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바빠보기도 몇 년만에 처음인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항상 바쁜 걸로 알고 있지만, 이번엔 내가 봐도 참 바쁜 것 같다. 그러나 주도적이고 의식적인 바쁨은 결코 쫓긴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바빠서 책 한 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스로마신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윤기는 존경할만한 '독종'이다. 그가 1978년에 결혼을 앞두고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아 가서 했다는 말이 참 감동적이다.
"하루 15시간씩 10년 동안 일하려는데 몸이 견뎌나겠습니까?"
의사의 말은 괜찮다는 것이다. 그는 실천에 옮겼고 결국 10년이 가기 전에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번역하여 번역가로서 명성을 높였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퇴근하고, 지금 출근했다.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다.
"하루 15시간씩 10년 동안 일하려는데 몸이 괜찮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