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공부하다 죽어라", 1999년 세상을 떠난 혜암스님이 제자들에게 설파한 화두이자 이승에서의 마지막 열반송입니다.

<공부하다 죽어라> 이 책은 2003년 11월 9일부터 그 이듬해 9월 12일까지 대전 자광사에서 매달 둘째주 일요일에 행해진 외국인 출가 수행자 초청 영어 법회의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을 청아 스님과 류시화 시인이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이 법회는 이미 여러차례 불교TV를 통해 방송되었습니다.


   제   목 : 공부하다 죽어라
   지은이 : 현각·무량 외 / 청아·류시화 옮김
   펴낸곳 : 조화로운삶 / 2008.1.25 초판 발행, 2008.2.2일刊 초판 7쇄를 읽음  ₩14,000

불교 수행자의 말을 옮긴 것이니 불교 서적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불교는 구복(求福)의 불교가 아닙니다. 외부의 그 무엇에 의존하거나 바라지 말며, 내 안의 그 무엇, '참 나'를 발견하라는 근본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책 전체를 통해 단 한 번도 불교를 믿으라는 말이 없습니다. 진아(眞我,참나)를 발견하고, 변화를 막으려 하지 말고, 수행하고 용서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종교서적이라기보다는 내 안의 나를 찾아가는 명상과 수행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첫째날 현각스님으로부터 마지막날(열두째날) 청고스님의 말씀까지 열 두 스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하루에 한편씩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며 찬찬히 읽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저는 주로 출근길 차안에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마저 읽었습니다.

영화 <삼사라>가 생각났습니다. 숀쿠라는 낯선 배우와 낯익은 종려시가 출연하는 구도의 영화입니다. 주인공 타쉬가 동굴에서 3년 3개월 3주 3일간의 고된 수행을 마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는 갑작스런 성욕을 느끼게 되고, 또 마을에서 만난 페마라는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는 스승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부처님도 스물 아홉살 전까지 속세에서 사셨습니다.
저는 5살 때부터 속세를 떠나 부처님처럼 살았습니다. 왜죠?
부처님의 깨우침도 속세의 경험에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요?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하고 환속을 합니다.

"깨우치기 위해 몰라야 될 것도 있지만, 포기하기 위해 경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는 페마와 함께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습니다. 아들 '카르마'도 건강하게 잘 컸습니다.



그러나 비록 규모는 작지만 세속의 모든 것들이 축소되어 있는 듯한 마을에서 그는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내 몰래 통정도 합니다. 번뇌합니다. 이 즈음 스승의 입적 소식을 듣게 되고 스승이 남긴 편지를 받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재회하는 그 날,
수천 가지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과
한 가지 욕망을 정복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중요한지를 알게 되겠지.



그제서야 그는 그곳을 벗어나려 합니다. 속세를 떠나려 합니다.
그러나, 그 길은 과연 누구를 위한 길일까요?



그가 몰래 떠나자, 페마가 달려와 이렇게 말합니다. 야쇼다라에 대해서 아느냐고.
야쇼다라는 부처의 부인입니다. 싯다르타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만 정작 그가 버리고 간 싯다르타 왕자의 부인 야쇼다라에 대해서 아느냐고 묻습니다.

그는 절규합니다.



그리고 일어서서 걷습니다. 예전에 걸어다녔던 그 길, 그 길가에 이런 글귀가 적힌 돌을 발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한 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까?"



돌 뒷편에 답이 있습니다. 무얼까요?

다시 책 이야기입니다.

현각스님은 말합니다. 우리의 가장 큰 고통은 변화를 막으려고 시도하는 데서 나온다고. 돈과 권력, 명성, 명예, 가족, 집, 부모님께서 주신 이 몸까지 모두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그 대신 스스로 '나는 무엇인가?'하고 묻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가르칩니다.

이미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누구의 설법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맛보아야 한다고 현각스님은 말합니다. 머릿속 지식은 느끼기 전까지 결코 나의 것이 아닙니다. 마치 된장찌개를 설명하는 것과 실제로 맛보는 것이 다르듯이.

명행스님은 말합니다. 우리는 일생 중 대부분을 과거에 일어난 일들로 괴로워하며 오늘을 보낸다고.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을 방해한다고. 올바른 삶이란 어떻게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는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매 순간 완전하고 온전하게 사는가,하는 것이라고. 어느날엔가 우리가 우주로 돌아가게 될 날, 우리의 몸, 이 렌터카를 돌려줄 때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 '참 나'를 발견해야 한다고.

그래서 무심스님은 말합니다. 우리의 삶이 곧 수행이라고.

영화 <삼사라>의 '삼사라'는 '윤회'라는 뜻입니다. 작은 의미의 윤회가 아닌 아주 큰 의미의 윤회. 이것이 돌 뒷편의 해답을 위한 힌트입니다.

*
책 리뷰인지 영화 리뷰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이든, 제가 느낀 바가 비슷하여 함께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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