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 인생의 아픔에 관한 최소한의 교양
데이비드 리코 지음 / 팬더노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절대로 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제목만 보고 처음에는 절대로 누군가와 맞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즉 매우 소중한 그 무엇이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여기서 바꾼다는 것은 내 힘으로 무언가를 변화시킨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내 힘으로는 절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다섯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1.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때가 되는 끝난다.
2.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3. 세상은 불공평하다.
4. 고통은 삶의 일부이다.
5. 사람들은 항상 사랑스럽고 충실하지는 않다.

저자는 이것을 다섯 가지 <인생 조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인생 조건>들은 절대로 바꿀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것들입니다. <인생 조건>으로부터 어떻게든 도망가려고만 한다면, 역설적이게도 결코 도망갈 수 없으며 오히려 불행과 고통, 실망과 좌절만 더욱 커집니다. 이것을 두려워하고 용납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불행의 진짜 원인입니다. 이 <인생 조건>들을 껴안는 법,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알고 나면, 이 달갑지 않은 조건들이 결국엔 용기와 지혜, 진정한 행복을 반견하는 데 필수적인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제   목 : 절대로 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지은이 : 데이비드 리코 / 김하락 옮김
   펴낸곳 : 팬더노트 / 2008.1.16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11,000

이 정도로 요약하면, 이 책, 정말 따분할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저자의 말 하나하나가 주옥과도 같습니다. 성철 스님의 법어집이나 오쇼 라즈니쉬의 명상집, 노자와 장자의 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심리학 교수이자 심리치료사이기도 한 저자는 서양과 동양의 지식과 종교의 공통적인 깨달음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저자가 제시하는 수행 방법은 '마음챙기기(mindfulness)'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기 마음의 활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 책 곳곳에 서양 사상가의 명언과 성경 구절이 등장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불교적 수행에 더 맞닿아 있습니다. 인생은 그 자체가 고통스럽고 불공평하기도 한데,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그것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삶을 기뻐하듯이 죽음도 기뻐할 줄 알고, 예기치 못한 사건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며,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사랑스럽지 않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합니다. 따지거나 불평하지 않고 인생의 조건들을 조건 없이, 깨이있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현실을 회피하고 도망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입니다. 진정한 성취는, '받아들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저자가 말하는 피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인생 조건>을 표면적으로 이해하자면 곡해할 여지가 참 많습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되는 대로 살라, 세상은 불공평하니 그런 줄 알고 그냥 참아라, 고통이 삶의 일부이니 즐길 때 즐겨라, 사람들이 항상 사랑스럽지 않으니 제몫은 그때그때 잘 챙기라는 식으로 삐딱하게 바라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이 피할 수 없는 <인생 조건>은 곧 '현실'입니다. 현실을 부인하지 말고 현실 전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이해로부터 삶의 성찰을 끌어내듯이, 우리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로부터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끌어냅니다.

다섯 가지 <인생 조건>을 받아들일 줄 아는 성숙한 인격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육체가 시들어간다는 사실을 오히려 기품있게 받아 들일 줄 압니다. 인생이 늘 계획대로 되지 않다는 것, 즉 불확실성이 삶의 본질임을 압니다. "세상이 자기 행복에 신경 써주지 않는다고 툴툴거리기만 하는 병들고 이기적인 불안 덩어리, 불평 덩어리가 되지 않고, 스스로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위해 인생을 완전하게 써버리고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삶의 기쁨이다"는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을 이해합니다.

세상이 불공평함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모든 것이 언제나 공명정대하다고 믿지 않으며,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야 말로 남을 해치면서 정상에 오르지 않고, 출세의 어떤 단계에서도 친절하게 행동합니다. 그는 야망을 품고 있지만, 그것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지는 않습니다. 불공평이라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것의 부당함을 바꾸는 노력도 잊지 않습니다. 나를 해치는 사람에게 지옥에나 가라고 말하는 대신 연민의 마음을 느낍니다. 종교의 낡은 전통일 수 있는, 지옥의 유황불이라는 복수와 처벌의 믿음을 놓아버리고, 바로 이 땅, 이 천국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통이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면, 고통이 다가와도 최소한 그것을 더 키우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면, 고통에 일격을 가함으로써 자신을 더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고통으로 인해 인생이 황폐해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상처받았다는 사실 외에 추가로 더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통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고통이 또 다른 고통을 낳는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인생 조건>은 이것에서 도망치려 할수록 더 자주 부딪치게 됩니다. 사람들은 힘겹다고 느낄 때 도피합니다. 폭식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마약과 섹스로 도피하기도 합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종교로 도피하기도 합니다. 내세에서는 이런 괴로운 조건들은 없을 거라는 약속으로 이 세상 삶의 중요성을 퇴색시키고 최소화하는 신앙은 이 세상 삶을 천국이나 극락으로 가는 단순한 입구로만 보게 합니다.

성숙한 기도는 "이것을 겪지 않도록 하소서"가 아니라 "이것을 통해 성장하도록 도와주소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도피해야 할 곳은 없습니다. 바로 이 곳이 유일한 도피처입니다. 기분 좋은 어떤 곳으로 완전하게 도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속할 수 없기 때무입니다. '좋은 것과 함께 나쁜 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지속 가능한 것입니다.

하루에 15분, 호흡에 집중하면서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수행이 됩니다. 남들이 내쉰 숨을 내가 들이마시고, 내가 뱉어낸 숨을 다른 사람들이 마십니다. 수천 수억년 전 누군가가 마셨던 물을 내가 마십니다. 심지어 수많은 동식물들의 폐기물들이 섞인 물이 흘러흘러 지금의 생수로 거듭나 마시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존재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때 마음은 평온해집니다.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되 겸손함을 잃지 않습니다. 마음을 챙긴다는 것은 바로 이런 뜻입니다.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끼시는 분들, 마음의 평화가 필요한 분들께 권해 드립니다. 저자의 통찰을 담은 이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서서히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종교를 믿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다른 어떤 곳도 아닌 바로 이곳, 현실에서 평화롭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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