌아보다》가 되어야 합니다. 그들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저 남의 이야기일 따름입니다.

이 자리에서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아키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까닭은 그가 너무나도 유토피아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100이면 100, 모두 그런 이상적인 곳에서 일을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속한 곳에 대한 불만이 표출될 것입니다. 그가 회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그 과정은 읽지 않고, 그가 만들어 놓은 현재의 회사에 대한 부러운 마음이 눈을 가릴 것입니다. 그것이 우려되어 이 짧은 글에서 따로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이길래... 궁금하시죠? 직접 보세요^^

[이 책에 소개된 8명의 글로벌 CEO]

거대한 공룡 기업을 이끄는 조용한 리더십, GE의 제프리 이멜트
150년이 지나도 빛이 나는 세계 1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이브 카르셀
머릿속에 세계지도가 들어있는, HSBC의 스티븐 그린
하버드에서도 열광하는 장루이민식 경영의 비밀, 하이얼의 장루이민
빵점짜리 샐러리맨, 그러나 유토피아를 만든,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아키오
글로벌 경영제국을 완성한 홍콩이라는 이름 그 자체, 청쿵그룹의 리카싱
리처드 브랜슨이 울고 갈 원조의 괴짜, 사치앤사치의 케빈 로버츠
돌을 던질 테면 던져라, 나는 더 강해질테니,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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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 인생의 아픔에 관한 최소한의 교양
데이비드 리코 지음 / 팬더노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절대로 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제목만 보고 처음에는 절대로 누군가와 맞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즉 매우 소중한 그 무엇이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여기서 바꾼다는 것은 내 힘으로 무언가를 변화시킨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내 힘으로는 절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다섯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1.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때가 되는 끝난다.
2.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3. 세상은 불공평하다.
4. 고통은 삶의 일부이다.
5. 사람들은 항상 사랑스럽고 충실하지는 않다.

저자는 이것을 다섯 가지 <인생 조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인생 조건>들은 절대로 바꿀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것들입니다. <인생 조건>으로부터 어떻게든 도망가려고만 한다면, 역설적이게도 결코 도망갈 수 없으며 오히려 불행과 고통, 실망과 좌절만 더욱 커집니다. 이것을 두려워하고 용납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불행의 진짜 원인입니다. 이 <인생 조건>들을 껴안는 법,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알고 나면, 이 달갑지 않은 조건들이 결국엔 용기와 지혜, 진정한 행복을 반견하는 데 필수적인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제   목 : 절대로 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지은이 : 데이비드 리코 / 김하락 옮김
   펴낸곳 : 팬더노트 / 2008.1.16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11,000

이 정도로 요약하면, 이 책, 정말 따분할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저자의 말 하나하나가 주옥과도 같습니다. 성철 스님의 법어집이나 오쇼 라즈니쉬의 명상집, 노자와 장자의 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심리학 교수이자 심리치료사이기도 한 저자는 서양과 동양의 지식과 종교의 공통적인 깨달음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저자가 제시하는 수행 방법은 '마음챙기기(mindfulness)'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기 마음의 활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 책 곳곳에 서양 사상가의 명언과 성경 구절이 등장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불교적 수행에 더 맞닿아 있습니다. 인생은 그 자체가 고통스럽고 불공평하기도 한데,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그것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삶을 기뻐하듯이 죽음도 기뻐할 줄 알고, 예기치 못한 사건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며,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사랑스럽지 않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합니다. 따지거나 불평하지 않고 인생의 조건들을 조건 없이, 깨이있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현실을 회피하고 도망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입니다. 진정한 성취는, '받아들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저자가 말하는 피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인생 조건>을 표면적으로 이해하자면 곡해할 여지가 참 많습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되는 대로 살라, 세상은 불공평하니 그런 줄 알고 그냥 참아라, 고통이 삶의 일부이니 즐길 때 즐겨라, 사람들이 항상 사랑스럽지 않으니 제몫은 그때그때 잘 챙기라는 식으로 삐딱하게 바라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이 피할 수 없는 <인생 조건>은 곧 '현실'입니다. 현실을 부인하지 말고 현실 전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이해로부터 삶의 성찰을 끌어내듯이, 우리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로부터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끌어냅니다.

다섯 가지 <인생 조건>을 받아들일 줄 아는 성숙한 인격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육체가 시들어간다는 사실을 오히려 기품있게 받아 들일 줄 압니다. 인생이 늘 계획대로 되지 않다는 것, 즉 불확실성이 삶의 본질임을 압니다. "세상이 자기 행복에 신경 써주지 않는다고 툴툴거리기만 하는 병들고 이기적인 불안 덩어리, 불평 덩어리가 되지 않고, 스스로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위해 인생을 완전하게 써버리고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삶의 기쁨이다"는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을 이해합니다.

세상이 불공평함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모든 것이 언제나 공명정대하다고 믿지 않으며,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야 말로 남을 해치면서 정상에 오르지 않고, 출세의 어떤 단계에서도 친절하게 행동합니다. 그는 야망을 품고 있지만, 그것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지는 않습니다. 불공평이라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것의 부당함을 바꾸는 노력도 잊지 않습니다. 나를 해치는 사람에게 지옥에나 가라고 말하는 대신 연민의 마음을 느낍니다. 종교의 낡은 전통일 수 있는, 지옥의 유황불이라는 복수와 처벌의 믿음을 놓아버리고, 바로 이 땅, 이 천국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통이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면, 고통이 다가와도 최소한 그것을 더 키우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면, 고통에 일격을 가함으로써 자신을 더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고통으로 인해 인생이 황폐해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상처받았다는 사실 외에 추가로 더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통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고통이 또 다른 고통을 낳는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인생 조건>은 이것에서 도망치려 할수록 더 자주 부딪치게 됩니다. 사람들은 힘겹다고 느낄 때 도피합니다. 폭식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마약과 섹스로 도피하기도 합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종교로 도피하기도 합니다. 내세에서는 이런 괴로운 조건들은 없을 거라는 약속으로 이 세상 삶의 중요성을 퇴색시키고 최소화하는 신앙은 이 세상 삶을 천국이나 극락으로 가는 단순한 입구로만 보게 합니다.

성숙한 기도는 "이것을 겪지 않도록 하소서"가 아니라 "이것을 통해 성장하도록 도와주소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도피해야 할 곳은 없습니다. 바로 이 곳이 유일한 도피처입니다. 기분 좋은 어떤 곳으로 완전하게 도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속할 수 없기 때무입니다. '좋은 것과 함께 나쁜 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지속 가능한 것입니다.

하루에 15분, 호흡에 집중하면서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수행이 됩니다. 남들이 내쉰 숨을 내가 들이마시고, 내가 뱉어낸 숨을 다른 사람들이 마십니다. 수천 수억년 전 누군가가 마셨던 물을 내가 마십니다. 심지어 수많은 동식물들의 폐기물들이 섞인 물이 흘러흘러 지금의 생수로 거듭나 마시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존재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때 마음은 평온해집니다.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되 겸손함을 잃지 않습니다. 마음을 챙긴다는 것은 바로 이런 뜻입니다.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끼시는 분들, 마음의 평화가 필요한 분들께 권해 드립니다. 저자의 통찰을 담은 이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서서히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종교를 믿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다른 어떤 곳도 아닌 바로 이곳, 현실에서 평화롭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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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코드 - 세상의 모든 인간과 비즈니스를 여는 열쇠 Business Insight 3
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김상철 외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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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면 지구를 열쇠로 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적어놨습니다.

"세상의 모든 인간과 비즈니스를 여는 열쇠"



인간을 이해하고, 그를 통해 비즈니스까지 이해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들어있다는 암시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긴 인문서이면서 비즈니스를 다룬 경영서이기도 하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이 둘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쓴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는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입니다. 일단 비즈니스 전공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주요 저서를 보면 《7 secret of Marketing in a Multi-Cultural World》, 《Creative Communication》과 같이 매우 실용적인 것들입니다. 심지어 그에 대한 소개에 '마케팅 구루'라는 표현까지 있습니다.

이 사람이 일하는 방식을 한번 보죠. 1990년대 말에 크라이슬러에서 라파이유 박사에게 지프 랭글러(Jeep Wangler)에 관한 작업을 맡겼습니다. 지프 랭글러는 우리가 흔히 '지프'라고 부르는 4륜 구동차의 모델 중 하입니다. 이 차의 판매가 미국에서 곤두박질치고 있을 때, 이에 대한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회사는 이미 광범위한 시장조사를 끝냈고, 수십 개의 포커스 그룹을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거의 알아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알아내야 할 그 무엇이 남아있을까요? 라파이유 박사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동차 또는 지프에게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묻는 대신 지프에 관한 '최초의 기억'을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물로 각양각색이었겠죠.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반복하여 되풀이되는 강한 이미지를 발견했습니다. 드넓은 벌판으로 나가거나, 일반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험한 곳을 가거나, 장애물을 뚫고 거침없이 달려가는 이미지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미국인이 지프에 대해 갖고 있는 코드는 바로 '말(HORSE)'이다.

그는 덧붙였습니다. 지프를 SUV로 만들지 말라. SUV는 말이 아니다. 말은 화려한 장비가 없다. 안장도 부드러운 가죽이 아니라 거칠어야 한다. 문은 뗐다 달았다 할 수 있는 착탈식이어야 하고, 지붕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말을 타는 듯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소비자의 요구를 알아내기 위해 광범위한 시장조사를 했던 크라이슬러 경영진이 보기에는 황당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미국에서의 판매상황이 좋지 않던 터라 일단 만들어 봤습니다. 전조등도 원형이 아니라 사각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세련된 SUV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거친 이미지였습니다. 광고도 마치 옛 서부영화의 주인공이 말을 타고 석양 속으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연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라파이유 박사는 소비자들의 말을 철저하게 무시합니다. 말은 무시하고 그 안에 담긴 '구조'를 파악합니다. 우리들 행동의 배후에 있는 참된 의미를 찾아내는 열쇠는, 그들의 말도 아니고 내용도 아닌 바로 '구조'라는 겁니다. 모든 사람들의 행동에는 세 가지 독특한 구조가 있습니다.

하나는 생물학적인 구조인 유전자(DNA)이고, 두번째는 '문화'입니다. 마지막 구조는 개체입니다. 유전자가 비슷해도 각각의 개체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두번째 구조인 '문화'에 집중합니다. 언어와 예술, 거주지, 역사에 따라 다르게 드러나는 독특한 개성인 문화에 집중합니다.


   제   목 : 컬처코드
   지은이 : 클로테르 라파이유 / 김상철, 김정수 옮김
   펴낸곳 : 리더스북 / 2007.1.20 초판 발행, 2007.11.7 발행한 26쇄를 읽음  ₩13,000

'컬처 코드'란 우리가 속한 문화를 통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입니다. 미국인들은 지프에 대해 '말(HORSE)'라는 무의식적인 이미지를, 유럽인들은 '해방자(LIBERATOR)'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소비자에게 호소를 하려면 이 코드에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말만 믿고 기능이나 디자인의 세련됨만을 추구하다가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만 더 쌓을 뿐입니다.

그는 문화적 무의식, 즉 컬처 코드를 발견하기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말합니다.

1. 사람들의 말을 믿지 말라.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질문을 받으면 지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먼저 작동합니다. 그는 사람들의 본능을 지배하는 파충류 뇌(reptilian brain)에서 원초적인 답을 얻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2. 감정은 학습에 필요한 에너지다. 이 말은 무언가가 머릿속에 각인되려면 강인한 감정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물, 예를 들어 자동차에 대한 생각을 알아내려면, 그들이 자동차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을 알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을 믿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3. 내용이 아닌 구조가 메시지다. 역시 말을 믿지 말고 그 안에 담긴 구조를 파악하라는 겁니다. 그 구조에 대해서는 위에서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구조는 곧 '관계'입니다. 만약 자동차에 대해 예를 든다면, 운전자와 자동차와의 관계, 운전 경험과 그에 따른 감정의 관계를 알아내야 합니다.

4. 각인의 시기가 다르면 의미도 다르다. 첫 경험은 일생에서 한 번뿐입니다. 그 첫 경험은 대개 7세 때까지 모두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7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감정이 가장 중요한 힘이지만, 7세 이후에는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5. 문화가 다르면 코드도 다르다. 미국에서 식품은 안전해야 합니다. 프랑스에서 식품은 맛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인구는 프랑스 인구의 다섯 배나 되지만, 해마다 잘못된 음식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는 미국보다 프랑스가 훨씬 많습니다. 음식에 대한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는 '개성(IDENTITY)'입니다. 반면 독인인의 자동차에 대한 코드는 '엔진(ENGINE)'입니다. 무슨 뜻인지 감이 잡히시죠?

이러한 제3의 무의식을 저자는 '문화적 무의식'이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컬처 코드(Culture Code)'입니다.

이 책에는 사랑과 유혹, 섹스에 대한 코드, 아름다움과 비만에 대한 코드, 건강과 젊음에 대한 코드, 가정과 저녁 식사에 대한 코드, 직업과 돈에 대한 코드, 품질과 완벽함에 대한 코드, 음식과 술에 대한 코드, 쇼핑과 사치품에 대한 코드, 미국 문화에 대한 코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코드, 미국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를 분석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분석한 그 코드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나열만 해서는 그 뜻을 알 수가 없습니다. 설명을 봐야 합니다. 이 분야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세상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공합니다.

참, 아래에 열거하는 코드는 모두 미국인들의 코드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인들의 코드는 하나도 없습니다. 한국인들의 코드는 우리가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 코드가 바로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푸는 열쇠일 것입니다.


    사랑 = 헛된 기대(FALSE EXPECTATION)
    유혹 = 조종(MANIPULATION)
    섹스 = 폭력(VIOLENCE)
    아름다움 = 남자의 구원(MEN'S SALVATION)
    비만 = 도피(CHECKING OUT)
    건강과 행복 = 활동(MOVEMENT)
    의사 = 영웅(HERO)
    간호사 = 어머니(MOTHER)
    병원 = 가공공장(PROCESSING PLANT)
    젊음 = 가면(MASK)
    가정 = 접두사 '재(RE-)'
    저녁식사 = 필연적인 순환(ESSENTIAL CIRCLE)
    직업 = 정체성(WHO YOU ARE)
    돈 = 증거(PROOF)
    품질 = 작동한다(IT WORKS)
    완벽함 = 죽음(DEATH)
    음식 = 연료(FUEL)
    술 = 권총(GUN)
    쇼핑 = 세상과의 재결함(RECONNECTING WITH LIFE)
    사치품 = 군대 계급장(MILITARY STRIPES)
    미국대통령 = 모세(MOSES)
    미국인이 보는 미국 = 꿈(DREAM)
    프랑스인이 보는 미국 = 외계인(SPACE TRAVELLERS)
    독일인이 보는 미국 = 존 웨인(JOHN WAYNE)
    영국인이 보는 미국 = 부끄럽지 않은 풍요함(UNASHAMEDLY ABUNDANT)
    프랑스인이 보는 프랑스 = 사상(IDEA)
    영국인이 보는 영국 = 계급(CLASS)
    독일인이 보는 독일 = 질서(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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