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계절 저학년문고 64
이금이 지음, 이고은 그림 / 사계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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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것 같다.

아! 짧은 글임에도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작가의 힘이란!!!


'하룻밤'은 사계절 저학년문고 중 하나로 방정환문학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90여페이지에 삽화도 많이 있고 챕터로 나뉘어 있어서 저학년들이 쉽고 편안하게 읽기독립해서 읽을 수 있지만

나는 어른들도 한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엄마가 출장중인 어떤 하룻밤에 아빠와 아이들이 거실에 텐트를 펴고서 두런두런 잠자리에 이야기를 나눈다.

아빠와 아빠의 할아버지와의 이야기.  아빠가 용궁에 다녀온 이야기다.

낚시를 밥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열살이 되면 꼭 한명씩 밤낚시를 떠났다.

아빠는 사촌 형누나들보다 빨리 여덟살에 할아버지와 밤낚시를 갔다.

형누나들보다 컸다는 걸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쁜 날이었지만 밤낚시는 생각보다 지루했다.


p. 26

"물고기 생각은 덮어 두고 귀를 기울여 봐. 새로운 소리가 들릴 거야."

할아버지 말대로 하자 물소리가 들렸어.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는데 그동안 알지 못했던 거야.

어디선가 밤새도 울었어.  반딧불이 빛에서도 소리가 나는 것 같았어.

소리가 귀로 듣기만 하는 게 아니란 걸 그때 알았어.

소리는 눈으로도 보이고, 몸으로도 느껴졌어.  냄새로도 맡아졌고, 맛으로도 느껴졌어.

(...)

"아우 심심해.  할아버지는 물고기가 안 잡히는데도 괜찮아요?"

(...)

"괜찮고말고.  할아버지는 너하고 함께 있는 지금이 물고기보다 훨씬 소중하단다."



p. 30

"왜요? 왜 물고기보다 나랑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요?"

"다시 안 올 시간이니까."

"뭐가 다시 안와요?  또 오면 되잖아요."

(...)

"또 온다고 해도 지금과 같을 수는 없지.

시간은 저 강물 같아서 한 번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어. 또 한순간도 멈추지 않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한 거야.

너는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게 좋지 않느냐?"


아빠의 할아버지는 엄청 큰 잉어를 잡았지만 아빠는 할아버지 몰래 잉어를 풀어준다.

그런데 정말 그 잉어는 용궁에 사는 공주였고, 풀어준 댓가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용궁에서는 대신들이 인간을 살려보내선 안된다고 하자 아빠가 무서워 내뱉은 말,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를 세가지 소원으로 치는 장면에서 아이들 모두 억울해 한다.

에이~ 그러는게 어딨어!


 

아빠는 용궁에 무사히 다녀왔다.

그리고 전에 용궁에 다녀왔으나 증거품 하나 갖고 오지 않아서 다들 믿지 않는다며 아쉬워한 낚시꾼과는 달리

파란 하트모양의 보석(?)을 가져왔다.

그냥 예쁜 돌처럼 보이지만 할아버지는 아빠의 말을 믿어준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손주들과의 하룻밤들을 통해 영원히 사시게 된다.


아빠의 세가지 소원은 어쩌면 허무하게 다 써버렸다.

나도 아이들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소원을 빌게 될까?

정답만 쓰는 연필, 태권도 검은띠, 친구보다 싸움 잘하기... 책 속의 어린시절 아빠처럼 아이들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어른들에게는 뭔가 다른 뭉클함이 전해지는 이야기다.

나도, 내 아버지도 훗날 아이들과의 하룻밤 하룻밤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게 될까?

멋진 추억을 좀 더 많이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니까.


 

p. 33

"내 나이쯤 되면 죽음이 삶을 다한 뒤에 오는 선물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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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4
엄마와 할아버지는 늘 무기력했고 사람을 사귀는 일에 서툴렀다. 나는 엄마와 할아버지를 작동하지 않아 해마다 먼지가 쌓이고 색이 바래가는 괘종시계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변화할 의지도, 아무런 목표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 사람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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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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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077책으로 쌓아 올리면 아파트 12층 높이가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조선왕조실록을 500페이지로 담아내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도 20권이나 되니!)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오히려 편하다.

구어체라서 마치 저자가 앞에서 강의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휴가기간 며칠동안 쉬엄쉬엄 읽었을 정도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왕을 중심으로 핵심사건과 함께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정리하는 느낌으로 마인드맵이 나온다.

편집면에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복잡한 가계도때문에 흐름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아주 명쾌하게 도표로 나타내 이해하는데 수월했다.

 

 

시대별로 관련 영화나 드라마 목록을 정리해 놓아서 보다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접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각 왕들을 네 글자로 혹은 호랑이로 표현한 것도 재미있다.

(선조와 순종은 호랑이에도 못미치는 고양이라고 표현한 건 저자의 관점이 드러나있는 것 같다.

물론 어느정도는 동의하지만, 그보다는 인내심을 불러일으킨 인조가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건 나의 생각.)

경복궁이 임진왜란 당시 백성들에 의해 불탔다는 건(p. 50)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데 저자는 그대로 실었던 점과,

"임금이 임진도를 지나다가 거북선과 왜선이 서로 싸우는 상황을 구경하였다"라는 기록만으로(p. 90) 거북선 제작이 태종의 업적이라고 한 점,

(당시 거북선의 존재여부는 알겠는데 실제 태종의 업적으로 하기엔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이순신의 파격승진에 대한 관점(p. 243)과 대동법(p. 313)에 대한 부분에서 김육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

몇몇 부분은 맥락이 뜬금없이 바뀌기도 한 점 등은 뭔가 개운치못한 기분을 남긴다.


워낙 볼륨있는 책이긴 하지만 재질을 좀 더 가볍게 했더라면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거운데다 책장이 두꺼워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아 읽는 동안 손목이 좀 아팠다.

그러나 쉽게 풀어쓴 터라 두꺼운 책을 읽는게 막연히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성취감을 선물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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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모자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지음 / 보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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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네의 사계절 시리즈로 친숙한 작가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의 신작 '하늘을 나는 모자' 역시 글없는 그림책이다.

글없는 그림책은 읽어준다기 보다 그림을 함께 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에는 이야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이번엔 방법을 좀 달리해봤다.

세 아이들이 한명씩 그림을 읽어주기! 같은 책으로 세가지 이야기가 탄생했다.

아이들은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부담같은건 없어서인지, 내맘대로 읽는다는 걸 무척 즐거워했다.



'하늘을 나는 모자'는 바람부는 겨울날 (계절은 인물들의 옷차림과 후에 나오는 눈내리는 장면을 보고 유추해봤다)

다들 모자를 쓰고 가는데 유독 한 아이의 모자만 바람에 날아갔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모자를 다시 찾게 된 아이.

마지막 장면에서 또다시 휘잉~ 바람이 부는데 이번엔 아이만 모자를 사수할 수 있었다.

녀석은 마지막 장면의 사람들이 얼굴이 조금 탔다며...무얼 보고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홍조를 보고 한건지, 느낌적인 느낌인건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모자가 날아간다.

제목에서 날아가는 모자가 아니라 '하늘을 난다'는 표현을 한건 모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아이들의 더 큰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해 봤다.




모자의 주인이 바뀌고 또 바뀌었지만 아이는 이 모자를 어떻게 얻게 되었을까?

그건 그림을 읽어내는 아이들만의 이야기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처음에는 모자에 집중해서 보다가 점점 인물의 표정이나 배경에도 관심을 갖고 본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맛이 다른가 보다.

글없는 그림책이라 더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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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 초등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 수록도서 그림책은 내 친구 8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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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외우는 몇 안되는 그림책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내게 그림책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발가락'은 아주 오래전부터 아이들과 즐겨 보던 그림책이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만의 독특한 그림세계와 상상력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이 책은 한국 독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 더 의미가 있다.

책장을 넘기기 전, 질감이 느껴지는 면지는 어떤 이야기일까 상상해 본다.


 

면지에서 본 건 발가락이 덮고 있는 이불.

잠들기 싫어하는 아이들 마음을 대변하듯 발가락들도 아직 이불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발가락은 계단이나, 태평양 한가운데의 섬, 맛있는 음식들 혹은 텔레비전이 되기도 한다.

단지 누워서 열개의 발가락만을 들여다 보면서도 이렇게 무궁무진하게 상상할 수 있다니!

그렇게 누워서 아이들과 열개 아니 삼십개의 발가락들을 보면서 우리들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그런 상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작가의 상상력에 무한 감탄하며 보게 된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온다.

오늘 하루도 수고한 지친 내 발가락들도 이제 잠이 들 시간.

"잠들기 전에 떠나는 상상여행"이라는 부제처럼 잠자리에서 읽기 딱 좋은 그림책이다.




잠자리에서 읽는 발가락 책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세 모녀가 발가락에 매니큐어 바르면서

두런두런 책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것도 좋다.

발가락 삼십개로 더 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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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3 18: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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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3 1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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