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선방에 앉아 있는데 쿵하는 소리가 들린다. 한 보살님이 졸다가 땅에 머리를 박은 소리다.
용맹정진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번 용맹정진은 음력 7월 초하루부터 7일간 잠을 자지 않고 하루에 16시간 정도 말 그대로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것이다. 나는 참석하지 못하고 예전처럼 오후에만 가서 좌선을 하지만 많은 분들이 참가하셨다. 나이가 조금 젊은 분들은 해인사 부근의 원당암으로 가서 하시고 연세가 있는 분들은 그대로 우리 선방에서 수행을 하신다.
여든이 넘은 한 보살님은 이제까지 한번도 용맹정진을 못해 봤다고 참선수행하는 사람인데 죽기 전에 해 봐야 겠다고 참석하셨다. 이 말씀에 나도 꼭 기회를 마련해서 용맹정진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오늘이 사흘째...졸아서도 안 되겠지만 밤을 새지 않아도 오후에 졸음이 와서 힘이 드는데 이틀을 눈을 못 붙였으니 그렇게 졸았다고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조용한 선방에서 졸다가 쿵 소리를 냈으니 본인도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도 무척 놀라고, 또 그 모양이 우스운 것은 어쩔 수 없는지 웃는 소리마저 들렸다. 그러나 나는 웃음이 나지 않았다. 그 소리가 무거운 돌처럼 가슴에 쿵 떨어졌다. 못 견딜 지경까지 채찍으로 몰아가는구나. 나는 너무 편안하구나. 너무 편안해서 망상이 끊이지 않는구나. 비록 졸다가 넘어지는 소리일지라도 수행하는 자리에서, 수행하다 쓰러지는 소리구나. 아래 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선방에서는 졸다 넘어지는 소리도 내게는 모두 가르침이다.
연세도 많으신 어르신들이 무사히 용맹정진을 마치시기를 기원한다.