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롱펠로우

 

삶에 대한 가치관이 우뚝 서 있어도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가슴에 품어온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으로 하루를 살다가도
때로는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며 세심하게 살피는 나날 중에도
때로는 건성으로 지나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정직함과 곧고 바름을 강조 하면서도
때로는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포근한 햇살이 곳곳에 퍼져있는 어느 날에도
마음에서는 심한 빗줄기가 내릴 때가 있습니다.


따스한 사람들 틈에서 호흡하고 있는 순간에도
문득, 심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행복만이 가득 할 것 같은 특별한 날에도
홀로 지내며 소리없이 울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재미난 영화를 보며 소리 내어 웃다가도
웃음 끝에 스며드는 허탈감에 우울해 질 때가 있습니다.


자아 도취에 빠져 스스로 만족감 중에도
자신에 부족함이 한없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호흡이 곤란 할 정도로 할 일이 쌓여 있는 날에도
머리로 생각 할 뿐 가만히 보고만 있을 때가 있습니다.


내일의 할 일은 잊어 버리고 오늘만 보며
술에 취한 흔들리는 세상을 보고픈 날이 있습니다.


늘 한결 같기를 바라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변화에 혼란스러운 때가 있습니다.


한 모습만 보인다고 하여
그것만을 보고 판단하지 마십시오.
흔들린다고 하여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마십시오.


사람에 마음이 늘 고요하다면 그 모습 뒤에는
분명 숨겨져 있는 보이지 않는 거짓이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흔들려 보며 때로는 모든 것들을 놓아봅니다.
그러한 과정 뒤에 오는 소중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시 희망을 품은 시간들 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시간들 안에는 새로운 비상이 있습니다.
흔들림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한 모습입니다.


적당한 소리를 내며 살아야 사람다운 사람이 아닐까요.

==================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가사처럼 내가 어쩔수없는 어둠과 슬픔에 맞닿게 되는 날,  흔들리고 답답하다.  이 시를 읽어도 그다지 위로가 되진 않지만, 우연히 만나 여기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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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밤나무 2004-08-25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희야! 시가 좋다.... 예전에 집에 롱펠로우 시집이 있었는데 감명깊게 기억되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늘 건강하고 밝게 살아라

이누아 2004-08-25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언니가 등장하다니! 그렇다고 아이디를 자기 이름으로 써서 이렇게 표시를 내야 하나? 어쨌든 무지무지 반갑네. 옛날에 자기 전에 작은 언니가 이 시인 시집을 읽어줬는데...밤나무 나오고, 대장장이 아저씨 나오는 시를 읽어줬는데 머리만 대면 자던 나는 앞 부분밖에 못 듣곤 했지. 뒷 부분을 나중에 좀 커서 마저 다 읽었었지. 아, 정말정말 반갑네.

이누아 2004-08-25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언니야, 그 시집은 아무래도 내가 들고 온 것 같은데 우리집에도 안 보이네. 괴테 시집이 있는 걸 봐서는 분명히 함께 가져 왔을텐데...한번 찾아볼께.

혜덕화 2004-08-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 여름 잘 보내셨나요? 롱펠로우의 시가 정말 좋네요.
여름동안 더운 핑계대고 한없이 늘어져 있었습니다.
찬바람 부니까 좋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쿵!

선방에 앉아 있는데 쿵하는 소리가 들린다. 한 보살님이 졸다가 땅에 머리를 박은 소리다.

용맹정진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번 용맹정진은 음력 7월 초하루부터 7일간 잠을 자지 않고 하루에 16시간 정도 말 그대로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것이다. 나는 참석하지 못하고 예전처럼 오후에만 가서 좌선을 하지만 많은 분들이 참가하셨다. 나이가 조금 젊은 분들은 해인사 부근의 원당암으로 가서 하시고 연세가 있는 분들은 그대로 우리 선방에서 수행을 하신다.  

여든이 넘은 한 보살님은 이제까지 한번도 용맹정진을 못해 봤다고 참선수행하는 사람인데 죽기 전에 해 봐야 겠다고 참석하셨다. 이 말씀에 나도 꼭 기회를 마련해서 용맹정진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오늘이 사흘째...졸아서도 안 되겠지만 밤을 새지 않아도 오후에 졸음이 와서 힘이 드는데 이틀을 눈을 못 붙였으니 그렇게 졸았다고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조용한 선방에서 졸다가 쿵 소리를 냈으니 본인도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도 무척 놀라고, 또 그 모양이 우스운 것은 어쩔 수 없는지 웃는 소리마저 들렸다. 그러나 나는 웃음이 나지 않았다. 그 소리가 무거운 돌처럼 가슴에 쿵 떨어졌다. 못 견딜 지경까지 채찍으로 몰아가는구나. 나는 너무 편안하구나. 너무 편안해서 망상이 끊이지 않는구나. 비록 졸다가 넘어지는 소리일지라도 수행하는 자리에서, 수행하다 쓰러지는 소리구나. 아래 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선방에서는 졸다 넘어지는 소리도 내게는 모두 가르침이다.

연세도 많으신 어르신들이 무사히 용맹정진을 마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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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8-19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많이 내립니다. 영산강이 범람한다는 소식도 들리고. 아는 분들이 그쪽에 계시니 마음이 쓰입니다.

비로그인 2004-08-20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두 읽으면서 엄청 웃었는데...아, 이거 점점 경건한 웃음으로 변해갑니다. 이누아님, 셤셤 정진하셔요..^^

이누아 2004-08-20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발님, 매년 태풍이 마음을 졸이게 만드네요. 아는 분들은 별탈 없으셨는지? 사실, 잘 모르는 분들도 모두 별탈 없으셔야 할텐데, 벌써 피해가 생긴 뒤네요.
그림이 또 바뀌었네요. 좀 익숙한 친굽니다. 반갑네요.
복돌님, "셤셤"이 뭐죠?-아, 쉬엄쉬엄인가요? 이렇게 제가 좀 늦습니다. 지금도 너무 쉬엄쉬엄해서 문제입니다. 이달 말이면 벌써 해제입니다. 석달이 지났는데 저는 여전히 쉬엄쉬엄이라...다짐만 하고, 몸은 게으르고...아,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선희야, 좀 그만 쉬어라!" 하고 말입니다. 어쨌든 격려 고맙습니다.
 

누군가 내게 손을 내민다. 덥석 잡으면 한많은 이야기 속에 내게 요구하는 것들이 계속 될까 두렵고,  손을 놓으면 그 슬픔이 내게로 와 나를 무겁게 할까 두렵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누가 말했던가?

길을 모르면 길을 걷는 것이 두렵다. 지혜가 부족한 이는 두려움 속에 서 있다.

어떤 것이 유익함인지 잘 알지 못하겠다. 하지만 오늘은 듣는다. 누군가 운다. 내게 말한다. 나는 그분을 잘 모르지만 그분의 한이 풀어지기를 마음으로 빈다. 나도 따라 울 뻔한다. 울지 않고 듣는다. 나도 이렇게 한많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중일까?

이런 한많은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한 인간의 생이 이다지도 슬픈가 싶다. 한을 풀어주기는커녕 이야기를 다 듣고 있는 것조차 만만치 않은데, 인류의 구원과 중생의 제도를 결심하는 분들은 또한 어떤 분들인가?

이웃이 슬픔 속에 있으면 내가 기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장보살은 지옥의 모든 중생이 지옥고를 벗어날 때 부처가 되겠다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오늘 평온했지만 한참을 울었던 내 이웃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내 평온 속으로 이웃을 머무르게 하지 못하고, 이웃의 울음 속으로 빠져 들었다. 내 평온은 그 정도였나 보다.

내 평온이 흘러넘쳐 이웃을 젖힐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지혜가 넘쳐 어떻게 하는 것이 이웃에게 유익한지 내가 잘 알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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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뒤에 서재에 들어오니 낯설다. 여기저기 그동안 못 가본 서재에 들어가본다. 한 일주일은 볼 거리가 넘치겠다. 실컷 놀고 오면 날이 좀 시원해지려나 했더니 까닥도 않는다.

여전히 대구는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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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8-10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잘 보내셨나요? 밤에도 열기가 식질 않는군요....

이누아 2004-08-1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습니다. 작년에 두 번밖에 안 켰던 에어컨을 요즘은 매일 켭니다. 텔레비전을 보니 정전되는 곳이 많다고 해서 염려됩니다만...계곡에 발 담그고 놀다 오니 이곳이 딴 세상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4-08-11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내셨나요~ 오늘 아침은 그런대로 시원합니다. ^^

이누아 2004-08-11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네요. 오늘은 바람이 좀 부네요.
 

우리집에는 난이 세 개 있다. 지 덕 체라는 이름을 가졌다. 내가 지은 이름이지만 너무 멋이 없다. 그래도 지혜는 풍성해지고, 덕은 멋있다. 안타깝게도 몸집이 좋았던 체는 우리집에 온 후 아주 왜소해졌다. 벤자민도 두 그루가 있다. 모두 잎이 빛나는 예쁜 아이들이다.  

잘 돌보지도 못했는데 무사히 살아준 것으로도 고맙다. 좁은 베란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 보면 웃음이 나고, 미안하고 고맙다.

오랫동안 함께 지냈는데 결국 곁을 떠난 고구마가 생각이 난다. 고구마에 싹이 났길래 물에 담가두었더니 푸른 잎이 자라났다. 1년 못 되게 자랐는데 아무래도 내가 너무 소홀했던가 보다. 들깨와 보리도 떠났다. 옮겨 심을 때부터 불안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특히 들깨는 병충해가 있었던 모양인지 잎이 하얗게 되더니 말라갔다. 옆에 있던 벤자민까지 그렇게 되어 놀라서 격리시키고 두고 봤는데 제대로 못 키웠다. 국화도 너무 더운 집에, 환기도 제대로 시켜주지 않아서 일찍 떠났다. 사실, 좀더 함께 있을 수 있었는데 내 소홀함이 그들이 떠난 가장 큰 원인이다.

새 친구들과 만나고 싶은데 베란다가 너무 좁아서 공간이 없다. 사계절 내내 집도 너무 덥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한 친구들을 생각하면 좀 참아야 한다. 후내년이나 좀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갈텐데, 그때까지 지금의 친구들을 잘 돌봐야지. 요즘은 꼭 함께 이사를 가자고 말한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 달라고 부탁한다. 좀더 큰 집은 베란다가 넓어서 새친구들을 불러 모을 수도 있다.

어제는 쌈배추를 샀는데 그 안에서 민달팽이가 나왔다. 전에 욕실에 민달팽이가 살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보이질 않는다. 아파트 전체에 약을 치는 날이 있는데 혹시 그 약 때문에 어디선가 유명을 달리한 건 아닌지...어제 나온 민달팽이도 배추잎과 함께 욕실에 두었다. 물기도 많고, 전에 살던 아이도 오래도록 지냈으니 집에서는 이곳이 안성만춤일 것 같아서 그랬는데 오늘 안 보인다. 전에 있던 아이도 보였다 안 보였다 하긴 했는데...

얘기하다 보니 어린왕자가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다고 한 말이 생각이 난다. 내가 무심해서 좋은 친구들을 떠나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리집 난과 나무들이 예쁘고 참 좋다. 민달팽이도 한번씩 나타나 존재를 알려 줬으면 싶다. 다들 살아있는 것들인데 바퀴벌레는 키우질 못한다. 오히려 없애려고 애쓴다. 깨끗하지도 더럽지도 않은 것들이 내게 오면 아름답고 추한 것으로 나눠진다. 

나의 무지와 분별이 부끄럽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바퀴벌레 약을 사고, 풀들의 잎에 물을 뿌려 준다. 이것이 나의 사랑이다. 내가 무명 속에 있는 한 작은 풀에 대한 사랑마저 무지와 분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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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7-25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참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입니다. 전 식물를 키워보질 못해서 그것에 따른 기쁨은 모릅니다. 저도 이사가면 한번 키워볼려구 생각중입니다. ^^ 님의 아이들이 잘 자랐음 좋겠네요. 그래야 이런글를 읽고 좀 반성하지요.

verdandy 2004-07-25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바가바드 기타에 보면 아르쥬나가 친척들에게 칼을 겨눠야 하는 상황에서 고심할 때(생명에 대한 존중), 마부로 변신한 크리슈나 신이 설복시키는 내용이 나옵니다.(더 큰 우주적 질서에서 보면 생사존망이 모두 우주법칙 안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이 세상 생명들의 어울림 가운데에는 공존하기 어려운 조합도 있기 마련이고, 그것도 자연의 일부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행위 자체가 아니라 살심을 버리는 거겠죠.

비발~* 2004-08-0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이신지, 오랫동안 안보이시네요. 건강은 괜찮으시죠?

이누아 2004-08-10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늦은 답입니다만 휴가를 보내느라 컴퓨터를 열지 못했습니다. 휴가 전에 조금 아팠는데 휴가 간다니까 몸이 그냥 낫더라구요. 지금은 몸도 마음도 무척 건강합니다. 날씨가 몹시 더운데 모두들 더위 잘 견디고 계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