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으로 주말 농장에 갔습니다. 주말에 일이 좀 있어서 일요일 오후에 겨우 갈 수 있었습니다. 도봉산 입구에 있는 곳입니다.
정말 사람이 많았습니다. 주말마다 도봉산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틈을 지나 농장에 도착하니 밭에서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있고 대개는 젊은 가족 단위로 찾아들 왔습니다. 아직 손도 안 댄 곳도 있고 이미 멀칭(비닐이나 짚으로 작물 주위를 덮어주는 것)을 해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작은 길을 마주하고 두 개의 농장이 있었습니다.

농장주를 만나 이름을 말하니 내가 경작할 위치를 알려주었습니다. 원래 4평이라고 했지만 그것보다는 작은 것 같았습니다. 가로 세로 각 1.5m 6m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구획만 나뉘어 있을 뿐 휑~하니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나처럼 아직 손을 대지 않은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다행이지??)

농기구는 빌려주었습니다. 삽과 괭이, 갈퀴 등 대충 집어 들고 갔습니다. 호미는 따로 사야했습니다. 상추, 열무, 시금치, 엔디브 씨앗을 조금 샀습니다. 밭을 갈고 씨앗을 심으려는데, 이웃한 아주머니께서 퇴비를 주는 것이 좋다고 하여 퇴비도 한 포 샀습니다. 기본적으로 밑거름은 되어 있지만 앞으로 비료를 안 주거나 적게 주어야 하기 때문에 퇴비를 미리 더 해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퇴비를 뿌리고 밭을 한 번 더 갈았습니다.

씨앗만 심자니 뭔가 허전하여 상추와 엔디브 모종을 각 5개씩 샀습니다. 모종 하나에 200원씩입니다. 상추 모종을 약 20cm 간격으로 심고 그 옆에 두 줄 정도 상추 씨를 더 심었습니다. 그 옆에 엔디브 모종 다섯 개를 심고 씨앗을 두 줄 더 심었습니다. 그 옆에 열무를 두 줄 심고, 시금치를 두 줄 심었습니다. 베란다 화분에 상추 씨를 잔뜩 뿌렸다가 다시 갈아 엎은 경험이 있어 조심 조심 띄엄띄엄 심었습니다.
흙을 가볍게 덮고 물을 뿌렸습니다. 물뿌리개로 세 번 뿌렸습니다.

아이는 신이 났습니다. 밭에 털썩 주저 앉아 한참 동안 흙놀이를 하다가, 물뿌리개에 담아 놓은 물로 장난을 쳤습니다. 흙이 묻은 자리에 물까지 묻어 옷도 신발도 흙범벅이 되었습니다. 흙과 물 외에는 아무 것도 놀만한 것이 없는데, 그래도 신이 났습니다. 집에 가자니 가기 싫다고 합니다. 달래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말마다 갈 곳이 생겨서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방안에서 뒹굴뒹굴하는 대신 잠깐이라도 산 바람을 쐬며 밭에 물을 주고 김을 매며 내 먹을 야채를 키우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가을 배추를 수확하는 그날까지 이 즐거움이 변치 않고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서 주말이 와서 싹튼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결산]
주말 농장 연간 임대료 : 80,000원 (4평)
퇴비 한 포 : 3,000원
호미 : 3,000원
씨 (상추,열무,시금치,엔디브) : 3,000원
모종 (상추 5, 엔디브 5포기) :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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