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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낮잠 기술 - 일과 공부를 위한 에너지 충전
브루노 콤비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수면 시간이 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밤에는 평균 4~5시간 정도 잡니다. 5시간을 잤다고 하면 심리적으로 '충분히' 잤다는 느낌이 듭니다. 4시간을 자고 나면 '그런대로' 잤다고 느낍니다. 4시간 이하로 잘 경우 다소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아마 20여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3학년 때인가, [4시간 수면법]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이 너무 재미있어 [3시간 수면법]과 [5분 가면법]이라는 책을 차례대로 읽었습니다. 저자는 일본 사람이었으나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지금 그 책도 제게는 없습니다. 작년에 사이쇼 히로시를 위시한 몇몇 저자들이 쓴 '아침형 인간'이 유행한 적 있었는데, 역시 일본인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중학교 때 읽었던 책의 저자와는 다른 사람들인 것 같지만, 내용은 거의 유사했습니다. REM 수면기와 NON REM 수면기의 주기로부터 숙면의 조건을 설명하는 방식이 거의 같았고, 따라서 수면 주기에 부합하는 최소의 양(3~4시간)만큼이라도 확실하게 자면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결론까지 거의 판박이처럼 같았습니다.
[하루 15분 낮잠 기술](이하 낮잠 기술)의 저자는 프랑스인 브루노 콤비씨입니다. 이 책 역시 기본적으로 수면의 '질'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위에서 언급한 책들과 중복되는 면이 조금은 있습니다.
그러나 책 한 권을 오로지 '낮잠'이라는 주제로 엮은 유일무이한 책입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5분 가면법]과 유사하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은 차이가 좀 있었습니다.
5분 가면법과 낮잠 기술의 공통점은 밤의 수면 시간을 '보충' 또는 '보완'하는 측면에서 낮잠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차이점은, 낮잠 기술은 5분 가면법에 비해 '낮잠'의 유용성에 대해 역사와 세계의 사례, 실험 결과 등을 통해 매우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밤에 잠을 적게 자도 충분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밤에 잠을 적게 자든 많이 자든 상관 없이 '낮잠'은 인간의 고유한 생체 리듬이며 이를 적절히 활용할 경우 인생 자체까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낮잠 헌장'이 실려 있습니다.
낮잠은 신성한 행위이며, 적어도 하루 한 번 낮잠은 자야 하며, 어떤 일이라도 낮잠을 자지 않을 만한 이유가 되지 못하며, 어디서나 어떤 자세로나(심지어 서서라도) 잘 수 있으며, 낮잠은 15분에서 무한대까지 가능하며, 조금이라도 피로의 징후가 보이면 빨리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하며, 낮잠을 잔 시간은 시간 낭비가 아닌 유익한 시간이라는 내용의 헌장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거의 동의하는 편입니다. 예전부터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낮잠을 장려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 10~20분 정도 깊게 자는 겁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오후에 업무 능력이 현격히 저하될 때 10분 정도 짧지만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참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낮잠을 자고, 다시 눈을 떠 생기있게 일을 하는 것이 개인이나 회사 차원에서 더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낮잠을 자는 데 달리 기술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그냥 몸이 말하는 대로 피로할 때 가볍게 눈을 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를 실천하고자 한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수면은 무작정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의식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낮잠을 단순히 '피로 회복'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
쿠에법' 차원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쿠에법이란 자기 암시에 따르는 정신 요법을 말하는데, 낮잠을 자는 동안 '매일 매순간 나는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는 등의 문구를 반복하여 생각하면 하루하루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을 경험할 것입니다. 이것은 밤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와 피로, 불면, 업무 능력 저하, 야근, 그리고 또 다시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당당하게 낮잠을 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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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에 : 프랑스의 자기암시요법(自己暗示療法)의 창시자로, 그가 약국을 경영하다가 고객들이 약의 성분보다는 약의 포장이나 선전에 강한 효과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최면술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공부를 하여 약물보다 '자기 암시'가 병을 낫게 하는 최대 조건임을 알아내고, 암시 요법 시술소를 세웠습니다. '나는 좋아지고 있다. 하루하루가 좋아지고 있다' 또는 '나는 고통이 줄어들고 있다'와 같은 언어 암시(言語暗示)를 통한 치료를 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