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오늘(6월1일), 회사를 만들었다. 그 전부터 시작은 했지만 오늘이 법인 등록일이었다. 시대가 좋아 중견 회사로부터 넉넉한 자본을 전액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출판사이긴 하지만 자본금의 상당 부분을 3개의 사이트를 만드는 데 썼다. 커뮤니티 기반 미래형 출판사를 만들고 싶었으나 결국 실패했다.
2001년 오늘, 대주주인 모회사에 사업을 양도하고, 양수한 회사의 직원으로 돌아갔다. 이 때도 컴퓨터 교재 출판 사업을 하고 있었으나, 이 일은 몇 달 후에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그 때를 즈음해 현재의 개인 웹 사이트 초기 버전을 만들고 워드프로세서와 인터넷정보검색, 비주얼베이직 강좌를 올리기 시작했다.
2002년 이맘 때쯤엔 더이상 나는 출판인이 아니었다. 학원 프랜차이즈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사업설명회도 하고, C/S 프로그램과 웹 사이트를 기획·운영하는 팀을 맡고 있었다. 과도기가 서서히 넘어가고 새 일에 대한 적응이 거의 끝난 시점이다. 개인 웹 사이트를 통해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오라클과 PHP, 웹 기획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쓴다는 건, 아는 만큼 다 내뱉어버리고 그 이상을 더 취하겠다는 의지였다.
2003년 이맘 때쯤엔 나의 의식조차도 완전히 과거의 일로부터 자유로웠다. 나는 웹기획팀장 또는 인터넷사업팀장을 맡으면서 웹의 세계에 두 손 두 발을 모두 담고 있었다.
그 해 말, 약 4년을 몸담았던 회사를 나와, 함께 일하시던 분을 도와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를 나올 때 즈음해서 본격적으로 책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화 작업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나는 이를 '나의 지식화 프로젝트'라고 명명한다. 이 프로젝트가 죽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바란다.
2004년 오늘, 영진닷컴의 이러닝사업본부를 맡고 있다. 좀 전에 말한 그 회사가 지금의 회사에 합병된 것이다. 이 일은 진행형이다.

매년 나는, 내가 뜻하든 뜻하지 않았든, 변해 있었다. 직장 또는 직업이 바뀌었고, 나의 일이 바뀌었고, 나의 의식 또한 바뀌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변하는' 나의 모습을 기대한다. 그리하여 변증법에서 말하는 '나선형 발전'을 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현재의 일에 매진하여 마치 그곳에 매몰된 듯하지만, 결국은 그것이 서서히 나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라는 것 - 변증법적 유물론을 모로 읽으면 이렇게도 해석된다. 자의적 해석일 수도 있지만 완전히 틀린 해석은 아닐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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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려면,
바람개비를 들고 뛰면 됩니다.
허무 개그가 아닙니다^^ 카네기 어록에 나오는 말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트렌드'나 어떤 '신호'를 감지하고 그 분석과 느낌에 충실하게 행동했다고들 합니다. 저는 아직 '트렌드'를 읽거나, '신호'를 감지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런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어떤 '신호'를 기다리기보다는 바람개비를 들고 뛰듯이 스스로 바람을 만드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치열하게 일하고 열정적으로 살며 끊임없이 독서하는 습관을 잃지 않는 것,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저에게도 '트렌드'가 자연스레 읽히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2000년대 샐러리맨의 우상이라 할 수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게 어떤 '예측력'이 있다면 그 상당 부분은 독서에 힘입은 것입니다. 잘 보면 시기마다 시장을 끌고 가는 트렌드가 있어요. 그걸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포착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죠.
시류를 읽는 눈은 독서에서 나옵니다. 아무리 잡다한 정보를 많이 접한다 해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당대 석학들이 심혈을 기울여 저술한 경영 경제 미래 예측서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케네디 자서전, 키신저 자서전 같은 것들은 대여섯 번 읽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은 열아홉 번을 읽었다고 합니다.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석학'들이 말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반복하여 정독하는 것도 꽤 중요함을 느끼게 만드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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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새벽에 퇴근하는 것도 불가피할 것 같다. 그러니 책 몇 줄 읽기도 벅찬 나날이다.
회사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다달았으니, 이제 세심함을 필요로 하는 '디테일'의 단계다. 정성과 시간을 요하는 단계다.
대한민국 제일 가는 입담가로 불리는 소설가 황석영은 그의 단점을 '어드벤처는 강한데 디테일에 약하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일을 벌이기보다 마무리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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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빠보기도 몇 년만에 처음인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항상 바쁜 걸로 알고 있지만, 이번엔 내가 봐도 참 바쁜 것 같다. 그러나 주도적이고 의식적인 바쁨은 결코 쫓긴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바빠서 책 한 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스로마신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윤기는 존경할만한 '독종'이다. 그가 1978년에 결혼을 앞두고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아 가서 했다는 말이 참 감동적이다.
"하루 15시간씩 10년 동안 일하려는데 몸이 견뎌나겠습니까?"
의사의 말은 괜찮다는 것이다. 그는 실천에 옮겼고 결국 10년이 가기 전에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번역하여 번역가로서 명성을 높였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퇴근하고, 지금 출근했다.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다.

"하루 15시간씩 10년 동안 일하려는데 몸이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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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다닐 때 저의 하숙방에 적지 않은 책을 쌓아두고 읽었습니다. 변증법과 유물론과 같은 마르크스 레닌주의 철학서들과 근현대 역사서, 정치경제학, 역사책 같은 것들이었고, 간간이 시와 소설책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이해하고 봤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돈이 생기면 곧장 책부터 사곤 했습니다. 이 즈음 어느 선배가 우리집에 와서는 "병목이 집에서 변증법이 울고 가네"라고 했습니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변증법의 핵심을 '실천'으로 생각한 선배의 따끔한 충고였습니다.

회사 일이 늦게 끝나 늦게 시작한 술자리에서 회사 동료들과 얘기하다가 어찌된 영문인지 '변증법'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 말이 왜 나왔는지도 모르겠거니와 이 말로 인해 왜 그리 물고무는 논쟁이 한참동안 계속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변증법'에 대해 얘길 하다가 결국은 '철학'과 '세계관', '가치관'과 '인식론'에 대한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언어'에 대하여, '개념'에 대하여, '사상'에 대하여 얘길하다가, 포스트 모더니즘에 이르렀습니다. 아차! 이 즈음해서야 뭔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얘기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주제들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또 새벽 3시입니다. 과음하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했으니 술은 얼마 먹지 않았습니다만, 내일 정상적으로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선 좀 과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집에 오자마자 철학사전을 펼쳐들었습니다. 그리고 '변증법'이 뭔지 찾아 보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으면서 줄을 그었던 흔적이 있습니다. 자그마치 세 페이지에 걸쳐 설명하고 있으나 결국 핵심은 "변증법이란 연관과 발전에 관한 일반 이론이며, 모순과 대립을 근본원리로 하여 사물 운동을 설명하는 논리"라는 것입니다.

철학 사전에 줄을 그어가며 <양적 변화의 질적 변화로의 전화의 법칙>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 <부정의 부정의 법칙>을 변증법의 본질이라고 외웠던 때가 생각납니다. 이러한 이론이 비록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반영된 면이 있지만, 저에게는 세상을 이해하고 사고 체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로부터 결국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만이 진리"라는 명제가 나왔고, 이는 제 삶을 이끄는 좌우명으로 삼을만큼 제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본질과 현상, 내용과 형식, 현실과 가능성, 필연과 우연, 원인과 결과, 일반자와 특수자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곧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론과 실천, 인식과 실천, 인식과 객관적 실재, 절대적 진리와 상대적 진리,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 논리적인 것과 역사적인 것의 차이를 알면서 인식론의 명쾌함에 반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변증법'이라는 말이 하나의 관념이고 개념 또는 단어일 뿐일 수도 있지만, 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사고하는 과정'에서 얻은 성과는 지금까지 두고두고 제 인생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오늘 동료들과 이야기하다가 문득 나온 한 단어가, 십 수년 전의 그 단어에 얽힌 옛일이 생각나게합니다.
단어 하나조차 그 뜻을 명쾌하게 하고 싶었던 그 때의 열정과 치열함이 부러워, 이렇듯 새벽잠을 뿌리치며 두서 없는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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