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선방에 앉아 있는데 쿵하는 소리가 들린다. 한 보살님이 졸다가 땅에 머리를 박은 소리다.

용맹정진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번 용맹정진은 음력 7월 초하루부터 7일간 잠을 자지 않고 하루에 16시간 정도 말 그대로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것이다. 나는 참석하지 못하고 예전처럼 오후에만 가서 좌선을 하지만 많은 분들이 참가하셨다. 나이가 조금 젊은 분들은 해인사 부근의 원당암으로 가서 하시고 연세가 있는 분들은 그대로 우리 선방에서 수행을 하신다.  

여든이 넘은 한 보살님은 이제까지 한번도 용맹정진을 못해 봤다고 참선수행하는 사람인데 죽기 전에 해 봐야 겠다고 참석하셨다. 이 말씀에 나도 꼭 기회를 마련해서 용맹정진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오늘이 사흘째...졸아서도 안 되겠지만 밤을 새지 않아도 오후에 졸음이 와서 힘이 드는데 이틀을 눈을 못 붙였으니 그렇게 졸았다고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조용한 선방에서 졸다가 쿵 소리를 냈으니 본인도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도 무척 놀라고, 또 그 모양이 우스운 것은 어쩔 수 없는지 웃는 소리마저 들렸다. 그러나 나는 웃음이 나지 않았다. 그 소리가 무거운 돌처럼 가슴에 쿵 떨어졌다. 못 견딜 지경까지 채찍으로 몰아가는구나. 나는 너무 편안하구나. 너무 편안해서 망상이 끊이지 않는구나. 비록 졸다가 넘어지는 소리일지라도 수행하는 자리에서, 수행하다 쓰러지는 소리구나. 아래 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선방에서는 졸다 넘어지는 소리도 내게는 모두 가르침이다.

연세도 많으신 어르신들이 무사히 용맹정진을 마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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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8-19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많이 내립니다. 영산강이 범람한다는 소식도 들리고. 아는 분들이 그쪽에 계시니 마음이 쓰입니다.

비로그인 2004-08-20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두 읽으면서 엄청 웃었는데...아, 이거 점점 경건한 웃음으로 변해갑니다. 이누아님, 셤셤 정진하셔요..^^

이누아 2004-08-20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발님, 매년 태풍이 마음을 졸이게 만드네요. 아는 분들은 별탈 없으셨는지? 사실, 잘 모르는 분들도 모두 별탈 없으셔야 할텐데, 벌써 피해가 생긴 뒤네요.
그림이 또 바뀌었네요. 좀 익숙한 친굽니다. 반갑네요.
복돌님, "셤셤"이 뭐죠?-아, 쉬엄쉬엄인가요? 이렇게 제가 좀 늦습니다. 지금도 너무 쉬엄쉬엄해서 문제입니다. 이달 말이면 벌써 해제입니다. 석달이 지났는데 저는 여전히 쉬엄쉬엄이라...다짐만 하고, 몸은 게으르고...아,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선희야, 좀 그만 쉬어라!" 하고 말입니다. 어쨌든 격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