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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발전소 - 21세기 브랜드 강화 전략
스콧 베드버리 지음, 정지영 옮김 / 이레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다행히 밤새 비가 너무 많이 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주말농장 텃밭에 뿌려 놓은 씨가 많은 비에 혹시 다 파헤쳐지지는 않았나 걱정했는데, 괜찮을 수도 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씨를 심고 비닐로 덮어주고 왔더라면 하는 후회가 많이 듭니다. 이번 주말에 갈 때 푸릇푸릇 새싹들이 잘 돋아나 있기만을 바랍니다.
모종도 몇 개 심었는데 아마 그놈들은 무사할 것 같습니다. 이미 싹을 틔운 놈들은 어지간해서는 결코 죽는 법이 없으니까요.
지난 주에 책을 많이 읽지 못해 이번 주의 독서노트가 좀 늦었습니다. 마케팅 관련 책을 책을 읽는 속도가 갈수록 더뎌집니다. 예전에는 다른 책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읽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입니다. 읽으면서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것이 지금 나의 일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해 가며 읽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스콧 베드버리의 [브랜드 발전소]를 읽었습니다. 저자 이름이 생소하니, 저자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스콧 베드버리는 아디다스, 리복에 이어 스포츠 용품 제조업체 분야에서 세계 3위에 머무르고 있던 나이키와 시애틀의 작은 커피 회사였던 스타벅스를 세계 초일류 브랜드로 키워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물론 나이키와 스타벅스가 그로 인해 지금의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가 있기 전에 이미 범상치 않은 경영자와 그들이 만들어 낸 최고의 상품, 그리고 매니아들이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나이키는 육상선수 출신의 필 나이트와 육상 코치 출신의 빌 바우어만이 함께 창업한 회사입니다. 그들로 인해 이미 나이키는 골수 매니아 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세계 3위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스타벅스 역시 창업자 하워드슐츠에 의해 이미 스타벅스 매니아가 있었습니다.
이미 잘 자란 모종이 있었던 샘입니다.
"일류 브랜드 중에 처음부터 세계 최고의 위대한 브랜드가 될 목적으로 출발한 곳은 없다. 수익성도 있고 품질도 좋은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그 판매를 지원하는 탄탄한 조직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마케팅에 박차를 가해 온 세상에 브랜드를 알릴 수는 있지만,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브랜드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고 말 것이다. 광고는 상품과 서비스가 시간이 흘러도 지킬 수 있는 약속만을 제시해야 한다."(p.33)
스콧 베드버리가 나이키와 스타벅스에 합류하기 전, 다행히도 위와 같은 조건은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였습니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제품 또는 서비스 자신감, 이 정도는 돼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모종만 좋다고 채소가 다 잘자라는 것이 아니듯, 스콧 베드버리의 탁월한 '브랜드 환경주의'적 관점이 없었다면 나이키와 스타벅스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본능과 직관'으로 잘 버티고 있던 나이키와 스타벅스를, '브랜드 환경주의'라는 일관된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여 고객들에게 현재와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준 것에 스콧 베드버리의 공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운동화와 커피라는 일용품을 초일류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미 초일류 브랜드가 된 그들의 현재 행보만을 봐서는 그들의 성공 요인을 파악하기기 힘듭니다. 그들의 현재에 비해 이 책을 읽는 내가 가진 것이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행하고 있는 일거수일투족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제가 책을 쉽게 읽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목적은 그들이 초일류 브랜드로까지 성장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 - 그 본질을 알고 싶은 것이지, 그들의 화려한 행위를 감탄하고자 책을 읽은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 눈에 선명하게 잡히는 그 무엇이 없습니다. 저자의 <브랜드> 정의는 매우 추상적이며 모호하여 마치 동어반복처럼 느껴지고, 8가지의 브랜드 성공 원칙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무엇이 진정한 '본질'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스콧 베드버리가 스타벅스에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과학자와 철학자, 인디아나존스를 적당히 버무려놓은 듯한 스타벅스 내의 최고의 커피 권위자이자인 데이브 올슨과 자바로 커피 사파리를 가면서 주고 받은 대화입니다. 베드버리가 올슨에게 스타벅스의 절대 반지가 무엇이냐, 즉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커피, 매장, 사람 중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올슨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모든 게 다 중요하지요"
저자는 이 말이 정답이라고 합니다. '모든 게' 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브랜드 환경주의'라는 말입니다.
광고 뿐만 아니라 매장, 매장의 화장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 고객 서비스, 상품, 전화 컬러링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브랜드에 영향을 주며, 고객 접점에 있는 것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합니다. 이 관점에서 그는, 만약 비용을 절감하려거든 고객으로부터 가장 먼 것부터 절감하라고 합니다. 화장실의 휴지값을 아낄 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브랜드 정체성을 바깥에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내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임직원들이 전략적인 브랜드 가치를 깊이 깨닫고 있을 때, 이 회사는 그 어떤 회사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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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를 쓰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 짧은 글로는 책에서 느낀 영감을 그대로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좀 늦게 일어나 출근 시간이 코 앞이어서 하고 싶어도 미처 하지 못한 채로 어설프게 끝을 내야할 땐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