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 - 동안거 나흘 전, 선방 청소. 청소만 하고, 집에서 안거를 보내려고 했으나 입승보살님의 단호한 말씀-"좌복이라도 깔아라, 하루를 오더라도!"-에 좌복에 이름표 붙이고 결제를 나기로 했다.

찻집 - 아는 언니가 하는 보이차 전문 찻집. 우연히 외국인 스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다. 스님과 덜컥 약속을 해 버렸다. 오늘, 그 약속을 지켰다. 내일도 지킬 수 있을까? 지키고 싶어.

영남일보 웰빙센터- 빙의치료과정을 직접 보다. 

영남일보 맞은 편 막창집 - 술을 마시지 않고 막창을 먹다.  

 

긴 하루. 일상적이지 않은 만남과 일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혜덕화 2006-12-0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의 치료 과정을 직접 보다니, 무섭지 않았나요?
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저는 감기에 걸려 동안거 결재일에 함께 기도하겠다던 말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어요. 금강경만 한 번 읽고 결재 들어간 모든 분들 정진 잘 하길 빌었습니다. 일상적이지 않은 만남이 있는 날, 좋네요.

이누아 2006-12-0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무서웠고 나중엔 좀 슬펐어요.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고, 사람도 빙의령도 모든 버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만 같아...여러번 볼 기회가 있었어요. 기회가 되면 이야기 나눠요. 그나저나 아프신 건 좀 어떠세요? 몸이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수행하는 맘 잃지 않으시니 보기 좋아요. 쾌차하시길.
 

나무

                           -곽재구 

 

 

숲속에는 
내가 잘 아는 
나무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나무들 만나러
날마다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제일 키 큰 나무와
제일 키 작은 나무에게
나는 차례로 인사를 합니다.

     
먼 훗날 당신도
이 숲길로 오겠지요
내가 동무 삼은 나무들을 보며
그때 당신은 말할 겁니다

        
이렇게 등이 굽지 않은
言語(언어)들은 처음 보겠구나

           
이렇게 사납지 않은
마음의 길들은 처음 보겠구나

 

 

================

큰언니가 부엌 벽에 붙여둔 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혜덕화 2006-11-27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참 좋군요. 그렇잖아도 궁금했습니다. 동안거 들어가셨나 해서......
오늘 안경을 맞추러 서면 나갔다가 "소동파"라는 책을 사왔습니다. 읽어보고 좋으면 추천할게요.

파란여우 2006-11-2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씨, 눈물 나올려구해요.
별로 좋아하지 곽재구의 시인데 왜 이럴까요?
다 그 넘의 '나무'때문이야욤.

이누아 2006-11-28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결제일은 다음 주 화요일이에요. 이번 동안거는 선방에서 정식으로 하지 못합니다. 벌여놓은 일들이 있어서요. 부족하겠지만 집에서라도 동안거에 걸맞게 지내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안경 맞추러 서면 가셨다니까 님의 집이 시골 같아요.^^

파란여우님, 전에도 이 시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왜 그러셨는지 기억이 안 나요. 전 어떤 강연에서 뵌 적이 있는데 별다른 마음이 생기진 않던데요.
고3 때 매일 학교 뒤 낮은 구릉에 갔었어요. 지금도 그곳의 나무들을 기억할 수 있어요. 저랑 꽤 친해져서 제 자리를 마련해줄 정도였어요. 이쁜 것들. 보고 싶어요.

혜덕화 2006-11-2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안그래도 작년 2월 삼천배 갔을 때 해제여서 지금쯤 결재 들어갔을 거라 짐작만 하고 있었어요. 사찰 달력에도 안나와 있네요. 저도 집에서라도 동안거 결재 하는 날 함께 기도 하려고 날짜를 알아보고 있던 중이었어요.
어제 안경 맞추느라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서점에 서서 틱낫한 스님의 "기도"를 다 읽었어요. 참 좋더군요. 다음 주 화요일, 고마워요. 날짜 알려주셔서.....

이누아 2006-11-2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제는 음력 10월 보름, 해제는 정월 보름이에요. 새 안경은 맘에 드세요? 뭐든 잘 보이시죠?^^

2006-11-29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은것들


민들레의 밤하늘


산책

 

 

이철수 판화전을 다녀왔다. 그림은 누르면 커진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06-11-15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06-11-15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철수님 판화전을 하는군요. 저도 몇 년 전에 이철수 판화전에 가서 너무 감동 받아서 한 점 사가지고 온 적이 있습니다, 거실 한가운데 걸어두고 볼때마다 마음이 맑아져서 참 좋더군요. 좋은 그림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_()_

낯선바람 2006-11-1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것들 그림이 참 이쁘네요^^

잉크냄새 2006-11-1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들레의 밤하늘,,,너무 잘 어울리네요.

이누아 2006-11-15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러셨군요. 전 대구에 사는데...전시회를 여러 곳에서 하는 건가요? 같은 도시에 살지는 않는 걸로 아는데...첫인사처럼 인사하시네요. 아, 잊으셨군요.^^ 님이 결혼하시기 전에 제가 님의 서재를 들락거리며 몇 번 댓글을 남겼었습니다. 요즘은 가만히 보는 편이지만요. 그러고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군요. 그럴만해요. 님의 서재에 동무가 생겼지요? 아기요. 제 서재 들러서 댓글 남겨주셔서 반가워요. 평온하세요.

혜덕화님, 108배에, 금강경에, 삼천배에...제가 수행하는 것도 아닌데 왜 님의 수행 소식을 접하면 흐뭇하고 즐거워지는 걸까요? 마음 맑으신데 맑음을 더하시니 넘쳐 곁의 사람들도 다 맑아지겠어요.^^

사수자리님, 이번 판화전 포스터에 쓰였던 그림이에요. 이뻐요, 작은 것들.

잉크냄새님, 같은 걸 보고 함께 즐기니 맘이 흡족해요.^^

2006-11-16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11-1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 전시회하는 곳이 우리집과 가까워요. 영화처럼 님과 스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님과 스칠 장소로는 미술관이나 서점이 제격일 것 같아요. 저도 참 감사합니다. 님도 아가도 아가의 아빠도 모두모두 건강하시길.
 

아침, 횡단보도에 선다. 빨간불. 횡단보도 끝에 서 있는 사람. 어..어, 작은 언니...언니는 거기에 서 있지 못한다, 고 얼른 생각한다. 파란불로 바뀌고 내 옆을 지난다, 하나도 안 닮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혜덕화 2006-11-0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운사에서 -김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이누아 2006-11-02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
 

맑고 평온하다.

바람 한점 없는 어느 날, 호수가 잔잔하다.

도랑에 고인 물마저 잔잔하다.

우리도 이와 같다.

전에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맑음과 고요가 이따금 우리에게 다가온다.

세계가 우리 곁을 지나간다.

저 깊은 물 속을 들여다보면 세계가 보인다.

아주 맑은 거울!

오직 순수한 고요! 

정신을 차리고 나는 음악소리까지 듣고 있다.

창조주가 나를 축복하고 있다.

아! 기쁨, 절묘한 이 기쁨!

      -헨리 데이빗 소로우 글, 최민철 엮음, 나를 다스리는 것은 묵직한 침묵, p.59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자림 2006-10-2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고요한 기쁨을 느끼는 날이 언제 올까요?
이누아님, 편안한 휴일 되세요.^^

이누아 2006-10-2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을 지나다 가로수를 봐요. 가만히 봐요. 그 나무의 가지들을 봐요. 잎들을 봐요. 잎을 봐요. 하나 하나...그러다 보면 그 고요함...절묘한 기쁨! 이 솟는(이럴 땐 느낀다기보다 솟아나는 것 같아요) 순간이 있어요.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바로 오늘, 기쁨 솟는 날 되시길.

파란여우 2006-10-3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능, 작은 배를 띄웁시다.
님은 소로우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감자구이를 종이에 담아,
저는 뒷산에서 주워 온 야생사과를 손수건에 감싸들고
너무 투명해서 모든 것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가을 강위에 낙엽처럼
그저 흘러 가 봅시다. 노 젓는 일은 필요없습니다.
미풍이 알아서, 물결이 알아서 해 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