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계사 사계절 1318 교양문고 5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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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지금처럼 혼자 캔맥주 한 잔 마시면서 독서노트를 쓸 때가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이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물론 밤 늦게 쓰게 될 경우인데요, 어쨌거나 결국 '홀로 술 마시기'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홀로 술 마시기' 행위는 역사상 정말로 특이한 모습이라네요. 과거의 음주행위는 거의 대부분 공동체적 의식적 성격을 띤 데 반해, 홀로 고독하게 술을 마시는 행위는 현대에 와서나 볼 수 있게 된 특이한 현상이라고 합니다.

음주 행위가 사회적으로 유별나게 큰 주목을 받게 된 때는 19세기 말 이후인데, 그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노동 계급과 문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지배 계급처럼 절제된 여가 생활을 할 수 없었는데,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손쉽고 빠르게, 또 싼 가격에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알코올밖에 없었습니다. 20세기에 와서는 지난 세기의 술꾼과는 성격이 다른 알코올 중독자가 생겼습니다. 이들 중에는 중산층도 많습니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조차 수수께끼 같은 인물로, 술에 취하여 자기의 내면 세계에 빠져듭니다. 바bar에 홀로 앉아, 또는 포장마차 빈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특이한 역사적 현상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홀로 술을 마시든 공동체적 의식과 집단 가무를 통해 술을 마시든, 역사상 거의 모든 사회는 '술 권하는 사회'였습니다.

이 얘기는 서울대 주경철 교수의 《문화로 읽는 세계사》 제32장 〈알코올〉 편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이 책은 세계사 책입니다. 그리고 그 주제는 '문화'입니다. 문화라는 코드로 세계사를 바라봅니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길가메시 서사시'로부터 '디즈니'라는 서른 다섯 개의 문화적 주제로 엮었습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이어서인지 설명이 쉽고, 따라서 읽기도 수월합니다.

'중고등학생용'이라는 딱지가 붙은 책을 읽으면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이유야 여러분도 짐작하실테고, 여하튼 좀 쉽게 읽고 감명이 남을 만하면 예외 없이 그 대상이 중고등학생입니다. 제 수준이 그러합니다.^^ 어디 삼십 대 중반 성인용 역사책 없습니까?

허허, 술 마셔서 그러나, 각설하고!

저자는 기존의 세계사 상식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예를 들어, 홍수 통제로부터 세계 문명이 시작됐다는 견해는 옳지 않다고 합니다. 메소포타미아 초기 기록에 치수 관련 내용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중앙 집권화와 관개시설 정비가 시차를 두고 일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길가메시 서시시 편)
피라미드가 강제 노역의 산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요즘 말로 일종의 '영세민 취로 사업'인데, 그 근거로 농한기에만 동원됐다는 것과, 노역의 댓가로 식량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들고 있습니다. (이집트 문명 편)
세계사 교과서에 보면 알렉산더의 동방 원정으로 비롯된 헬레니즘 문화를 동양과 서양 문화의 융합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실은 융합이 아니라 그리스 문화의 일방적인 확대였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헬레니즘 편)
그리스도 처음부터 폴리스 공동체가 아니라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신정체제였다가 도리아족이 남하하여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든 다음에 새로운 폴리스 공동체가 성립되었다고 합니다. (안티고네의 고뇌 편)
미궁에서 적국 공주의 도움으로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죽였다는 테세우스 신화는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 본토 세력이 크레타의 예속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발전을 이루어 나가기 시작한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에게 문명 편)
콜럼버스보다 500년이나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바이킹이 있는데 왜 그들은 콜럼버스처럼 세계사적인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바이킹 편)
종교 개혁의 지도자 마르틴 루터가 실은 매우 보수적인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종교 개혁 와중에 새 세상 건설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생기자, 루터는 이들을 '날강도'라고 일컫고 "기사들이여, 이 날강도 같은 농민들을 칼로 찔러 모두 죽여 버려라."고 말합니다. (루터의 종교 개혁 편)

이 외에도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보다 깊은 뜻을 알려 줍니다. 18세기에 유럽에 기근이 덮쳤는데 오히려 인구는 증가했다, 왜일까요? 감자와 옥수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밑천이 없을 때 가장 괴로운 과목 중의 하나가 세계사입니다. 학교 다닐 때 정말 괴로웠습니다. 대입과 관련해서 선택하지 않으면 그만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중간 기말 고사 때 시험보기 위해 세계사 책을 펼치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정말이지 그런 역사 교육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하기야 선생님 잘못도 아닐 것입니다. 그 엄청난 수의 과목을 잘게 잘게 쪼개어 가르쳐야 하는 수업 시간 중에 이해를 기반으로 한 정상적인 역사 교육을 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지도 모릅니다.
혹시 저와 같이 역사적 지식의 밑천이 달리는 분이 계신다면, 이런 '중고등학생용' 책으로 역사를 보는 재미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삶이 각각 개별적이든 배움에 무슨 정해진 길(定道)이 있겠습니까? 모르면 배워야지요^^

이번 한 주도 배움의 기쁨을 즐기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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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주말 농장에 다녀 왔습니다.
토요일에 갔더니 밭에 물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른 밭에는 싹도 많이 나 있는데, 제 밭은 지난 주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일단 물을 주고 나서, 모종을 몇 개 샀습니다. 주중에 와서 돌볼 형편이 못 되니 씨가 제대로 발아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모종을 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깻잎, 고추, 가지, 방울 토마토 모종을 몇 개씩 새로 사다 심었습니다. 상추 씨는 열흘 정도 지나야 싹이 나니 좀 더 기다리라는 농장주의 말을 참고하여 상추 씨를 심은 자리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열무와 시금치를 심었던 자리 일부에 깻잎과 고추를 심고, 지난 주에 아무 것도 심지 않고 비워두었던 자리에 가지와 방울 토마토 모종을 심었습니다. 엔디브 씨앗을 심었던 자리에 모종을 다시 심었습니다.

 

 




모종을 심고 물을 주는 동안 동주가 쉴 수 있도록 밭 끄트머리 일부에는 아무 것도 심지 않았습니다. 자리를 깔고 앉아 쉬며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일부러 비워 두었습니다. 되도록이면 그 자리에 아무 것도 심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다시 갔습니다.
오늘은 물을 주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새싹들이 돋아난 것입니다. 두 종류의 새싹이 났는데,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에 그 자리에 무엇을 심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하나는 열무 같았고, 또 하나는 시금치가 아닐까 생각할 뿐입니다^^

오늘 저녁에 비가 온다고 했지만, 달리 할 일도 없고 해서 물을 넉넉하게 주고 왔습니다. 동주도 함께 물을 주었습니다.

[금주의 결산]

모종 (엔디브,깻잎,방울토마토,고추,가지) :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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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낮잠 기술 - 일과 공부를 위한 에너지 충전
브루노 콤비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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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수면 시간이 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밤에는 평균 4~5시간 정도 잡니다. 5시간을 잤다고 하면 심리적으로 '충분히' 잤다는 느낌이 듭니다. 4시간을 자고 나면 '그런대로' 잤다고 느낍니다. 4시간 이하로 잘 경우 다소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아마 20여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3학년 때인가, [4시간 수면법]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이 너무 재미있어 [3시간 수면법]과 [5분 가면법]이라는 책을 차례대로 읽었습니다. 저자는 일본 사람이었으나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지금 그 책도 제게는 없습니다. 작년에 사이쇼 히로시를 위시한 몇몇 저자들이 쓴 '아침형 인간'이 유행한 적 있었는데, 역시 일본인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중학교 때 읽었던 책의 저자와는 다른 사람들인 것 같지만, 내용은 거의 유사했습니다. REM 수면기와 NON REM 수면기의 주기로부터 숙면의 조건을 설명하는 방식이 거의 같았고, 따라서 수면 주기에 부합하는 최소의 양(3~4시간)만큼이라도 확실하게 자면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결론까지 거의 판박이처럼 같았습니다.

[하루 15분 낮잠 기술](이하 낮잠 기술)의 저자는 프랑스인 브루노 콤비씨입니다. 이 책 역시 기본적으로 수면의 '질'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위에서 언급한 책들과 중복되는 면이 조금은 있습니다.
그러나 책 한 권을 오로지 '낮잠'이라는 주제로 엮은 유일무이한 책입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5분 가면법]과 유사하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은 차이가 좀 있었습니다.

5분 가면법과 낮잠 기술의 공통점은 밤의 수면 시간을 '보충' 또는 '보완'하는 측면에서 낮잠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차이점은, 낮잠 기술은 5분 가면법에 비해 '낮잠'의 유용성에 대해 역사와 세계의 사례, 실험 결과 등을 통해 매우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밤에 잠을 적게 자도 충분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밤에 잠을 적게 자든 많이 자든 상관 없이 '낮잠'은 인간의 고유한 생체 리듬이며 이를 적절히 활용할 경우 인생 자체까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낮잠 헌장'이 실려 있습니다.
낮잠은 신성한 행위이며, 적어도 하루 한 번 낮잠은 자야 하며, 어떤 일이라도 낮잠을 자지 않을 만한 이유가 되지 못하며, 어디서나 어떤 자세로나(심지어 서서라도) 잘 수 있으며, 낮잠은 15분에서 무한대까지 가능하며, 조금이라도 피로의 징후가 보이면 빨리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하며, 낮잠을 잔 시간은 시간 낭비가 아닌 유익한 시간이라는 내용의 헌장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거의 동의하는 편입니다. 예전부터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낮잠을 장려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 10~20분 정도 깊게 자는 겁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오후에 업무 능력이 현격히 저하될 때 10분 정도 짧지만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참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낮잠을 자고, 다시 눈을 떠 생기있게 일을 하는 것이 개인이나 회사 차원에서 더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낮잠을 자는 데 달리 기술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그냥 몸이 말하는 대로 피로할 때 가볍게 눈을 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를 실천하고자 한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수면은 무작정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의식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낮잠을 단순히 '피로 회복'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쿠에법' 차원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쿠에법이란 자기 암시에 따르는 정신 요법을 말하는데, 낮잠을 자는 동안 '매일 매순간 나는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는 등의 문구를 반복하여 생각하면 하루하루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을 경험할 것입니다. 이것은 밤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와 피로, 불면, 업무 능력 저하, 야근, 그리고 또 다시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당당하게 낮잠을 잡시다!

*
쿠에 : 프랑스의 자기암시요법(自己暗示療法)의 창시자로, 그가 약국을 경영하다가 고객들이 약의 성분보다는 약의 포장이나 선전에 강한 효과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최면술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공부를 하여 약물보다 '자기 암시'가 병을 낫게 하는 최대 조건임을 알아내고, 암시 요법 시술소를 세웠습니다. '나는 좋아지고 있다. 하루하루가 좋아지고 있다' 또는 '나는 고통이 줄어들고 있다'와 같은 언어 암시(言語暗示)를 통한 치료를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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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발전소 - 21세기 브랜드 강화 전략
스콧 베드버리 지음, 정지영 옮김 / 이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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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행히 밤새 비가 너무 많이 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주말농장 텃밭에 뿌려 놓은 씨가 많은 비에 혹시 다 파헤쳐지지는 않았나 걱정했는데, 괜찮을 수도 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씨를 심고 비닐로 덮어주고 왔더라면 하는 후회가 많이 듭니다. 이번 주말에 갈 때 푸릇푸릇 새싹들이 잘 돋아나 있기만을 바랍니다.
모종도 몇 개 심었는데 아마 그놈들은 무사할 것 같습니다. 이미 싹을 틔운 놈들은 어지간해서는 결코 죽는 법이 없으니까요.

지난 주에 책을 많이 읽지 못해 이번 주의 독서노트가 좀 늦었습니다. 마케팅 관련 책을 책을 읽는 속도가 갈수록 더뎌집니다. 예전에는 다른 책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읽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입니다. 읽으면서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것이 지금 나의 일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해 가며 읽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스콧 베드버리의 [브랜드 발전소]를 읽었습니다. 저자 이름이 생소하니, 저자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스콧 베드버리는 아디다스, 리복에 이어 스포츠 용품 제조업체 분야에서 세계 3위에 머무르고 있던 나이키와 시애틀의 작은 커피 회사였던 스타벅스를 세계 초일류 브랜드로 키워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물론 나이키와 스타벅스가 그로 인해 지금의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가 있기 전에 이미 범상치 않은 경영자와 그들이 만들어 낸 최고의 상품, 그리고 매니아들이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나이키는 육상선수 출신의 필 나이트와 육상 코치 출신의 빌 바우어만이 함께 창업한 회사입니다. 그들로 인해 이미 나이키는 골수 매니아 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세계 3위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스타벅스 역시 창업자 하워드슐츠에 의해 이미 스타벅스 매니아가 있었습니다.
이미 잘 자란 모종이 있었던 샘입니다.

"일류 브랜드 중에 처음부터 세계 최고의 위대한 브랜드가 될 목적으로 출발한 곳은 없다. 수익성도 있고 품질도 좋은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그 판매를 지원하는 탄탄한 조직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마케팅에 박차를 가해 온 세상에 브랜드를 알릴 수는 있지만,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브랜드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고 말 것이다. 광고는 상품과 서비스가 시간이 흘러도 지킬 수 있는 약속만을 제시해야 한다."(p.33)
스콧 베드버리가 나이키와 스타벅스에 합류하기 전, 다행히도 위와 같은 조건은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였습니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제품 또는 서비스 자신감, 이 정도는 돼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모종만 좋다고 채소가 다 잘자라는 것이 아니듯, 스콧 베드버리의 탁월한 '브랜드 환경주의'적 관점이 없었다면 나이키와 스타벅스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본능과 직관'으로 잘 버티고 있던 나이키와 스타벅스를, '브랜드 환경주의'라는 일관된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여 고객들에게 현재와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준 것에 스콧 베드버리의 공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운동화와 커피라는 일용품을 초일류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미 초일류 브랜드가 된 그들의 현재 행보만을 봐서는 그들의 성공 요인을 파악하기기 힘듭니다. 그들의 현재에 비해 이 책을 읽는 내가 가진 것이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행하고 있는 일거수일투족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제가 책을 쉽게 읽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목적은 그들이 초일류 브랜드로까지 성장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 - 그 본질을 알고 싶은 것이지, 그들의 화려한 행위를 감탄하고자 책을 읽은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 눈에 선명하게 잡히는 그 무엇이 없습니다. 저자의 <브랜드> 정의는 매우 추상적이며 모호하여 마치 동어반복처럼 느껴지고, 8가지의 브랜드 성공 원칙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무엇이 진정한 '본질'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스콧 베드버리가 스타벅스에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과학자와 철학자, 인디아나존스를 적당히 버무려놓은 듯한 스타벅스 내의 최고의 커피 권위자이자인 데이브 올슨과 자바로 커피 사파리를 가면서 주고 받은 대화입니다. 베드버리가 올슨에게 스타벅스의 절대 반지가 무엇이냐, 즉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커피, 매장, 사람 중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올슨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모든 게 다 중요하지요"

저자는 이 말이 정답이라고 합니다. '모든 게' 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브랜드 환경주의'라는 말입니다.
광고 뿐만 아니라 매장, 매장의 화장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 고객 서비스, 상품, 전화 컬러링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브랜드에 영향을 주며, 고객 접점에 있는 것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합니다. 이 관점에서 그는, 만약 비용을 절감하려거든 고객으로부터 가장 먼 것부터 절감하라고 합니다. 화장실의 휴지값을 아낄 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브랜드 정체성을 바깥에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내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임직원들이 전략적인 브랜드 가치를 깊이 깨닫고 있을 때, 이 회사는 그 어떤 회사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
독서노트를 쓰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 짧은 글로는 책에서 느낀 영감을 그대로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좀 늦게 일어나 출근 시간이 코 앞이어서 하고 싶어도 미처 하지 못한 채로 어설프게 끝을 내야할 땐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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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으로 주말 농장에 갔습니다. 주말에 일이 좀 있어서 일요일 오후에 겨우 갈 수 있었습니다. 도봉산 입구에 있는 곳입니다.
정말 사람이 많았습니다. 주말마다 도봉산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틈을 지나 농장에 도착하니 밭에서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있고 대개는 젊은 가족 단위로 찾아들 왔습니다. 아직 손도 안 댄 곳도 있고 이미 멀칭(비닐이나 짚으로 작물 주위를 덮어주는 것)을 해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작은 길을 마주하고 두 개의 농장이 있었습니다.

농장주를 만나 이름을 말하니 내가 경작할 위치를 알려주었습니다. 원래 4평이라고 했지만 그것보다는 작은 것 같았습니다. 가로 세로 각 1.5m 6m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구획만 나뉘어 있을 뿐 휑~하니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나처럼 아직 손을 대지 않은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다행이지??)

농기구는 빌려주었습니다. 삽과 괭이, 갈퀴 등 대충 집어 들고 갔습니다. 호미는 따로 사야했습니다. 상추, 열무, 시금치, 엔디브 씨앗을 조금 샀습니다. 밭을 갈고 씨앗을 심으려는데, 이웃한 아주머니께서 퇴비를 주는 것이 좋다고 하여 퇴비도 한 포 샀습니다. 기본적으로 밑거름은 되어 있지만 앞으로 비료를 안 주거나 적게 주어야 하기 때문에 퇴비를 미리 더 해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퇴비를 뿌리고 밭을 한 번 더 갈았습니다.

씨앗만 심자니 뭔가 허전하여 상추와 엔디브 모종을 각 5개씩 샀습니다. 모종 하나에 200원씩입니다. 상추 모종을 약 20cm 간격으로 심고 그 옆에 두 줄 정도 상추 씨를 더 심었습니다. 그 옆에 엔디브 모종 다섯 개를 심고 씨앗을 두 줄 더 심었습니다. 그 옆에 열무를 두 줄 심고, 시금치를 두 줄 심었습니다. 베란다 화분에 상추 씨를 잔뜩 뿌렸다가 다시 갈아 엎은 경험이 있어 조심 조심 띄엄띄엄 심었습니다.
흙을 가볍게 덮고 물을 뿌렸습니다. 물뿌리개로 세 번 뿌렸습니다.

아이는 신이 났습니다. 밭에 털썩 주저 앉아 한참 동안 흙놀이를 하다가, 물뿌리개에 담아 놓은 물로 장난을 쳤습니다. 흙이 묻은 자리에 물까지 묻어 옷도 신발도 흙범벅이 되었습니다. 흙과 물 외에는 아무 것도 놀만한 것이 없는데, 그래도 신이 났습니다. 집에 가자니 가기 싫다고 합니다. 달래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말마다 갈 곳이 생겨서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방안에서 뒹굴뒹굴하는 대신 잠깐이라도 산 바람을 쐬며 밭에 물을 주고 김을 매며 내 먹을 야채를 키우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가을 배추를 수확하는 그날까지 이 즐거움이 변치 않고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서 주말이 와서 싹튼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결산]
주말 농장 연간 임대료 : 80,000원 (4평)
퇴비 한 포 : 3,000원
호미 : 3,000원
씨 (상추,열무,시금치,엔디브) : 3,000원
모종 (상추 5, 엔디브 5포기) :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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